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병과 사자 :: '미술 이야기' 카테고리의 글 목록 (99 Page)
2020. 5. 8. 00:52 미술 이야기

한동안 빈센트 반 고흐의 꽃 그림을 시리즈로 올리는 통에 '내 맘대로 작품 보기'의 원래 취지에는 벗어나서 반 고흐의 그림을 줄창 포스팅 했다.

원래 내가 '내 맘대로 작품 보기'라는 시리즈를 시작하게 된 것은 작품을 가장 기본적인 정보만 가진 채, 작품 자체만 직관적으로 보고 감상평을 써보자는 것이었다. 그게 아니면 글 한번 쓰기 너무 어렵고 준비시간이 너무 걸리는데, 그렇게 오랜 조사기간을 거친는 것이 반드시 작품 감상을 자~알 하게 된다는 보장도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작품과 작가에 대한 오랜 조사를 한 뒤에서야 글을 쓰는 작업은 어차피 오랫동안 해오고 있는 일이라 블로그에서만이라도 연구에 대한 부담감은 덜어내고, 직관적으로 작품 감상을 해보자 싶어서다.  결국 '내 맘대로 작품보기'는 내가 가진 '훈련된 직관'이란 것이 있다면, '훈련'부분보다는 '직관'이라는 부분을 좀 더 다듬어보고 싶어 시작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소개하는 작품은 그러한 '내 맘대로 작품 보기'의 취지에 잘 맞는 작품이다. 이 작가나 작품에 대해서는 페북에서 발견하기 전까지 전혀 알지 못했고, 그냥 단순히 그림이 맘에 들어서 포스팅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작가의 이름은 짐 에드워즈 (Jim Edwards), 작품 제목도 발음 자신없게시리, 'Plas Canol to the Moelwyns'이라는 제목이다. 모르긴 몰라도 아마도 실제 지명인듯 하다. 

Jim Edwards, Plas Canol to the Moelwyns

다른걸 다 차치하고라도 그림을 보고 하~하며 안도가 섞인 탄성을 내뱉게 한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고마운 그림이다. 아직도 맘 놓고 맑은 공기 들이키며 바깥을 나돌아다니지 못한 상황에서 명료한 색상으로 이토록 아름답고 평화로운 풍경을 눈 앞에 펼쳐지게 해주다니!  맑은 공기를 통해서가 아니라면 결코 나올 수 없을것 같은 선명한 색상과 명확한 윤곽선. 그리고 간략화한 선들은 질서감을 선사하지만, 동시에 조화롭게 깃들여진 율동감은 화면에 생동감을 불어넣어주고 있다.  

아래는 우연히 작가 이름을 검색하다가 발견하게 된 기사. 

https://www.chroniclelive.co.uk/whats-on/arts-culture-news/artist-jim-edwards-opening-ouseburn-10497237

 

Artist Jim Edwards is opening his Ouseburn Studio doors for the special Christmas event

The working spaces of more than 200 artists and designers will be open to the public during the popular festive shopping weekend

www.chroniclelive.co.uk

기사 속에 등장한 작가가 작업중인 사진 한장. https://www.chroniclelive.co.uk/whats-on/arts-culture-news/artist-jim-edwards-opening-ouseburn-10497237

기사를 읽어보니, 작가는 영국 작가이고 자신의 스튜디오 겸 갤러리도 소유하고 있으며 현재 아주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듯하다.  그리고 심지어 그의 홈페이지와 페북 주소도 발견했다.  덕분에 그의 다른 작품들도 (온라인 상으로나마) 더 둘러볼 수 있었는데, 역시 난 내가 처음 발견한 작품이 가장 맘에 든다. 

https://www.jimedwardspaintings.com/

 

Jim Edwards

Cityscape & landscape painter, artist. Studio Gallery.

www.jimedwardspaintings.com

https://www.facebook.com/jimedwardsartist/

이즈음 되니, 새삼 우리가 얼마나 네트워크가 촘촘한 시대에 살고 있는지를 실감하게 된다.  오늘 날에는 제2의 빈센트 반 고흐는 나오기 힘들 것같다.  프랑스나 네덜란드에서 알아주지 않았다 하더라도 지구 반대편에 있는 누군가는 반드시 그의 작품의 진가를 알아줄 것이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며칠 전만해도 난 이 제임스 에드워즈라는 작가가 존재하는지도 몰랐는데, 오늘 나는 그의 홈페이지와 페북을 통해서 그의 당일 스케줄까지 알게 되었지 않은가?  

 

 

미술사적으로 조금 생각해보면 그의 화풍은 야수파의 시초라고도 표현주의의 선구자라고도 알려진 바실리 칸딘스키 (Wassily Kandinsky: 1866-1944)의 초기 풍경화와도 유사하고, 그의 동반자이자 최초의 표현주의 그룹인 청기사파에도 속했던 가브리엘 뮌터 (Gabriele Münter: 1877-1962)의 화풍과도 유사하다. (칸딘스키의 경우 점점 더 과격하게 추상으로 내달리면서 초기의 러시아 전통미술에서 영향을 받았던 윤곽선이 뚜렷하고 원색이 강렬한 화풍은 버리게 된다. 미술사 개론서엔 일반적으로 후기의 작품들만 예로 실리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그의 초기 작품들은 덜 알려져 있다)  참고로 아래는 초기의 칸딘스키 작품과 가브리엘 뮌터의 작품의 예들.

