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병과 사자 :: '2020/09 글 목록
2020. 9. 29. 20:04 미술 이야기

미뤄졌던 현대백화점 문화센터 가을학기 개강을 드디어 개강합니다!  

저번에 올렸던 가을학기 개강 공지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저번에 공지드렸는데, 연기되어서 이제서야 드디어!  공지와 더불어 추석 인사도 드립니다. 다들 즐거운 추석 보내시고, 이 포스팅을 보시고 새롭게 관심을 가지신 분들이나, 기존 수강생 분들 다 반갑게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현대백화점 문화센터는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4분기로 나뉘어 진행됩니다. 

  • 봄 학기: 3~5월
  • 여름 학기: 6~8월
  • 가을 학기: 9~11월 
  • 겨울 학기: 12~2월

But,  그러나 코로나 때문에 가을학기가 정상적으로 9월에 개강을 못하게 되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방침 때문에 모임 자체가 금지된 상황이었으니까요. 첫주 금지 된 지점에 아예 가을학기 개강을 한달 통째로 미뤄서 10월에 개강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두둥~  드디어 가을학기 개강을 합니다~ 진짜로! 

여느 때처럼 9월에 가을 학기를 개강한 경우, 추석 연휴로 수업이 휴강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엔 아예 추석을 잘 보내고 개강을 하게 되었으니 느낌이 새롭기도 합니다. 

10월 5일부터 일제히 개강합니다~ (제 강의는 화요일부터 있어서 10월 6일!)

관심 있는 분들은 가까운 곳의 현대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확인해봐 주세요~

현대백화점 문화센터 수강신청은 이곳을 클릭! (단 온라인으로 수강신청을 하실때엔 회원가입을 하셔야해요. 자세한 문의사항은 각 문화센터로 전화 문의해보세요~)

참고로 제가 주로 출강하는 지점의 전화번호를 올려드릴게요~ (이번학기엔 아무래도 수강생 수가 줄어서 무역센터점과 미아점은 폐강처리 되었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신촌점: 02-326-4560
천호점: 02-489-4560
압구정본점: 02-549-4560
무역센터점: 02-539-4560
미아점: 02-997-4560

모든 분들이 행복한 추석 보내시길~

 

posted by 잠자는 집시
2020. 9. 21. 18:41 미술 이야기

내가 '옥탑 방의 문제아들'의 팬이라는 건 이 블로그에서 몇 번 언급한 바 있다. 

요새 보는 TV 프로그램 '옥탑방 문제아들'

<옥탑방의 문제아들>과 모나리자

난 특히 거기서 출제되는 미술관련 문제에 관심이 많았고 거기에 대해서는 이 블로그에서 몇번 포스팅하였다.  이 프로그램을 모르는 분들에게 잠깐 소개를 하자면, '옥탑 방의 문제아들'은 고정으로 출연하는 다섯명의 패널과 매주 바뀌어 출연하는 초대손님이 총 10문제를 맞추어야 옥탑방에서 나갈 수 있다는 설정으로 진행하는 퀴즈 프로그램이다.  그 퀴즈라는 것이 거기서 문제가 나오기 전엔 전혀 생각해보지도 못했던 문제일 뿐 아니라, 그 문제에 대한 해답 모른다고 세상사는데 아~무런 지장없는 그런 문제들이다. 그런데 일단 문제를 듣고 나면 또 그렇게 해답이 알고 싶고, 그래서 끝까지 보게 되는 그런 프로그램이다. 물론 그 해답을 알아맞추는 과정에 패널들의 기상천외한 발상에 크게 웃게 되기도 하고 말이다.  언급했듯이 난 주로 미술에 관련된 문제에 더 큰 관심을 가져 왔었다. 그런데 지난주 나왔던 새틴 바우어새에 대한 문제는 분명 자연의 새에 대한 문제인데 예술에 대해서 또 나아가서는 창작의 문제에 대해서 생각하게 해주는 문제였다. 

 

질문은 호주에 사는 새틴 바우어새 (Satin bowerbird)는 구애를 위해서 하는 특이한 행동이 있는데 그것이 무엇일까 하는 문제였고, 해답은 수컷이 암컷을 위해서 아름다운 둥지를 짓고 장식을 한다는 것이었다.

