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병과 사자 :: '일상 이야기' 카테고리의 글 목록 (58 Page)
2019. 1. 1. 00:01 일상 이야기

나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취하는 나이에 대한 태도가 왠지 좀 불편하다.  

프로그램의 주된 시청자 층이 10-20대의 젊은이라고 가정해서 그런걸까?  4-50 정도 된 출연자가 몇 나오면, '둘 나이 합해서 100세'라는 자막이 으레 붙기 마련이다.  그 정도야 웃으며 넘길 수 있지만, 마치 50대가 지나면 마치 살 날이 얼마 안남은 것 같은 대접을 과장되게 하는 것도 심심찮게 본다. 

나는 이러한 나이들어가는 사람들에 대한 희화화는 두 가지 측면에서 불편하다. 

첫번째로는 4-50대의 출연자를 두고 '노인네'라고 공공연히 부르거나 자막에 내거는 일견 불손한 태도는 어쩌면 일종의 코믹 릴리프 일 수도 있다.  평소에 4-50대의 소위 기성세대들이 젊은 세대들에게 소위 '꼰대짓'을 했기 때문에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그 세대들에 대한 꼬집기를 통해 웃음을 이끌어내는 것일 수도 있다. 

나이를 무기 삼아 자신보다 어리다는 이유만을 내세워 자신보다 나이가 적은 이를 누르려는 태도는 참 못난 행동이다. 나이에 따라 언어와 호칭이 달라지는 문화권에서는 완전히 사라지기 힘든 일인지.... 개인적으로는 논쟁이나 싸움에서 '너 몇살이야?'라고 상대방에 묻는 지점에서 그는 사실 항복의 백기를 흔드는 것이라 생각한다. 오죽 다른 것으로 내세울 게 없으면 기껏해야 상대보다 먼저 태어난 것으로 상대를 누르려 하는 것인가?  이는 나이 들어가는 세대들이 경계해야 할 태도 중에 하나이고, 그런 의미에서 그런식으로 희화화 함으로써 젊은 세대가 실생활에서 구세대에게 당해온 것들에 대한 억울함의 표출이 아닌가 생각하게 되는 대목이다.   

따라서, 나는 예능 프로그램에서의 그런 식의 '나이 먹은 사람들'에 대한 홀대 (?)를 볼 때마다 현실에서는 우리나라가 아직도 '나이가 깡패'인 사회인가 생각하면서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그런 의식은 결국 '나이 차별'을 야기하고 이는 어느 누구도 행복 할 수 없을텐데 싶어서 말이다.  

두번째로는 실제로 우리 사회에서는 그렇게 나이로 규정지어 나이 50이면 이미 '뒷방 노인네' 이라고 어느 정도는 기정사실로 인정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어 불편하다. 다들 말로는 '100세 시대'라고는 하지만, 그건 그렇게 가정해야 팔리는 상품을 선전하는 때 뿐인 것 같다. 현실적으로 4-50대에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것은 힘들다고 여기고, 몇몇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실제로 50대 중반이면 다니던 직장에서 퇴직하는 경우도 많다고 들었다. 그런 현실적인 문제 때문일까? 주변에서 이 나이즈음해서 스스로를 인생을 다 살아낸 것처럼 이야기 하는 것을 들을 때마다 개인적으로는 옳지 않다고 생각해왔다.  

물론 시간적인 기한이 있어 어느 시간이 지나면 통과 의례처럼 지나는 것들은 있다.  생물학적으로는 아이가 태어나 어느 정도 되면 첫 걸음을 떼고, 어느 정도 되면 말을 시작하고 하는 것이라거나, 사회적으로는 초등학교 입학 후 졸업하면 중학교 입학과 졸업하는 것 등이다.  성장기의 어린이들은 나이 먹으면서 키가 크고 성인의 경우 노화가 진행된다.  사회적으로 어느 조직이든 먼저 그 조직에 들어가서 경력을 쌓은 이들에 대해서는 존중한다. 그건 어쩔 수 없고 어떤 의미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 살아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끼겠지만, 어디 사는게 맘 먹은대로, 시간표대로 진행되는 것이던가?  인생은 생각과는 다르게 수많은 우연으로 이뤄지는 것의 비율이 계획대로 이뤄지는 것보다 더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변에서 너무 나이 별로 계획을 세우고 자신의 삶의 시간표를 단정해놓고 지내는 이들이 많아 보인다.  

