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병과 사자 :: 물병과 사자
2018. 12. 27. 08:51 일상 이야기

어릴 때, '세상사 뜻대로 되지 않는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때는 어른들의 흔하디 흔한 푸념 쯤으로 치부하고 지냈는데, 내가 나이를 먹고 어른이 되고 보니, 그 말을 떠올리면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누구든 인생을 애초에 세운 계획대로 사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 어차피 인생이란 크고 작은 실망과 좌절 속에서 그 실망과 좌절을 극복할 수 있는 자잘한 희망과 즐거움이 씨줄과 날줄로 섞여 짜여진 천과도 같으니까.


그리고 곰곰히 생각해보면, 우연으로 채워진 게 인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웅장하고 비장하게 세운 삶의 목표보다는 주변의 환경과 만나는 인물들로 인해서 일어난 크고 작은 인연으로 인생의 경로가 바뀌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물론 그 마주치는 우연 속에서도 치열하게 살아온 사람과 어차피 자신의 목표와는 다른 "'사소한' 우연 따위는..."이라 여기며 대충 넘긴 사람과는 시간이 지나서 다다라 있는 삶의 지점이 다를 것이다.


역설적으로 목표대로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매일매일의 일상과 우연히 마주치는 인연들을 소중하게 여기고 그 속에서 열심히 사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연말이 되어 오랜 벗들을 정말 오랜만에 만나고 나서 지난 학창시절을 되돌아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크고 작은 우연들과 조우하면서도 자신의 삶에 충실해온 친구들이 유난히 더 반가왔던 이유다.

posted by 잠자는 집시
2018. 12. 21. 18:51 일상 이야기

건강한 상태를 0라고 놓고, 건강이 최악인 상태를 10이라고 놓는다면, 이번 감기에서 난 7-8정도로 나쁜 상태를 경험한 것 같다.  초반에 감기를 얕잡아보고, 혹은 내 건강을 과신한 나머지 몇 차례 덧나면서 된통 고생을 했다. 그러다가 정신 차리고 병원도 착실히 다니고 약도 시간 맞추어 먹고 하면서 2의 상태까지 회복 하는데는 성공을 했다. 

그런데, 요는 좀처러 그 2의 상태에서 건강했던 0의 상태로 회복이 되지 않는다. 오늘 2에서 1로 되었나 싶으면 그 다음날 다시 2의 상태로 목이 다시 아프고 쉰 음성으로 돌아가고...  점점 좀 초조해진다.   예전보다 체력도 심하게 떨어져서 쉽게 피로함을 느낀다.  이번에 건강해지면 반드시 운동을 좀 해서 체력을 좀 길러 두어야겠다 다짐해본다. 

새해에는 건강한 신체에 깃든 건강한 정신으로 맞이하고 싶다~


  

posted by 잠자는 집시
2018. 12. 21. 18:25 미술 이야기

앞샹 아니고 뒤샹 전이 개막을 하네요. (아재 개그 주의!) 12월 22일~

이번 전시는 뒤샹 작품을 대량 소장하고 있는 필라델피아 미술관 주도로 기획된 순회 전시라고 들었는데, 꼭 봐야 할 것 같아요.

미술사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사랑하지 않아도 되지만 알긴 알아야 하는 작가이니까요.  

그리고 미술에 관심이 있고 미술관 가는 것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주요 작가들의 특별전은 봐주는 것이 좋아요. 세계 각곳의 주요 작품들이 오롯이 한자리에 모이는 드문 기회니까요. 혼자서 보려면, 물론 경비도 경비지만, 기억력의 한계로 소장처가 다른 작품을 비교해가며 감상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거든요.  

휴일이 길고 잦은 연말연시 뒤샹전 관람은 어떨까요?  

(참고로 전 미술관측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따라서 광고글은 아닙니다.  예술애호가로서 미술사를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그냥 한마디~)

국립현대 미술관 전시소개 웹사이트는 여기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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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12. 14. 01:49 일상 이야기

나도 참 나다. 어제 결국 신경이 쓰여서 팔로우어를 일일이 다 끊었다. 그냥 놔두면 끝없이 이상한 내용의 페북 유저들이 다 내 팔로우어가 될 판이었고, 원초를 제공한 이가 누구인지 알수 없으니 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난 세상에 밤에 외로운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줄 첨 알았다. 그리고 카톡으로 낯선이들과 말하고 싶은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 것도.... 좀 더 나은 일을 하며 인생을 사는 방법이 있을 것 같은데... 바쁜 와중에 끊는 행동을 일일이 하다보니 단전 깊은 곳에서부터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이제는 정말 신중하게 친구 신청을 수락해야겠다 다짐다짐. 그리고 한동안은 무조건 다 차단하고 팔로우도 다 막을 예정.

