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추석하면 무엇보다 보름달이 떠오른다. 어릴 때, 지방의 큰댁에 모였을 때 봤던 휘영청 밝은 달에 대한 기억 때문일까? 물론 그 때의 풍요롭고도 따뜻한 분위기를 사진으로 찍을 생각도 그림으로 남길 생각도 못했기에 지금은 낭만주의 풍의 (조금쯤 우울해보이는) 달 그림으로 대신하지만 말이다.
모르긴 몰라도, 미국 사람들 맘 속에 추석, 아니 추수감사절 (Thanksgiving)이라고 하면 노먼 락웰의 이미지가 떠오르리라. 그래서인지 추수감사절 시즌이면 수많은 매체에서 그의 작품을 패러디하곤 한다.
맥락은 조금 벗어나지만, 그리스 신화에서 수확과 풍요를 관장하는 것은 데메테르 (혹은 로마 버전으로는 세레스)이다. [때로는 케레스라고 표기된 것도 봤는데, 아침마다 먹는 시리얼과 어원이 같다는 점에서 '세레스'라는 표기가 맞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풍요로움을 기원하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마찬가지일텐데, 이번에 신화 공부를 하면서 찾아볼 때, 데메테르 여신에 대한 회화나 조각의 이미지가 많이 없어서 의외라 생각했다. 오히려 미모탓에 지하의 신 하데스에 납치된 페르세포네의 이미지는 차고 넘치는데 말이다. (예나 지금이나 이쁜 것은 중요하다)
페르세포네의 이미지로는 단연 단테 가브리엘 로제티의 회화에서의 이미지가 선명하다. 라파엘전파 화가들은 신화속의 여인들을 많이 그렸고, 그 중 프레드릭 레이튼도 예외는 아니다. 그런데, 그의 그림 속 데메테르는 어디까지나 페르세포네가 구출되는 장면에 등장하는 조연이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그닥 눈길을 주지 않았지만, 심슨즈와 락웰은 중시했던, 그리고 우리 조상들이 더도덜도 말고 딱 요만큼만 하라던 풍요로운 추석이다. 즐거운 추석을 다들 보내시길 바라는 의미에서 짧은 포스팅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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