인생은 우리 모두가 죽음을 맞이한다는 전제로 살지만, 그것이 언제 내게 닥칠지는 모른다. '이 나이에~' 라고 생각하고 남은 시간을 보내기엔 어떤 의미에서는 우리 모두 너무 '젊다'.  '내 나이 10년만 젊었어도~'라며 한탄하며 10년을 더 산 사람은 10년 후에 '내가 20년만 젊었어도~'라고 말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그 나이에 또 다시 '내 나이 10년만 젊었어도~'라고 한탄하며 지낼 것이다.   

우리는 내일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만약 우리가 죽는 나이가 정해져 있다면, 연령대별로 무엇을 하고 어떻게 지내야 할 지를 사회적 규범으로 대략적으로 규정해도 크게 문제될 게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을 모르는 것이 어떤 의미 인생의 묘미라고 한다면, 우리는 그냥 하루하루 열심히 살고, 하고 싶은 일, 해야 할 일을 하며 살아야 하지 않을까? 그 과정에서 즐거움과 보람을 찾으면서 말이다. 

'나이'에 연연해하지 않고 그렇게 나름의 목표를 세우고 치열하게 살다가 마지막을 담담히 맞이하는 것.  그것이 내일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100세 시대라고 불리는 이 시대에 맞는 삶의 방식이 아닐까 생각한다.   

posted by 잠자는 집시
2018. 12. 28. 06:00 일상 이야기

원체 SNS를 잘 하지 않고, '코코아 톡'이 아닌 '카카오 톡'이라고 안것도 그리 오래지 않은 나로서는 애당초 블로그라는 것과는 연이 멀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나름 폭좁은 리서치 끝에 티스토리 블로그라는 것을 시작한게 올해 9월 4일.  이유란게 '게티 이미지'를 저작권에 저촉되는 일 없이 맘껏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막상 시작하고 보니, 게티 이미지를 사용하는 빈도수가 그리 높지 않고, 티스토리 블로그라는 게 나한테만 낯선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이 잘 모르는 것이라는데 문제가 있었다.  내가 쓰는 글의 내용이 다수의 사람들에게 얼마나 공감을 불러일으킬 것인가에 대한 문제도 문제겠지만, 일단 노출빈도나 확률이 너무 낮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건 마치 가게를 열었는데, 가게 간판이 너무 안보여 가게를 열었다는 것 자체를 대부분의 행인들이 모르는 상황. 

그래서 생각 중이다. 다들 많이 하는 녹색창으로 블로그를 옮겨야 하나....  시작하고 몇 달 되지 않아 본의 아니게 건강 때문에 약간의 휴지기를 가지고 난 지금이 옮긴다면 적기가 아닌가....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된다. 

혹 간판이 눈에 띄지 않는 가게에 발길을 한 손님이시라면 의견을 개진해주시면 정말 감사한 맘 가득 보내드릴텐데... ^^   


의견 좀 남겨주세요~ ^^   

posted by 잠자는 집시
2018. 12. 27. 08:51 일상 이야기

어릴 때, '세상사 뜻대로 되지 않는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때는 어른들의 흔하디 흔한 푸념 쯤으로 치부하고 지냈는데, 내가 나이를 먹고 어른이 되고 보니, 그 말을 떠올리면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누구든 인생을 애초에 세운 계획대로 사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 어차피 인생이란 크고 작은 실망과 좌절 속에서 그 실망과 좌절을 극복할 수 있는 자잘한 희망과 즐거움이 씨줄과 날줄로 섞여 짜여진 천과도 같으니까.


