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정규 강좌 개강 안내입니다. 무역센터점 강의는 제가 진행하는 현대백화점 문화센터 강의 중 유일하게 저녁시간에 진행되는 강좌입니다. 직장을 다니시는 분들이나 낮에는 다른 스케줄이 있는 분들께 적합한 강의입니다. 워라벨을 지향하는 분들을 위한 수업이죠. 하하.
이번 학기는 대략적으로 연대순으로 진행하는 3부 시리즈 중에서 다시 첫번째 시간입니다. 기존에는 르네상스부터 시작했으나, 이번학기는 스펙트럼을 조금 확대해서 비잔틴부터 시작하고자 합니다. 한편으로는 고전 미술을 공부하면서, 또 다른 한편으로는 이러한 고전 미술이 현대미술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를 살펴보면서 진행하고자 합니다.
저번 학기는 3부에 해당하는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한 강의를 진행하였는데요. 강의를 들어보신 분들이라면, 혹은 현대 미술에 관심을 갖고 잦은 미술관 나들이를 해보신 분들이라면 잘 아시겠지만, 현대 작품 속에는 차용 혹은 패러디의 형태로 수많은 고전 작품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번 정규 강좌에서는 현대미술에서 자주 보는 그 고전 미술들을 원래의 문맥 속에서 살펴보는 즐거운 시간이 되리라 생각됩니다.
"아는만큼 보이는 미술 고전을 알면 현대도 더 잘 보입니다. 미술사 자체에 관심있는 분들도 포스트모더니즘 미술을 더 잘 알고자 하는 분들에게도 유익한 시간이 될 것입니다."
현대백화점 문화센터 무역센터점 정규 개강
주제: 미술사를 알면 보이는 미술Ⅰ:비잔틴에서 낭만주의까지
일시: 2019년 12월 5일 ~ 2020년 1월 23일 (목) 19:10-20:20
수강료: 120,000원
장소: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문화센터 11층 3번 강의실
혹 문의사항이 있으시면 문화센터 내 안내데스크에서 직접 문의하시거나 전화문의 (02-539-4560) 해주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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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아래의 이미지를 봤을 때, 나는 '아폴로와 다프네' 신화의 현대적 해석인줄 알았다. 고대 그리스 로마 신화 중 널리 알려진 이야기 중에 하나인 '아폴로와 다프네' 이야기.
아름다운 다프네가 끈질기게 쫓아오는 아폴로를 피하기 위해 아버지에게 구원을 요청한다. 최고 계급의 아폴로보다는 한참 그보다 등급 낮은 강의 신이었던 아버지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고작해야 금쪽같은 딸의 육신을 월계수 나무로 바꾸는 일. 확대 세부 버전의 다프네의 손은 그녀의 따뜻한 피가 흐르던 몸이 월계수 나무로 변화하는 과정을 포착한 것이다. 난 예전에 영화 '화양연화'에서 장만옥의 손만 확대해서 비추는 장면을 보고, 인간의 손이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지 깨달은 적이 있었다. 이번에 본 아래의 '손'의 그림도 많은 감정을 전달해준다. 피하려고 해도 피할 수 없는 운명과 싸우다가 최후의 수단을 택하는 소녀의 애잔한 손짓. 자신의 육신과 작별하면서 느낄 수 있는 절망과 체념이 고스란히 전달되는 듯하다.
앞서 언급했듯이, 난 이 세부만 확대한 부분에 묘사된 손만을 봤을 때에는 이 작품이 고대 신화 에피소드에 대해 요새 작가가 시도한 현대적 해석인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좀더 찾아보니, 이 손의 부분은 커다란 작품의 일부를 잘라 확대한 것이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원작이 현대 작품이 아니었다것도. 무려 이 손이 포함된 전체 작품은 두둥~
현재 소장처는 베르사이유 궁이던데, 왠지 베르사이유 궁에 소장될 법만한 분위기의 작품이다. 바로크 내지 로코코스럽다. 그곳에 사시는 왕족이나 귀족들이 선호할 만한 분위기랄까? 오늘날 많은 사람들의 취향에는 다소 과해서 오히려 촌스럽다고도 느껴질 수 있는...
