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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0. 7. 14:02 일상 이야기

한동안 나의 방울토마토와 허브 생장 보고서를 올리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한동안은 너무 바빠서 사진을 찍을 틈은 커녕 가지를 정리할 틈도 없었다.  우리집에 들인 이상, 일주일에 한번 정도 물을 주면서 최소한의 의리만을 다하며 한 여름을 보냈더니, 한동안은 방울토마토 가지가 베란다 빨래대까지 걸쳐질 정도로 너무 울창해져서 물을 주기 위해 베란다에 발을 들이기도 힘들 정도였다. 그러다 보니 사진 각도도 잘 안나올 정도였고, 그렇다고, 화분 옮겨가며 사진을 찍을 만한 시간도 맘의 여유도 없었기에 블로그에 생장보고서를 올리지 못했다. 

며칠 전, 날씨도 선선해지고 해서 맘 잡고 가지 치고 잎정리 해주고 나서도 사진을 찍기엔 주변의 지저분함이 그대로 드러나 미뤄왔다. 오늘은 그래도 가을이 무르익기 전에 사진으로 한 번 정리해보기로 맘 먹었다.   비도 오고 그래서~

간간히 방울 토마토 두세개씩은 꾸준히 수확하긴 했는데, 가지가 무성해지는 동안 무심했던 대가는 컸다. 오늘 다시 보니 방울 토마토 몇 개가 조롱조롱 달린 가지가 무거움을 견디지 못해 꺾여 있어서 수분 공급이 안되어서인지 그대로 익기보다는 말라가는 것 같았다. 안타까운 맘에 잘라서 물꽂이를 해버렸는데, 익어줄지 모르겠다.  눈물이 앞을 가리고 맴이 찢어진다. 그 와중에 꽃들도 무성하게 피었는데...

무성해진 가지에 매달리다보니 방울 토마토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가지가 꺾여서 수분 공급이 안되고 있었다. 눈물을 머금고 가지를 잘라 물꽂이를 해줬다. 얘들은 이러한 악조건에서도 익을까?

슈퍼에서 사다 먹고 남은 씨를 뿌린 파프리카와 아보카도가 무럭무럭 자랐다.  아보카도는 씨앗 4개를 심었는데, 세 개가 성공했다.  내가 같이 샀을 뿐 각각의 아보카도의 성장배경이 다르기도 했겠지만, 씨앗 세개의 생장하는 모습이 각각 다른게 참 신기하다. 

아보카도 1호에서 3호까지. 각각의 성장 속도도 자라는 모습도 다른것이 신기하다. 열대에서 자라는 식물이라 그런지 잎 크기가 장난아니게 크다. 아열대로 변했나 싶게 더워진 대한민국의 여름을 몇 차례 보내다보면, 내 베란다에서 아보카도를 수확할 날이 올까? 그렇지 않다고는 해도 시든 부분하나 없이 시원시원하게 자라나는 잎사귀들을 키워내는 것 만으로도 기특하다. 

파프리카는 무성한 씨앗을 우두두 다 뿌렸더니 웃자라고 겉자라고...  다 솎아주고 튼튼한 줄기만 살려주었더니, 한 여름에 노란 파프리카 딱 하나가 이상한 모양으로 열리긴 했는데, 아무래도 식용이 될 정도로 크지는 못했다.  파프리카가 제대로 열린 적은 없는데 잎사귀들은 무성했고 그것만으로도 그냥 대견해했다.  그런데, 며칠전에 보니 어느새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파프리카 꽃들. 왼쪽에는 꽃이 떨어지고 몽오리가 맺히는것 같은데... 이게 파프리카가 될까? 기대중~

 

집에 들일 때엔 잎사귀가 두개 였던 풍란. 이번 봄부터 여름까지 꽃을 계속 피워냈다. 몇 년 사이 두개가 더 자랐다. 얼마전 보니 또 작은 잎사귀가 올라온다. 귀여워~
레몬밤, 바질, 오른쪽은 페퍼민트.  한동안 더 무성했었는데, 계속 잘라서 차로 마시고 하다보니 짧아졌다. 페퍼민트는 한여름 물 한번 빠뜨려먹었다고 죄다 말라버려서 가지를 다 잘랐더니, 또 새로 뽀송뽀송 자라고 있다. 