그리고 곰곰히 생각해보면, 우연으로 채워진 게 인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웅장하고 비장하게 세운 삶의 목표보다는 주변의 환경과 만나는 인물들로 인해서 일어난 크고 작은 인연으로 인생의 경로가 바뀌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물론 그 마주치는 우연 속에서도 치열하게 살아온 사람과 어차피 자신의 목표와는 다른 "'사소한' 우연 따위는..."이라 여기며 대충 넘긴 사람과는 시간이 지나서 다다라 있는 삶의 지점이 다를 것이다.


역설적으로 목표대로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매일매일의 일상과 우연히 마주치는 인연들을 소중하게 여기고 그 속에서 열심히 사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연말이 되어 오랜 벗들을 정말 오랜만에 만나고 나서 지난 학창시절을 되돌아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크고 작은 우연들과 조우하면서도 자신의 삶에 충실해온 친구들이 유난히 더 반가왔던 이유다.

posted by 잠자는 집시
2018. 12. 21. 18:51 일상 이야기

건강한 상태를 0라고 놓고, 건강이 최악인 상태를 10이라고 놓는다면, 이번 감기에서 난 7-8정도로 나쁜 상태를 경험한 것 같다.  초반에 감기를 얕잡아보고, 혹은 내 건강을 과신한 나머지 몇 차례 덧나면서 된통 고생을 했다. 그러다가 정신 차리고 병원도 착실히 다니고 약도 시간 맞추어 먹고 하면서 2의 상태까지 회복 하는데는 성공을 했다. 

그런데, 요는 좀처러 그 2의 상태에서 건강했던 0의 상태로 회복이 되지 않는다. 오늘 2에서 1로 되었나 싶으면 그 다음날 다시 2의 상태로 목이 다시 아프고 쉰 음성으로 돌아가고...  점점 좀 초조해진다.   예전보다 체력도 심하게 떨어져서 쉽게 피로함을 느낀다.  이번에 건강해지면 반드시 운동을 좀 해서 체력을 좀 길러 두어야겠다 다짐해본다. 

새해에는 건강한 신체에 깃든 건강한 정신으로 맞이하고 싶다~


  

posted by 잠자는 집시
2018. 12. 14. 01:49 일상 이야기

나도 참 나다. 어제 결국 신경이 쓰여서 팔로우어를 일일이 다 끊었다. 그냥 놔두면 끝없이 이상한 내용의 페북 유저들이 다 내 팔로우어가 될 판이었고, 원초를 제공한 이가 누구인지 알수 없으니 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난 세상에 밤에 외로운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줄 첨 알았다. 그리고 카톡으로 낯선이들과 말하고 싶은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 것도.... 좀 더 나은 일을 하며 인생을 사는 방법이 있을 것 같은데... 바쁜 와중에 끊는 행동을 일일이 하다보니 단전 깊은 곳에서부터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이제는 정말 신중하게 친구 신청을 수락해야겠다 다짐다짐. 그리고 한동안은 무조건 다 차단하고 팔로우도 다 막을 예정.

나름 요령도 생겼다. 애당초 사단이 생긴 이유가 생일을 나타내는 화면 하나랑 꽃 그림 한 두장 있는 일견 평범해 보이는 페북의 친구 요청을 수락한 것 같다. 이러한 류의 페이지를 가진 사람들의 친구 신청이 많다. 이러한 유형은 위험한 것 같다. 앞으로는 내용이 없는 페북도 친구요청 받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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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잠자는 집시
2018. 12. 13. 01:28 일상 이야기

오래된 감기가 인후염 후두염으로 발전하면서 한동안 블로그에 글을 올리지 못했다. 그리고 티스토리 블로그의 홍보 (?)차원에서 페북에 링크를 걸어올리는 작업도 당연 뜸했다.  얼마전 가보니 갑자기 친구신청이 백여명...  왠일이지? 의아하기도 했지만, 처음에 한두개 계정으로 들어가 내용을 확인해보다가 너무 시간이 걸릴듯 해서 그냥 다 클릭클릭! 친구 신청을 받아들였다.  원체 페북 활동도 처음인지라 원래 처음엔 다 그렇게들 친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느는 날도 있나 했다.  혹시 내 학생 중에서 동창회를 해서 내 사이트를 명함밑에 파서 돌렸나? 하는 생각도 잠시... ㅎㅎ

그런데, 잠시 페북에 로그인해서 그 안의 게시물들을 읽는 사이, 그 친구 신청 수를 알리는 빨간 숫자가 너무 갑자기 그리고 자주 올라간다.  아무래도 이상하다 싶어 그 중 하나를 클릭하니, 맙소사!  오늘밤 채팅할 오빠를 찾는다.  난 여잔데....  기대에 부합하지 못하는 친구들을 다 친구에서 제외하는 작업도 시간이 꽤 걸렸지만, 꼼꼼히 다 했다.  

