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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10.28 서양미술사 개론서 추천
  2. 2018.10.05 데이비드 호크니-팔순의 아이패드
2019. 10. 28. 20:28 미술 이야기

미술사에 대한 관심이 있어서 문화센터 수업을 듣는 수강생이거나 혹은 특강이나 전시 가이드에서 만나는 분들에게서 미술사에 대해서 좀더 공부하고 싶은데 추천해줄 만한 책이 있냐는 질문을 종종 받고는 한다.  내가 가지고 있는 책들을 몇 권 수업시간에 들고 가서 소개를 할 때도 있긴 했는데, 매번 그럴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 책을 늘 들고 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일단 여기 글을 하나 남겨두고자 한다.  물론 관심분야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일단 미술사 분야에 처음 입문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읽었을 책들 몇 권과 개인적으로 인연이 있는 책 몇 권을 함께 소개해보고자 한다. 

먼저 가장 대표적인 책으로는 에른스트 H. 곰브리치<<서양미술사 (원제: The Story of Art)>>이다.

에른스트 H. 곰브리치는 미술사 분야에서는 인지심리학 분야의 권위자로 알려진 인물이지만, 대중들을 위한 미술사 개론서인 <<서양미술사>>, 원제대로 해석해보자면, "예술에 대한 이야기"라는 저서와 어린이들을 위해 출판한 <<세계사>>로 유명인사가 되었다.  특히 <<서양미술사>>는 미술사 개론서 분야의 성서라고도 일컬어질 정도로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 셀러이다.  제목도 'History of Art'가 아닌 'Story of Art'이다. 제목처럼 무겁고 딱딱하지 않게 이야기하듯이 깊이 있는 미술사에 대한 이야기를 평이하고도 유려한 문장으로 풀어나가고 있다.  전혀 사전 지식이 없는 사람이라면 이 책도 다소 어렵다고 느낄 수도 있을지 모르지만, 정말 미술사에 대해서 알고 싶은 맘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이 책을 읽어보기를 권해보는 바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 책은 여러차례 번역이 되었고, 문고판 양장판등 판본도 다양하다.  가장 도판도 훌륭한 최근 버전은 예경에서 나온 것이지만, 인근 도서관에서 빌려 볼 사람이라면 그 곳에 소장되어 있는 버전이라면 어떤 것이라도 크게 상관은 없을 것이다.  나도 처음 미술사에 관심을 갖게 되었을 때, 이 책을 읽고 깊은 감명을 받았음은 물론이다. 나중에 그가 미술사 분야에서도 권위자라는 것을 알고 나서는 더더욱 그가 자신의 전공 분야에 치우치지 않고 진정으로 미술을 사랑하는 따뜻한 마음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 겸허하고도 아름다운 태도에 더욱더 감동을 받았다.  그리고 어떤 분야든 경지에 오른 분들만이 내용을 쉽게 설명해줄 수 있다는 사실도 깨달았고...  

대학의 교양 수준으로 교과서로 채택되는 책들로는 예전에는 H. W. 잰슨<<서양미술사 (원제: History of Art for Young People)>>가 있다.  잰슨의 미술사 책은 한국은 물론이고 미국에서도 오랫동안 대학교의 미술사 교양과목의 교과서로 오랫도록 애용되었지만, 포스트모더니즘이 대두하면서, 서양의 백인 남성 지성인의 시선으로 씌여진 책이라는 비판을 받게 되었다. 이후 이 책 자체도 그러한 비판을 염두에 두고, 기존에 다루지 않았던 제3세계 미술이나 여성 미술 등의 분야들을 보강하여 증보판을 펴내기도 했다. 워낙 오랫동안 교과서로 군림했던 책이다보니, 한국에서도 여러차례 번역이 되기도 했다고 알고 있다.  그런데, 원 책의 내용이 원체 방대하고 크기도 장난 아니게 크다보니, 한국에 출판될 때에는 편역이라는 이름으로 요약본이 주로 출판된 듯하다. 

그리고 잰슨 책의 대안으로 교과서 류의 책들이 출판되는데, 그 대표적 예가 <<가드너의 시대를 통해 본 미술사 (Gardener's Art Through the Ages)>>와 매를린 스톡스태드 (Marilyn Stockstad)의 <<미술사 (Art History)>>가 있다.     대학 교재용으로 출판되는 책들은 매년 새로운 책을 팔아야 하기 때문에 자주 새로운 에디션을 펴내는 편인데, 가드너 책은 최근 에디션으로는 16판이 나왔다. 

Gardner's Art Through the Ages: A Global History 16th Edition

그리고, 매릴린 스탁스태드의 미술사 책은 6번째 에디션이 나왔다. 

