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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3. 21. 23:46 미술 이야기

요즘은 AR VR이 더이상 신기할 것 없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몇 년전 포켓몬을 찾아내는 AR 게임이 유행했었고, 뭔가 두꺼운 안경을 끼고 휘적휘적 팔을 휘젓는 모습들도 낯설지 않게 되었으니까요. 미술사의 분야에서도 VR은 낯선 분야가 아닙니다. 벌써 십수년 전부터 유명한 미술관이나 박물관은 자신들의 홈페이지에 Virtual Tour라는 섹션을 만들어서 그곳에서 자신들의 소장품들을 둘러볼 수 있는 가상의 공간들을 앞다투어 만들어왔죠. 

제가 그 중 인상 깊었던 Frick Collection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알려드리기로 하고, 오늘은 르네상스의 3대가 중 하나인 미켈란젤로의 걸작 시스틴 천장화를 볼 수 있는 바티칸 궁의 버츄얼 투어를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르네상스 미술 수업 시간에 자주 소개는 하지만, 한정된 수업시간에 서툰 마우스 조작법으로 제대로 보여준 적이 없어서 이 참에 포스팅을 올려서 시간있을 때 맘껏 탐색해보시라는 의도입니다. ^^

Virtual Tour "Sistine Chapel"
www.museivaticani.va/content/museivaticani/en/collezioni/musei/cappella-sistina/tour-virtuale.html

 

Virtual tour "Sistine Chapel"

Virtual tour "Sistine Chapel"

www.museivaticani.va

바티칸 뮤지엄 버츄얼 투어 화면의 시작 장면. 물론 현실에서는 이런 평화로운 장면은 기대하기 힘들다. https://www.museivaticani.va/content/museivaticani/en/collezioni/musei/cappella-sistina/tour-virtuale.html

자신을 천상 조각가로 생각했던 미켈란젤로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후세의 사람들에게 가장 깊게 각인이 새겨진 그의 대표작은 시스틴 천장화일텐데요. 사실 버츄얼 투어로 둘러보시는 쪽이 더 쾌적할지도 모르겠어요. 세계 관광지를 직접 가보면, 사람들 아무도 없을 때 전문 사진가들이 촬영해서 가능한 조용하고 환경에서 걸리적 거릴 것 없이 선명한 작품을 보기란 쉽지 않으니까요. 

 

현실버전의 시스틴 천장화 감상 장면

 

위키피디아에 실린 시스틴 천장화.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이곳에서 자세한 내용을 살펴볼수 있고, 그려진 인물이 누구인지도 알아볼 수 있다. source: https://en.wikipedia.org/wiki/Gallery_of_Sistine_Chapel_ceiling

 

바티칸 미술관 버츄얼 투어 홈피에 들어가면 아래쪽에 화살표들이 나열되어 있는데 천장화를 보기 위해선 빨간색 선을 두른 화살표를, 다른 쪽 벽화를 보려면 각각 그 방향의 화살표를 누르면 화면이 이동한다. 인터넷 속도에 따라 다소의 로딩 시간이 걸리는건 감안해야 하지만 해당 화면을 확대해 볼 수도 있다.  https://www.museivaticani.va/content/museivaticani/en/collezioni/musei/cappella-sistina/tour-virtuale.html

다 아시겠지만, 시스틴 천장화 이외에도 그 방에는 라파엘의 스승 페루지노, 보티첼리 등 당시 유명한 화가들의 작품들이도 많이 있습니다. 두루두루 찬찬히 살펴 볼 수 있으니까, 시간 나는대로, 심심하면 방문해서 놀기 좋은 사이트라고 할 수 있겠죠? 동물의 숲 미술사 버전! ㅎㅎ    

 

posted by 잠자는 집시
2020. 5. 12. 00:01 미술 이야기

오늘 소개할 드로잉은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작가 중 하나인 미켈란젤로의 장보기 목록 - 청어, 토르텔리 (라비올리의 일종으로 네모난 만두 같은것), 페넬 스프 두 그릇, 앤초비 네개, 그리고 (이게 정확하게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지만) 'a small quarter of a rough wine' (아마도 적은 양의 정제가 안된 저렴한 와인이 아닐까싶다). 그리고 심부름을 시킬 하인이 글을 모른 관계로 알아보기 쉽게 일러스트레이션에 해당하는 드로잉을 덧붙인 것이다.  