칸딘스키의 초기 풍경화
가브리엘 뮌터의 작품

  

맥락이 조금 다르긴 하지만, 앤디 워홀이 수십년전 '누구나 다 15분간의 명성은 가질수 있다'고 했다. 매일 떠오르고 사라지는 유명 유튜버들을 보면서, 그 말이 오늘날 실현되고 있음을 실감하는 중인다.   오늘날은 알려지기까지도 잊혀지기까지도 모든 것이 빠르게 흘러간다는 맹점은 있긴 하지만 말이다. 

posted by 잠자는 집시
2020. 5. 6. 00:01 미술 이야기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전경, 예전의 모습. 현재는 전염병 때문에 한시적으로 폐관 상태

며칠 전 올렸던 닌텐도의 <동물의 숲>과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협업중인 프로젝트에 대해서 포스팅과 연관해서 메트로폴리탄의 150주년 기념 행사에 대해서 포스팅을 해본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150주년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를 어쩌나! 전세계가 전염병 때문에 왠만한 미술관은 문을 열지 못한 상태이고, 메트로폴리탄 미술관도 예외는 아니다. 관람객들도 안타깝겠지만, 이 행사를 위해 오랫동안 준비해왔을 미술관 관계자들과 스탭들을 생각하면 더욱 더 안타깝다.  전시회가 하나 진행되려면 수많은 사람들이 많은 노력을 하는데 말이다.  

 

150주년을 맞았다는 뉴스 윗쪽에 슬프게도 '잠정적으로 휴관'을 한다는 소식을 알리고 있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홈페이지

Behind the Scenes: The Working Side of the Museum, 1928

 

Making the MET 1870-2020

 

Making The Met, 1870–2020 -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 Google Arts & Culture

April 13, 2020 marks the 150th anniversary of the founding of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In a flush of optimism following the American Civil War, a...

artsandculture.google.com

미술관의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면 다 발견하게 될 링크이지만 편의를 도모한다는 의미에서 몇 개의 링크를 걸어둔다. 어차피 한동안 '사회적 거리두기'는 계속 될 거고, 한번 제동이 걸린 일상생활이 모두 정상으로 돌아오려면 시간이 좀 걸릴테니 그 동안 가상으로나마 미술관 투어를 해보는 것도 나쁠 것 없다 싶어서다.  

posted by 잠자는 집시
2020. 5. 4. 00:01 미술 이야기

한동안 빈센트 반 고흐에 대한 포스팅을 하다보니 이런 글도 눈에 더 잘 들어왔나보다.  난 게임을 하지 않아 잘 모르지만 요즘 제일 핫하다는 <동물의 숲 (영문: Animal Crossing)>에서도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소장 중인 유명 작품들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기사의 포인트. 

세계 유명 미술관이 자신들의 컬렉션의 이미지를 일반인들이 무료로 다운로드하는 것을 허용해온 것은 꽤 오래된 일이다. 이전에는 유료 사이트에서만 구할 수 있었던 이미지를 다운로드 할 수 있게 된 것은 유명 미술관의 웹사이트 뿐 아니라 구글 아트 프로젝트의 덕분으로 구글 검색만 해도 해상도 높은 이미지를 다운로드 할 수 있게 된 것도 오래되었다. 덕분에 이제는 누구라도 작품의 제목이나 작가만 정확하게 알면 왠만한 이미지는 다 구해 볼 수 있다. 그리고 블로그를 운영해본 사람이면 알것이라 생각하는데, Getty images들은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이미지들을 많이 제공하고 있어 블로그를 운영하다보면 자주 이용하게 되는 사이트이기도 하다. 

딱히 작가명이나 작품명을 몰라도 주제나 소재만으로도 구글에서 검색하기만 해도 수많은 명작들을 구글 창을 통해 수많은 명작들을 감상할 수 있고, 맘이 내키면 내 컴퓨터에 다운로드 할 수도 있게 되었다. 내 거실 벽에다 반드시 진품을 걸고야 말겠다는 맘이 있으면 이야기가 달라지지만, 그냥 컴퓨터 바탕화면 정도로 만족하거나 자신이 소유한 (그닥 훌륭하지 않은 해상도의) 프린터로 뽑아서라도 벽에 걸어보고자 한다면 누구라도 명작을 가까이 두고 볼 수 있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Own a Van Gogh … in Animal Crossing, with The Met's New Share Tool

게임 <동물의 숲>에 등장한 메트로폴리탄 소장품의 모습.  <동물의 숲>이라는 게임을 해보지는 못했지만, 이 이미지를 보니까, 게임을 한 번 해보고 싶기도 하다. 아니, 그것보다 이 깜찍한 소녀가 가진 집의 거실을 가져보고 싶다는 것이 더 솔직한 심정이다.  Image: Nintendo via The Met  Source: https://www.metmuseum.org/blogs/collection-insights/2020/animal-crossing-new-horizons-qr-code

링크를 따라 들어가보면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소장 중인 유명 작품들의 설명 링크로 들어가서 좀 더 자세히 알아볼 수도 있고, 이미지 아래에 있는 public domain이라고 표시된 이미지라면 박스 안에 화살표가 그려진 아이콘을 누르면 개인의 컴퓨터에 이미지를 다운로드 할 수 있다. 

