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병과 사자 :: 요새 미술 - 제프 쿤스 제 2 편~ 혹은 제 3편
2019. 8. 13. 21:10 미술 이야기

얼마전 생존 작가의 작품으로서는 경매에서 최고가를 기록한 제프 쿤스의 작품을 소개한 적이 있다.  그리고 이전에는 제프 쿤스의 표절 사건에 대해서도 이야기한 적이 있다.  오늘은 제프 쿤스의 표절 사건에 이어 그로 대표되는 요새 미술의 특징에 대해서 논해보고자 한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최근 경매 결과와도 관련이 있으므로 오늘 이야기는 제프 쿤스 제 2편 혹은 제 3편!

2019년 5월 15일 뉴욕의 크리스티 경매에서 $92,210,000로 거래된 제프 쿤스의 <토끼> (1986) 

1986년의 위의 작품은 비치볼처럼 바람을 불어 부풀릴 수도 뺄 수도 있는 싸구려 풍선 인형을 모델로 만든 것으로 그 원형이라고 생각되는 인형을 원형대로 만든 작품이 아래의 1979년 작품 속의 토끼 인형이다.  제프 쿤스의 작품에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지만, 인기와 유명세는 최근의 경매에서 입증된 셈이다.  (작품 가격이나 인기와 소위 말하는 '진정한 예술성'에 대한 고찰도 잠시 해본 적이 있지만 그건 그렇다 치고...)

Jeff Koons, Inflatable Flower and Bunny (Tall White, Pink Bunny) (1979) vinyl, mirrors ; 81.3 x 63.5 x 48.3 cm

초기부터 풍선 인형에 꽂힌 제프 쿤스는 아주 최근까지도 계속 그 인형을 조각품으로 만들고 있고, 그 가격 또한 경매 기록을 남긴 작품 만큼은 아니지만 상상을 뛰어넘게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다.  대부분의 경우, 기다란 풍선으로 요래조래 여러 가지 형태로 만드는 인형을 모형으로 한 것이고, 아래의 경우 강아지의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다. 보통의 경우, 아이들의 생일파티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행사에서 삐에로의 복장을 한 사람들이 아이들 앞에서 휘리릭 만들어 주는 그런 인형들 말이다.  인형이 완성되었을 때 으레 아이들은 탄성을 지르고, 완성된 인형을 건네받기라도 한 아이는 눈빛을 반짝이며 기뻐하고 말이다. 

Jeff Koons, Balloon Rabbit (Red) (2017) porcelain with chromatic coating ; 24.1 x 16.4 x 21 cm, edition of 999, 가격 $22,500.00

파티에 온 삐에로 오빠들이 그러하듯이, 제프 쿤스도 강아지 인형만 만든 것은 아니다. 꽃 모양도 만들었는데, 아래의 <푸른 풍선 꽃>의 경우, 2010년 11월 크리스티 경매에서 무려 $16,882,500 [한화로 약 204억 상당]에 판매되었는데, 이는 예상가  $12,000,000 [한화 약150억원]을 훌쩍 넘는 금액이었다. 이토록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제프 쿤스의 풍선 조각은 미국의 공공장소 곳곳에서 어렵잖게 볼 수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2010년 11월 크리스티 경매에서 예상 금액 145억을 훨씬 넘어 200억 이상의 금액으로 판매되었던 작품. Jeff Koons (b. 1955) Balloon Flower (Blue) 10 November 2010 Christie's Price realised USD 16,882,500 ; Estimate USD 12,000,000 - USD 16,000,000
월드 트레이드 센터에 전시된 제프 쿤스의 풍선 시리즈 중 꽃  Jeff Koons, Balloon Flower (Red) at 7 World Trade Center

아주 '19금'스러운 일부 작품을 제외하고는  제프 쿤스의 작품들은 대부분 이렇게 누구나 보고 즐거워할 소재를 주로 택해왔다.  몇 년전 록펠러 센터 앞 광장에 전시된 <앉아있는 발레리나>도 마찬가지였다. (20세기 초 우크라이나의 Oksana Zhnikrup라는 작가의 도자기 조각 작품의 표절로도 시끌시끌했던 작품이다) 

