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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2. 22. 03:28 미술 이야기

이 포스팅은 약 2개월 전 수업 준비 하던 중 아이디어 노트를 메모만 해두고 묵혀두었던 아이템.  진작 글 올리려고 했는데, 코로나 19의 파도에 밀려 넘실거리기도 하고, 그러다보니 예정에 없던 일정들을 소화하고 하다보니 이제서야 글을 올린다.   

이번 가을 학기 수업이 포스트모더니즘이다보니, 수업준비를 위해 참고하는 자료도 좀 달라졌는데, 그 탓인지 예술에 대해 내가 갖고 있던 관점이 약간 바뀌기도 하고 그랬다. 심지어, 이렇게 포스트모더니즘을 주제로 전체 학기를 이끌어가기로 시작한게 작년 겨울이고, 이번 가을학기로 두번째인데, 지난 학기에 비해서도 달라진 점이 꽤 보인다. 이번 학기 수업 준비를 하다가 YBAs (Young British Artists)에 관련해서 처음으로 알렉산더 맥퀸 (Alexander McQueen: 1969-2010)에 대해서 조사를 하게 되었다. 알렉산더 맥퀸이라는 이름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이 있었고, 그의 해골 문양이 들어간 스카프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연구하게 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알렉산더 맥퀸의 트레이드 마크와도 같은 그의 해골 스카프 
데미안 허스트와 협업하에 만든 알렉산더 맥퀸의 해골과 나비 스카프 

해명아닌 해명을 하자면, 작년 처음의 포스트모더니즘 수업때엔 처음이라 그나마 보다 오소독스 (orthodox)하다고나 할까 보다 널리 알려졌다고나 할까 하는 작가들을 선택하다보니 알렉산더 맥퀸까지는 언급할 시간적 여유가 안되었다. 하지만, 냉정하게 스스로를 돌아보자면, 포스트모더니즘 미술을 동시대 미술로서 접하고 있고 나름 공부를 하고는 있지만, 나에겐 아직 모더니즘적 사고방식이 크게 자리하고 있어서 소위 '정통적인 미술'의 영역이 아닌 부분에 대해서는 건성으로 대하고 있지는 않았나 반성하게 되었다.  

Alexander McQueen – Savage Beauty Exhibition 2015년 4월1일 게재된 영국의 V&A MUSEUM에서 개최된 SAVAGE BEAUTY 전시소개  Source: https://finestseven.com/alexander-mcqueen-savage-beauty-exhibition-2/  처음 그의 작품에 충격에 가까운 감동을 받은 것은 위의 잡지 사진이었다. 정확히 어떤 맥락에서 촬영된 것인지는 불분명하지만 아마 영국의 빅토리아 앤 앨버트 미술관에서 2015년 개최된 전시 홍보차원에서 촬영된 것인듯하다. 

나의 모더니즘적 관점에서 봐서도 알렉산더 맥퀸은 대단한 인물이다. 미국에서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그리고 영국에서는 빅토리아 앤 앨버트 미술관와 같은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콧대 높은 미술관들이 기꺼이 그의 단독 전시회를 기꺼이 개최하였다.  그리고, 좀 더 시각을 넓혀 유튜브에서 그의 패션쇼를 몇 개만 보고 있노라면, 이는 '정통 예술'에서의 '퍼포먼스 미술'의 영역에 포함시켜도 손색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니 손색이 없다는 정도는 너무 과소평가한 것이다. 규모나 퀄리티 면에서 내가 이제껏 봐온 퍼포먼스 미술을 뛰어넘는 훌륭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패션쇼를 촬영한 것을 '비디오 아트' 영역으로 놓고 봤을 때에도 내가 감동 깊게 보았던 비디오 아트 작품들을 상회하는 대단한 작품이었던 것이다.      

https://youtu.be/QwiUJ-xK3ZE

빅토리아 알버트 뮤지엄에서 알렉산더 맥퀸의 1999년 봄/여름 콜렉션 패션쇼에 대한 소개한 영상 Alexander McQueen's Spring/Summer 1999 Collection entitled No. 13 was showcased in the V&A's Fashion in Motion in June 1999.