4월의 비는 5월의 꽃을 부른다는데, 10월의 비는 무엇을 위한 것일까? 겨울을 재촉하는걸까?  남은 가을 힘껏 자라주면 좋겠다.  조그마한 식물들이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열심히 살아내는 모습을 보다보면 자연과 생명에 대한 경의를 느끼게 되고, 다시금 겸허하게 삶의 의지를 다지게 된다. 

p.s. 직전의 허브 생장보고서를 참고하시면 생장의 변화된 면면을 볼 수 있어요~

posted by 잠자는 집시
2019. 8. 4. 17:39 일상 이야기

한동안 내팽개쳐뒀더니, 방울토마토는 웃자라고 곁자라고 가지가 엉키고 설키고 베란다의 빨래대까지 타고 올라갈 정도라 도저히 카메라의 한 화면에 담지 못할 정도로 크다. 그리고, 파종한 허브들은 그 사이 운명하신 것도 있고 나름 잘자란것도 있는데, 정성들여 키우질 못했더니 이쁘게 자라지는 못한거 같다. 

레몬밤, 라벤더, 바질. 중간에 비는 부분은 원래 로즈마리가 심어져 있었는데, 과습인지 다 운명하셨다. 더 풍성하게 자란다고 해서 가끔 윗부분 잘라서 차로 마시기도 했는데도 키는 많이 컸다. 무성한건 모르겠고. 레몬밤의 잎 끝이 거뭇거뭇한건 왜 그런지 모르겠다. 

 

지난 4월 처음으로 들였을때의 뽀송뽀송했던 모습. 지금보니까 라벤더는 수종이 달라보일정도로 이상하게 자랐다. 
지난 4월의 유칼립투스
오늘날의 유칼립투스.  성장속도가 더뎌서 크는 줄 모르겠더니 지금 처음이랑 비교해보니 얘도 꾸준히 꽤 자랐다. 뿌듯하다~

그리고 파프리카와 아보카도는 수퍼서 사서 먹고 씨를 뿌렸는데, 세상에나 싹이 엄청나게 자랐다. 파프리카는 원체 씨가 많으니까 뿌린 자리에서 너무 많이 나서 빈약한 애들은 뽑아 버리고 키웠는데, 그 중 하나에서 못생기고 작지만 파프리카 하나가 열려있어서 너무 신기했다. 

나의 생애 첫 파프리카 열매

그리고 아보카도는 씨 4개를 심어뒀더니 3개에서 싹이 났다. 한동안 뒀더니 한화분에서 너무 비좁게 크는듯 해서 엊그제 분갈이 해줬다. 지금까지 아직 새 화분에 적응하느라 잎이 축 쳐져 있긴 한데, 잎사귀 크기가 엄청 크다. 역시 열대에서 크는 애들답다.  이제 넓은데 이사했으니 쑥쑥 크기를. 

아보카도 3개 중 가장 잎이 큰 아이. 이파리 큰건 왠만한 사람얼굴만함.
아보카도 세 개 중 가장 키가 큰 애. 
토마토는 전체를 화면에 다 담기는 불가능해서 이렇게 부분 촬영. 가지를 잡다보니 손가락 모양새가 조금 이상한데 양해 바람. 

그 밖에 허브 중에서는 레몬밤과 페퍼민트가 제일 잘 크는 것 같다. 딜은 지나치게 웃자라더니만 지 크는 속도를 못이겼는지 지풀에 푹 쓰러지더니 그길로 운명. 그리고 아예 싹이 안튼 화분도 몇개 있다. 야로우라는 허브도 잘자랐는데, 잊고 안찍었고, 하나는 이름을 잊어버렸다. 담에 업뎃하는 걸로. 

레몬밤
페퍼민트

앞으로는 좀 더 신경써서 키워줘야지.  더운 날 무럭무럭 잘 자라기를~ 

그리고 마지막으로 보너스 이미지.  워홀의 'Before & After' (1961)

Warhol, Before and After (1961) casein on linen ; 137.48 x 178.44 cm, San Francisco Museum of Modern Art

 

posted by 잠자는 집시
2019. 8. 4. 01:50 일상 이야기

사실 수확이라고 하기엔 미미하지만....  

작년 말에 뿌린 방울토마토 씨앗들 중에 단 하나의 줄기만 올 곧게 올라와서 어찌된 일일까 궁금했는데, 사실 올 봄 허브랑 여러 종류 파종하고 바쁜일이 계속 닥쳐서 미처 신경을 못쓰고, 때맞춰 물이나 주는 일도 겨우 할 정도의 나날이었다. 허브들은 거실 안쪽에서는 아무래도 기껏 싹만 틔우거나 아니면 웃자라기만 하는 것같아서 베란다 쪽으로 내놓고서는 자주 돌봐주지도 못했다. 그리고 가끔 물을 줄 때도 밤인 경우가 많아 사진 촬영도 용이하지가 않았다.  (오늘도 밤에 시도해서 몇 장 찍어봤으나 다 실패...)

오늘은 수확한 토마토와 허브만 한 컷!

 

posted by 잠자는 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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