나름 요령도 생겼다. 애당초 사단이 생긴 이유가 생일을 나타내는 화면 하나랑 꽃 그림 한 두장 있는 일견 평범해 보이는 페북의 친구 요청을 수락한 것 같다. 이러한 류의 페이지를 가진 사람들의 친구 신청이 많다. 이러한 유형은 위험한 것 같다. 앞으로는 내용이 없는 페북도 친구요청 받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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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잠자는 집시
2018. 12. 13. 01:28 일상 이야기

오래된 감기가 인후염 후두염으로 발전하면서 한동안 블로그에 글을 올리지 못했다. 그리고 티스토리 블로그의 홍보 (?)차원에서 페북에 링크를 걸어올리는 작업도 당연 뜸했다.  얼마전 가보니 갑자기 친구신청이 백여명...  왠일이지? 의아하기도 했지만, 처음에 한두개 계정으로 들어가 내용을 확인해보다가 너무 시간이 걸릴듯 해서 그냥 다 클릭클릭! 친구 신청을 받아들였다.  원체 페북 활동도 처음인지라 원래 처음엔 다 그렇게들 친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느는 날도 있나 했다.  혹시 내 학생 중에서 동창회를 해서 내 사이트를 명함밑에 파서 돌렸나? 하는 생각도 잠시... ㅎㅎ

그런데, 잠시 페북에 로그인해서 그 안의 게시물들을 읽는 사이, 그 친구 신청 수를 알리는 빨간 숫자가 너무 갑자기 그리고 자주 올라간다.  아무래도 이상하다 싶어 그 중 하나를 클릭하니, 맙소사!  오늘밤 채팅할 오빠를 찾는다.  난 여잔데....  기대에 부합하지 못하는 친구들을 다 친구에서 제외하는 작업도 시간이 꽤 걸렸지만, 꼼꼼히 다 했다.  

근데, 그 오빠 찾고 채팅 친구 찾던 친구들이 죄다 날 팔로우 하고 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이런 친구들 팔로우 막는 방법은 없나?  여차하면 계정 버리고 다시 열어야하나.... 고민 중. 나름 진지.   결벽증인지 모르지만, 그런 허수들은 거르면서 시작하고 싶은데.  근데 팔로우 수에 목숨거는 페북이라 그런지 아무리 찾아봐도 팔로우 하겠다는 이들 막는 방법은 없네.  문제다. 

혹시 방법을 아는 분이 있으면 꼭 알려주셨으면 좋겠다. 







posted by 잠자는 집시
2018. 12. 5. 17:47 미술 이야기

미국은 쫌 멀지만 일본은 가까우니까... 

필립스 컬렉션의 소장품들을 만날 기회다 싶어서 소개합니다.  

이번 거울 일본의 토쿄 여행이 계획이 있으신 분들은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https://mimt.jp/pc/eng/midokoro.html?fbclid=IwAR0kQ1LkHbMyUt8KbCIE21SFkFRb8XB4BO7Dn0T-U27dOqcQpWALDFNrLD4

https://www.facebook.com/phillipscollection/photos/pcb.10156987597567369/10156987597482369/?type=3&theater


posted by 잠자는 집시
2018. 11. 30. 00:18 미술 이야기

 

11월 26일 월요일 오후, 오스트리아 빈에 위치한 권위있는 경매소 도로테움 (The Dorotheum)에서 11월 28일 경매 예정이었던 르느와르의 작품이 도난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피에르-오귀스트 르느와르 (Pierre-Auguste Renoir)의 1895년 작품<Golfe, mer, falaises vertes (Gulf, Sea, Green Cliffs)>은 28일 경매에서 약 $131,000~$181,000 (1억4685만원~2억290만원)으로 판매될 것으로 추정된 작품이다. 

Pierre-Auguste Renoir, Gulf, Sea, Green Cliffsoil on canvas ; 27 x 40 cm. 