[유튜브에서 Alexander McQueen shows만 치면 연도별로 그의 패션쇼가 다 모여있으니 참고하시길. 여기다 옮겨올랬더니 성인 인증을 해야해서 썸네일이 열리지 않아 크게 의미가 없는거 같아서 이 포스팅에는 올리지 않도록 한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2011년 전시회, 빅토리아 앤 앨버트 미술관의 2015년 전시회, 이 두 전시회 모두 내가 직접 본 것은 아니라 자세한 설명은 할 수 없지만, 현재 미술관 홈페이지에 남아있는 기록들로만 봐도, 그 스케일이나 큐레이팅 수준이며 정말 어마어마하다. 살펴보니 올해도 알렉산더 맥퀸이라는 이름으로 패션쇼는 한 것 같다. 하긴 그가 세상을 떴어도 그의 패션 브랜드가 없어진 것은 아니니까.  

2011년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개최된 알렉산더 맥퀸의 전시회 장면 https://blog.metmuseum.org/alexandermcqueen/about/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의 전시회는 'Savage Beauty'라는 타이틀로 전시는 고전적인 'Cabinet of Curiosities'의 형식을 택하고 있다. 이 '호기심의 캐비닛'이란 계몽주의의 대두에 따라 16세기 말 부터 귀족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것으로 '희귀한 것' '귀중한 것'을 수집해서 모아둔 방을 지칭한다. 이는 폭넓게 보자면 오늘날 박물관이나 미술관의 전신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그 곳에서는 소유자의 안목을 보여주는 예술 작품들은 물론, 이국에서 수집한 희귀종의 동물들의 박제, 조개, 식물 등을 전시해놓은 것이다. 

초기 Cabinet of curiosities의 예. Ole Worm (1588–1654) "Musei Wormiani Historia" (1655), the frontispiece from the Museum Wormianum depicting Ole Worm's cabinet of curiosities. copper engraving print

 

바로크 시대 소장자의 취향과 안목을 알수 있는 캐비넷의 한 부분. Frans Francken the Younger (1581–1642) Chamber of Art and Curiosities (1636) oil on panel ; 86.5 × 120 cm, Kunsthistorisches Museum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전시는 이러한 '호기심의 방' 혹은 '호기심의 캐비넷'의 컨셉으로 구성된 것 같은데, 굉장히 효과적이라고 생각된다. 패션의 중심지 중 하나인 뉴욕에 위치한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복식사를 연구하는 사람들에게는 메카와도 같은 미술관이기도 하기에, 이 미술관에서 맥퀸의 전시회가 열린것은 적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야만스러운 아름다움'이라는 타이틀이 딱 어울리는 작품이다. 
알렉산더 맥퀸은 빅토리아 앤 앨버트 미술관에서 영감을 많이 받았음을 공공연히 밝히곤 했고, 미술관은 2015년 맥퀸의 대규모 전시회를 개최했고 그의 작품도 많이 소장하고 있다. Suit, Alexander McQueen, It’s a Jungle Out There, Autumn/Winter 1997, designed in Britain, made in Italy. Museum no. T.90:1, 2-2011. © Victoria and Albert Museum, London

그리고 그의 사후에는 다큐멘터리 영화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아직 미리보기 밖에 보지 못했지만, IMDb에서의 평점도 7.8인것을 보면 꽤 좋은 작품인거 같아 시간이 나면 한번 보려고 하고 있다. 

https://youtu.be/fNpm9pwDcTw

알렉산더 맥퀸에 대한 다큐멘터리 맥퀸  McQueen (2018) Directors: Ian Bonhôte, Peter Ettedgui

패션쇼를 보시다 보면 아시겠지만, 그가 제작한 옷이나 신발이 착용하기에 편하지는 않다.  그리고, 상식적인 선에서 보자면 실용적이지도, 편한 아름다움은 아니다. 하지만, 그의 패션을 작품으로 보다보면 그의 천재성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는 좀 더 편견없이 폭넓게 작품을 살펴보고 감상해야겠다는 반성을 하게 해주었고, 엄청난 창의력으로 충격에 가까운 감동을 선사해준 알렉산더 맥퀸에 감사로 글을 마친다.  