좌) 새틴바우어새의 수컷            우)새틴바우어새의 암컷
같은 색으로 둥지를 장식하고 있는 새틴바우어새 

색상을 구분할 수 있는 새인듯 같은 색상의 폐품들을 모아서 집을 꾸미는데, 인테리어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인터넷에서 찾아봤더니 디자인도 색상도 그렇게 다양할 수가 없다. 물론 파란색을 주로 모은 둥지의 경우, 그것이 인간들이 버린 플라스틱 폐품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는 점이 조금 씁쓸하기는 했다. 하지만, 얼마나 놀라운 본능인가? 이걸 미대에서 가르쳐서 저정도의 구성능력과 감각을 갖출때까지 교육을 마치려면 아마 새의 수명이 다할때까지 끝마칠 수 있을까 싶은데 말이다. 

새틴바우어새 둥지의 예들 
새틴바우어새의 둥지의 예

그런데 인터넷에서 예들을 살피다가 아래의 둥지를 봤고, 왠지 데쟈뷰 같아서 곰곰히 생각했는데, 내가 전에 조사했던 작가의 작품과 너무 유사하다.  

새틴바우어새의 둥지의 예
밥 베르슈어렌 (Bob Verschueren), <혼돈 이후 (After the Chaos)> (2010) 가문비와 물푸레나무, Arte Sella, Malga Costa, Italy, 2010

벨기에 출신의 작가 밥 베르슈어렌 (Bob Verschueren: b.1945)의 <혼돈 이후 (After the Chaos)>가 바로 그 작품이다.  새틴 바우어새가 그 누구에게 배운적 없듯이, 이 작가 또한 독학으로 예술가의 길을 걸어왔다. 그리고 그 또한 자연의 소재만을 이용해서 작업한다. 난 그의 작품을 접하고 자연과 인공의 절묘한 조합이라고 생각하면서, 아무리 자연처럼 보여도 인간의 작품이라는 것을 모를수 없겠다 했는데, 새틴바우어새의 둥지를 보니까 (더군다나 인간이 버린 폐품을 활용한) 예전의 그 생각이 달라졌다.   내가 미처 몰랐지만, 밥 베르슈어렌이 제작한 작품과 똑같은 둥지를 만드는 새가 지구 어디에선가 살고 있을지 또 누가 알겠는가?   

밥 베르슈어렌이 어떤 새의 둥지 혹은 비버의 둑을 모방했나는 잘모르겠지만, 진짜 새의 둥지를 모방해서 작품을 만든 작가가 없는 건 아니다. 독일 출신 작가 닐스-우도 (Nils-Udo: b. 1937)의  <클렘슨 진흙-둥지 (Clemson Clay – Nest)> (2005)가 그 예이다.  이 작품은 미국 사우스 캐롤라이나 소재의 클렘슨 대학의 정원에 설치한 대규모 구조물이다. 내부는 대나무로 틀을 잡고 바깥쪽은 소나무 기둥으로 만든 커다란 둥지 모양의 구조물은 2년간 유지되다가 나중엔 설치에 이용되었던 나무들을 갈아 구멍을 메꾸어서 흔적을 없앴다고한다.  

닐스-우도 (Nils-Udo: b.1937), <클렘슨 진흙-둥지 (Clemson Clay – Nest)> (2005) Clemson University. SC
닐스-우도의 <클렘슨 진흙-둥지>의 설치 장면

닐스-우도의 경우, 때로는 고대의 스톤 헨지를 연상시키는 설치물, 때로는 자연현상과도 같은 설치물을 세계 곳곳에 설치해오고 있다.  그의 작품은 거대한 규모의 설치물이라 인간이 만든 것이 분명하지만, 주변 환경과 어우러지면서 자연 환경과도 같은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밥 베르슈어렌과 상통한다 할 수 있다.  

밥 베르슈어렌 역시 주로 광활한 자연 환경을 배경으로 자연물을 이용한 조형작품을 제작해왔다. 초기에 그는 자연 염료를 들판에 펼쳐놓고 바람에 의해 완성되는 <바람 그림 (Wind Painting)>을 시도하기도 하였는데, 1978년부터 지속적으로 자연과 식물 생장에 관심을 둔 작업을 해왔다.