난 이렇게 세부를 관찰하는 것과 전체를 감상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이토록 다른 감정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실감했다. 미술관에 접근 금지 줄에 다리가 걸리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커다란 경보음이 울리지 않을 정도로 몸을 가능한한 바짝 작품에 가까이하고 목을 쭉빼고 그림을 살펴본 경험이 없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이번 경우는 아무래도 내가 원작을 알지 못했고, 부분을 잘라내서 확대한 부분을 먼저 봐서 그런 것 같지만, 여하튼 상당히 새로운 경험이었다. 앞으로는 종종 이런 식으로 작품을 살펴보기도 해봐야겠다 생각하게 되었다.
아마 '아폴로와 다프네'의 이야기를 묘사한 예술 작품 중에서는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은 베르니니의 '아폴로와 다프네'일 것이다. 천하의 금수저 엄친아 아폴로의 모습과 그 일대에서 가장 아름다웠다는 다프네의 모습도 더할 나위없이 아름답게 묘사되었다. 더욱이 재료가 대리석임에도 불구하고 아폴로의 손이 닿은 다프네의 살결의 부드러움, 다프네의 표정에 나타난 놀라움과 필사적으로 벗어나고자 하는 모습, 그리고 그들을 감싸는 월계수 잎들과 아폴로의 손이 닿은 곳부터 월계수 나무의 둥치로 변해가는 모습이 애니메이션처럼 생생하고 섬세하다. 이 작품을 보면 회화 작품에서는 얻을 수 없는 감동을 조각 작품이 줄 수 있다는 것을 알게된다. 미켈란젤로와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벌였다는 조각과 회화의 우위 논쟁 때, 이 작품이 만들어졌었더라면 미켈란젤로가 좀 더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었을텐데....
이전 글에서도 밝힌 적이 있지만, 현대백화점 문화센터에서 진행하는 특강은 보통 정규 강좌가 개강하기 직전에 매번 특별한 주제를 선택해서 진행해왔어요. 매번 특강도 규칙적으로 진행하게 되다보니, 정규 강좌처럼 특강도 하나의 주제로 일관성있게 진행하고자 합니다. 그래서 저번 특강 때에는 고대 그리스 신화를 주제로 잡아서 그 중에서도 바람둥이 제우스의 화려한 사생활과 미술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이번에는 그 시리즈의 두번째 시간! 또 그리스 신화 속 다른 신들의 사랑 이야기를 살펴보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신화의 내용이 화가들의 상상력을 통해 어떻게 아름다운 회화 작품으로 재탄생되어 왔는지 알아보려고요. 신화 이야기는 그 자체로도 흥미롭지만, 고대 그리스 로마 신화의 내용에 친숙하면 할 수록 서양미술 감상도 더욱더 즐겁게 할 수 있습니다. 글자가 아닌 그림으로 표현하는 신화의 이야기는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각 인물이 누구인지를 표시하는 '지물 (attributes)'와 각 에피소드를 표시하는 '도상'이라는 것이 자리잡게 되거든요. 그것을 잘 모르면 별 의미 없어 보이는 사물, 등장인물들의 동작 등이 다 '암호'처럼 고유한 시각언어로 자리 잡고 있답니다. 이번 기회에 풍요로운 신화의 세계를 함께 살펴보도록 해봐요~
현대백화점 신촌점에서의 겨울 학기 직전에 개최하는 특강 안내를 드립니다.
강사명: 민윤정
강의제목: 신화 속 사랑과 미술2-사랑 이야기
일시: 2019년 12월3일. 화요일 15:00~16:20
장소: 현대백화점 신촌점 문화센터 11층 5번 강의실
수강료: 10,000원
그 밖의 문의는 문화센터 내 안내데스크에서 직접 문의하시거나 전화문의 (02-326-4560) 해주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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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는 수강 신청 화면에 있는 안내글 복.붙 해봅니다~
고전을 알면 현대도 더 잘 보입니다. 각 시대의 사회상과 함께 그 시대의 미술을 소개하면서, 전통에의 차용과 패러디가 대세인 포스트모더니즘의 예를 들어드립니다. 고전미술을 감상하는 분들에게도, 현대미술을 사랑하시는 분들에게도 모두 유익한 수업이 될 것입니다.