Art History (6th Edition)

위의 두 책은 내가 알기엔 한국어로 번역된 적은 없는 것 같은데, 내가 못 찾아낸 것일 수도 있기에 자신은 없다.

 

그 다음으로는 우리나라에서 이 분야의 베스트셀러라고 알려진 <<클릭! 서양미술사>>이다. 

솔직히 말하면, 미국에 있을 때에는 이 책에 대해서도 캐롤 스트릭랜드라는 작가에 대해서도 들어보지는 못했다.  그런데, 한국에 와서 몇 차례 출판 관계자들로부터 이 책이 한국에서는 서양미술에 관한 개론서 중에서는 가장 인기있는 스테디셀러라는 말을 들었다.  궁금한 맘에 몇 번 훑어보았는데, 개인적 소감으로는 이 책의 인기 비결은 '편집의 승리'라는게 개인적 소감이다.  이 책은 원본 보다 한국어판의 편집이 훨씬 더 잘되어 있다는데, 두 세 페이지 안에 각 사조의 특징과 미술사적 의의에 대한 요약이 실려 있고, 대표작가들과 그 대표작이 실려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따라서, 미술사에 대한 사전 지식이 전혀 없는 사람도 이 책 한 권만 잘 읽고 나면 어느 정도 윤곽은 잡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이 장점은 입문자가 선택하기엔 절대적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조금이라도 미술사에 대해서 아는 사람이 개론서라고 꼽기에는 요약이 지나치게 되어 있다고 할까?  대표 사조와 그 대표작가, 대표작 만으로도 그 정도의 부피는 나올 것이니 일단 내용이 너무 빈약하다. 그리고 개인적 소견으로는 그 책의 내용에 실린 내용이 소위 말하는 '카더라 통신'이 여과 없이 실린 것들도 있고, 그렇게 한정된 페이지 안에 굳이 그런 에피소드를 넣을 필요가 있나 싶은 것들도 있어서 좀 아쉬웠다.

 

그 다음으로는 개인적 인연 내지는 사견이 첨가된 추천서이다. 

1. 폴 존슨 (Paul Johnson) <<새로운 미술의 역사 (원제 : ART: A New History)>>

폴 존슨은 유명한 역사학자이지만, 예술에도 조예가 깊은 인물로 아마추어 화가이기도 하다.  노 역사학자가 평생 취미와 직업 사이에서 연구한 결과물이 이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솔직히 이 책은 내가 번역을 하지 않았다면 모르고 지나쳤을지도 모른다.  책의 두께도 두껍고, 폴 존슨의 예술에 대한 내공이 고스란히 담긴 책이라 결코 손쉽게 읽어버릴 책은 아니다.  그리고 저자가 엄밀히 말해서 '미술사학자'는 아니기 때문에, 기존의 미술사 책들과는 예술사조의 구분이나, 작품과 작가 선정에는 차이가 있다. 그리고 개인적 사견이 가감 없이 담긴 점은 곰브리치의 저서와는 대척점에 이른다 할 정도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역사학자의  식견과 예술에 대한 깊은 이해로 이전과는 전혀 다른 관점에서 미술사를 바라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책이었다.  

우연히 발견한 기사인데, 미처 언급 못한 미술사 개론서에 대한 설명도 있기에 덧붙여둔다.

[깊이읽기] 우리 눈으로 … 독특한 눈길로 … 미술사를 다시 본다 [출처: 중앙일보]  

 

2. 데이비드 호크니 (David Hockney)<<그림의 역사 (원제 : A History of Pictures)>>

이 책 역시 내가 번역을 하면서 읽은 책이다.  이 책에 대해서는 블로그의 이전 포스팅에서 "데이비드 호크니-팔순의 아이패드"라는 제목으로 올린 적이 있으므로 그 글을 참고하길 바란다.

앞으로 계속 업데이트 해나갈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이 정도가 소개할 수 있는 미술사 개론서 목록이다.  아름답고도 심오한 미술사를 공부하고 싶은 분이라면 위의 책들을 먼저 읽어보시길 권한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므로... 

posted by 잠자는 집시
2018. 10. 5. 01:30 미술 이야기

데이비드 호크니라는 화가는 인기 작가이기도 하지만 그의 저서를 통해서 널리 알려진 화가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저서로는 Secret Knowledge 라는 책이 있다.  원제는 Secret Knowledge: Rediscovering the Lost Techniques of the Old Masters.

이 책은 한국어로도 번역이 된 걸로 알고 있는데, 국내에서의 인기는 모르겠지만, 해외에서는 엄청난 반향을 일으킨 책이다. 물론 호평만 있는 것은 아니고, 엄청난 논란도 일으킨 책.  