이 아이콘을 누르면 자신의 컴퓨터에 해당 이미지를 다운로드 할 수 있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작품을 검색한 뒤, 원하는 작품의 이미지를 클릭하면 작품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물론 이미지도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위의 링크가 아니더라도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홈페이지에서 Art라는 메뉴 아래 드랍메뉴에서 The Met Collection을 클릭하면 검색창이 나온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홈페이지에서 Art 메뉴에서 드랍메뉴 중에서 The Met Collection을 선택하면 미술관 소장 중인 작품을 맘대로 찾아볼 수 있고, 그 중 Open Access에 미리 체크해놓으면 이미지를 자유롭게 다운로드 할 수 있는 Public domain에 속한 이미지들만 나열된다. 

이미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을 거라 생각하고, 나부터도 오래 전부터 사용하고 있던 터라 설명할 필요도 못느꼈었는데, <동물의 숲>과 연관된 것은 뉴스이기도 하고, 개관 150년을 맞이하고서도 작금의 현실에 본의 아니게 임시휴관 중인 미술관의 상황을 보니 안타깝기도 하고 해서 링크를 걸어본다.  

반 고흐와 함께 하는 꽃놀이를 계속해도 좋고 평소에 관심있었던 작품들로 컴퓨터 화면을 꽉꽉 채우며 집안에서 미술관 방문을 해봐도 좋을것 같다.   

심지어 게임 속 인물도 '사회적 거리두기' 및 마스크 쓰기는 철저히 지키는 모양새.  와중에 나이도 어린 청년이 취미한번 고상하다. 벽에 걸린 명작들 좀 보소. Image: Nintendo via The Met. Source: https://www.metmuseum.org/blogs/collection-insights/2020/animal-crossing-new-horizons-qr-code
이런 거실이라면 '사회적 거리두기'도 나쁘지 않다 싶다. Image: Nintendo via The Met. Source: https://www.metmuseum.org/blogs/collection-insights/2020/animal-crossing-new-horizons-qr-code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인 때에도 이 신상품을 구입하려는 줄은 엄청 길었다는데, 메트로폴리탄 소장품 이용방법은 알고 있던 나로서는 이 게임에 관심이 더 간다.  가상으로 동물 친구들과 함께 집을 꾸미거나 함께 여행을 하는 게임인것 같은데, 이 게임의 인기는 '사회적 거리두기' 중이었기에 더 했던 것이 아닐까도 생각해본다. 실제 친구를 만날 수도 맘대로 여행을 다닐 수도 없으니 가상게임에 몰두하게 된 것이 아닐까? 

posted by 잠자는 집시
2020. 5. 1. 00:24 미술 이야기

의도한 것은 아닌데, 계속해서 반 고흐의 꽃 그림을 올리게 된다. 듣기 좋은 꽃노래도 한두번이라는데, 무려 네번째!  이렇게 포스팅으로라도 꽃 놀이를 해서 소중한 봄을 그냥 흘려보내는 것에 대한 보상을 해보겠다는 맘이다. 그리고 새삼 깨닫게 된다. 반 고흐는 정말 꽃 그림을 많이 그렸구나.   (이전의 반 고흐 포스팅 아몬드 꽃, 복숭아 꽃, 배꽃에 대해서는 링크를 참고)

정말 그렇다! 그래서 세계 유명 미술관 곳곳에 그의 꽃 그림이 안 걸린데가 없을 정도다.  상황이 그러하니, 그의 어떤 꽃 그림은 내가 본 적이 있는지 아님, 어디서 본 건지 알쏭달쏭 아리까리 할 때가 있다. 그런데, 그의 제비붓꽃 그림은 전시실의 분위기도 기억날 정도로 확실히 기억난다. 가끔 그런 작품들이 있다. (에드워드 호퍼의 '나이트 호크스'가 그러했고, 이 블로그의 제목이 된 앙리 루소의 '잠자는 집시'가 그러했다).  반 고흐의 '제비붓꽃들 (Irises)'는 J. 폴 게티 미술관에서 봤다.  [난 붓꽃이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이번 포스팅을 계기로 찾아보고 화면에 나타난 꽃은 '제비붓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Vincent van Gogh (1853-1890), Irises (1889) oil on canvas; 74.3 × 94.3 cm, J. Paul Getty Museum

그리 대작은 아니지만, 내가 생각했던 규모보다는 꽤 큰 작품의 크기에 놀라고 화면 가득히 채운 꽃을 그려낸 힘찬 붓질과 생생한 색감에 놀라고,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 중에 제일 좋아하는 작품 중 하나인 <제비붓꽃들>을 소개한다.  사실 제비붓꽃은 서양화가들이 많이 그리는 꽃의 종류는 아닌데, 반 고흐는 이 특이한 꽃을 꽤나 좋아했나보다.  그가 그린 또 다른 제비붓꽃이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있다.  빈센트 반 고흐의 대표적인 제비붓꽃 그림이 미국의 동서부에 각각 한 점씩 있는 셈이다. 