근데, 그 오빠 찾고 채팅 친구 찾던 친구들이 죄다 날 팔로우 하고 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이런 친구들 팔로우 막는 방법은 없나?  여차하면 계정 버리고 다시 열어야하나.... 고민 중. 나름 진지.   결벽증인지 모르지만, 그런 허수들은 거르면서 시작하고 싶은데.  근데 팔로우 수에 목숨거는 페북이라 그런지 아무리 찾아봐도 팔로우 하겠다는 이들 막는 방법은 없네.  문제다. 

혹시 방법을 아는 분이 있으면 꼭 알려주셨으면 좋겠다. 







posted by 잠자는 집시
2018. 11. 23. 00:14 일상 이야기

말을 배우기 시작한 조카가 하루는 '엄마, 무서우면 얘기해. 내가 지켜줄께.' 했다는 말을 올케가 했다.  그게 너무 귀엽고도 기특해서, 조카의 얼굴을 보면서, '나는? 나는?' 그랬더니, 제법 의연한 표정을 한 네 살짜리 조카가 망설임 없이 '고모도 지켜줄께.' 그랬다. 올케와 나는 도대체 저 말을 어디서 배웠나 신기해 했다.  누굴 지켜줄 입장은 아닌 조그마한 아이가 어떤 맥락에서 저런 단어를 익혔지? 

그 의문은 얼마 있다가 풀렸다.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배운 노래 중에, '지구야, 지켜줄께.'가 있었다. 신기한 건 자세히는 몰라도 이 아이가 '지켜준다'라는 것의 의미를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또래의 아이들이 자신이 배운 단어는 어디서든 꼭 써본다는 것이다.  여섯 살 먹은 꼬마가 '내 평생 이렇게 힘든 건 처음이야.'라고 말하는 것도 그런 경우다.  그래서 예부터 아이들 앞에서는 냉수도 함부로 마시지 말라하지 않았는가.  물론 예외는 있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아이들의 행동과 언어는 그 부모의 언행이 반영되는 것이다.   

어린 아이가 부모보다 나이 많은 사람에게 막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그 아이가 부모의 언행을 보고 배운 것이 거의 확실하다. 아직 인격이 완성되지 않은 상태니까 교정의 여지가 있는 것은 확실하지만, 교육하는 부모의 언행과 사고방식이 바뀌지 않는 한 과연 그 교정의 기회가 주어질 지는 미지수다. 


 

posted by 잠자는 집시
2018. 11. 22. 15:10 일상 이야기

미국에 있을 때 추석이 되면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연락이 왔다. 잘지내냐는 안부와 함께 타향에서 송편이나 챙겨먹냐며 외롭더라도 잘지내라며.  덕분에 간만에 정다운 대화를 하게 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난 솔직히 그다지 외롭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다른 사람들이 다 명절이라고 고향 가고 송편 빚고 차례지내고 했다면 나도 쓸쓸한 느낌에 가족들 생각이 났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국의 추석은 미국에서는 평일. 누군가 일러주지 않으면 모르고 지냈을지도 모른다. 