2017년 한시적으로 뉴욕의 록펠러 센터에 전시된 제프 쿤스의 <앉아 있는 발레리나> 이 작품은 20세기초 러시아 작가 Oksana Zhnikrup의 도자기 인형을 모델로 하여 만든 풍선 조각이다. (진짜 바람을 불어 부풀린 풍선 조각이다)

 

Oksana Zhnikrup (1931-1993), Ballerina, the Kiev Experimental Ceramic-Art Factory.  제프 쿤스가 표절했다고 알려진 우크라이나 출신의 작가 옥사나 즈니크럽의 도자기 작품이다.  비교해보면 제프 쿤스의 작품이 훨씬 더 조야해보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는 '네오팝'이라고 하는 팝아트의 후예이다.  앤디 워홀의 스프 캔의 그림이 그러했듯이, 자세히 뜯어보면 그의 작품은 그다지 새로울 것도 신기할 것도 없다.  그의 작품은 어느 누구든 미리 사전 조사나 공부 없이도 바라보는 순간, 다 알아볼 수 있는 대상이 대부분이다. 어릴 때 가지고 놀던 장난감, 보통 사람들의 거실이나 벽난로 위 장식장에 놓여 있음직한 장식품, 아니면 정크 메일로 날라드는 상품들의 카탈로그에서 봄 직했던 상품들의 목록과도 같은 작품들 밖에 없다.  

창의력이 떨어지면 기술력이라도 있던지 그렇지도 않다.  그의 조각이나 평면 작품이나 조야하기 짝이 없다.  기존에 존재했던 공산품, 즉 이러한 'ready-made'의 활용은 마르셀 뒤샹이 처음 소변기를 엎어서 전시한 이래, 수많은 작가들이 따라 했던 것이고, 그다지 고급스럽지 않은, 아니 오히려 일부러 더 싸구려스럽게 표현해 내는 '키치'는 앤디 워홀의 팝 아트가 이미 선점했던 영역이다.  따라서, 어떻게 보면, 앤디 워홀이 미국 상업문화의 세례를 받은 마르셀 뒤샹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면, 제프 쿤스는 명실공히 앤디 워홀의 후계자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워홀의 성공은 당연히 제2, 제3의 제프 쿤스를 예견할 수 있었다.        

워홀이 등장하기 전까지, 진정한 예술가란 모름지기, 빈센트 반 고흐같이, 예술의 가치 따위를 모르는 세상의 몰 이해속에서 외롭고 가난하게 살다가 사후에나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이라 여겼었다. 하지만, 앤디 워홀의 등장과 성공 이후, 그는 재능과 독창성을 가진 작가라 할지라도 돈과 명예를 다 가질 수 있다는 산 증인이 되어버렸다.  (비록 해석에 따라서는 무척이나 깊이 있고, 철학적일수도 있긴 하지만, 그 깊이를 과연 워홀이 만든 것인지, 워홀을 연구한 미술사학자이나 비평가들이 만든것인지 애매하기에, 작품의 내용과 깊이에 대한 논의는 여기서 건너뛰도록 하겠다) 일견 심각함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보려고 해도 찾을 수 없는 경박하고도 흔해빠진 물건들을 소재로 한 작품들을 제작하였고, 그것이 작가의 살아 생전 높은 가격으로 팔리면서, 그 싸구려 같은 작품을 만든 작가는 헐리우드 스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유명세를 누렸다는 점. 그리고, 그의 명성은 다른 반짝 스타처럼 그의 사후에 스러지기는 커녕, 이제는 미술사의 한 챕터를 당당히 차지하며 그의 업적을 두고두고 그리는 주요 작가로 등극했다는 점.  워홀 이후의 예술가 지망생이 과연 반 고흐와 워홀 중 누구의 인생을 롤 모델로 삼고 싶겠는가?   이러한 상황에서 제프 쿤스는 국적까지 이어받은 정통적 워홀의 후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제프 쿤스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일까? 

제일 먼저 머리에 떠오르는 단어는 "Playfulness" 이다.  장난스러움, 장난기 정도로 해석이 될 테인데... 이 playfulness를 화두로 다음번 이야기를 이어가기로 기약하며 오늘의 글은 여기까지~  

P.S. 다시 읽어보니, 이 글은 생각의 전개 도중이라 다음글 "요새미술 - 즐거운 것이 좋아"까지 함께 읽어야 문맥이 맞을듯!

 

 

 

 

posted by 잠자는 집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