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병과 사자 :: '방울토마토 키우기' 태그의 글 목록
2019. 5. 3. 18:27 일상 이야기

작년 방울토마토 씨앗과 배양토가 봉투에 들어있는 것 키워보고 열매을 수확하고서 '원예'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는 이야기는 한 적이 있다.  이번 봄에는 난생 처음 본격적으로 '파종'이란 것을 해본 것이 지난 4월 28일. 

인터넷에서 어림짐작해서 주문한 상토, 화분 얼추 맞아 떨어졌고, 허브는 마조람, 세이지, 레몬밤, 허브딜, 페퍼민트, 라벤더, 카모마일, 야로우.  다들 처음 보는 씨들인데, 씨라고 안했음 먼지인줄 알고 싹싹 닦아버렸을 크기의 작은 씨들이라 과연 얘들이 싹을 틔우긴 할건지.... 걱정이 됐다.  그런데, 오늘 보니까, 초근접 확대를 해야 겨우 보낼 크기이긴 하지만 새싹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맘 착한 사람들에게만 보이는 새싹들.  화면에선 잘 안보이지만 측면에서 보면 이 작은 아이들이 또 햇빛이 들어오는 쪽으로 다 고개를 향하고 있다. 

아울러, 방울토마토 씨도 좀 더 사서 뿌리긴 했고, 파종하는 날, 예전에 뿌려둔 파프리카 씨가 막 자란건 화분이 너무 작다는 지적들이 있어서 분갈이 해줬다. 하지만, 어찌된 셈인지 사시사철 길고 가늘게 계속 몇개씩 열리는 방울토마토는 아직 열매가 맺혀서 그거 다 따고 분갈이 해주려고 이번엔 안했다. 그리고 잘자라는 파프리카에 의욕 뿜뿜해서 다시 슈퍼서 파프리카 사서 먹고 남은 씨들을 모아놓고 보니 그 수가 많아서 난처하던 차에, 흙주문한데서 주문 안했는데도 보내준 계란판 같은데다가 뿌려놔줬다.  

그런데, 방울토마토 싹도 나고, 파프리카는 붐비는 데서 너른데로 오니 당장 꽃이 폈다. 

방울토마토 새싹들
파프리카 꽃

5mm 남짓한 새싹들이 살아보겠다고 햇볕 드는 창쪽을 향해 일제히 그 작은 고개를 쪼옥 빼고 있는 것을 보니 사랑스럽기 그지 없었다. 그리고  정말 생명의 신비함이라는 진부한 표현 외에 달리 더 할 말이 없다. 

오늘은 사진을 안찍었지만, 허브들도 조금씩이지만 잘들 자라고 있는 것 같다.  가성비 갑인 취미를 찾고 계시다면 식물 키우기를 적극 권하는 바이다. 

posted by 잠자는 집시
2019. 3. 20. 21:25 일상 이야기

몇 차례 작은 수확 (그래봤자 대여섯개씩 두세번)



지난 주일엔 놀러온 조카들에게 하나씩 하사. 

오늘 마트에 갔더니 봄이라 그런지 유난히 꽃 화분이 많았다. 예전부터 허브도 길러보고 싶은데 그곳에서 일하는 분한테 여쭤보니 꽃화분보다 허브를 키우기가 훨씬 더 까다롭다고 한다. 

유실수를 성공적으로 길러본 나로썬 직접 수확하는 즐거움을 포기하기 힘든데... ㅎㅎ  봄엔 허브를 키워볼까나~



posted by 잠자는 집시
2019. 2. 14. 12:15 일상 이야기

한겨울인지 모르고 무럭무럭 자라는 우리집 과수원. 빈약하기 그지없는 줄기에 무려 방울 토마토가 20개가 열렸다. 처음엔 모두 녹색이라 구분도 안되더니, 이제는 제법 붉은 색이 올라와서 확연히 열매임을 알 수 있을 정도이다. 

