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병과 사자 :: '2019/11/28 글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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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11.28 내맘대로 작품보기-현대를 관통하는 고전?
2019. 11. 28. 21:24 미술 이야기

처음 아래의 이미지를 봤을 때, 나는 '아폴로와 다프네' 신화의 현대적 해석인줄 알았다.  고대 그리스 로마 신화 중 널리 알려진 이야기 중에 하나인 '아폴로와 다프네' 이야기.

아름다운 다프네가 끈질기게 쫓아오는 아폴로를 피하기 위해 아버지에게 구원을 요청한다.  최고 계급의 아폴로보다는 한참 그보다 등급 낮은 강의 신이었던 아버지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고작해야 금쪽같은 딸의 육신을 월계수 나무로 바꾸는 일.  확대 세부 버전의 다프네의 손은 그녀의 따뜻한 피가 흐르던 몸이 월계수 나무로 변화하는 과정을 포착한 것이다.  난 예전에 영화 '화양연화'에서 장만옥의 손만 확대해서 비추는 장면을 보고, 인간의 손이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지 깨달은 적이 있었다.  이번에 본 아래의 '손'의 그림도 많은 감정을 전달해준다.  피하려고 해도 피할 수 없는 운명과 싸우다가 최후의 수단을 택하는 소녀의 애잔한 손짓.   자신의 육신과 작별하면서 느낄 수 있는 절망과 체념이 고스란히 전달되는 듯하다.  

따뜻한 피가 흐르던 다프네의 손이 월계수로 변화하는 순간.  손만 보였을 뿐인데, 그녀의 절망 체념 애잔함이 전해지는 듯하다.   René-Antoine Houasse,  Apollo et Daphne (1677) 세부 oil on canvas ; 158 x 121 cm, Palace of Versailles

앞서 언급했듯이, 난 이 세부만 확대한 부분에 묘사된 손만을 봤을 때에는 이 작품이 고대 신화 에피소드에 대해 요새 작가가 시도한 현대적 해석인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좀더 찾아보니, 이 손의 부분은 커다란 작품의 일부를 잘라 확대한 것이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원작이 현대 작품이 아니었다것도. 무려 이 손이 포함된 전체 작품은 두둥~

베르사이유 궁에 어울리는 광택나는 화려한 버전의 아폴로와 다프네~  René-Antoine Houasse,  Apollo et Daphne (1677)  oil on canvas ; 158 x 121 cm,  Palace of Versailles

현재 소장처는 베르사이유 궁이던데, 왠지 베르사이유 궁에 소장될 법만한 분위기의 작품이다.  바로크 내지 로코코스럽다.  그곳에 사시는 왕족이나 귀족들이 선호할 만한 분위기랄까?  오늘날 많은 사람들의 취향에는 다소 과해서 오히려 촌스럽다고도 느껴질 수 있는...    

난 이렇게 세부를 관찰하는 것과 전체를 감상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이토록 다른 감정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실감했다.  미술관에 접근 금지 줄에 다리가 걸리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커다란 경보음이 울리지 않을 정도로  몸을 가능한한 바짝 작품에 가까이하고 목을 쭉빼고 그림을 살펴본 경험이 없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이번 경우는 아무래도 내가 원작을 알지 못했고, 부분을 잘라내서 확대한 부분을 먼저 봐서 그런 것 같지만, 여하튼 상당히 새로운 경험이었다. 앞으로는 종종 이런 식으로 작품을 살펴보기도 해봐야겠다 생각하게 되었다.   

 

아마 '아폴로와 다프네'의 이야기를 묘사한 예술 작품 중에서는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이리라.  베르니니의 대리석 조각 작품. 살펴보면 살펴볼 수록 이것이 딱딱하고 차가운 대리석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부드러운 몸의 표현과 섬세한 감정의 표현, 세부의 묘사가 더할 나위 없이 뛰어나다.  Gian Lorenzo Bernini, Apollo and Daphne (1625) Marble, 93” at Galleria Borghese

아마 '아폴로와 다프네'의 이야기를 묘사한 예술 작품 중에서는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은 베르니니의 '아폴로와 다프네'일 것이다.  천하의 금수저 엄친아 아폴로의 모습과 그 일대에서 가장 아름다웠다는 다프네의 모습도 더할 나위없이 아름답게 묘사되었다. 더욱이 재료가 대리석임에도 불구하고 아폴로의 손이 닿은 다프네의 살결의 부드러움, 다프네의 표정에 나타난 놀라움과 필사적으로 벗어나고자 하는 모습, 그리고 그들을 감싸는 월계수 잎들과 아폴로의 손이 닿은 곳부터 월계수 나무의 둥치로 변해가는 모습이 애니메이션처럼 생생하고 섬세하다.  이 작품을 보면 회화 작품에서는 얻을 수 없는 감동을 조각 작품이 줄 수 있다는 것을 알게된다.  미켈란젤로와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벌였다는 조각과 회화의 우위 논쟁 때, 이 작품이 만들어졌었더라면 미켈란젤로가 좀 더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었을텐데.... 

posted by 잠자는 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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