이전 글에서도 밝힌 적이 있지만, 현대백화점 문화센터에서 진행하는 특강은 보통 정규 강좌가 개강하기 직전에 매번 특별한 주제를 선택해서 진행해왔어요. 매번 특강도 규칙적으로 진행하게 되다보니, 정규 강좌처럼 특강도 하나의 주제로 일관성있게 진행하고자 합니다. 그래서 저번 특강 때에는 고대 그리스 신화를 주제로 잡아서 그 중에서도 바람둥이 제우스의 화려한 사생활과 미술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이번에는 그 시리즈의 두번째 시간! 또 그리스 신화 속 다른 신들의 사랑 이야기를 살펴보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신화의 내용이 화가들의 상상력을 통해 어떻게 아름다운 회화 작품으로 재탄생되어 왔는지 알아보려고요. 신화 이야기는 그 자체로도 흥미롭지만, 고대 그리스 로마 신화의 내용에 친숙하면 할 수록 서양미술 감상도 더욱더 즐겁게 할 수 있습니다. 글자가 아닌 그림으로 표현하는 신화의 이야기는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각 인물이 누구인지를 표시하는 '지물 (attributes)'와 각 에피소드를 표시하는 '도상'이라는 것이 자리잡게 되거든요. 그것을 잘 모르면 별 의미 없어 보이는 사물, 등장인물들의 동작 등이 다 '암호'처럼 고유한 시각언어로 자리 잡고 있답니다. 이번 기회에 풍요로운 신화의 세계를 함께 살펴보도록 해봐요~
현대백화점 문화센터 압구정 본점 특강
주제: 신화 속의 사랑과 미술 2
일시: 2019.11.28(목) 14:40-16:00
장소: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 컬처센터 1층 H 강의실 (압구정본점의 문화센터는 별관에 위치합니다. 정확한 주소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29길 21이고, 압구정 교회 옆에 있어요)
혹 문의사항이 있으시면 문화센터 내 안내데스크에서 직접 문의하시거나 전화문의 (02-549-4551) 해주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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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남아 있는 달력이 달랑 한장이네요! 세월 참 빠르죠? 오늘은 입동이라고 합니다. 올해는 가을이 꽤나 길어서 갑자기 추워졌다 생각하니 벌써 11월 초순이 다 지나고 있네요.
현대백화점 문화센터 겨울학기가 시작되어 가는 즈음에 개강되는 특강이 시작되고 있는데요. 오늘은 무역센터 점의 특강 공지를 드리고자 합니다.
현대백화점 문화센터 무역센터점 특강
주제: 신화속의사랑과미술2
일시: 2019.11.21(목) 19:10-20:20
장소: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문화센터 11층 3번 강의실
혹 문의사항이 있으시면 문화센터 내 안내데스크에서 직접 문의하시거나 전화문의 (02-539-4560) 해주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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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현대백화점 문화센터에서 진행하는 특강은 이전까지는 매번 특별한 주제를 선택해서 진행했었는데요. 매번 특강도 규칙적으로 진행하게 되다보니 새로운 아이디어가! 회화 작품에서 많이 다뤄지는 그리스 로마 신화의 내용을 차례로 특강 형식으로 진행하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 그래서 저번 특강 때에는 바람둥이 제우스의 화려한 사생활과 미술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이번에는 또 그리스 신화 속 다른 신들의 사랑 이야기를 살펴보도록 합니다. 아울러 이 신화의 내용이 화가들의 상상력을 통해 어떻게 아름다운 회화 작품으로 재탄생되어 왔는지 알아보도록 합니다. 신화 이야기는 그 자체로도 재미있지만, 고대 그리스 로마 신화의 내용에 친숙하면 할 수록 서양미술 감상도 더욱더 즐겁게 할 수 있습니다. 이번 기회에 한번 함께 살펴보도록 해봐요~
오늘 볼 그림은 헨리 알렉산더의 <겨울 창을 통해 본 눈이 있는 풍경>(1870)이다. 페북을 통해 발견한 그림인데, 너무도 포근한 느낌. 정말 특별할 것 그닥 없는 창가, 그리고 그 창을 통해 바라본 평범한 이웃의 풍경의 장면이다. 특별할 것 없지만 세상 편하고 포근하고 안락했던 순간들이 뇌리를 마구 스치게 하는 그림.