반면, Thanksgiving 이라 불리는 추수감사절 때에는 한국에서는 아무런 상관없는 날이지만, 미국에서는 꽤 큰 명절이다.  11월 4째주 목요일이라 정해져 있기에 대부분의 직장에서는 금요일도 그냥 쉬다보니, 나흘의 연휴가 주어진다.  집집마다 차이는 있지만, 칠면조 구이를 하고, 고구마와 머시멜로우를 섞어 만든 다소 정체불명의 음식도 하고, 크렌베리 소스를 만든다. 그리고 보통 후식으로는 펌프킨 파이를 준비하는데, 이는 나중에 식탁에 낼 때에는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한 스쿱씩 얻어서 낸다.  경우에 따라 추수감사절 전날부터 가족들이 모이는 경우도 있지만, 당일 가족들이 하는 약간 늦은 점심 식사가 메인 이벤트라고 할 수 있다.  이날은 다들 모여 준비한 음식들을 나누어 먹으며 느긋한 시간을 함께 보낸다.  저녁 식사 때에도 비슷한 메뉴.  그리고 남은 터키는 다음날 샌드위치 속에 넣어서 먹곤 한다 칠면조를 요리하는 방법은 집집마다 달라서 마당에 커다란 찜통같은 솥을 걸고 그 속에 기름을 채워 통째로 튀겨내는 집도 있고, 요리용 종이 봉투 속에 칠면조를 넣어 '촉촉하게' 요리하는 경우도 있다.    

사실 추수감사절은 시기 상으로는 대학원에서는 기말을 향해 나가는 시기. 유학 초반에는 준비해야할 발표와 기말 페이퍼로 늘 맘은 무거운 상태인 경우가 많긴 했지만, 나중에 학기 수업과정이 끝나고 나서는 아닌게 아니라 쓸쓸한 느낌도 들고 고향 생각도 나고 그랬다.  그렇지만, 한국에서는 전화 한통 메일 하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에서는 추수감사절이 언제인지 모르는 것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내가 추수감사절 때마다 외로움에 몸부림치며 벽을 긁거나 베겟잇을 눈물로 흠뻑 적시거나 그렇지는 않았다. 유학을 간 이후에 매년 추수감사절 식사에 누군가에게 초대받고는 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연휴라고 편히 쉴 수 없는 학생의 처지였기에 그 때에는 초대 받으면 받는대로 응하면서도 맘이 바빴다. 한두번은 예의가 아닌듯 해서 거절하기도 했는데, 그 때마다 상대방의 초대가 빈말이 아니라 몇 번이고 간곡한 초대이다 보니, 나중에는 그런게 그렇게 낯설지는 않게 느껴졌다.  지나고 생각해보면 날 추수감사절 식사에 초대를 해 준 사람들은 다양했다.  학과 친구도 있었고, 과 친구는 아니라도 거기서 사귄 친구들도 있었다. 학과 교수님도, 타과 교수님도 있었고, 직장 동료도, 직장 상사도 있었다.  심지어 타주에 있는 친구의 고향의 집까지 가서 그 집에서 머문 적도 있었다.  

한국에서는 명절 날 가족이 아닌 사람들을 함께 불러 쇠는 일이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미국에 있는 동안, 거의 매년 난 누군가의 초대를 받아서 명절을 함께 보내곤 했다.  그때마다 난 노먼 락웰의 그림을 떠올리기도 했다. 물론 집집마다 풍경은 다 다르고 경우에 따라서는 커다란 파티가 이뤄지기도 했다.  

날짜를 보니 오늘이 추수감사절이다.  혹시 미국에 거주하는 친척을 둔 분들은 거기서 쇠지 않는 추석이 아니라 오늘 안부 전화를 한번 해주시라.  원래 주변의 사람들이 즐거울 때 사람은 외로워지는 법이니까.   

그리고 생각해본다. 우리나라에서도 명절, 가족이 아닌 친구들을 한번씩 초대하는 건 어떨까?  실제 초대 받아본 입장에서 말하자면, 덕분에 난 자칫 벽을 긁거나 베겟잇을 적시는 일 없이 즐거운 시간들을 보냈고, 그들의 말을 내가 곧이 곧대로 믿자면, 가족끼리의 모임도 좋지만, 내가 참석을 해서 색다르고 즐거웠다는 말을 했다.  명절의 모습도 시간이 지나면서 바뀌어 가고 있으니 이런저런 다양한 명절의 풍경도 즐거울 것 같다.   

아래는 Doris Lee의 Thanksgiving (1930-40). 좀 더 현실적인 추수감사절 풍경에 가까울지도.
 


 

posted by 잠자는 집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