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병과 사자 :: '레오나르도 다 빈치' 태그의 글 목록

'레오나르도 다 빈치'에 해당되는 글 2

  1. 2020.05.12 미켈란젤로의 쇼핑 리스트
  2. 2019.10.08 <옥탑방의 문제아들>과 모나리자
2020. 5. 12. 00:01 미술 이야기

오늘 소개할 드로잉은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작가 중 하나인 미켈란젤로의 장보기 목록 - 청어, 토르텔리 (라비올리의 일종으로 네모난 만두 같은것), 페넬 스프 두 그릇, 앤초비 네개, 그리고 (이게 정확하게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지만) 'a small quarter of a rough wine' (아마도 적은 양의 정제가 안된 저렴한 와인이 아닐까싶다). 그리고 심부름을 시킬 하인이 글을 모른 관계로 알아보기 쉽게 일러스트레이션에 해당하는 드로잉을 덧붙인 것이다.  

미켈란젤로가 글을 읽지 못하는 하인을 배려해 남긴 쇼핑 목록과 드로잉 (1518년) 

문맹인 하인에게 심부름을 시키기 위해서 일필휘지로 슥삭슥삭 남긴 드로잉인데도 불구하고 그의 필력이 느껴진다. 그의 대작들, 즉 시스틴 천장화나 다비드 상은 자주 접해봤기에 친숙하다면 친숙하지만, 그의 이런 생활밀착형 드로잉을 보는 것은 처음이라 신선하기 이를데 없다.  그리고 생각해보면 너무도 당연하지만, 천하에 없는 거장이라도 매일매일 이렇게 장을 보고, 음식을 만들어 먹고 했구나 새삼 자각하게 된다.  미켈란젤로는 나랑은 무관한 옛날 옛적에 살았던 천재라고만 생각했는데, 이런 드로잉 하나로 그와 나와의 거리가 확 가까워진듯하다. 

미켈란젤로의 걸작 시스틴 천장화에서 '아담의 탄생' 장면
미켈란젤로의 걸작 '다비드' 상

그와 같은 천재도 이렇게 매일매일 일상이라는 것들로 채워진 인생을 살았다고 생각하면, 별 특별할 것도 없는 나도 매일매일 일상을 충실히 채워가야겠다는 각오 (?)같은 것도 생긴다. 

p.s. 이번 포스팅을 올리고나서 이전에 올린 글 하나가 생각이 났다.   보티첼리와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아직 경제적 여유가 없던 도제 시절, 둘이 음식점 겸 숙박업소를 동업으로 잠시 경영했다는 것을...  그렇다. 미켈란젤로 뿐 아니라 보티첼리와 레오나르도 다 빈치 모두 매일매일 생활하는 생활인이었다.  뭐지? 이 말할 수 없이 가슴 속 깊숙한 곳에서부터 치밀어 오르는 친밀감은?

Leonardo da Vinci, Mona Lisa (c. 1503–1506), oil on poplar panel ; 77 × 53 cm, The Louvre Museum, Paris  

 

Sandro Botticelli, The Birth of Venus (c. 1484–1486). Tempera on canvas ; 172.5 × 278.9 cm (67.9 in × 109.6 in). Uffizi, Florence

 

 

posted by 잠자는 집시
2019. 10. 8. 08:16 일상 이야기

일전에 내가 애청하는 프로그램으로 <옥탑방의 문제아들>에 대한 글을 올린 적이 있다. 사실 거기 나오는 문제라고 해봐야, 그걸 모른다고 사는 데 지장 전혀 없는, 안다고 해서 그닥 필요없는 문제들인데, 질문을 들은 이상 궁금해 죽겠는 문제만 내는 프로그램이다.  볼 때도 있고, 못 볼때도 있긴 하지만, 여전히 좋아하는 프로그램이고, 시청을 할 때면, 내 전공이 전공이다보니 미술에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는 더 귀를 기울이게 된다. 어제는 모나리자에 대한 문제가 나왔는데, 모나리자의 눈썹이 없고 머리숱이 가늘고 없는 이유가 무엇인가? 하는 것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그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모나리자>이다보니, 모나리자에 대한 '카더라 통신' 스토리도 무척이나 많다.  모나리자가 지방 유지인 상인의 아내, 리사 부인인 줄 알았냐? 실은 교묘하게 그려놓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 자신의 자화상'이지롱~이라는 설, 워낙 동분서주 공사다망하신 화가시다보니 깜빡 그녀의 눈썹을 그리는 걸 잊었다는 설, 그리고 기타등등 기타등등, 눈썹이 없는 이유로 다른 질병들을 원인으로 꼽기도 했다. 그런데, 어제 옥.문.아.에서는 모나리자의 모습이 그림처럼 나타난 이유가 '갑상선 기능 저하증 때문에 눈썹과 머리카락 등의 탈모, 그리고 손의 부종등이 일어난 것'이라는 것이 해답이었다. 

내가 <옥.문.아>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이렇게 미술에 관한 문제도 많다는 것도 있는데, 일전에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수많은 프로젝트를 하다말다 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이 나왔고, 그 해답으로는 그가 ADHD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증후군)를 앓았기 때문이라 했다.  물론 그가 원체 인기폭발이라 여러곳의 요청을 받아 하는 일도 많았고, 워낙 천재적이라 머리속에 떠오르는 프로젝트가 많아 벌인 일이 많았다. 덕분에 무엇하나 제대로 끝내지를 못해 그 유명한 레오나르도 다 빈치인데 완성작이 15점에 불과하다. 그가 일을 벌이기만 하고 매듭을 제대로 짓지 못했던 이유가 그가 지나치게 바쁘거나 천재적이라는 것 이외에 ADHD를 앓았다고 생각하면 납득되는 부분이 없지는 않다. 물론 확인할 길은 없다 생각이 들지만 말이다.     

사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워낙 유명한데다 완성작이 드문 그이기에 레오나르도의 원작인가 아닌가 하는 논란이 있는 작품은 많다. 세상에서 제일 비싼 작품인 <세계의 구원자 (Salvator Mundi)> 역시 여전히 논란이 가시지 않은 작품이다. (이 작품에 대한 글을 올린 적도 있다)

Leonardo da Vinci, Salvator Mundi (Savior of the World) (c.1500) oil on walnut ; 45.4 cm × 65.6 cm

오늘은 웃자고 한일에 죽자고 달려들지는 않을 거고, 그런 설도 있구나 하고 넘어갈거다. 

다만, 이제까지는 위작 내지는 제자들의 작품이라 알려졌다가 최근 들어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원작이라고 판명된 작품 하나만 소개하고 넘어갈까 한다.이름하여 소장자의 거처에서 이름을 따서 "아일워스 모나리자 (Isleworth Mona Lisa)."  수 많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작품이 그러하듯이, 지금은 맞지만 나중은 틀릴 수도 있긴 하지만, 일단은 맞다고 의견일치 된 순간을 기념하며, 잠시 젊은 날의 모나리자를 감상해보자.

Isleworth Mona Lisa (1503-1516) oil on canvas ; 84.5 x 64.5 cm 

     

posted by 잠자는 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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