The Dorotheum in Vienna, which dates to 1707. A Renoir was stolen off its walls on Monday.  Credit Leonhard Foeger/Reuters

 

빈 경찰이 공개한 CCTV 화면에 잡힌 범인으로 추정되는 세명의 남성 Credit Vienna Police

이번 사건으로 경매소 측 뿐 아니라 구매를 희망했던 사람들에게도 큰 충격을 받았음에는 틀림없다.  실제로 그림을 액자에서 빼내가는 시간까지 걸린 시간은 무척 짧아 범행은 순식간에 이뤄졌다고 알려져 있다. 어떻게 경비가 삼엄했을 경매소를 그렇게 간단히 통과했는지도 미스테리다.  르느와르 작품 중에서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작품이고 독특한 작품이긴 하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귀중할 수도 있는 이 작품을 하루빨리 경찰이 되찾기를 바랄 뿐이다. 

유명 작품과 도난 사건은 드문 일은 아니다. 

대표적 도난 사건으로 유명한 것으로는 노르웨이의 화가 에드바르드 뭉크의 <절규>가 있다.

워낙 유명한 작품이라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지만, 이 <절규>가 그 인기에 힘입어 1893년부터 1910년에 걸쳐 유화와 파스텔 등, 4가지 버전으로 제작되었다는 것은 모르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처음 독일어로 제목을 붙일때에는 <Der Schrei der Natur (The Scream of Nature)>, 즉 '자연의 절규'라고 명명했었다는 것도. 

진홍빛으로 물든 하늘을 배경으로 해골과 같은 모습의 고통스럽게 일그러뜨린 얼굴이 인상적인 이 작품은 간략화된 선들로 현대인의 고독과 절망을 절묘하게 표현한 작품으로 '현대의 모나리자'라 불리기도 한다.  워낙 유명한 작품이기에 거의 국보 대접을 받는 이 작품들은 지금은 거의 국외로 반출이 금해져 있는 상태. 예외적으로 2015년 반고흐 뮤지엄에서 1893년 파스텔 버전이 전시된 적이 있긴하다. 

총 4점의 작품 중 2점은 오슬로의 내셔널 갤러리 소장 중이다. (참고: 아래 두 이미지) 

Edvard Munch  (1863-1944),  The Scream (1893)  pastel on cardboard ; 74 x 56 cm, Munch Museum  최초의 버전으로 파스텔로 스케치를 한 작품으로 기본이 되는 구도를 잘 살펴볼 수 있다.  

Edvard Munch  (1863-1944),  The Scream (1893)  oil, tempera & pastel on cardboard ; 91x 73.5 cm, National Gallery of Norway  <절규> 작품 중 가장 대표적이고 널리 알려진 작품 일것이다.  

뭉크 뮤지엄에서는 1910년 버전 (참고: 아래 이미지)

Edvard Munch  (1863-1944),  The Scream (1910) 

tempera on panel ; 83 x 66 cm, Munch Museum  이 버전은 1910년 카드보드위에 템페라로 제작된 작품으로 2004년 도난당했다가 2006년 무사히 찾은 작품.   

 

 

Munch  (1863-1944),  The Scream (1895) Pastel on board ; 79 x 59 cm, private collection Leon Black.  이 1895년 파스텔 버전은 2012년 소더비 경매에서 $119,922,600 [약1344억원 상당]라는 높은 가격으로 Leon Black에게 판매되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작품의 하단에는 뭉크가 작품을 구상했을 당시의 느낌을 적은 일기가 동판에 새겨져 덧붙여져 있는 점도 특징이다.  

 

뭉크의 절규 작품의 도난 사건은 1994년과 2004년 두차례 일어났다. 첫번째 1994년 도난 사건은 오슬로의 내셔널 갤러리에서 일어났지만 수개월 안에 작품이 회수되었고, 2004년 도난 사건은 <절규>와 함께 <마돈나>가 뭉크 뮤지엄에서 도난당했다가 수년후 회수되었다.

 

1994년 올림픽을 맞이해서 노르웨이의 문화를 소개하는 특별전을 개최하는 관계로 뭉크의 <절규>를 기존의 전시실에서 1층에 옮겼는데, 그 틈을 타 도둑들이 사다리를 놓고 그림을 가져가는데 채 1분이 걸리지 않았고, 게다가 엉성한 보안에 감사!”라는 메모까지 남기고 갔다 한다. (범인들이 명탐정 코난 만화에 나오는 괴도 키드를 알고 있었음에 분명하다). 수개월 내에 작품은 회수 되었고, 범인은 잡혔지만, 위법수사를 이유로 범인 네명중 세명은 제대로 처벌하지도 못했다 한다. 그 중 한 명은 1988년 뭉크의 <뱀파이어>라는 작품을 훔친 전력이 있는 폴 앵겔 (Pål Enger)이었다고.      

