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다섯번째 색깔 이야기 - 파랑에서 시작해서 자주, 빨강, 초록에 이어 오늘은 노랑.
참고로 이제까지 내가 언급한 색의 시리즈:
이제까지는 내가 좋아하는 색깔들을 차례로 써왔다면 오늘은 약간은 구색 맞추는 경향이 없잖아 있...
노란색을 언급하지 않고 넘어가기는 왠지 그렇다 싶은데는, 지난 번 초록색에 대한 글을 쓰면서 잠시 언급했지만, 인쇄 체계에서 사용되는 CMYK에서 Y가 노란색이고, 삼원색에도 들어가는 것이 노란색이고... 많은 화가들이 사랑한 노란색이다보니 중요한 색이기도 하고, 말할 거리도 많고... 노란색을 언급하지 않고서는 왠지 색깔의 이야기가 완결이 안되는 느낌이기 때문이다.
노란색을 사랑한 것으로 가장 유명하고 대표적인 화가로는 단연 빈센트 반 고흐 (Vincent van Gogh: 1853-1890)이다. 그의 유명한 해바라기 시리즈는 대놓고 노란색이 많지만, 그 밖에도 그의 화면에는 노란색이 많이 사용된다.
워낙 유명한 화가이고 인기있는 작가이다보니, 그의 노란색 사랑에 대한 연구도 많았고, 그에 대한 글도 쏟아져 나왔다. 혹자는 빈센트 반 고흐가 ‘황시증 (Xanthopsia)’이라고 하는 안질환을 앓았음을 주장하기도 했다. 즉 노란색 필터 안경을 눈에 쓰고 사물을 보는 것과 같은 증상을 앓았다는 것이다. 또 혹자는 그러한 황색에 민감한 그의 시각을 정신병과 연결해서 설명하기도 했다. 실제로 정신병을 앓는 환자들이 유난히 황색을 즐겨사용한다는 임상을 덧붙이면서 말이다. 안과나 정신과나 내 영역을 훌쩍 벗어나는 분야라 뭐라 단언할 수는 없지만, 빈센트 반 고흐가 사용한 노란색의 활기와 명료함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것에는 깊은 공감.
대중적으로 덜 알려졌지만, 미술계에서는 또 반 고흐 못지않게 노란색을 사랑했고, 탁월한 노란색의 발색을 화면위에서 구현했던 것으로 유명한 작가가 또 한 명 있었으니, 그가 바로 윌리엄 터너 (J.M.W. Turner: 1775-1851)이다. 연배상으로는 고흐보다 거의 80년 가까이 앞서는 선배이다. 오늘 날 19세기에 이미 정확한 형상의 묘사보다는 폭풍우가 치는 바닷가의 '분위기'만을 강조해서 표현함으로써 표현주의와 추상의 선구자로서 칭송받는 이 작가의 노란색 사랑은 각별하다.
특히, 터너가 사랑한 노란색은 '인디언 옐로우 (Indian Yellow)'라고 해서, 망고잎과 물만 먹인 소의 오줌에서 추출한 노란색이었다고 하는데, 이후 동물학대를 금한다는 이유로 생산이 중단된 색이라고. (다이어트 한다고 한가지 음식만 줄기차게 먹어야만 하는 원푸드 다이어트 해본 사람은 알것이다. 한 가지만 먹고사는게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가를! 아름다운 색을 포기하더라도 소들이 맛있는 것을 많이 먹고 살게 되어서 다행이라 생각하지만, 화가들은 이 색상이 단종되는 것을 무척 슬퍼했다고 한다.)
노란색에 대한 글을 적으면서 곰곰 생각해봤는데, 난 노란색을 싫어하지는 않지만, 그닥 선호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굳이 노란색을 선택해야한다면 '겨자색'이라고 불리는 노란색 계열의 색은 좋아하지만 최우선으로 선택하는 색은 아니고 말이다. 내가 노란색에 감명받은 적은 단 한번. 어느 가을, 집 근처 공원에 외로이 서있는 은행나무 한 그루가 있었는데, 어느날 보니, 노란 은행잎이 죄다 바닥에 떨어져 있었는데, 그 노란색이 일종의 반사판 효과를 일으켜서 은행나무의 일대가 환해진 것을 본 때이다. 그 날은 조금 우울한 날이었는데, 그 광경을 보자마자 나도 모르게 '아!'하는 낮은 탄성이 흘러 나왔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그 순간 기분이 갑자기 확 밝아진 느낌을 받았던 기억도. 이후로도 노랑하면 떠오르는 것은 그때의 그 아름다운 풍광. 모르긴 몰라도 영화나 사진에서 이탈리아의 투스카니 지방의 가을 풍경도 노랑이 아름답던데, 기회가 되면 그곳을 여행해보고 싶다~ 작은 차 하나 몰고 구릉지를 오르고 내리며~ 세상에는 다양한 노란색이 존재한다는 것을 참고하시라 표를 하나 올리며 오늘의 글을 마감하고자 한다. 컴퓨터 해상도에 따라 색의 채도는 천차만별이니 참고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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