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병과 사자 :: '2019/10 글 목록 (2 Page)
2019. 10. 10. 10:59 일상 이야기

좀 지난 얘기지만, 지난 7월 말 자칫 잘못하면 영화 아마겟돈 실사판 장면이 벌어질 뻔 했다는 것을 아시는지?

1998년 영화 <아마겟돈>  행성이 지구에 충돌하는 것을 막기 위해 대기권 밖에서 행성과 맞불 작전을 펼칠 로켓을 발사시킴으로써 지구를 구하려는 영웅들이 출동하는 영화.  NASA와 브루스 윌리스만 있으면 지구는 영원히 안전할 것이라 믿게 해준 영화이다. 

혹시 가짜 뉴스인가 싶어서 몇 개의 사이트를 확인해 본 결과, 2019년 7월 24일  축구장 크기의 소행성이 지구를 약 7만3천㎞ 거리를 두고 지나갔다고 한다.  올해는 무사했다는 의미인지, 그 행성 이름을 "2019 OK"라고 붙인 모양이다. 

서울과 부산 거리 400 Km라는 걸 염두에 둔다면 엄청 먼 거리 같지만, 지금 얘기는 우주의 이야기.  그 거리라고 해봤자, 지구와 달 거리의 약 5분의 1밖에 안 되는 셈이라고.  지구와 그 미지의 행성과의 거리는 사실 눈과 눈썹의 거리라고 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만약 지구와의 충돌이 실제로 일어났었더라면, 도시 하나는 가볍게 파괴되었을 것이라고 한다. 

2019 OK 행성이 지구를 아슬아슬 비껴났다는 뉴스~

영화 "아마겟돈"에서와는 달리, 지구 근접 천체 (NEO) 감시활동 [Near-Earth Object Surveillance Mission]을 주도해온 그 이름도 유명한 NASA에서도 불과 몇 시간전에서야 확인을 했었고, 이 정보가 널리 알려진 것은 그 아슬아슬한 통과가 일어난지 몇 주나 지나고 나서였다고.   나사 측에서는 그 이유로 16일 보름달이 떠서 주변이 너무 밝아서라는 둥, 24일 당일은 구름이 많아서라는 둥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고는 하나, 요는 앞으로도 그런 식으로 지구의 위험을 미리 알 수 없을 수도 있을 뿐더러, 이번 경우만 해도, 사실상 알았다고 한들 그 대비를 세울 방책도 지금의 상황에서는 딱히 없었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라는 것이다.  영화 아마겟돈에서는 미리미리 알고, 우리의 영웅 브루스 윌리스와 밴 에플렉 등 믿음직한 영웅들이 지구와 충돌하려는 행성과 맞짱을 뜨러 출발하지만 말이다.  

이번에 이 뉴스를 접하고 나니 새삼 이전에도 그렇게 우리가 모르고 지난 일이 없다고 할 수 없지 않을까 하는데 생각이 미쳤다. 무서운 일이다.  그리고 그보다 더 무서운 것은, 만약 그보다 큰 규모의 행성이 지구를 향해 맹 돌진을 해왔고, NASA가 또 여러가지 이유로 제때 알아내지를 못했고, 그게 충돌한 지점이 내가 사는 곳이었다면, 난 이전 폼페이 주민들이 화산에 속수무책 당했듯이 그렇게 스러져 갔을 것이라는 것이다. 

이건 그랜드 캐년 앞에서 인간의 존재의 미약함을 새삼 깨달으며 자연의 위대함에 겸허해지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공포이다. 이 때 느껴지는 겸허함이란 이전의 겸허함과 비할 바가 아니다.  그리고, 정말 인명은 재천이고, 언제 죽을지 모르는 인생, 그냥 하루하루 자~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여담이지만, 예전에 <환상특급>의 에피소드 중 하나가, 일상에 쫓겨 스트레스 받던 주부였던 주인공이 어느날 우연히 자유자재로 시간을 멈춰서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수 있게 할 수 있는 팬던트를 갖게 되면서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주인공이 어느 날 '조용히 좀 해!'을 외치고 여가를 즐기던 중, 자신의 뜰에 나섰다가 커다란 핵폭탄이 자신의 동네의 길 건너로 떨어지다 멈춰진 것을 발견한다.  자~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영원히 주변을 '스톱!'시킨 상태에서 혼자서 삶을 영위할 것인가? 아니면 그 스톱이라는 상태를 얼음 땡! 해서 풂으로써 그냥 다 함께 세상을 마감할 것인가?  어린 맘에 실제로 그런 상황이 내게 일어난다면 어쩔 것인가 한동안 꽤 한참 생각했었던 기억이 난다.   