밥 베르슈어렌의 <바람 그림> (1978)

반드시 천연재료, 특히 1980년대 이후로는 식물 재료만 사용해온 밥 베르슈어렌의 작품은  조형적으로도 무척이나 아름답지만, 그 속에 탄생에서 죽음에 이르는 삶의 주기에 대한 깊은 성찰, 자연과 인간의 상관 관계를 생각하게 하는 철학적인 작품이다.  대지위에 분말 염료를 뿌린 <바람 그림>이외에도 자연과 빛의 관계를 이용한 <빛 그림 (Light Painting)> 등, 그의 작품은 넓은 의미에서는 대지 미술 (Land Art)의 범주에 넣을 수 있다. 또한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에 환경에 관한 관심에서 부상한 '환경미술 (Environmental Art)' 혹은 비교적 새로운 명칭인 '에코 아트 (Eco Art)'의 범주에 넣을 수도 있다.  한 작가의 다양한 작품의 스펙트럼과 그 작가가 다양한 장르와 사조에 걸쳐서 활동하는 것 그것이 포스트모더니즘의 특징이라고 볼 때, 닐스 우도와 반 베르슈어렌 역시 명실공히 포스트모더니즘 예술 작가들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밥 베르슈어렌의 작품. 전시실에 전시된 모습
밥 베르슈어렌, <삶의 여정 (Chemin de vie)> 
밥 베르슈어렌 (Bob Verschueren), <Sound Installation>  Domaine Du Chateau De Seneffe, Belgium

이들의 작품과 더불어 화요일 밤에 알게된 호주에 서식하는 새의 한 종류가 창조해내는 세계의 오묘한 평행선의 발견은 답을 알아맞히던 못맞히던 간에 내가 '옥탑 방의 문제아들'을 좋아하게 되는 이유 중 하나이다. 

posted by 잠자는 집시
2020. 9. 8. 04:34 미술 이야기

백화점을 가도 쇼핑을 나온 손님들보다 매장 직원 수가 더 많은 진풍경이 연일 연출되는 기현상이 계속되는 요즈음... 프라다 매장이 너무 가고 싶다면? 

해외여행 가능한 국가가 제한적이고 그나마 그때그때 다르고, 무엇보다 기본적으로 자가격리 2주를 입국과 출국시 감내해야하는 요새 쉬운 일은 아니지만, 텍사스의 마르파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프라다 매장은 어떠신지?

엘름그린 앤 드라그셋 ( Elmgreen & Dragset), <Prada Marfa>, 텍사스의 외진 지역인 마르파에 설치한 가상의 프라다 매장 

다만 그곳에서 프라다 상품을 구입할 수 없다는 게 함정. 사방에 아무 것도 없는 사막지역인 이곳에 자리한 프라다 매장이라 궁금증이 막 솟구치지 않는가?

넓디 넓은 텍사스의 한 구석, 사막 한가운데 위치한 프라다 매장.  홍길동이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듯, 프라다 매장을 눈 앞에 두고 들어가보지도, 프라다 신상을 살 수도 없다니?! 그 매장은 실제 매장이 아니라 설치 작품이기 때문이다.  프라다 마르파는 엘름그린 앤 드라그셋 (Elmgreen & Dragset)이라는 명칭으로 활동하는 작가들이 공동작업으로 2005년 제작하여 영구 설치 작품이다. 마르파는 텍사스의 서쪽에 위치한 지명으로 텍사스 오스틴과 댈러스에 몇년 살았던 나도 들어본 적 한번 없는 변두리 지역이다. 작가들은 이 작품을 "팝 건축 랜드 아트 프로젝트 (pop architectural land art project)"이라고 묘사했다. 실제로 미국의 건축가 로널드 라엘 (Ronald Rael)과 버지니아 산 프라텔로 (Virginia San Fratello)의 협조로 실현된 작품이다.