핑크색 벽과 대조되는 바이올렛 빛깔의 붓꽃이 화려함을 더한다. 반 고흐가 사용한 분홍색은 변색이 심해서 오늘날 남은 작품에서는 거의다 흰색으로 보인다. 이는 아래 장미꽃을 그린 화병의 장미꽃 색들도 마찬가지.  Vincent van Gogh, Irises (1890) oil on canvas ; 73.7 x 92.1 cm, Metropolitan Museum of Art, New York

위의 제비붓꽃이 가득 꽃힌 화병은 1890년 5월 그가 생 레미의 정신병원을 퇴원하기 전에 폭발적으로 그려낸 두 점의 제비붓꽃 화병과 두 점의 장미 화병 그림 중 하나다. 저번 포스팅에도 언급했듯이 그는 1890년 7월 자살인지 타살인지 논란 중인 총상으로 세상을 뜨게 되므로 이 작품은 그가 죽기전 두달 전에 완성한 것이다. 이 아름다운 작품과 함께 그가 그렸던 장미 화병 그림들 (아래 그림 참고)과 또 한 점의 제비붓꽃 화병 그림은 1907년 세상을 뜨기 전까지 그의 어머니가 소장했던 작품이라고 한다.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과 워싱턴 D.C.의 내셔널 갤러리 오브 아트에 그가 생 레미 정신병원에 입원 중에 그렸던 두 점의 장미 화병이 각각 한 점씩 소장 중이다.  Vincent van Gogh  (1853–1890), Roses (1890) oil on canvas ; 71 x 90 cm, National Gallery of Art, Washington D.C.     Vincent van Gogh, Roses (1890) oil on canvas ; 93 x 74 cm, Metropolitan Museum of Art, New York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과 워싱턴 D.C.의 내셔널 갤러리 오브 아트에 그가 생 레미 정신병원에 입원 중에 그렸던 두 점의 장미 화병이 각각 한 점씩 소장 중이다.  Vincent van Gogh  (1853–1890), Roses (1890) oil on canvas ; 71 x 90 cm, National Gallery of Art, Washington D.C.   

다시 제비붓꽃으로 돌아와 보자. 장미나 다른 화병의 꽃들도 즐겨 그린 반 고흐이지만, 그의 제비붓꽃은 여러모로 타의추종을 불허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제비붓꽃을 그린 서양화가들이 그리 없기도 하고, 다른 꽃들보다 에너지면이나 색감면에서 단연 그의 제비붓꽃 그림은 독보적이라 생각한다.  아직 학술적으로 조사해보진 않았지만, 난 그가 그의 제비붓꽃 소재를 일본의 작품에서 따온게 아닌가 생각해왔다. 그렇게 생각하게 된 계기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그의 제비붓꽃 화병 그림을 감명 깊게 보고 나서, 일본의 장식적인 미술을 대표하는 오가타 코린 (Ogata Kōrin (尾形光琳): 1658-1716)의 제비붓꽃 그림을 그린 대형 병풍을 연이어서 봐서 였을까? 금박을 배경으로 녹색과 청색을 아낌없이 사용한 그의 제비붓꽃이 리드미컬하게 펼쳐져 있는 병풍은 그의 대표작 중 하나다. 

Ogata Korin (尾形光琳), Irises at Yatsuhashi (left) (Metropolitan Museum of Art)
 Ogata Korin (尾形光琳), Irises at Yatsuhashi (right) (Metropolitan Museum of Art)

오가타 코린은 금박을 배경으로 제비붓꽃이 만개한 병풍을 수 점 제작하였고, 세계 각곳의 미술관에서 소장 중이다. 그리고, 이 제비붓꽃에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그 얘기인 즉슨, '이세 모노가타리 (The Tales of Ise (伊勢物語))' 혹은 '이세 이야기'라고 하는 일본의 헤이안 시대 고전으로 와카라고 하는 일본의 시로 구성된 옛날 이야기 속에 등장한다.  주인공이 신분이 높은 귀족 여성과의 연애가 발각되어 교토에서 추방되게 되었는데, 떠나는 길에 야츠하시 (8개의 다리) 위에서 연애시를 읊는다.

이세 이야기는 너무나도 유명해서 병풍 속에 인물은 하나도 등장하지 않지만, 이 작품을 보면 일본 사람들이라면 이 꽃과 다리가 그 장면을 의미한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반 고흐가 그 내용까지 알고 있었을 것 같지는 않고, 그가 고가인데다가 부피도 큰 이 금박 병풍을 직접 봤을 것 같지는 않다. 따라서 그는 부채나 우끼요에 작품 같은 저가인데다가 이동이 용이한 작품들 중에 이 작품과 유사한 그림을 본 적이 있으리라 짐작해본다.   

Ogata Korin: Irisis, right screen, 151x360 cm. Ink, color and gold on paper, begin. 18th-century. Nezu Art Museum
Ogata Korin: Irisis, left screen, 151x360 cm. Ink, color and gold on paper, begin. 18th-century. Nezu Art Museum.