혹시나하고 유튜브 검색해보니 있다!  언제까지 링크가 지속될지, 영상이 유효할지 모르나 일단 걸어둔다~  영상 올린분도 환상특급 (원제, Twilight Zone) 중에는 최고였다고. 

Twilight Zone Peace And Quiet - THE BEST ONE

 

 

 

 




posted by 잠자는 집시
2019. 10. 8. 08:16 일상 이야기

일전에 내가 애청하는 프로그램으로 <옥탑방의 문제아들>에 대한 글을 올린 적이 있다. 사실 거기 나오는 문제라고 해봐야, 그걸 모른다고 사는 데 지장 전혀 없는, 안다고 해서 그닥 필요없는 문제들인데, 질문을 들은 이상 궁금해 죽겠는 문제만 내는 프로그램이다.  볼 때도 있고, 못 볼때도 있긴 하지만, 여전히 좋아하는 프로그램이고, 시청을 할 때면, 내 전공이 전공이다보니 미술에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는 더 귀를 기울이게 된다. 어제는 모나리자에 대한 문제가 나왔는데, 모나리자의 눈썹이 없고 머리숱이 가늘고 없는 이유가 무엇인가? 하는 것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그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모나리자>이다보니, 모나리자에 대한 '카더라 통신' 스토리도 무척이나 많다.  모나리자가 지방 유지인 상인의 아내, 리사 부인인 줄 알았냐? 실은 교묘하게 그려놓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 자신의 자화상'이지롱~이라는 설, 워낙 동분서주 공사다망하신 화가시다보니 깜빡 그녀의 눈썹을 그리는 걸 잊었다는 설, 그리고 기타등등 기타등등, 눈썹이 없는 이유로 다른 질병들을 원인으로 꼽기도 했다. 그런데, 어제 옥.문.아.에서는 모나리자의 모습이 그림처럼 나타난 이유가 '갑상선 기능 저하증 때문에 눈썹과 머리카락 등의 탈모, 그리고 손의 부종등이 일어난 것'이라는 것이 해답이었다. 

내가 <옥.문.아>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이렇게 미술에 관한 문제도 많다는 것도 있는데, 일전에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수많은 프로젝트를 하다말다 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이 나왔고, 그 해답으로는 그가 ADHD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증후군)를 앓았기 때문이라 했다.  물론 그가 원체 인기폭발이라 여러곳의 요청을 받아 하는 일도 많았고, 워낙 천재적이라 머리속에 떠오르는 프로젝트가 많아 벌인 일이 많았다. 덕분에 무엇하나 제대로 끝내지를 못해 그 유명한 레오나르도 다 빈치인데 완성작이 15점에 불과하다. 그가 일을 벌이기만 하고 매듭을 제대로 짓지 못했던 이유가 그가 지나치게 바쁘거나 천재적이라는 것 이외에 ADHD를 앓았다고 생각하면 납득되는 부분이 없지는 않다. 물론 확인할 길은 없다 생각이 들지만 말이다.     

사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워낙 유명한데다 완성작이 드문 그이기에 레오나르도의 원작인가 아닌가 하는 논란이 있는 작품은 많다. 세상에서 제일 비싼 작품인 <세계의 구원자 (Salvator Mundi)> 역시 여전히 논란이 가시지 않은 작품이다. (이 작품에 대한 글을 올린 적도 있다)

Leonardo da Vinci, Salvator Mundi (Savior of the World) (c.1500) oil on walnut ; 45.4 cm × 65.6 cm

오늘은 웃자고 한일에 죽자고 달려들지는 않을 거고, 그런 설도 있구나 하고 넘어갈거다. 

다만, 이제까지는 위작 내지는 제자들의 작품이라 알려졌다가 최근 들어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원작이라고 판명된 작품 하나만 소개하고 넘어갈까 한다.이름하여 소장자의 거처에서 이름을 따서 "아일워스 모나리자 (Isleworth Mona Lisa)."  수 많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작품이 그러하듯이, 지금은 맞지만 나중은 틀릴 수도 있긴 하지만, 일단은 맞다고 의견일치 된 순간을 기념하며, 잠시 젊은 날의 모나리자를 감상해보자.