제작 경비는 $120,000 (약 1억 4천만원 정도)였고, 원래 의도는 일체의 보수 작업 없이 처음의 상태로 둠으로써 세월과 함께 주변과 함께 어우러지면서 낡아가는대로 놔두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계획은 누군가가 외벽에 낙서를 하고, 내부 물건들을 다 훔쳐가는 사건이 일어나면서 본의 아니게 수정을 하게 되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곳은 관광명소로 자리잡게 되어 수많은 미술 애호가들이 방문하게 이르렀고, 유명 연예인들도 방문하여 그들의 인스타그램에 인증샷을 남기기도 했다.

프라다 마르파 앞에서 인증샷을 남긴 유명 가수 비욘세

(포스트모더니즘 작품답게 뭐라 부르기 애매한) 이 조각 (?) 작품은 원룸 형식의 프라다 매장처럼 제작하면서 외벽은 흰 스터코 석회벽으로 만들고 주변 삼면은 울타리를 둘러 마무리하고, 매장 안 쪽에는 (프라다 측에서 기증을 받은) 실제 프라다 제품들을 전시한 것이다.  물론 완벽한 건축물은 아니기 때문에 가게 앞쪽의 문은 실제로 드나들 수 있도록 작동하는 문은 아니다. '엘름그린 앤 드라그셋'이라는 명칭으로 알려진 작가들은 덴마크 출신의 마이클 엘름그린 (Michael Elmgreen)과 노르웨이 출신의 잉가르 드라그셋 (Ingar Dragset)으로 둘은 1995년 이래 공동작업을 해오고 있는 포스트모더니즘 미술 작가들이다. 현재 베를린을 기점으로 활동을 하고 있는 이들은 주로 건축의 양식을 택한 조각/건축 작품을 제작하는데, 이렇게 제작된 가상의 공간을 통해 풍자가 담긴 유머와 위트를 담아 사회문화적 이슈를 언급하는 방식을 취한다. 

예를 들어 2013년에는 영국의 빅토리아 앤 앨버트 뮤지엄을 가상의 건축가 노만 스완의 저택으로 변모시키는 작업을 하기도 했고, 2015년에는 서울의 플라토 미술관 (예전의 로댕미술관)을 철학가 질 들뢰즈의 아이디어에서 영감을 받아 공항으로 변모시키는 작업을 하기도 했다.     

2015년 서울의 플라토 미술관에서 열렸던 전시 <<Aéroport Mille Plateaux>> 엘름그린 앤 드라그셋이 플라토 미술관 전체를 가상의 공항 공간으로 변모시켰다. '천개의 고원 공항'이라는 의미의 전시회 제목은 <천개의 고원>이라는 철학가 질 들뢰즈의 저서에서, 그리고 그의 유명한 '유목민'이라는 개념에서 공항이라는 아이디어를 가져왔으리라.  
새벽녁의 프라다 마르파
인스타그램의 인증샷 코너로 자리잡은 프라다 마르파. 왼쪽 옆에 서 있는 말 한 마리가 아~ 텍사스군! 하는 느낌을 완성시켜주고 있다. 

과연 그들의 작품은 '조각'인가 '건축물'인가? 그들의 작품은 '설치 미술'인가 '대지 미술'인가?  아니면, '개념 미술'인가?  그들의 '가상 공간 만들기'라는 개념은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했던 장 보드리야르의 '하이퍼리얼리티'라는 개념과도 상통한다는 면에서 명실공히 포스트모더니즘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수많은 이들의 인스타그램의 화면을 장식한 프라다 마르파.  언제 찍었나 누가 어떻게 찍었냐에 따라 그때 그때 다른 그의 작품은 어떤 의미에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이들의 셀카 속에서 또 다른 형태의 예술 작품으로 탄생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다른 각도 다른 시각의 프라다 마르파의 모습을 몇 개 더 보너스로 싣는다.

아쉬운대로, 답답한 요새 사진으로라도 쇼핑도 하고 여행도 하는 기분 만끽하십사~ 올려봅니다~ 

posted by 잠자는 집시
2020. 9. 1. 19:20 미술 이야기

아이스크림 트럭에 친숙한 미쿡 아이들이 봤다면 통곡을 할 장면이 연출되었다.  다행히 진짜 아이스크림 트럭은 아니고, PET (Polyethylene terephthalate)라고하는 플라스틱 수지로 만들어진 작품.  2006년 호주의 시드니 한 해변가에 등장한 독특한 작품이다. 