이로써 무려 네번에 걸친 반 고흐와 함께하는 봄 꽃놀이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어느새 5월이다. 5월에도 꽃들은 피어 있을 것이고, 아직도 전염병에의 공포는 남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달을 맞아 기분 전환하고 활기찬 생활을 시작해보려고 한다. 

posted by 잠자는 집시
2020. 4. 27. 16:52 미술 이야기

지난 며칠 계속 반 고흐의 꽃나무에 대해서 포스팅을 하고 있다. (아몬드 꽃복숭아 나무) 오늘은 평소에 내가 좋아하는 반 고흐의 꽃나무 한 그루를 올려본다.   이 작품을 그린 시기는 복숭아 나무와 과수원 그림을 많이 그리던 시기 1888년 4월, 장소도 마찬가지로 아를르 지방에서 그린 것이다. 그는 유독 아래 그림처럼 오도카니 한 그루 나무를 많이 그렸다. 

Vincent van Gogh (1853 - 1890), Small Pear Tree in Blossom (1888)  oil on canvas ; 73.6 x 46.3 cm, Van Gogh Museum, Amsterdam 

 

저번에 언급한 것처럼 이렇게 전방에 뚜렷한 윤곽선으로 주제를 그리는 방식은 우끼요에의 영향을 반영하는 것이다 (아몬드 꽃 참고할것) 하지만 그의 나무에는 왠지 모를 짠~함이 느껴진다. 주변엔 아무 것도 없이 혼자 서있는 나무. 뒤틀린 나무 줄기에 열린 꽃들은 아름답지만, 보통 그렇게 작은 꽃들이 모여 흐드러지게 피었을 때의 정취와는 좀 다른 고즈넉함이 느껴진다.   꽃은 많아도 아름답고 홀로 피어도 아름답지만 말이다. 

 

위의 배 나무와 비슷한 시기에 그려진 <꽃 핀 복숭아 나무>  Vincent van Gogh (1853 - 1890),  Peach Tree in Blossom  (1888), oil on canvas ; 50 x 37.5 cm, Van Gogh Museum, Amsterdam 

 

posted by 잠자는 집시
2020. 4. 24. 17:50 미술 이야기

며칠 전 빈센트 반 고흐 (Vincent van Gogh: 1853 - 1890)의 <아몬드 꽃>에 대해서 포스팅을 하였다. 오늘 '내 맘대로 작품 보기'편은 저번 작품보기 보다 더 '내 맘대로~'의 취지에는 벗어난다.  이전에 몇 번 스쳐지나듯 봤을지도 못하는 이 복숭아 나무 그림의 뒷야기와 이와 연관된 반 고흐가 테오에게 보낸 편지 (1888년 4월1일 일요일자)를 요번 기회에 처음 읽게 되었으니, 오늘의 '내 맘대로 작품보기'는 '그림과 함께 편지 읽기'라고 이름 붙여야할지도...

지난번의 <아몬드 꽃>은 새로 태어난 조카에 대한 사랑과 어린 생명에의 축복과 희망으로 가득한 작품이었다. 오늘 소개하는 작품은 누군가의 죽음을 기리는 작품이다. 비록 그림을 그리기 시작할 때부터 그를 염두에 두고 그린 작품은 아니지만 말이다. 

오늘 소개할 작품은 반 고흐의 분홍색 복숭아 나무 (The Pink Peach Tree)  (1888)이다.  지난번의 작품과 비교하면 약간 작지만 비슷한 크기이고 같은 꽃나무라는 점에서는 유사하지만, 색조면이나 붓자국의 면에서나 많이 차이가 난다.  (인터넷 상으로 구할 수 있는 최선의 상태의 이미지가 아래 띄운 이미지라 원래 이미지의 아름다움을 다 담을 수 없음은 아쉽지만 감안하고 감상하시길.) 

 

자신에게 처음으로 화가의 길을 제시해주고, 그림을 가르쳐주었던 사촌의 남편인 안톤 모브에 대해 각별한 심정을 가졌던 것 같다. 그의 부고를 듣고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서 빈센트는 위의 작품 <분홍색 복숭아 나무>를 미망인이 된 사촌에게 자신과 동생의 이름으로 보낼 것이라 밝히고 있다. 빈센트 반 고흐, <모브에 대한 추억> Vincent van Gogh, <Souvenir de Mauve (Reminiscence of Mauve)> (1888), oil on canvas ; 73 x 60 cm, Kröller-Müller Museum

반 고흐가 (자신의 환상 속의) 일본의 기후와 유사한 아를르 지방에 옮겨온 뒤, 그 해 봄에 그린 것이다.  반 고흐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익히 알고 있겠지만, 그는 과수원을 주제로 수많은 그림을 그렸다. 반 고흐는 화려하고 커다란 꽃망울을 지닌 장미나 목단보다는 하나보다는 무더기로 모여서 흐드러지게 피어있을 때 더욱 아름답다고 느껴지는 라일락이나 배꽃, 아몬드 꽃, 그리고 복숭아 꽃과 같이 자잘한 꽃들과 나무들을 많이 그렸다. 