아시는 분만 아시겠지만, 제가 블로그를 네이버로 옮겼잖아요? ㅎㅎ  앞으로는 네이버 블로그 찾아주시고, 이웃해주시고 해주세요~

blog.naver.com/eunicemin/222181411946

 

알렉산더 맥퀸 (Alexander McQueen)의 패션? 혹은 예술?

이 포스팅은 약 2개월 전 수업 준비 하던 중 아이디어 노트를 메모만 해두고 묵혀두었던 아이템. 진작 글 ...

blog.naver.com

 

 

 

posted by 잠자는 집시
2020. 5. 6. 00:01 미술 이야기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전경, 예전의 모습. 현재는 전염병 때문에 한시적으로 폐관 상태

며칠 전 올렸던 닌텐도의 <동물의 숲>과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협업중인 프로젝트에 대해서 포스팅과 연관해서 메트로폴리탄의 150주년 기념 행사에 대해서 포스팅을 해본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150주년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를 어쩌나! 전세계가 전염병 때문에 왠만한 미술관은 문을 열지 못한 상태이고, 메트로폴리탄 미술관도 예외는 아니다. 관람객들도 안타깝겠지만, 이 행사를 위해 오랫동안 준비해왔을 미술관 관계자들과 스탭들을 생각하면 더욱 더 안타깝다.  전시회가 하나 진행되려면 수많은 사람들이 많은 노력을 하는데 말이다.  

 

150주년을 맞았다는 뉴스 윗쪽에 슬프게도 '잠정적으로 휴관'을 한다는 소식을 알리고 있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홈페이지

Behind the Scenes: The Working Side of the Museum, 1928

 

Making the MET 1870-2020

 

Making The Met, 1870–2020 -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 Google Arts & Culture

April 13, 2020 marks the 150th anniversary of the founding of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In a flush of optimism following the American Civil War, a...

artsandculture.google.com

미술관의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면 다 발견하게 될 링크이지만 편의를 도모한다는 의미에서 몇 개의 링크를 걸어둔다. 어차피 한동안 '사회적 거리두기'는 계속 될 거고, 한번 제동이 걸린 일상생활이 모두 정상으로 돌아오려면 시간이 좀 걸릴테니 그 동안 가상으로나마 미술관 투어를 해보는 것도 나쁠 것 없다 싶어서다.  

posted by 잠자는 집시
2020. 5. 4. 00:01 미술 이야기

한동안 빈센트 반 고흐에 대한 포스팅을 하다보니 이런 글도 눈에 더 잘 들어왔나보다.  난 게임을 하지 않아 잘 모르지만 요즘 제일 핫하다는 <동물의 숲 (영문: Animal Crossing)>에서도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소장 중인 유명 작품들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기사의 포인트. 

세계 유명 미술관이 자신들의 컬렉션의 이미지를 일반인들이 무료로 다운로드하는 것을 허용해온 것은 꽤 오래된 일이다. 이전에는 유료 사이트에서만 구할 수 있었던 이미지를 다운로드 할 수 있게 된 것은 유명 미술관의 웹사이트 뿐 아니라 구글 아트 프로젝트의 덕분으로 구글 검색만 해도 해상도 높은 이미지를 다운로드 할 수 있게 된 것도 오래되었다. 덕분에 이제는 누구라도 작품의 제목이나 작가만 정확하게 알면 왠만한 이미지는 다 구해 볼 수 있다. 그리고 블로그를 운영해본 사람이면 알것이라 생각하는데, Getty images들은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이미지들을 많이 제공하고 있어 블로그를 운영하다보면 자주 이용하게 되는 사이트이기도 하다. 