James Dive (the Glue Society), Hot With a Chance of a Late Storm

회화 작품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조각이라고 하기엔 애매한, 굳이 규정 짓자면, 설치 작품이라고 불릴만한 작품이다.  <<더운 날씨, 늦게 폭풍우의 가능성 있음 (Hot With a Chance of a Late Storm)>>이라는 제목이고, 개인 작가가 아닌, '접착제 협회'라고 번역해야하나?  "글루 소사이어티 (The Glue Society)"라는 그룹의 작품이다. (일부 기사에는 그 그룹에 속하는 제임스 다이브(James Dive)라는 작가의 작품이라고도 나와있다).  1998년 설립된 이 그룹의 경우 전직 광고 제작자였던 조나단 니본 (Jonathan Kneebone)과 게리 프리드만 (Gary Freedman)이 설립한 크리에이티브 콜렉티브 (예술가 공동체)로 뉴욕과 시드니에 회사를 두고 있다. 이 그룹에 대해서 알려진 바가 많지는 않지만, 다양한 분야에 걸쳐서 작업을 하고 있어서 미디어 작업부터 그래픽 디자인과 조각, 설치, TV 광고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다.  환경문제에 많은 관심을 표명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작품 역시, 지구온난화를 경고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듯 하다.   일례로 최근 글루 소사이어티의 작품으로 알려진 '오렌지나 캐논볼 (Orangina Canonball)' (2013)이라는 작품은 오렌지나라는 음료수의 광고로 사용된 미디어 작품이다. 

오렌지나 캐논볼 Orangina Canonball (2013)

www.youtube.com/watch?v=YYK9DUcPQug

글루소사이어티의 멤버들의 협작으로 제작된 오렌지나 캐논볼.  '오렌지나'라는 음료수의 광고로 사용되었다. Orangina Canonball (2013) concept by fred & farid, paris, produced by wanda, paris, directed by the glue society’s gary freedman.

 

James Dive (the Glue Society), Hot With a Chance of a Late Storm

 

이 글루 소사이어티 혹은 제임스 다이브라는 작가가 제작한 플라스틱 수지 작품은 포스트모더니즘 미술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우선 모더니즘 시대라면 작가의 이름이 이렇게 불분명한 경우란 상상하기 드물다. 예를 들어, '이 작품은 피카소 아니면 마티스 혹은 에콜 드 파리 작가들의 작품입니다'라고 설명하는 경우를 상상할 수나 있는가?  위의 작품의 원료인 PET 역시 전통적으로 조각의 재료로 사용되는 제품은 아니다.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의 예술은 모더니즘 시대의 예술과는 확고한 중심이 없다는 것, 그리고 기본이 되는 규범이 부재하거나 그러한 틀을 부정하는 것으로 간략히 요약해 볼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자면,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의 조각을 논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고도 할 수 있다. 왜냐하면,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에 와서는 모더니즘 시대 규정되어왔던 딱딱한 틀을 탈피하려는 노력의 와중에 '장르의 파괴'가 큰 특징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기존의 회화와 조각 사이의 구분이 애매해지고, 더이상 '캔버스에 유화'나 '대리석'과 같은 명확한 매체의 사용도 드물어졌다. 갤러리에 전시되어 있는 작품 옆 라벨에는 '혼합매체'라고 표기된 것이 더 많아진 연유다. 그리고, 조각이라고 규정짓기 애매한 '설치 미술'도 늘어났기 때문.  그리고 이 '글루 소사이어티'의 여타 작품들을 봐도 장르를 규정하려는 노력이 얼마나 부질없는지 알 수 있다. 이런 것이 포스트모더니즘 미술이다. 

포스트모더니즘이 열심히 부정하려는 틀과 장르, 규범. 그런데 모더니즘식으로 규정된 수업의 내용으로는 그 범주를 어렴풋이나마 만들어서 진행시켜야한다는 점. 그것이 힘들면서도 재미있는 점 중에 하나라고 수업을 준비하면서 생각해보았다.  

James Dive (the Glue Society), Hot With a Chance of a Late Storm

 

posted by 잠자는 집시
prev 1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