위의 작품 <분홍색 복숭아 나무>에 대해서는 빈센트 반 고흐가 동생 테오에게 1888년 4월1일자로 보낸 편지에서, 그 제작과정과 그림의 왼쪽 아래에 자신의 서명 위에 "Souvenir de Mauve"라고 쓰게 되었던 경위에 대해서 자세히 밝히고 있다. 빈센트는 위의 작품에 대해서, '앉은 자리에서 단번에 야외에서 넓게 펼쳐진 과수원에 복숭아 나무들과 푸르른 하늘과 흰 구름'을 그렸노라 하면서, '이제까지 자신이 그린 풍경화 중에서는 제일 잘 된 것'이라 자부한다. 이 작품을 완성하고 집에 들어왔을 때, 그는 사촌으로부터 안톤 모브 (Anton Mauve: 1838-1888)의 초상화 한 점과 함께 그의 부고 소식을 받게 된다.  

안톤 모브는 헤이그 화파를 대표하는 작가로 알려져 있는데, 헤이그 화파는 프랑스의 바르비종 화파와 유사하게 야외의 풍경을 주로 주제로 다루었다. 이들의 화면의 색상에서 '회색 화파'로 불리기도 한다. Anton Mauve (1838-1888), Morning Ride on the Beach (1876) oil on canvas ; 45 x 70 cm, Rijksmuseum, Amsterdam

안톤 모브로 말하자면, 반 고흐의 외사촌의 남편으로 당시에는 꽤 알려진 화가였는데, 친절하게도 방황하던 반 고흐를 화가의 길로 인도해준 사람이었다. 1881년, 반 고흐는모브의 스튜디오로 옮겨가 그의 밑에서 그림을 배웠고, 그는 반 고흐의 생활을 돌봐줬다고 알려져 있다.  비록 그가 반 고흐에게 그림을 봐 준 것은 길어야 한달 남짓에 불과하기에 그 둘이 함께 지낸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처음에는 친절했던 그가 금세 차가워져서'는 반 고흐에게 더 이상 그를 돌봐줄 수 없다고 잘라말했다고 한다. 그게 그의 변덕인지 아님 반 고흐에겐 주변 사람들을 못견디게 하는 뭔가가 있었는지 잘 모르지만 말이다. 모브의 입장에서 보면, 반 고흐는 '그림보다는 산책을 더 좋아하는' 게으르고 싹수 안보이는 청년이었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고, 혹은 당시 반 고흐가 사귀던 여성이 애 딸린 매춘부라 그러한 그의 사생활을 용납할 수 없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신에게 처음으로 화가의 길을 제시해주고, 그림을 가르쳐주었던 사촌의 남편인 안톤 모브에 대해 각별한 심정을 가졌던 것 같다. 위에 언급한 편지에서, 그의 부고를 듣고 빈센트는 감정이 격해져 '목이 꽉 막히는' 느낌이 들어서 자신이 막 완성한 그림 <분홍색 복숭아 나무>에 "안톤 모브에의 추억, 빈센트와 테오"라고 썼고, 미망인이 된 사촌에게 자신과 동생의 이름으로 보낼 것이라 밝히고 있다. (현재 작품에 Theo라는 글자는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나중에 빈센트가 지운 것이리라)

그러면서 편지에는 '내 생각에는 모브 씨에 대한 추억은 너무 심각한 것이 아니라 정답고 즐거운 것이라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하면서 이런 구절을 덧붙이고 있다. 

‘Don’t believe that the dead are dead.
While there are people still alive 
The dead will live, the dead will live’.

(그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한 죽은자는 죽은 것이 아니다.  /죽은 자는 (산사람과 더불어) 살 것이다. 죽은 자는 (산 사람과 더불어) 살것이다. 

위의 문구는 마치 반 고흐가 자신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듯하다. 그가 세상을 뜬지 무려 13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는 우리와 더불어 이 봄을 맞고 있다. 

1888년 4월에서 5월 사이 아를르에서 그렸다는 분홍색 배 나무.  빈센트는 비슷한 시기 복숭아 나무 그림을 두 점 그렸는데, 그 중 하나는 모브에게 헌정했고, 또 하나는 그의 동생 테오에게 보냈다.   아래 작품은 내가 찾아본 한도에서는 <분홍색 복숭아 나무>와 구도가 가장 비슷한데, 이 작품이 동생에게 본 작품인지 아닌지는 확실하지 않다. Vincent van Gogh (1853 - 1890),  The Pink Peach Tree  (1888),  oil on canvas ; 80.9 cm x 60.2 cm, Van Gogh Museum, Amsterdam 

 

posted by 잠자는 집시
2020. 4. 20. 18:36 미술 이야기

오늘 소개할 작품은 엄밀한 의미에서 '내 맘대로 작품 보기'에 해당하지는 않는다. 원래 '내 맘대로 작품 보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내가 사전 지식이 없이 우연히 맞닥뜨린 작품 중 맘에 드는 것을 따로 깊이 있는 조사를 하는 일 없이 내가 본 것과 직관에 기초해서 글을 써보자는 것이 취지였다.   그런데 오늘 올리는 작품은 내가 비교적 자세히 알고 있는 작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리는 이유는....

이 봄 변변하게 흐드러지게 피는 봄 꽃들을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지내는게 안타까워서 그림으로라도 상쾌한 봄 날의 공기속에 만개한 꽃을 만끽하며 그 설렘을 나눠보고자...