'회화는 세상으로 열린 창'이라는 메타포는 서구에 아주 오래 전부터 있었다고 하는데, 그 때문인지 창을 그린 화가는 무척이나 많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는 앙리 마티스가 있을 것이고, 에드워드 호퍼도 창 그림을 많이 그린 화가 중 하나이다. 인상파 화가들은 전반적으로 창, 혹은 창을 통해 바라본 바깥 풍경을 많이 그렸다. 이 그림은 그렇게 많고 많은 창 그림 중 하나인데, 오늘 유독 내맘에 들어온 이유는 아마도 날씨가 갑자기 차가워져서인가보다. 창 밖 풍경은 눈이 소복소복 쌓여 추워보이지만, 푸르름을 유지한 화분이 놓여진 실내는 모르긴 몰라도 벽난로가 피워진 따뜻한 곳 같아 보여서... 그림에는 보이지 않지만 벽난로 앞의 테이블 위에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찻잔이 놓여져 있을 것 같아서... 약간 거리는 있지만, 겨울 이불 속에 몸을 감싸고 그 속에서 발가락 꼼지락 거리며 귤 까먹고 노닥거리던 평화롭고 한가로운 어린 시절이 떠올라서...
그런데, 인터넷으로 작가를 검색하니 이 작가의 생몰년이 맞나 싶게, 1860~1894로 나온다. 이상하다. 이 작품 제작년도는 1870년인데. 그럼 이 화가는 불과 35년 인생을 살면서 10살에 이렇게 인생의 희로애락을 관통한 듯한 작품을 남겼단 말인가? 일단 여기 글 남겨놓고 담에 차차 더 찾아보기로 한다.
P.S. 짧은 시간이지만, 이 글을 포스팅하고 작가의 생몰년과 작품 완성년도와의 미스테리에 대해서 찾아봤는데, 큰 성과는 없었다. 이게 페북의 폐단이다. 전부 한 사람이 포스팅한걸 공유하거나 포스팅 할 뿐 딱히 해당 작품이나 작가에 대한 설명을 단 사람이 없다. 구글 검색을 해보고, 그 작가 이름으로 '일본 다도'라는 작품에 기모노 입은 소녀들이 찻상 앞에 모여 있는 그림이 하나 있길래 일본어로까지 야후 재팬으로 검색해봤는데도 해당작가에 대한 기록은 찾을 수 없었다.
다만, Henry Alexander Bowler라는 이름의 작가가 있었는데, 그 작가의 생몰년은 (1824-1903). 만약 헨리 알렉산더라는 것이 작가명이 맞다면, 페북에 나온 Henry Alexander가 아닌 Henry Alexander Bowler라는 작가 쪽이 위 작품의 작가로는 더 신빙성이 높다. 아무리 천재라 하더라도 10세 소년의 작품이라고 하기엔 위의 그림은 기법적인 측면에서나 작품 속에 녹아든 삶에 대한 태도에 있어서나 무리가 있어보이기 때문이다. Henry Alexander Bowler라는 작가도 그다지 유명하지는 않은듯, 유일하게 작가의 작품이 실린 미술관 사이트는 Tate인데, 작품도 달랑 하나다. 제목하야, The Doubt: ‘Can these Dry Bones Live?’ (의문: 이 마른 뼈들은 (되)살아날 것인가?)라는 부활에 관한 의문을 언급하는 성서적 내용이다. 정확한 제작년도는 알 수없고, 1855년 전시한 적이 있다는 기록만 있는 모양. 테이트 소장의 성서적 주제가 담긴 알레고리 회화는 정물화와는 다소 거리가 있어보이긴 하지만 화풍면에서는 크게 거리가 있어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일견 정물화로 보이는 위의 작품도 충분히 알레고리적 의미를 끌어낼 수도 있어보이고...
