Norman Rockwell, Freedom from Want (1943) oil on canvas ; 116.2 x 90 cm, Norman Rockwell Museum, Stockbridge, Massachusetts
추수감사절을 맞이하여, 온 가족들이 할머니 할아버지네의 한 식탁에 모여들었다. 반가운 얼굴들과 이야기 꽃을 피우는 가운데, 할머니께서 온 가족이 실컷 먹고도 남을만큼 커다란 칠면조 통구이를 내오셨다. 할머니께서 식탁에 큰 쟁반을 내려놓으시면 할아버지는 그 칠면조를 가족들에게 나눠주실 심산으로 그 옆에 서서 기다리고 계신다. 모두의 접시 위에 칠면조 구이 조각이 놓여지면, 할아버지의 주도로 기도가 이어질 것이다. 아름답고 행복한 가족을 주신 것과 생활에 부족함이 없게 살 수 있게 해주신 것에 대해 신에게 감사한다는......
노먼 락웰의 가장 유명한 작품 중 하나로 '추수감사절'이라는 말을 들으면많은 미국인들의 뇌리에 이 그림이 떠오를 것이다.
미국의 유명한 시트콤 '모던 패밀리'에서의 락웰 <추수감사절> 패러디 - 미국 사회가 안고 있는 모든 문제들 - 다문화 가정, 동성애 커플, 청소년 문제 - 등을 다 가지고 있는 미국의 중상류층의 가정을 배경으로 한 코믹시트콤. 그런 가족이 보수적이며 온건한 미국의 중산층 가정을 대변하는 락웰의 <추수감사절>을 재현한다는 것에서 코믹한 요소가 배가되는 효과가 있다.
대중적인 인기가 워낙 높은 락웰이었지만, 이 작품의 인기는 특히 높아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고, 이후 수많은 패러디가 제작되었다. 락웰의 작품은 거의 다 '그림으로 그린듯한' 이상적인 미국인들의 생활상을 그린 것으로 유명하다. 화목한 가정을 묘사할 때 '노먼 락웰-같은 가족 (Norman Rockwellish Family)'라고 하기도 한다. 바로 이러한 점 때문에, 락웰이 미국 사회의 어두운 면, 현실의 어려운 면은 외면한 채, 설탕물을 바른 쓴 알약, 당의정같은 작품을 그렸노라 하는 비판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라보고 있노라면, 평화롭고 아름다웠던 시절, 혹은 한번도 누리지 못했으나 가졌으면 했던 행복한 시절을 떠올리며 흐믓한 미소를 띄게 되는 그의 작품은 줄곧 인기가 높았다.
이 작품은 '4가지의 자유' 중 하나 Freedom of Want (기본 의식주가 부족하지 않을 권리)의 주제로 그려진 작품이다. [그 밖의 세가지로는 Freedom of Speech (언론과 표현의 자유), Freedom of Worship (신앙의 자유), Freedom from Fear (공포로부터의 자유)이 있다] 그리고, 시리즈로 제작되었던 작품은 아래와 같다.
Norman Rockwell, Freedom of Speech (1941-45) oil on canvas ; 116.2 x 90 cm, National Archives at College Park
Norman Rockwell, Freedom of Worship (1941-45) oil on canvas ; 116.2 x 90 cm, National Archives at College Park
Norman Rockwell, Freedom from Fear (1941-45) oil on canvas ; 116.2 x 90 cm, National Archives at College Park
1941년 12월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에 연합군으로 참전을 결정하게 되는데, 그 해 1월, 루즈벨트가 '4가지 자유'라는 제목의 국회 연설을 하게 된다. '세계의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미국이 참전할 수 밖에 없다는 정당성을 부여하는 내용이다. 락웰의 작품은 이러한 이데올로기, 즉, 당시 파시즘과 대조하여 민주주의가 더 우위에 있다는 것 강조하는 이념이 내재되어 있다. 그리고 그의 작품은 순회 전시되면서 전쟁 채권의 판매에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
John Currin, Thanksgiving (2003), oil on canvas ; 173 x 131 cm, Tate
위의 작품은 존 커린 (John Currin)의 <추수감사절>이라는 작품이다. 코린트 양식의 기둥이 있는 화려한 저택, 세 명의 여인이 추수감사절을 맞이하고 있는 모양이다. 일견 부유해보이는 이 저택의 식탁에는 그러나, 요리되어 있는 음식이 없다 - 생 칠면조, 껍질도 까지 않은 양파 한 알, 시들어가는 꽃이 꽂힌 꽃병, 빈 접시, 이러저리 널려있는 포도만 있을 뿐이다. 그리고 여인들 중 어느 누구도 제대로 먹고 있는 인물이 없다. 한 명이 스푼에 뭔가를 담아 다른 한 명에게 권하고 있으나, 상대방은 받아먹으려는 것인지 그 스푼을 피하려는 것인지 알 수 없게 입은 벌리고 있으면서도, 목을 쭉 빼고 윗 쪽으로 고개를 향하고 있다.
이 작품의 제목은 <추수감사절>이지만, 과도한 다이어트, 혹은 거식증을 이야기 하고 있다. 먹을게 없어서가 아닌 자발적인 기아. 존 커린이 자주 언급하는 '미의 기준'에 대한 언급이자, 현대인들이 과도하게 집착하는 '깡마른 미'에 대한 비판이다.
이번 추석 우리 가족의 식탁은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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