2019년 1월에는 모두 푸른 나의 방울토마토 줄기와 열매 

이제는 확연히 붉은색을 띠는 방울토마토들



그리고 독야청청 올라오는 줄기는 파프리카인지 방울토마토인지 알 수 없었는데, 열매가 맺히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방울토마토 같다.  재작년 방울토마토가 열린 후, 난생 처음 수확의 기쁨을 가지고 이번에는 내가 사서 씨를 뿌렸건만 아무 소식도 없어서 그냥 망했다고만 생각했는데, 그 중에 생존한 씨앗이 있었나보다. 

정체를 알수 없었던 독야청청 줄기 

이제는 방울토마토임이 분명해진 독야청청 줄기

파프리카도 너무 무성해서 분갈이를 해준다고 했는데, 난생처음 해보는거라 제대로 살아날지 안할지는 모르겠다.  파프리카 싹들은 분갈이 후에 다시 올리는 걸로...제발~ 살아나라~ 

너무 무성해진 파프리카 싹들. 


키우는 즐거움 3탄~ 

posted by 잠자는 집시
2019. 1. 23. 00:30 일상 이야기

원예가의 일기...

이렇게 말머리를 농담삼아 올렸다가 원성을 들을까봐 참았다. 

저번에 방울 토마토의 성과에 힘입어 일전에는 슈퍼에서 산 파프리카 다듬다가 나온 씨들을 모아서 말렸다가 뿌려보았었다.

아무리 물을 줘봐도 싹이 올라올 낌새도 안보이길래, 다시한번 씨를 모아다가 다른 화분에는 그냥 마구마구 뿌려보기도 했었다.  

그리고는 습관적으로 물을 가끔 주긴 했어도 별 기대를 안하고 있었는데, 어느날 보니까 연한 녹색잎이 올라오더니, 며칠 새 여러개가 올라오고... 그러더니 어느새 이렇게 많이 자라 있었다. 

처음에 싹 튼 파프리카들

분갈이 하면서 씨를 더 뿌려준 후 자란 파프리카들

너의 정체는 뭐냐? 혼자 무럭무럭 크는 정체불명의 식물


중간에 키가 큰 이 놈은 뭔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이전에 방울 토마토 씨를 한 번 더 사다 뿌렸는데, 걔들은 다 죽은거 같았는데, 그 중 살아남은 한 녀석인지 아니면 파프리카 우성 종자인지 확실히 모르겠다)

여하튼 본격적으로 정원을 가꾸는 이들이 보면 정말 가소롭기 짝이 없겠지만, 나로서는 기특하고 대견하고 뿌듯한 생명체들이다. 별 것 아니지만, 이런 열악한 환경 속에서 뿌리내리고 생명을 키워가는 존재들을 보고 있노라면 적잖은 힐링이 된다. 

나중에 정말 본격적으로 조그마한 정원은 꼭 꾸며보고 싶다.  


posted by 잠자는 집시
2019. 1. 22. 05:12 일상 이야기

거의 포기하고 있었다. 

작년에 지인에게 받은 방울토마토 씨앗을 뿌려서 한 차례 수확을 했고, 난생처음 유실수를 키워서 얻은 터라 엄청 흥분하며 기뻐했었다. 


그리고서는 계속 키만 크는 토마토 줄기에 '내 네가 계속 자라니 물은 준다마는...'이라는 심정으로 물만 주고 있었다. 그런 마음이다보니 물을 그렇게 정성스럽게 주지도 못했다.  그러다가, 이번에 물을 좀 줘보다가 아니면 그냥 갈아 엎어야지 괜히 거실 자리만 차지하고 점점 웃자라는 가지로 지저분해지기만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한동안 오히려 신경을 쓰면서 물을 좀 줬더니, 얘들이 한겨울인 것을 모르고 갑자기 꽃을 막 피우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한 며칠만에 보니까 여기저기서 다시 방울 토마토들이 열리기 시작한 것이 아닌가?!  


다시 감격 모드~

그래서 요새는 일주일에 한 두번씩 물을 주면서 방울토마토의 갯수를 세보면서 힐링 타임을 갖고 있다.  집에 오신 손님 한분이 원래 일년생인데 또 키우는 거 보니 신기하다고도 하시던데, 그 말씀에 힘입어 내가 정말 원예에 소질이 있는건가? 하는 중.

posted by 잠자는 집시
2018. 10. 13. 01:41 일상 이야기

벌써 작년의 일이다.