미켈란젤로가 글을 읽지 못하는 하인을 배려해 남긴 쇼핑 목록과 드로잉 (1518년) 

문맹인 하인에게 심부름을 시키기 위해서 일필휘지로 슥삭슥삭 남긴 드로잉인데도 불구하고 그의 필력이 느껴진다. 그의 대작들, 즉 시스틴 천장화나 다비드 상은 자주 접해봤기에 친숙하다면 친숙하지만, 그의 이런 생활밀착형 드로잉을 보는 것은 처음이라 신선하기 이를데 없다.  그리고 생각해보면 너무도 당연하지만, 천하에 없는 거장이라도 매일매일 이렇게 장을 보고, 음식을 만들어 먹고 했구나 새삼 자각하게 된다.  미켈란젤로는 나랑은 무관한 옛날 옛적에 살았던 천재라고만 생각했는데, 이런 드로잉 하나로 그와 나와의 거리가 확 가까워진듯하다. 

미켈란젤로의 걸작 시스틴 천장화에서 '아담의 탄생' 장면
미켈란젤로의 걸작 '다비드' 상

그와 같은 천재도 이렇게 매일매일 일상이라는 것들로 채워진 인생을 살았다고 생각하면, 별 특별할 것도 없는 나도 매일매일 일상을 충실히 채워가야겠다는 각오 (?)같은 것도 생긴다. 

p.s. 이번 포스팅을 올리고나서 이전에 올린 글 하나가 생각이 났다.   보티첼리와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아직 경제적 여유가 없던 도제 시절, 둘이 음식점 겸 숙박업소를 동업으로 잠시 경영했다는 것을...  그렇다. 미켈란젤로 뿐 아니라 보티첼리와 레오나르도 다 빈치 모두 매일매일 생활하는 생활인이었다.  뭐지? 이 말할 수 없이 가슴 속 깊숙한 곳에서부터 치밀어 오르는 친밀감은?

Leonardo da Vinci, Mona Lisa (c. 1503–1506), oil on poplar panel ; 77 × 53 cm, The Louvre Museum, Paris  

 

Sandro Botticelli, The Birth of Venus (c. 1484–1486). Tempera on canvas ; 172.5 × 278.9 cm (67.9 in × 109.6 in). Uffizi, Florence

 

 

posted by 잠자는 집시
2018. 10. 7. 01:30 미술 이야기

세상을 보는 시각은 여러가지다.  여기서 그 다양한 시각에 대해서 다 언급할 수 없을 정도로 많지만, 크게 줌인한 시각과 줌아웃한 시각으로 나누어볼 수 있다. 

이를테면, 친구들끼리 모였을때, '얘는 어머님이 전라도 분이시라 음식맛이 좋다'라는 말은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갱상도 사나이의 '으리'도 자주 하는 말이다.  이 밖에도 충청도 출신인 사람들은 느긋하다거나, 뭐 그 밖에도 각 지방에 대한 선입견 내지 편견을 포함한 평가는 한국 사람이라면 거기에 동의를 하든 안하든 들어보긴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거기에 반해 우리는 다른 나라 사람들에 대해서는 그냥 '미국 사람' '일본 사람'이라고 뭉뚱그려 표현한다. 

다른 곳은 잘 모르지만, 일단 미국은 그 크기로 말하자면 남한의 백 배는 족히 되는 크기의 땅인데, 그리고 그 속에 얼마나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인데, 우리는 그냥 '미국 사람들은...'이라고 특징을 지워 이야기 하곤 한다. 

참고: 

남한의 면적=9만 9538㎢
북한의 면적=12만 2762㎢
미국의 면적=951만 8323㎢
참고로 시카고 북쪽에 있는 오대호의 크기를 합하면 24만5000㎢이고, 

그 중 가장 큰 슈페리어 호 같은 경우만 해도 8만㎢이다. 

