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요만큼만' 이라고 바랄 정도로 더할나위 없이 좋은 한가위 명절 추석이 있다면, 미국에는 추수감사절이 있다. 다른 곳은 모르겠지만, 미국은 매년 11월 4번째 목요일로 정하고 있기에, 매년 날짜는 달라진다. 우리 추석도 음력으로 쇠다보니 날짜가 바뀌니까 이점도 비슷하다면 비슷하달까?
미국에 있을 때, 추석마다 가족과 친구들이 행여 타지에서 쓸쓸히 지낼까 연락을 해주곤 했는데, 그땐 오히려 미국에선 아무도 추석을 쇠지 않으므로 별반 느낌이 없었다. 물론 연락을 주는 가족과 친구와 수다 한마당은 벌이고는 했고, 엄청 반갑긴 했지만 말이다. 그러나, 정작 미국 사람 모두가 쇠는 추수감사절엔 한국에서 연락 하나 없었고, 그럴때면 내가 타향에서 혼자 살고 있구나 실감하곤 했다. 물론 돌이켜보면, 추수감사절은 매번 학기 끝무렵이라 딱히 휴일이라고 여유를 만끽하기보다는 연휴찬스로 밀린 자료 조사며 페이퍼 쓰느라 정신없어서 외로워서 괴롭거나 할 틈은 없었던 것 같다. 오히려 추수감사절 당일은 매번 추수감사절 만찬에 초대를 받곤 했는데, 이를 거절하기엔 예의가 아닌거 같아 초대에 응하고는 했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땐 '아~ 이 바쁜 와중에~'라는 생각도 있었지만, 막상 아무에게도 초대받지 않고 나혼자서 숙제나 하고 앉아서 며칠내내 보냈다면 잠들다 베겟잎을 적시거나 벽을 박박 긁었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처음 미국 생활을 했던 곳은 텍사스 오스틴이었다. 그 곳은 그 지역의 말투자체가 강하고 특색이 있어 미국인데도 영어를 쓰지 않는거 같은 느낌조차 들 정도였고 지역색이 강한 곳이었다. 일단 주 자체가 엄청 크고 (전속력으로 달려도 주를 가로지르는데 10시간 이상은 걸린다), 그래서인지 모든게 규모가 컸다. 'Everything is Big in Texas.'가 공공연한 모토였을 정도. 내 선입견인지 몰라도 사람들도 토박이들은 평균적으로 좀 더 덩치가 큰 듯했고, 식당같은데서의 음식량도 어마어마했다. 그곳에서만 발상 가능한 추수감사절 요리 중 하나가 바로 "Turducken" 터~ㄹ더큰 이라고 읽는 이 요리란 과연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칠면조 (turkey) 안에 오리 (duck) 안에 닭 (chicken)을 한마리 씩 통째로 넣어 구운 요리. 이름하야 tur-duc-ken이다.
처음에 슈퍼에서 아예 이렇게 조치를 마친 생 고기를 파는데 표지판에 turducken이라 적혀서 의아해하다 실체를 알고 엄청 놀랐던 기억이 새롭다. 그리고서 친구들끼리 텍사스에서 생각해낼 만한 요리라고 웃었는데, 과연 이것을 처음 만들어 먹기로 한 곳이 텍사스인지는 확실하지는 않다. 혹자는 이게 cajun (루이지애나 지방에 정착한 프랑스인들) 요리라고도 하고, 혹은 야외에서 요리를 할 일이 많던 사냥꾼들이 개발한 음식이라고도 하는데, 정설은 없는 것 같다. 칠면조 중자 하나만 해도 대가족들이 몇끼를 먹기에 충분한 양인데, 꼭 '그렇게까지 해 먹어야 속이 시원했냐~!!'라고 말하고 싶기도 하지만 뭐, 개인마다 취향이 다르고 식욕도 식성도 다르니까....
어쨌든 오늘은 추수감사절을 맞아 '세상에 이런일이~'차원에서 글하나 올려본다.
분명한 것은 우리가 명절하면 떠올리는 각종 전과 잡채, 갈비찜 등으로 풍성한 식탁이 맘을 풍요롭게 해주듯이, 커다란 칠면조 구이와 크렌베리 소스, 에그녹 등으로 가득찬 테이블과 부억을 가득 채운 음식의 향으로 고향을 떠올리는 미국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는 것. 혹 이 글을 읽는 한국에 있는 미국 친구들이 향수를 달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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