예전 학교 다닐 때 주변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던 중, 미술사나 미술을 업으로 삼은 사람들이나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나 공통적으로 좋아하는 화가로 빈센트 반 고흐가 '당첨'된 적이 있다. 그리고, '왜 우리 모두는 반 고흐를 사랑하는가?'라는 답없는 질문에 한동안 얘기에 열을 올리기도 했었다. 나로서도 반 고흐가 최애 작가는 아니지만, 그의 작품 중 몇 작품은 각별히 좋아해서 오늘 소개하는 그림은 한동안 스마트폰 커버로 사용하기도 했다. (꽤 거금을 주고 인터넷에 주문을 했는데, 내가 기대해 마지 않았건만, 실제로 받은 제품은  화면으로 봤던 쨍하던 청록색 하늘이 아니라 실망을 하긴 했지만! 거금 (?)을 들인게 아까워서)    

Vincent van Gogh (1853 - 1890),  <Almond Blossom> ( February 1890,  Saint-Rémy-de-Provence) oil on canvas ; 73.3 x 92.4 cm, Van Gogh Museum, Amsterdam. 반 고흐 뮤지엄에 소장 중인 이 작품은 미술관 사이트의 설명에 따르면 1890년 2월  남프랑스 지방인 생-레미-드-프랑스에서 그려진 것이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오늘 소개할 작품은 모두가 사랑해 마지않는 네덜란드의 천재 화가 빈센트 반 고흐 (Vincent van Gogh: 1853 - 1890)의 <아몬드 꽃 (Almond Blossom)>(1890)이다. 1890년 2월에 그려진 이 작품은 그해 1월 31일 동생 테오와 그의 아내 조 사이에서 태어난 조카의 탄생을 축하하기 위한 선물이었다.  동생 테오의 남달랐던 우애는 널리 알려진 바이지만, 특히나 조카의 이름을 자신의 이름을 딴 Vincent Willem van Gogh로 지었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빈센트는 각별히 더 기뻤던 모양이다. 그의 어머니께 보낸 편지에, '조카의 이름을 자신들의 아버지의 이름을 따서 지었어야 하는거 아닌가'하면서도 '그 소식을 듣자마자 위의 작품에 착수했다'고 알리고 있다.  청록색의 신선하고 청명한 하늘을 배경을 힘차게 쭉쭉 뻗은 가지 위로 아름답게 피어난 흰색 아몬드 꽃들은 새롭게 탄생한 생명에 대한 축복과 희망으로 가득차 있다.    

자연 속에 흐드러지게 핀 꽃나무는 빈센트 반 고흐가 좋아하는 주제였긴 하지만, 아몬드 꽃에 대한 사랑도 남달랐던 듯 하다. 이미 2년전 그는 아직 추운 겨울임에도 싹을 틔운 아몬드 가지가 유리병에 담아 2점이나 그리기도 했다.  

Vincent van Gogh, Blossoming Almond Branch in a Glass (1888) Van Gogh Museum, Amsterdam

빈센트 반 고흐가 좋아한 것은 꽃나무 뿐 만은 아니다. 그는 유명한 일본미술 팬이었다.  19세기 중반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유럽에서는 폭넓게 일본풍의 유행이 있었다. 이를 자포니즘 (Japonisme)이라는 명칭이 따로 있을 정도로 콜렉터와 애호가들 사이에 엄청난 인기였다. 빈센트 반 고흐도 예외는 아니어서 일본 미술을 무지 사랑했고, 실제로 일본의 목판화 (우끼요에)를 상당수 수집하기도 했다.   <아몬드 꽃>에서도 일본 목판화의 영향이 보이는데, 주제를 근거리에서 확대해서 그림으로서 강한 윤곽선으로 표현된 가지들이 화면 밖으로 잘려져 나간 듯한 구도는 우끼요에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히로시게와 같은 유명 우끼요에 작가들의 작품을 다수 모사하기도 했다. 

빈센트 반 고흐가 안도 히로시게의 우끼요에 목판화 작품을 유화로 모사한 작품. 한자를 알았을리 없던 반 고흐가 그려놓은 한자를 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 Vincent van Gogh, Japonaiserie Flowering Plum Tree (after Hiroshige) (1887) oil on canvas; 55 x 46 cm, Van Gogh Museum, Amsterdam

 
 

안도 히로시게의 에도 100경 중에서 30번째 작품인 <카메이도 매화 공원>. 판화 작품이다보니 소장처는 세계 곳곳에 산재하고 있다. Ando Hiroshige, Plum Park in Kameido (亀戸梅屋舗, Kameido Umeyashiki) number 30 in the series One Hundred Famous Views of Edo (1857), a woodblock print in the ukiyo-e ; 37 x 25 cm

 

사실 빈센트 반 고흐와 자포니즘과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많은 연구가 되어 있고, 그런 사전 지식 없이도 시각적으로도 영향이 너무 명백해서 오늘은 따로 언급하지는 않겠다. 뭐 그가 애초에 아를르 지방으로 옮긴 것도 일본과 같은 따뜻한 햇살이 항상 빛나는 곳을 찾다가 가성비가 높은 아를르 지방에 정착을 하게 된 것이고, 자신의 입으로 자신의 작품은 궁극적으로 다 '일본적'이라고까지 천명한 작가이니까 설명이 더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는 습도 높은 일본의 기후를 지중해의 태양 가득한 기후로 만들어 버린 것은 그가 이상향으로 생각했던 일본에 대한 환상의 결과물!)