즉, 미국 면적의 크기는 
남한에 비해 105배의 크기
북한에 비해 79~80배의 크기
한반도를 합한 면적의 44배의 크기

미국인들에게 물어보면 또 다르다.  뉴욕을 방문했다가 그 다음 행선지가 LA라고 이야기라도 할라치면, '내 평생 LA를 가본 적은 없지만, LA 사람들은 이렇다며?'라고 물어본다. 그리고 LA를 방문한 뒤, 다시 뉴욕으로 돌아갈 날짜가 언제다라고 이야기하면, '나는 한번도 뉴욕을 가본적은 없지만...'이라는 이야기를 꼭 하곤 했다. 그 뿐 아니다. Texas 사람들은... Midwest 사람들은.... 이렇게 각각 다른 지방에 대한 사람들에 대한 인상과 고정관념들을 가지고 있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그 때에는 '한국에 가면 다 "미국 사람들"인데...'라고 생각하면서 재밌다고만 생각했었다.  

원체 미국 사람들은 다른 나라에 대해서는 잘 몰라서, 좀 식견이 있다는 사람들도 한국과 중국, 일본에 대해서는 어렴풋이 위치가 다르다는 정도는 알아도, 결국 한국은 그냥 '극동' 내지 '동양'이라는 큰 범주에 묶인다.  '미국인들'이 본국 이외의 지역에 대해 알려고 하는 노력이 부족하기도 해서이기도 하지만, 다른 나라에 대해서 세분해서 구분해서 이야기하는 것을 들어본 기억이 없다.  

그리고 생각해봤다. 이런 차이가 생기는 이유가 무엇인지... 그리고 내린 결론은 결국은 본인에게 가까운 것에 대해서는 세분해서 살펴보고 이해하고, 자신과 먼 것일 수록 개략적으로 이해하는 인간의 본성 탓이라는 것이다. 내가 명명해보자면, '줌인과 줌아웃 법칙'인 것이다.  가까이서 보면 차이들이 도드라져 보이고 멀리서 보면 공통점들이 잘 보이는 것이다. 이는 미술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미술사에서 르네상스 미술의 특징을 이야기 할 때, 플로렌스 (피렌체)와 베니스 (베네치아)의 미술을 선과 색으로 대비하여 설명한다. 즉, 피렌체는 색보다는 '선'을 중시하는 미술이라 소묘의 기법이 뛰어난 작가들이 많고, 베네치아의 미술은 선보다는 '색'을 중시하는 미술이라 다른 지역에 비교해서 탁월한 색상이 특징인 작가들이 많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MICHELANGELO (1475-1564)'Ignudi detail from the Sistine Chapel Ceiling', c.1508-12 (fresco) - 선을 중시한 피렌체의 르네상스를 대변하는 작가, 미켈란젤로

미켈란젤로의 시스틴 천장화를 위한 수많은 드로잉 중 하나 ; 오른쪽은 완성된 모습

Titian, Bacchus and Ariadne (1520-23), The National Gallery, London  색을 중시하는 베네치아의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인물, 티치아노

그러나, 이것은 줌인했을 때의 시각이고, 줌아웃해서 북유럽르네상스 (이탈리아보다 북쪽의 유럽국가, 플랑드르 지방 등)과 함께 비교해보면, 세부의 디테일을 중시하는 북쪽지방의 예술에 비해 이탈리아 미술 전반이 소묘, 즉 디세뇨 (disegno)를 중시하는 예술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북유럽르네상스를 설명할 때에는 이탈리아 미술전반에 대한 특징을 다시금 언급해주어야 하는 것이다. 

Jan van Eyck,Giovanni Arnolfini and His Wife Portrait  (1434)oil on oak panel of 3 vertical boards 82.2 ×60 cm, National Gallery, London

이는 동서양 미술의 특징을 논할 때가 되면 다시 달라진다. 북유럽과 이탈리아 할 것 없이 그냥 '서양미술'.... 이처럼 우리는 줌인해서 관찰할 때와 줌아웃해서 관찰할 때의 자세가 달라지고 따라서 도출되는 결과도 달라진다.  

요는 줌인해서 보는 세상과 줌아웃해서 보는 세상이 많이 다르다는 것. 평소에는 아주 세밀하게 들여다보는 세상을 가끔은 줌아웃해서 보는 것도 신선한 시각을 유지하는 방법이 되기도 하지 않을까?  좀 논의가 달라지긴 하지만, 내 인생이기 때문에 가깝게 들여다보고 자세히 보이는 내 삶의 문제들도 때로는 줌아웃해서 보면 그렇게 심각한 문제는 아닐때도 있다는 점. 그리고 의외로 쉬운 해결책이 보이기도 한다는 것.  


posted by 잠자는 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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