딱히 작가명이나 작품명을 몰라도 주제나 소재만으로도 구글에서 검색하기만 해도 수많은 명작들을 구글 창을 통해 수많은 명작들을 감상할 수 있고, 맘이 내키면 내 컴퓨터에 다운로드 할 수도 있게 되었다. 내 거실 벽에다 반드시 진품을 걸고야 말겠다는 맘이 있으면 이야기가 달라지지만, 그냥 컴퓨터 바탕화면 정도로 만족하거나 자신이 소유한 (그닥 훌륭하지 않은 해상도의) 프린터로 뽑아서라도 벽에 걸어보고자 한다면 누구라도 명작을 가까이 두고 볼 수 있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Own a Van Gogh … in Animal Crossing, with The Met's New Share Tool

게임 <동물의 숲>에 등장한 메트로폴리탄 소장품의 모습.  <동물의 숲>이라는 게임을 해보지는 못했지만, 이 이미지를 보니까, 게임을 한 번 해보고 싶기도 하다. 아니, 그것보다 이 깜찍한 소녀가 가진 집의 거실을 가져보고 싶다는 것이 더 솔직한 심정이다.  Image: Nintendo via The Met  Source: https://www.metmuseum.org/blogs/collection-insights/2020/animal-crossing-new-horizons-qr-code

링크를 따라 들어가보면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소장 중인 유명 작품들의 설명 링크로 들어가서 좀 더 자세히 알아볼 수도 있고, 이미지 아래에 있는 public domain이라고 표시된 이미지라면 박스 안에 화살표가 그려진 아이콘을 누르면 개인의 컴퓨터에 이미지를 다운로드 할 수 있다. 

이 아이콘을 누르면 자신의 컴퓨터에 해당 이미지를 다운로드 할 수 있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작품을 검색한 뒤, 원하는 작품의 이미지를 클릭하면 작품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물론 이미지도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위의 링크가 아니더라도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홈페이지에서 Art라는 메뉴 아래 드랍메뉴에서 The Met Collection을 클릭하면 검색창이 나온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홈페이지에서 Art 메뉴에서 드랍메뉴 중에서 The Met Collection을 선택하면 미술관 소장 중인 작품을 맘대로 찾아볼 수 있고, 그 중 Open Access에 미리 체크해놓으면 이미지를 자유롭게 다운로드 할 수 있는 Public domain에 속한 이미지들만 나열된다. 

이미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을 거라 생각하고, 나부터도 오래 전부터 사용하고 있던 터라 설명할 필요도 못느꼈었는데, <동물의 숲>과 연관된 것은 뉴스이기도 하고, 개관 150년을 맞이하고서도 작금의 현실에 본의 아니게 임시휴관 중인 미술관의 상황을 보니 안타깝기도 하고 해서 링크를 걸어본다.  

반 고흐와 함께 하는 꽃놀이를 계속해도 좋고 평소에 관심있었던 작품들로 컴퓨터 화면을 꽉꽉 채우며 집안에서 미술관 방문을 해봐도 좋을것 같다.   

심지어 게임 속 인물도 '사회적 거리두기' 및 마스크 쓰기는 철저히 지키는 모양새.  와중에 나이도 어린 청년이 취미한번 고상하다. 벽에 걸린 명작들 좀 보소. Image: Nintendo via The Met. Source: https://www.metmuseum.org/blogs/collection-insights/2020/animal-crossing-new-horizons-qr-code
이런 거실이라면 '사회적 거리두기'도 나쁘지 않다 싶다. Image: Nintendo via The Met. Source: https://www.metmuseum.org/blogs/collection-insights/2020/animal-crossing-new-horizons-qr-code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인 때에도 이 신상품을 구입하려는 줄은 엄청 길었다는데, 메트로폴리탄 소장품 이용방법은 알고 있던 나로서는 이 게임에 관심이 더 간다.  가상으로 동물 친구들과 함께 집을 꾸미거나 함께 여행을 하는 게임인것 같은데, 이 게임의 인기는 '사회적 거리두기' 중이었기에 더 했던 것이 아닐까도 생각해본다. 실제 친구를 만날 수도 맘대로 여행을 다닐 수도 없으니 가상게임에 몰두하게 된 것이 아닐까? 

posted by 잠자는 집시
2018. 9. 22. 06:33 미술 이야기

걸작이라는 이유로 작품을 평소에 공개하지 않고 커튼으로 막아놓은 작품이 있을까 하는 의문으로 맺은 글, 다시 시작해본다. 