이 <아몬드 꽃>이라는 작품을 오늘 선택한 것은 왠지 모르지만, 내가 이 작품을 접할 때마다 뭐라고 형언할 수 없는 '찬란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작품을 보는 내 맘까지 벅차오르는 듯하게... 물론 이와는 상반되게 역시 왠지모를 '처연함'도 함께 느끼게 되는데, 이러한 벅참과 쓸쓸함의 절묘한 조화가 나로 하여금 이 작품이 프린트된 스마트폰 커버를 사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빈센트 반 고흐가 <아몬드 꽃>을 그린 것이 1890년 2월이고, 그가 생을 마감한 것이 같은 해 7월이니까, 이 작품은 그가 세상을 뜨기 전 불과 5개월 전에 완성한 작품이다. 얼마 남지 않은 인생을 불태워서 그린 그림이라서 그런걸까? 아님 그건 그냥 남은자가 덧붙이는 쓸데없는 감상(感傷)적 감상(感賞)인건가?  

오늘의 내 맘대로 작품보기, 빈센트 반 고흐의 <아몬드 꽃>이었습니다. 

 


posted by 잠자는 집시
2020. 3. 30. 00:02 미술 이야기

얼마전 MoMA에서 운영하는 무료 온라인 미술사 강좌 수업이 있다고 알려드렸는데요. 저도 들어가보려고 북마크 겸 포스팅해두었는데, 반응이 좋았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저번에 알려드린 수업 말고 또 다른 수업에 대해서도 알려드리려 합니다.  MoMA에서 몇가지 수업을 제공하고 있던데, MoMA 사이트 들어가 보신 분들이라면 다 아시겠죠?  저는 개인적으로 평소에 어렵게 느껴지던 철학과 미술과의 관계, 그리고 개념 정립이 쉽지 않은 포스트모더니즘에 관련된 수업도 좋다고 생각되어 다시 한번 더 알려드립니다. 개인차는 있겠지만, 혹 평소에 위의 문제들에 대해서 궁금증은 있었지만, 알 기회가 없었다고 생각되시면 한번 들어보세요. 현대미술이 얼마나 철학적 이슈들과 깊은 연관이 있는지 다들 아시죠? 그리고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한 개념이 얼마나 복잡한가도요. 늘 궁금했지만, 우리는 늘 다른 일로 바빠서 찾아볼 틈은 없었잖아요? 

온라인 강의 특성상 처음에 알아듣기 힘들었다면 여러번 같은 수업을 반복해 듣는 것도 가능하니까, 여유있게 여러번 들어봐도 좋을듯 합니다.  그리고, 저번에 설명을 빠뜨렸는데, 무료 강의도 있고, 일정 금액 ($45)을 결제하면 수료증을 지급받을 수도 있더라구요. 얼마나 법적 효력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수강생들의 동기 부여 차원에서나, 프로그램의 제작 경비 충당면에서나 그 정도의 금액을 책정한건 나쁜 아이디어는 아닌듯해요.   

저번에도 언급했지만, MoMA는 이제까지도 탁월한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어서, 저도 수업준비하면서 많은 도움을 받고는 했습니다. 온라인 수업은 이번에 처음 들어봤지만, 각계의 전문가들이 가급적 평이한 언어로 쉽게 진행하고 있어서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아요.  어차피 외출을 맘껏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집안에서 할 수 있는 것도 제한적이라면, 이 참에 공부라도 잔뜩 해두면 좋을 것 같아요.  

The Modern and the Postmodern (Part 1)

https://www.coursera.org/learn/modern-postmodern-1

 

The Modern and the Postmodern (Part 1) | Coursera

Learn The Modern and the Postmodern (Part 1) from 웨슬리언 대학교. This course examines how the idea of "the modern" develops at the end of the 18th century in European philosophy and literature, and how being modern (or progressive, or hip) became one ...

www.coursera.org

 

The Modern and the Postmodern (Part 2)

https://www.coursera.org/learn/modern-postmodern-2

 

The Modern and the Postmodern (Part 2) | Coursera

Learn The Modern and the Postmodern (Part 2) from 웨슬리언 대학교. This course examines how the idea of "the modern" develops at the end of the 18th century in European philosophy and literature, and how being modern (or progressive, or hip) became one ...

www.coursera.org

 

 

I have introduced free online art history classes the other day, which was highly responsive.   I realize that the Covid-19 hinders for outdoor activities, many get bored at home.  Well, I will introduce another class which I'm personally taking.  Hey!  it is free anyway!  There is an option you can get a certificate if you pay $45.00. (The cost seems reasonable.  The students might get more motivated ; the production cost need to be covered somehow.)  

Anyone who visited the website may already know, there are several other classes offered other than the one I introduced last time.  Personally, I found the courses on The Modern and the Postmodern I & The Modern and the Postmodern II interesting and useful.  This course helps me understand some philosophical issues and postmodern theories. Contemporary art is always intertwined with Philosophy, and it tends to be always difficult. And we don't have time to learn about it.  Why don't we take an opportunities to learn about philosophical ideas and postmodernism while we can't go out anywhere anyway?    

posted by 잠자는 집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