 

1994년 도난 당시 범인들이 사용했던 사다리. 이 사다리를 타고 오슬로의 내셔널 미술관에 잠입하여 뭉크의 <절규>를 떼가고, 거기다 "엉성한 보안에 감사!"라는 메모까지 남기고 떠나는데 50여초 밖에 안걸렸다고 한다. 

  

 

2004년 도난사건의 경우엔 좀더 험악했는데, 백주 대낮에 두 명의 무장괴한이 뭉크 뮤지엄에 출몰하여 뭉크의 <마돈나><절규> 두 점을 훔쳐 달아난 사건이었다.  한때는 증거인멸로 작품들을 태워버렸을 것이라는 소문도 있었지만, 우여곡절 끝에 작품은 무사히 회수하였다.   

 

보통 이러한 미술품들의 도난 사건의 경우, 복잡한 문제가 얽혀있기에 미술관 측에서 은밀히 처리하고자 하는 경향이 강해서 경위가 확실히 밝혀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를테면, 도난시 작품이 위작과 교체될 위험도 있고, 미술관 측으로서는 엄청난 손해와 비난을 감수해야하므로.  심지어 어떤 경우에는 은밀히 도둑들로부터 되사는 경우까지도 있다고.  개인 경매도 그러하지만, 이러한 작업들은 모르긴 몰라도 첩보전을 방불케하리라~

 

 

 

 

 

posted by 잠자는 집시
2018. 11. 26. 03:49 미술 이야기

비너스의 역사는 보티첼리와 함께 시작하였다는 것은 이전의 글에서 밝힌 적이 있다. 

거의 처음 올린 보티첼리의 비너스에 대한 글은 바로 여기~    

물론 고대 로마시대 때부터 비너스의 도상은 있었지만, 누드 여인의 모습을 그린 것은 보티첼리가 처음이었고, 누워 있는 누드로서 비너스를 그린 것은 흔히 소장처의 이름을 따서 '드레스덴 비너스'라고 불리는 작품이 있다.  이후 이 도상을 따라 수많은 '누워있는 비너스' 상이 그려졌다.  이는 고대 그리스, 로마에서는 남성의 누드가 아름다움의 표상으로 여겨졌고, 여성의 누드는 금기시 되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미술사적으로 살펴보면, 여성의 누드가 묘사되기 시작한 것은 4세기 중반이나 되어서였다.  이후 서구 회화에서는 육체적인 것을 죄악시하거나 경시하던 중세를 지나 르네상스에 이르면서 신들은 누드로 그려진다는 회화적 어휘 속에서 아름다운 여인의 누드를 그리는 것은 정당화 되었다.  대부분의 주문자는 남성이었기에 그들의 시각적 즐거움을 위해서 누드의 여인상은 인기 있는 주제가 되었고, 그 중 최초로 그려진 '누워있는 비너스' 도상은 조르조네와 티치아노에 의해 고안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아래의 '드레스덴 비너스'는 풍경은 조르조네가, 누드는 그의 제자이자 베네치아 르네상스의 최고 대가였던 티치아노가 그린 것이라 전해진다.  

소장처의 이름을 따서 '드레스덴 비너스'라고도 불리는 서구 미술사상 최초의 '누워있는 비너스'는 조르조네와 그의 제자 티치아노에 의해 그려졌다. Giorgione  (1478-1510) and Titian (1490-1576), Sleeping Venus (1508), oil on canvas ; 108.5 x 175 cm, Old Masters Picture Gallery Dresden 

Titian, Venus of Urbino (1532 or 1534), oil on canvas ; 1.19 x 1.65 m, Uffizi Gallery  베네치아 르네상스의 대가로 알려진 티치아노의 '우르비노의 비너스' (1532/34)  이 작품은 마네의 '올랭피아' (1863)의 모델이 된 것으로도 유명하다.  

티치아노의 또 다른 걸작으로는 역시 소장처의 이름을 따 '우르비노의 비너스'가 있는데, 이러한 르네상스기의 비너스는 이후 누워있는 누드의 모습으로 마네의 '올랭피아'부터 모딜리아니의 '누워있는 나부'에 이르기까지 오늘날까지도 수도 없이 그려졌다.  

그 결과, 오늘날 유럽이나 미국의 미술관에 간다면 드물지 않게 살펴볼 수 있는 그림 중 하나가 되었다.  오죽하면 뒤샹이 그린 "계단을 내려오는 누드"를 보고, 그의 형이 '누드는 누워 있는 것이지 계단을 내려오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겠는가?  