지인에게 방울토마토와 흙이 담긴 조그만 봉지를 선물로 받았다. 건네면서, 조금 오래된 거라 싹이 틀지 모르겠다며.... 그래서, 큰 기대 없이, 마시고 난 플라스틱 커피 음료 잔 밑에 구멍을 뽕뽕 뚫고, 봉투의 흙을 담고, 그 흙에 손가락으로 꾹꾹 눌러 몇 개 홈을 파 놓고, 작은 비닐 봉투 속에 담겨있던 몇 알 되지도 않아 보이던 눈꼽만한 씨 몇 알을 조심스레 나눠서 그 구멍 속에 떨어뜨려 담고서는, 흠씬 물을 뿌려 주었다. 크게 기대는 않았지만, 그래도 며칠에 한번씩 물도 주고 했더니...
싹이 꼬물꼬물 올라오는게 아닌가?! 기대없이 놔두던 플라스틱 컵속의 초록을 보고 경탄하면서 집에 있던 화분에 옮겨 주고 좀더 정성을 들였더니.... 열렸다. 토마토가....

난생처음 내 손으로 키운 유실수라니~ 너무 신기하고 나의 무관심과 무경험 속에서 방치된 상황에서도 그토록 무럭무럭 자라준 생명들이 너무 고마워서 그 뒤로는 좀 더 신경을 쓰며 살펴보았다. 그래도 딱히 달리 해준 건 없고, 그냥 물만 일주일에 한 번 주는 것을 빠뜨리지 않고 지킨 정도. 심지어 전문적인 녹색 플라스틱 대도 처음에 존재 자체를 몰랐고, 나중에 그런게 있다는 걸 알고 나서도, 그걸 어디서 사는지도 몰라서 그냥 나무 젓가락으로 지지대를 세워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해묵은 방울토마토 씨들은 몇 차례의 수확을 가능하게 해주었다, 먹기도 아까운 열매들을 몇 차례 따서는 동네방네 자랑하면서 식구들에게 하나씩 하사하곤 했다. 예수님이 성찬을 나누실 때에도 이렇게 생색을 내지는 않으셨으리라.

위의 사진은 마지막 수확을 기념하여 한 컷.

그래서 재미를 붙여서 올해도 한번 하고서 이마트 원예 코너에서 비슷해보이는 방울토마토 키트를 사서 뿌려보았는데, 실패!

역시 그건 우연이었나? 나는 스스로 난 원예에 재능이 있나보다. 나름 무척 감격했었는데...

그러던 나날을 보내던 중, 슈퍼에서 산 파프리카를 요리할 때 다듬다가 나오는 씨를 보고 문득 그 씨들을 모아 말려서 나중에 뿌려볼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서 조심스레 씨들을 모아 말려두었다.


그러고선 한동안 까맣게 잊고 있다가 그 바싹 잘 마른 씨들을 실패한 방울 토마토 씨들을 심었던 곳에 다시 뿌려두었다.

그랬더니, 싹이 올라왔다! 이번에는 처음으로 영양제도 사서 지시사항대로 거꾸로 세워 화분 귀퉁이에 꽂아두었다. 그리고 녹색 지지대도 미리 구입. 일부는 작년의 방울 토마토 나무(?)에 나무 젓가락을 빼고 꽂아주었다.

식물은 어떠한 의미에서 대단하다. 자리를 옮겨 다닐 수 없으니, 그야말로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해" 생명을 유지하고 열매을 맺어 후손을 잇고자 노력을 한다. 인간들이 겪는 어려움에 비해서 더욱더 극한의 어려움에 맞서서 생명을 유지해온 것이다.

나는 항상 in-put과 out-put간의 간격이 긴 일만을 해왔다. 그러다가, 이렇게 비교적 단 시간에 가시적인 성과물을 접하니 성취감이 남다르다. 힐링 타임이라는 것이 이런 것일까? 앞으로는 '원예'를 당당히 취미란에 써넣을테다!


posted by 잠자는 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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