Isleworth Mona Lisa (1503-1516) oil on canvas ; 84.5 x 64.5 cm 

     

posted by 잠자는 집시
2019. 10. 7. 14:02 일상 이야기

한동안 나의 방울토마토와 허브 생장 보고서를 올리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한동안은 너무 바빠서 사진을 찍을 틈은 커녕 가지를 정리할 틈도 없었다.  우리집에 들인 이상, 일주일에 한번 정도 물을 주면서 최소한의 의리만을 다하며 한 여름을 보냈더니, 한동안은 방울토마토 가지가 베란다 빨래대까지 걸쳐질 정도로 너무 울창해져서 물을 주기 위해 베란다에 발을 들이기도 힘들 정도였다. 그러다 보니 사진 각도도 잘 안나올 정도였고, 그렇다고, 화분 옮겨가며 사진을 찍을 만한 시간도 맘의 여유도 없었기에 블로그에 생장보고서를 올리지 못했다. 

며칠 전, 날씨도 선선해지고 해서 맘 잡고 가지 치고 잎정리 해주고 나서도 사진을 찍기엔 주변의 지저분함이 그대로 드러나 미뤄왔다. 오늘은 그래도 가을이 무르익기 전에 사진으로 한 번 정리해보기로 맘 먹었다.   비도 오고 그래서~

간간히 방울 토마토 두세개씩은 꾸준히 수확하긴 했는데, 가지가 무성해지는 동안 무심했던 대가는 컸다. 오늘 다시 보니 방울 토마토 몇 개가 조롱조롱 달린 가지가 무거움을 견디지 못해 꺾여 있어서 수분 공급이 안되어서인지 그대로 익기보다는 말라가는 것 같았다. 안타까운 맘에 잘라서 물꽂이를 해버렸는데, 익어줄지 모르겠다.  눈물이 앞을 가리고 맴이 찢어진다. 그 와중에 꽃들도 무성하게 피었는데...

무성해진 가지에 매달리다보니 방울 토마토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가지가 꺾여서 수분 공급이 안되고 있었다. 눈물을 머금고 가지를 잘라 물꽂이를 해줬다. 얘들은 이러한 악조건에서도 익을까?

슈퍼에서 사다 먹고 남은 씨를 뿌린 파프리카와 아보카도가 무럭무럭 자랐다.  아보카도는 씨앗 4개를 심었는데, 세 개가 성공했다.  내가 같이 샀을 뿐 각각의 아보카도의 성장배경이 다르기도 했겠지만, 씨앗 세개의 생장하는 모습이 각각 다른게 참 신기하다. 

아보카도 1호에서 3호까지. 각각의 성장 속도도 자라는 모습도 다른것이 신기하다. 열대에서 자라는 식물이라 그런지 잎 크기가 장난아니게 크다. 아열대로 변했나 싶게 더워진 대한민국의 여름을 몇 차례 보내다보면, 내 베란다에서 아보카도를 수확할 날이 올까? 그렇지 않다고는 해도 시든 부분하나 없이 시원시원하게 자라나는 잎사귀들을 키워내는 것 만으로도 기특하다. 

파프리카는 무성한 씨앗을 우두두 다 뿌렸더니 웃자라고 겉자라고...  다 솎아주고 튼튼한 줄기만 살려주었더니, 한 여름에 노란 파프리카 딱 하나가 이상한 모양으로 열리긴 했는데, 아무래도 식용이 될 정도로 크지는 못했다.  파프리카가 제대로 열린 적은 없는데 잎사귀들은 무성했고 그것만으로도 그냥 대견해했다.  그런데, 며칠전에 보니 어느새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파프리카 꽃들. 왼쪽에는 꽃이 떨어지고 몽오리가 맺히는것 같은데... 이게 파프리카가 될까? 기대중~

 

집에 들일 때엔 잎사귀가 두개 였던 풍란. 이번 봄부터 여름까지 꽃을 계속 피워냈다. 몇 년 사이 두개가 더 자랐다. 얼마전 보니 또 작은 잎사귀가 올라온다. 귀여워~
레몬밤, 바질, 오른쪽은 페퍼민트.  한동안 더 무성했었는데, 계속 잘라서 차로 마시고 하다보니 짧아졌다. 페퍼민트는 한여름 물 한번 빠뜨려먹었다고 죄다 말라버려서 가지를 다 잘랐더니, 또 새로 뽀송뽀송 자라고 있다. 

4월의 비는 5월의 꽃을 부른다는데, 10월의 비는 무엇을 위한 것일까? 겨울을 재촉하는걸까?  남은 가을 힘껏 자라주면 좋겠다.  조그마한 식물들이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열심히 살아내는 모습을 보다보면 자연과 생명에 대한 경의를 느끼게 되고, 다시금 겸허하게 삶의 의지를 다지게 된다. 

p.s. 직전의 허브 생장보고서를 참고하시면 생장의 변화된 면면을 볼 수 있어요~

posted by 잠자는 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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