오늘은 그 친숙한 비너스의 이미지에 새로운 이미지를 더해 소개할까 한다.  

Venerina (Little Venus), life-sized dissectible wax model created by the workshop of Clemente Susini at Florence’s La Specola for Museo di Palazzo Poggi, Bologna, Italy, 1782. Courtesy of Museo di Palazzo Poggi - Università di Bologna. Photo © Joanna Ebenstein.  실제 사람 크기로 만든 밀납 모델. 계몽시대에 제작된 비너스 상 '베네리나 (작은 비너스)'라는 명칭으로 불림.


위의 비너스는 밀납으로 만든 비너스 상이다. 이는 실제 사람 크기로 만들어 졌고, 별칭이 '베네리나 (작은 비너스)'다.  마리 앙토와네트의 오빠이자 신성로마제국의 황제였던 레오폴드 2세의 통치기에 해부학 연구를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작자는 클레멘트 미켈란젤로 수시니 (Clemente Michelangelo Susini)로 이 외에도 유사한 밀납 비너스 상을 제작하였다.  그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밀납 비너스 상으로는 '메디치 비너스'라고도 알려진 '분리 가능한 비너스'다. (여기서 '메디치 비너스'라고 불리는 우피치에 소장 중인 대리석 조각상도 있으니 혼돈하지 않도록 하자. 아래 그림 둘 참고) 

 

가장 유명한 분리가능한 밀납 비너스. '메디치 비너스'라고도 불린다. 클레멘트 수시니의 워크샵에서 1780-82년에 제작. Courtesy of Museo La Specola, the Natural History Museum of Florence. Photo © Joanna Ebenstein.

Venus de' Medici, Galleria degli Uffizi, Florence, Italy.  '메디치 비너스'라고 불리는 또 다른 비너스 상으로 현재는 우피치에 소장 중이다. 갓 목욕을 마치고 올라와서 수건으로 몸을 가린 모습의 비너스를 묘사한 '정숙한 비너스 (Venus Pudica)' 도상을 따르는 조각상.  

그렇다면, 18세기의 유럽에서는 오늘날 보기에는 기괴하기 짝이 없는 이러한 분리 가능한 밀납 비너스들을 만들기 시작한 것일까?  그 이유는 앞서 밝혔듯, 일차적으로는 해부학 연구의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이는 당시의 계몽주의적 분위기도 한 몫을 했고, '신기한 것'을 추구하는 귀족의 문화에도 영향을 받았다. (실제로 오늘날의 미술관과 박물관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이렇듯 신기한 것을 수집하려고 하는 귀족층의 독특한 취미와 만나게 된다)  일차적으로는 의학이라는 과학에서 출발했으나 '뚜껑' (?)을 덮은 여인의 인체의 모습은 무척 아름답게 묘사되었다는 점에서 이는 미술과 연결이 된다. 

Courtesy of Université de Montpellier, collections anatomiques. Photo © Marc Danton

또한 이러한 밀납 비너스 상을 제작하는 붐이 일었던 시기는 '인체야말로 신의 가장 완벽한 창조물이자 인간이야말로 소우주'라는 사상이 만연하던 시기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신학 내지 종교적 측면에서도 이해해 볼 수 있다.    

피렌체의 라 스페콜라, 동물학 및 자연사 박물관에 소장 중인 이 밀납 조각상들은 한편으로는 과학실의 인체 모형을 상기시키기도 하고, 밀납 인형 박물관을 떠올리게도 한다. 밀납으로 만든 비너스 상들은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면 기괴하기 짝이 없고 징그럽게 보일 수 도 있다. 하지만, 좀더 생각해보면, 인간의 호기심과 새로운 것에 대한 추구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아울러, 모르는 것을 알고자 하는 지식에의 욕구나 아름다움을 추구하고자 하는 욕구도 인간의 본능 속에 뿌리깊게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좀 더 깊게 생각해보면, 결국 미와 과학, 종교와 의학, 영혼과 신체가 결국은 상통한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미술사적 측면에서 살펴보자면, 티치아노와 우르비노의 비너스와 클레멘트 수시니의 '분리가능한 밀납 비너스'는 현대미술에서 자주 논해지는 페티쉬와 순수 미술 사이에서의 간극과 혼용도 한번쯤 생각하게 해준다


   


posted by 잠자는 집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