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Why do Koreans~?' 라는 디지털 콘텐츠가 있는데, 외국인들이 한 질문 중 첫 번째가 “왜 한국인들은 첫 만남에 웃지 않죠?” 였다라는 기사를 읽었다. 사실 이런 얘기는 나도 사적인 자리에서도 몇 번 들어봤다.
나도 미국 가서 얼마 되지 않아서 첨 보는 사람들간의 'Hi~'를 교환하는 문화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었고, 그게 이와 비슷한 맥락의 의문이라고 생각하기에 거기에 대해서 적어볼까 한다. (문화 연구자들과 얘기해본 적도 없고, 그냥 나혼자 일정기간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정리한 것이므로 얼마나 신빙성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1) 우선 처음 느낀 것은 내가 한국에서 살던 곳과 내가 살기 시작한 미국의 도시에서의 인구차이였다. 서울은 하루종일 처음 만나는 사람과 만나서 다 미소를 교환하면서는 일상생활을 진행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점심 때즈음 되면 안면근육의 마비가 올지도 모른다. 그런데, 내가 살던 도시는 그 주의 주도 였음에도 불구하고, 처음 보는 이들과 마주칠 일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 큰 도시임에도 인구가 비교적 적고, 대부분은 차를 이용해 이동했기 때문이었으리라. 그래서 산책이라도 나갈라치면, 한 2-30분 길 위에 아무도 없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다보면, 미소짓게 된다. 저 쪽 앞에서 한 사람이 맞은편에서 오다가 나랑 눈이 마주치게 되면. 그리고 내심 진심 살짝 반갑기도 하다. 아, 한국서 사람들이 굳은 표정으로 다니고, 눈을 마주치는 이들에게 'Hi~'라고 한마디 건네거나, 미소를 교환하지 않는 이유는 첫 만남의 빈도가 너무 높기 때문이구나... 그렇게 생각했었다.
이러한 생각이 내 안에서 설득력을 얻은 것은 내가 뉴욕에 갔을 때이다. 처음엔 낯설기만 하던 '낯선 사람과의 미소 교환'에 이제 막 익숙해질 무렵이었다. 그런데, 거기서는 처음보는 이들에게 미소를 띄면, '뭐야? 너 나 아니?'하는 듯한 눈길이 되돌아오는 경우가 많았다.
마주보고 웃어주는 건 '시골 관광객'뿐이라는 얘기를 소위 '뉴요커'들에게 들은 것은 그런 경험을 몇 번 하고 난 후였다. 결국 뉴욕은 서울 같은 곳이었다. 거기도 엄청난 유동인구를 자랑하는 대도시이고, 거리며 지하철이며 버스며 항상 붐빈다. 거기서 매번 낯선 사람들과 미소를 교환하다가는 목적지에 도착하기도 전에 지.친.다.
2)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내가 생각할 때는, 문화 차이인데, 한국인들이 타인에 대해서는 배타적이고 우리에게는 무척이나 너그러운 문화라는 점이 작용하는게 아닌가 하는 것이다. 한국은 공동체 의식이랄까, 우리와 남의 구분이랄까? 이런게 좀 강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개인차도 있고, 가정이나 조직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관점을 줌 아웃해서 전반적인 한국인으로 생각해봤을 때의 이야기이다.
한국인에게 있어 '우리'의 영역 속에 들어온 사람들은 '확대된 나'이다. 남들에게는 무관심해도 일단 '남 아닌 우리'가 되면 '간이고 쓸개'고 다 빼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닌가 하는 것이다. (물론 간이나 쓸개를 직접 빼주는 사람은 본 적도 없고 그랬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도 없다. 실제로는 절대 그래서는 안되겠지, 건강에 안좋으니까...)
따라서, 잠재의식 속에서 한국 사람들은 처음 만나는 사람을 보고 평가 기간을 가져야 한다. 내가 만나는 이 사람이 '우리'가 될 것인가 아니면 '남'으로 남을 사람인가? 그래서 선뜻 웃지 못하는 것이다. 일단 웃고 나면 이젠 '간이고 쓸개고 빼줘야' 할 일만 남기 때문이다.
모르긴 몰라도, '왜 한국인들은 첫 만남에 웃지 않죠?'라고 질문했던 외국인들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한국 사람들은 처음엔 무뚝뚝한데, "일단 알고나면," "일단 친해지면," 무척이나 친절하고 정이 많다.'라고 평가를 덧붙일 것이라 믿는다. 어느 지점, 그가 '우리'라고 평가받는 그룹에 포함되는 경험을 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내가 경험한 미국의 경우는 국가의 구성 자체가 다민족 다문화를 기반으로 했고, 그 때문에 개성과 차이를 존중하고자 하는, '개인주의'가 지배적인 나라이다. 따라서, '우리'도 있고 '조직'도 있다고는 하지만, 그 유대가 우리나라 같지 않고, 따라서 결국은 개인의 개성을 존중하는 개인주의가 강하다. 따라서, 개체로서 또 다른 개체인 인간을 만나면, 일단 상대에게 자신이 우호적인 존재라는 것을 밝히는 것이 사는데 이롭다. 그러다보니, 처음 보는 사람을 보면 일단 미소를 짓게 되는 것이다.
그 미소의 의미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따라서, 첫 만남에 웃는 것에 그다지 부담이 가지 않는 것이다. 나는 처음 미국 갔을 때, 은행인가 관공서인가에서 미소를 교환하고 날씨 얘기부터 자신이 이혼한 얘기까지 갑자기 다 쏟아내더니, 기다리던 순서가 되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난 한 여인의 모습이 아직도 선명하다. 물론 그 사람의 경우는 미국인 중에서도 극단적인 경우이긴 하지만, 카페나 음식점, 마트나 거리에서 미소를 교환하고 나서 바로 자신의 일에 몰두하며, 내가 당시 받은 인상으로 따지면, '나 따위는 "아웃 오브 안중"'인 듯한 반응을 너무도 많이 겪었다.
따라서, 첫 만남에 웃는 것만으로 외국인들이 더 친절하다거나 더 인성이 좋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다. (물론 그렇게까지 생각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 다만, '미소'의 무게가 다를 뿐이다. 그리고 처음 무뚝뚝했지만, 나중에 친절하다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특별이 더 '정이 깊다'고 생각하는 것도 잠시 유보해봐야 될 판단이다.
한국인들이 '우리'에 갖는 이러한 결속감과 유대감에서 한국인의 '정'이라는 것이 나온다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한다. 물론 동일한 민족으로 한 국가를 이룬 사람으로서는 그 안의 일원에게는 커다란 소속감과 안정감을 주는 일이지만, 그 안에서 일어나는 오류나 부정은 그 연대감 때문에 선뜻 지적하거나 고치기 힘들다는 것은 큰 단점이 아닐까 생각한 적은 있다. 또 그 속에 들어가지 못한 다수의 사람들에게는 엄청난 소외감을 줄 수 있는 정서 체계이기도 하다.
만약 어떠한 외국인이 'Why do Koreans~?'라며 첫만남에 웃지 않는 것에 대한 의문 내지 불만을 이야기 하면, 난 위와 같이 설명해줄 것이다. 물론 다 설명해주려면, 그때 내가 가진 시간이 좀 많아야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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