'내맘대로 작품보기'를 쓰기로 할 때에는 그냥 작품을 보고 직관적 감상만 쓰는 연습하려는 차원에서 시작했는데, 또 죽자고 한번 덤벼 보았다. 앞으로도 혹 더 작가나 작품에 대해 더 알게 된다면 덧붙여 나가려고 한다.
미술사에 대한 관심이 있어서 문화센터 수업을 듣는 수강생이거나 혹은 특강이나 전시 가이드에서 만나는 분들에게서 미술사에 대해서 좀더 공부하고 싶은데 추천해줄 만한 책이 있냐는 질문을 종종 받고는 한다. 내가 가지고 있는 책들을 몇 권 수업시간에 들고 가서 소개를 할 때도 있긴 했는데, 매번 그럴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 책을 늘 들고 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일단 여기 글을 하나 남겨두고자 한다. 물론 관심분야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일단 미술사 분야에 처음 입문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읽었을 책들 몇 권과 개인적으로 인연이 있는 책 몇 권을 함께 소개해보고자 한다.
에른스트 H. 곰브리치는 미술사 분야에서는 인지심리학 분야의 권위자로 알려진 인물이지만, 대중들을 위한 미술사 개론서인 <<서양미술사>>, 원제대로 해석해보자면, "예술에 대한 이야기"라는 저서와 어린이들을 위해 출판한 <<세계사>>로 유명인사가 되었다. 특히 <<서양미술사>>는 미술사 개론서 분야의 성서라고도 일컬어질 정도로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 셀러이다. 제목도 'History of Art'가 아닌 'Story of Art'이다. 제목처럼 무겁고 딱딱하지 않게 이야기하듯이 깊이 있는 미술사에 대한 이야기를 평이하고도 유려한 문장으로 풀어나가고 있다. 전혀 사전 지식이 없는 사람이라면 이 책도 다소 어렵다고 느낄 수도 있을지 모르지만, 정말 미술사에 대해서 알고 싶은 맘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이 책을 읽어보기를 권해보는 바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 책은 여러차례 번역이 되었고, 문고판 양장판등 판본도 다양하다. 가장 도판도 훌륭한 최근 버전은 예경에서 나온 것이지만, 인근 도서관에서 빌려 볼 사람이라면 그 곳에 소장되어 있는 버전이라면 어떤 것이라도 크게 상관은 없을 것이다. 나도 처음 미술사에 관심을 갖게 되었을 때, 이 책을 읽고 깊은 감명을 받았음은 물론이다. 나중에 그가 미술사 분야에서도 권위자라는 것을 알고 나서는 더더욱 그가 자신의 전공 분야에 치우치지 않고 진정으로 미술을 사랑하는 따뜻한 마음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 겸허하고도 아름다운 태도에 더욱더 감동을 받았다. 그리고 어떤 분야든 경지에 오른 분들만이 내용을 쉽게 설명해줄 수 있다는 사실도 깨달았고...
대학의 교양 수준으로 교과서로 채택되는 책들로는 예전에는 H. W. 잰슨의 <<서양미술사 (원제: History of Art for Young People)>>가 있다. 잰슨의 미술사 책은 한국은 물론이고 미국에서도 오랫동안 대학교의 미술사 교양과목의 교과서로 오랫도록 애용되었지만, 포스트모더니즘이 대두하면서, 서양의 백인 남성 지성인의 시선으로 씌여진 책이라는 비판을 받게 되었다. 이후 이 책 자체도 그러한 비판을 염두에 두고, 기존에 다루지 않았던 제3세계 미술이나 여성 미술 등의 분야들을 보강하여 증보판을 펴내기도 했다. 워낙 오랫동안 교과서로 군림했던 책이다보니, 한국에서도 여러차례 번역이 되기도 했다고 알고 있다. 그런데, 원 책의 내용이 원체 방대하고 크기도 장난 아니게 크다보니, 한국에 출판될 때에는 편역이라는 이름으로 요약본이 주로 출판된 듯하다.