본격적으로 검색에 착수하고 얼마지나지 않아, 실제로 그 안트워프의 성모대성당이 그러했다고 알게 되었다. 


김새는 일이다. 


물론, 회화와 커튼은 오랜 인연이 있다.  널리 알려진 고대 그리스의 화가 제욱시스 Zeuxis 가 파라시우스Parrhasius 와의 경쟁 에피소드부터 존재한다. 그 얘기에 따르면, 둘이 그림을 하나씩 그려와서 서로 실력을 겨뤄보자며 한 자리에 모인다. 제욱시스가 그린 포도의 그림은 너무도 생생하고 진짜 같아서, 새들이 몰려와 그 포도를 쪼아먹으려다가 다 부딪혀 떨어지는 장면이 연출되었다. 의기양양 제욱시스가 '자, 이제 당신 그림을 보여주시지...그 커튼을 거두어보란 말이다~~'라고 하자, 파라시우스가 씨익 웃는데... 


그 이유는 바로 그 커튼이야말로 그가 그린 그림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제욱시스는 '인정!! You Win!!' 외치게 되는데...  쿨한 제욱시스가 생각하기에 자신의 그림은 새들의 눈을 속였지만, 파라시우스는 바로 '자신'의 눈을 속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여기서 누가누가 더 잘그리냐의 문제는 전문용어로 '눈속임 (trompe l'oeil)'의 기법에 관한 것을 의미한다. 즉 누가 더 진짜같이 잘 그리냐는 말이다.


같은 맥락에서 커튼을 그려넣은 화가들도 많다. 그 대표적인 예가 덴마크 출신의 코넬리스 노베터스 기스브레히트 (Cornelis Norbertus Gijsbrechts (ca. 1630-ca.1675)라는 어려운 발음의,  잘 안알려진 화가의 작품이 그 예이다.  


Cornelis Norbertus Gijsbrechts, Trompe l'oeil. Board Partition with Letter Rack and Music Book (1668), oil on canvas ;123.5 × 107 cm, Statens Museum for Kunst 


그리고 보다 유명한 화가로는 베르메르 (요새 표기로 하면 페르메이르)의 작품이 있는데, 그의 얼마 되지 않는 작품 47점 중 7점에 커튼이 그려져 있다. 


Johannes Vermeer, Girl Reading a Letter by an Open Window (ca. 1659)

베르메르는 커튼을 자주 이용해서, 이 작품을 포함해 총 7점에 커튼이 등장한다고.  


그리고 20세기에 들어서는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가 커튼을 자주 이용한다.  그의 경우, 눈에 보이는 것과 안보이는 것, 현실과 진실 사이에 대한 질문을 하는 화가로 유명하기에 왜 그가 커튼을 자주 쓰는지 이해가 된다. 


René Magritte, The Human Condition (1933)

oil on canvas ; 100 x 81 cm, National Gallery of Art, Washington DC


하지만, 이들은 모두 그림안의 커튼들 이야기이다. 


그런데, 찾아보면, 실제로 커튼을 치고 입장료 내지는 구경하는 값을 낸 사람에게만 그림을 보여주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미국 최초의 자생적 화파로 알려진 허드슨 강 화파 (Hudson River School)의 대표자 격이라고 할수 있는 프레드릭 에드윈 처치 (Frederic Edwin Church: 1826-1900)이다.


그는 영국에서 미국으로 건너온 초기 이민자의 자손으로, 부유한 은세공사이자 시계제조자 집안의 자손으로 일찌감치부터 그림을 공부했던 인물이다. 그는 여러차례 미국 대륙은 물론 극지방을 탐험하여 그 곳의 풍경을 생생하게 그려 유명해졌는데, 대표적 작품이 <안데스의 중심>, <빙하>, <나이아가라 폭포> 등이 있다.  