그 책에서 그는 1430년대 이후의 많은 유명 화가들이 실은 렌즈와 카메라 옵스큐라를 사용해서 그림을 그렸음을 밝혔다.  대중들은 '놀랍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이제까지 천재라고 여겨왔던 베르메르나 카라바조와 같은 대가들이 실은 그런 도구와 기구를 사용해서 그렸었던 것을 알게 된데서 오는 '배반감'에 대한 토로도 많았다. 

거기에 엄청난 반대들... 데이비드 호크니를 반대하는 웹사이트에 들어가보면, 자신이 미술교사인데, 학생들에게 한 몇 개월만 가르치면 베르메르나 카라바조 같이 그릴 수 있는 기술을 터득한다며 반증들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의 이러한 폭탄 발언에 대해서는 언론에서도 지대한 관심을 표하며, 인터뷰 방송과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도 했다. 

그 중에 하나가 이것이다.  

David Hockney, The Lost Secrets of the Old Masters: camera lucida obscura (이 곳의 댓글도 반대글이 엄청나다)


많은 논란과 관심을 불러 일으킨 그의 Secret Knowledge 의 후속편 아닌 후속편으로는 2016년 출판된  A History of Pictures: From the Cave to the Computer Screen 이 있다. 

그리고 이 책은 어쩌다가 내가 번역하게 되어서, 출판과 동시에 번역을 진행해서 책의 출판과 거의 동시에 국내에서도 출판된 바 있다. 그 제목하야 A History of pictures 한국어로 <그림의 역사>

국내판은 여기참조. (참고로 표지도 다 데이비드 호크니께서 직접 아이패드 사용해서 그린거라 책에서 언급하심)  


그 책의 내용에는 다음번에 기회가 있으면 가끔씩 언급할테지만, 요번에는 아이패드 관련 소식만. 

캔버스 위의 회화작품 뿐 아니라, 2차원의 모든 작품들 (사진, 드로잉, 영화의 스틸...)을 언급 하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불태우며, 제목에서도 'Painting'이 아닌 소문자 p를 사용한 'pictures'로 한 그.  그 책에서 자신은 새로운 기기가 나오면 반드시 사용해 본다고, 그래서 팩스가 나왔을 때에는 팩스를 이용해서 작품을 제작해봤고, 지금은 아이패드를 이용해서 작업을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과학기술의 발전이 예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한참을 열정적으로 이야기했다. (이 책이 대담집 형식이니까, 이야기 한 것의 기록이므로)  

그 때였다. 내가 '내가 데이비드 호크니 이름을 들은 게 언젠데, 그리고 도대체 팩스 나올때 작업을 할 정도면 나이가 어느 정도 되시나?' 하고 다시 찾아본게.  1938년 생, 만으로 해도 81세 되셨다.  그 때 대단하다 싶었다.  여하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굽히지 않는, 자신이 몰두한 연구의 결과 에 대한 신념.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 얼마나 열심히 연구했겠는가?) 

그리고, 멈추지 않는 탐구열과 성실성. 

물론 호크니는 매 번 옥션에서 고가로 작품이 거래되는 '유명' 작가임엔 분명하나, 대중적 기호에 있어서는 호불호가 있는 작가이고, 비평계 쪽에서도 그를 인기만을 추구하는 가벼운 작가라는 평도 적잖게 있는 터이다.  개인적으로는 그가 그의 원근법에 대한 관심, 동양의 산수화에서 적용된 이동하는 원근법을 적용한 풍경화가 인상적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나중에 미술사적으로는 어떻게 평가될까'라며 궁금해 하던 작가였다. 하지만, 그 때 그의 열정적인 탐구심과 노력과 성실성에 대해서는 깊은 경의를 품었었다. 

David Hockney, Garrowby Hill (1998), oil on canvas ; 152.4 x 193 cm, Museum of Fine Arts, Boston

David Hockney, Road to Thwing 제작 장면, 2006년


그런데, 오늘 기사를 하나 봤다. 팔순의 그가 아이패드로 작업해서 그 결과물인 스테인드 글래스를 웨스트민스터 대사원에 설치하기로 했다는.  (뉴스는 여기를 참고)

David Hockney and The Queen’s Window. Photo by Alan Williams.

결국, 모든 논란을 재우는 것은 성실과 끈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한번 욕하고 비난하기는 싶지만, 한 분야를 열정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끊임없이 오랫동안 연구하고 실험하고 생산물을 만들어내기란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혹자는 신념을 이야기 할 수도 있으나, 진정한 신념은 끈기와 성실한 노력과 함께 성장하고 확립된다. 안그러면 x고집.) 

posted by 잠자는 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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