그리고 잰슨 책의 대안으로 교과서 류의 책들이 출판되는데, 그 대표적 예가 <<가드너의 시대를 통해 본 미술사 (Gardener's Art Through the Ages)>>와 매를린 스톡스태드 (Marilyn Stockstad)의 <<미술사 (Art History)>>가 있다. 대학 교재용으로 출판되는 책들은 매년 새로운 책을 팔아야 하기 때문에 자주 새로운 에디션을 펴내는 편인데, 가드너 책은 최근 에디션으로는 16판이 나왔다.
솔직히 말하면, 미국에 있을 때에는 이 책에 대해서도 캐롤 스트릭랜드라는 작가에 대해서도 들어보지는 못했다. 그런데, 한국에 와서 몇 차례 출판 관계자들로부터 이 책이 한국에서는 서양미술에 관한 개론서 중에서는 가장 인기있는 스테디셀러라는 말을 들었다. 궁금한 맘에 몇 번 훑어보았는데, 개인적 소감으로는 이 책의 인기 비결은 '편집의 승리'라는게 개인적 소감이다. 이 책은 원본 보다 한국어판의 편집이 훨씬 더 잘되어 있다는데, 두 세 페이지 안에 각 사조의 특징과 미술사적 의의에 대한 요약이 실려 있고, 대표작가들과 그 대표작이 실려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따라서, 미술사에 대한 사전 지식이 전혀 없는 사람도 이 책 한 권만 잘 읽고 나면 어느 정도 윤곽은 잡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이 장점은 입문자가 선택하기엔 절대적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조금이라도 미술사에 대해서 아는 사람이 개론서라고 꼽기에는 요약이 지나치게 되어 있다고 할까? 대표 사조와 그 대표작가, 대표작 만으로도 그 정도의 부피는 나올 것이니 일단 내용이 너무 빈약하다. 그리고 개인적 소견으로는 그 책의 내용에 실린 내용이 소위 말하는 '카더라 통신'이 여과 없이 실린 것들도 있고, 그렇게 한정된 페이지 안에 굳이 그런 에피소드를 넣을 필요가 있나 싶은 것들도 있어서 좀 아쉬웠다.
폴 존슨은 유명한 역사학자이지만, 예술에도 조예가 깊은 인물로 아마추어 화가이기도 하다. 노 역사학자가 평생 취미와 직업 사이에서 연구한 결과물이 이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솔직히 이 책은 내가 번역을 하지 않았다면 모르고 지나쳤을지도 모른다. 책의 두께도 두껍고, 폴 존슨의 예술에 대한 내공이 고스란히 담긴 책이라 결코 손쉽게 읽어버릴 책은 아니다. 그리고 저자가 엄밀히 말해서 '미술사학자'는 아니기 때문에, 기존의 미술사 책들과는 예술사조의 구분이나, 작품과 작가 선정에는 차이가 있다. 그리고 개인적 사견이 가감 없이 담긴 점은 곰브리치의 저서와는 대척점에 이른다 할 정도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역사학자의 식견과 예술에 대한 깊은 이해로 이전과는 전혀 다른 관점에서 미술사를 바라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책이었다.
주변에서 요즘 볼만한 전시회를 추천해달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그런 말을 듣는 빈도가 높을 때면, '아닌게 아니라 궁금하군!' 하는 맘으로 인터넷 검색을 하거나 여기저기 나도 물어보며 물색을 해보곤 한다. 그러다가 좋은 전시다 싶은게 있으면 추천을 하고. 그런데 최근에 꽤 자주 전시회 추천 요청을 받았으나, 정작 다른 일들의 우선 순위에 밀려 딱히 찾아보지를 못했다.
올해의 작가상을 수상한 작가들의 소개를 살펴보고 전시도 보시고 하시라고 추천! 2012년부터 국립현대미술관과 SBS문화재단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제도라고 한다. 아직 전시를 보지는 못했는데, 요새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한 공부와 강의를 하다보니, 현대 작가들에 대해 더욱더 관심이 가기도 하고, 한국 현대미술의 동향 및 현대작가들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아져서인지 이 전시가 궁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