Frederic Edwin Church, Niagara (1857), oil on canvas ; 101.6 x 229.9 cm, Corcoran Gallery of Art, Washington, D.C. 


Frederic Edwin Church (1826-1900), The Heart of the Andes (1859)

oil on canvas ; 168 x 302.9 cm, Metropolitan Museum of Art   


Frederic Edwin Church, The Icebergs (1861), oil on canvas ; 163.8 x 285.8 cm, Dallas Museum of Art


그 중에서도 <빙하 (The Icebergs)>는 그의 탁월한 역량을 과시하는 역작일 뿐 아니라, 그 전시 방법에 있어서의 영리한 마케팅 전략을 잘 보여주는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은 자신이 직접 1859년 한 달간의 탐험한 북극지방을 묘사한 작품으로 부드러우면서도 선명한 색상, 매끈하면서도 광택이 나는 화면, 만지면 차가울것만 같은 생생한 빙하의 표현은 보는 이의 맘을 사로잡기에 부족함이 없다. 처치는 무려  100점이 넘는 사생 스케치를 바탕으로 탐험 경험자들의 생생한 기록들을 읽으며 키운 그의 상상력을 가미하여 뉴욕 스튜디오에서 위의 <빙하>라는 작품을 완성하였다. 

이렇게 완성된 작품은 미국 남북전쟁이 시작되었던 1861년 뉴욕과 보스턴에서 전시되었고, 열광적인 호평을 이끌어내었다. 하지만, 전쟁때문에 구매자를 찾을 수 없었던 처치는 결단을 내려, 1863년 런던으로 건너가 <나이아가라>와 <안데스의 중심>과 함께 그곳에서 이 작품을 전시하였다.  이 때, 처치는 이 <빙하>만은 따로 화려하게 장식된 방안에 별도로 전시를 하면서, 캔버스 앞에 커튼을 장치하였다. 그 작품을 보고자 하는 관람객은 25센트를 내야만 했고, 돈을 낸 관람객은 작품 해설이 적힌 팜플렛을 받고, 작품을 구경할 수 있도록 했다고 한다.   


전시는 그럼에도 호황을 누렸고, 결국 그곳의 자산가가 그 작품을 구매하게 되고, 이후 시간이 흘러흘러 경매에 나온 작품을 익명의 구매자가 높은 가격에 낙찰. 이후 댈러스 미술관에 기증. (2010년에야 그 기증자가 Lamar Hunt, 어메리칸 풋볼 리그 AFL을 창시한 인물임이 밝혀졌다고)....  결국 프레드릭 에드윈 처치의 마케팅 전략은 멋지게 성공한 셈이다. 



당시의 모습대로 재현해본 모습


내셔널 지오그래픽도 없고 BBC 다큐멘터리도 없던 시절, 보통 사람들로서는 구경할 수 없던 진풍경을 이토록 생생하게 묘사를 했으니, 누구라도 작품을 보고 싶어 했을 것이다. 짐작컨대, 오늘날 아이맥스 영화나 4D 영화 이상의 경이로운 경험이었으리라.   



여기서부터는 나의 망상 ~ 

안트워프의 성모 대성당 관계자 중 누군가가 처치의 <빙하> 전시회를 보게 되었다. 그리고, 성당의 재정난을 타파할 혁신적 아이디어라고 생각하고 성당의 유명소장품 루벤스 작품에 커튼을 만들어 걸고 관람료를 받게 하자 제안하고 그 제안은 통과된다.  그리고 안트워프 여행 때, 성당의 입장료 제도를 목격한 "플란다스의 개"를 쓴 소설가 Marie Louise de la Ramée가 이 내용을 소설에 포함시킨다. 그녀도 '그건 쫌 너무한걸 ....'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100년 후 일본에서 그 책은 애니메이션화되어, 그 이래, 안트워프 성모 대성당에는 수많은 일본인과 한국인 관광객의 방문이 이어지고, 심지어 그 성당 앞에는 일본 자동차 회사가 비용을 지원하여 제작한 네로의 동상까지 만들어지게 된다는 이야기....  
 


posted by 잠자는 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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