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병과 사자 :: '미술 이야기' 카테고리의 글 목록 (106 Page)
2019. 5. 10. 00:10 미술 이야기

Banksy, Love is in the Bin, 2018, Private Collection, Photo: Sotheby’s © Banksy SOTHEBY'S © BANKSY

 

작년 2018년 10월 5일, 소더비 경매에 나온 뱅크시의 작품이 경매 망치가 내려쳐지자마자, 그의 작품이 분쇄되는 장면이 화제가 되었다. 거기에 대한 글을 남기면서 나름 추측을 해봤다. (그 글에 대해서는 요새 미술~뱅크시 Banksy ...또 사고치다를 읽어보길)  

https://sleeping-gypsy.tistory.com/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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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한대로 그 경매에서 낙찰 받은 익명의 유럽인 여성 콜렉터는 그 작품을 그대로 소장하기로 했고, 이 작품은 이제는 <Love is in the Bin> (2018)이라는 제목을 달게 되었다.  이 제목을 달게 된 것은 경매가 끝난 후 일주일 경 지난 10월 11일 소더비 측이 뱅크시의 정식 인정기관인 "해충구제 (Pest Control)"에서 발부한 인증서가 첨부되어 있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어디까지가 예술이고 어디까지가 농담인지 모를 일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고, 그 기세는 점점 더 가속화되고 강렬해진다는 느낌을 받는 것은 나 뿐인건가?

이후 뱅크시 자신의 작품이 절반 정도만 분쇄된 것에 대해서는 '분쇄기의 오작동'이라며 '해명 (?)'을 했다고 한다.   (건전지는 수명이 긴 에너자이저를 썼는데, 분쇄기는 좋은 브랜드 제품을 사용하지 않았나보다)   

이 해명을 읽고, 잠시 내가 올린 위의 글에서 제기한 의혹을 뱅크시가 구글 번역기를 돌려 읽었나 생각을 했....   그럴리는 없고. 사실상 이 절반 쯤 분쇄된 작품을 보면 누구라도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고 그러기에 많은 이들이 의문을 제기했으리라. 

이 작품은 이제는 <Love is in the Bin> (2018)이라는 제목을 달고, 지난 2월 5일부터 3월 3일까지 독일의 바덴바덴 소재의 프리다 버다 미술관 (Museum Frieder Burda, Baden-Baden)에서 전시를 했다고 한다.  (이 대목에서 그 익명의 낙찰자가 독일계가 아닐까 하는 짐작을 해본다.)   

 

Museum Frieder Burda, Baden-Baden

관람객들에게 관람료를 받지 않고 전시되었다고 하는데, 그 미술관의 웹사이트에 소개글에 언급된 것같이, 과연 경매시장이라는 불에 기름을 때려 부으면서 그러한 미술시장에 대한 비판을 할 수 있는 것인가하는 의문을 남긴다. 

BANKSY @ MUSEUM FRIEDER BURDA LOVE IS IN THE BIN

Museum Frieder Burda, Baden-Baden 전시 준비 중인 모습

 

이후에는 작품의 소유자로부터 영구 대여를 받는 형태로 2019년 3월 7일부터 스튜트가르트 주립미술관 (the Staatsgalerie Stuttgart)에서 전시하게 되었다고 한다.   독일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뱅크시 팬이라면 한번쯤 일정을 짤 때 참고해보시기를...

스튜트가르트 주립미술관의 구 건물. 예전 예술 아카데미가 있던 건물이라고 한다

 

1984년 완성된 스튜트가르트 주립미술관의 신축 건물, 주로 현대미술을 전시한다고

posted by 잠자는 집시
2019. 5. 9. 00:10 미술 이야기
posted by 잠자는 집시
2019. 5. 8. 00:10 미술 이야기

이전에 올린 글인데, 조회수가 너무 저조하고 (흐흑), 내가 티스토리 블로그를 편집하기엔 기술적 측면이 너무 모자라, 예전 이야기를 자유롭게 검색할 수 있게 하기엔 역부족이라 이렇게 '밑장 빼서 윗돌 쌓기'하고 있다.

https://sleeping-gypsy.tistory.com/78

 

튤립 매니아

한동안 비트 코인 신드롬에 대해서 튤립 매니아 (Tulip Mania)와 비유하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오늘은 새로운 시리즈 전에 잠시 단편극 형태로 튤립 매니아와 미술사와의 관련에 대해서…… "튤립 매니아" 혹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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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잠자는 집시
2019. 5. 6. 00:10 미술 이야기

이전에 영화 <<블레이드 러너>>에 관해서 글을 쓴 적이 있다.  

블레이드 러너 Blade Runner

 

블레이드 러너 Blade Runner-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

좋아하는 영화를 꼽다보면 그 좋아함에도 여러가지 층이 있음을 알게 된다. '로마의 휴일'처럼 매번 볼 때마다 왠지 아련하면서도 즐거워지는 영화가 있는 반면, '블레이드 러너'처럼 제목을 떠올릴 때마다 그 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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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들어 내가 하는 블로그 글 밑장 빼서 윗장 괴기 작업의 일환으로 오늘은 영화 블레이드 러너에 대한 글을 퍼 올리는 한편, 여기에 덧붙여 이러한 필름 느와르 (Film Noir) 장르와 에드워드 호퍼와의 관련성에 대해서 좀 덧붙이고자 한다.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 중 가장 유명한 작품으로는 단연 <나이트 호크스 (Nighthawks)>(1942)라고 할 수 있고, 거기에 대해서도 쓴 글을 올린 적이 있다. 

에드워드 호퍼의 <나이트 호크스> (1942)

 

니가 외로움의 맛을 알아? 에드워드 호퍼의 <나이트 호크스> (1942)

Edward Hopper, Nighthawks (1942) oil on canvas ; 84.1 x 152.4 cm, Art Institute of Chicago '도시 군중 속의 고독'을 탁월하게 묘사했다고 평가받는 에드워드의 작품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작품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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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글에서도 언급한 적이 있긴 하지만,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은 수많은 영화감독들에게도 영감을 준 작가로도 명성이 높다. 최근의 작품으로는 <<셜리 (Shirley)>>라는 영화가 있는데, 이 영화는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 13점을 바탕으로 플롯을 구성한 독특한 작품으로 미국의 30년대부터 60년대에 걸쳐 긴 시간을 배경으로 셜리라는 여성 주인공의 이야기를 진행시키고 있다. 호퍼의 작품이 미장센이 적극적으로 그리고 그대로 재현되고 있어서 배우의 극적인 동작보다는 정지된 듯한 장면이 많아 연극적인 분위기의 작품이다.  

영화 <<셜리>>의 공식 트레일러 Shirley: Visions of Reality (2013)

구스타프 도이치 (Gustav Deutsch)라는 오스트리아 출신의 감독 작품인 이 작품은 이 영화 자체에 대한 평가보다 영화 감독들에게 에드워드 호퍼의 영향력을 이야기하면서 더 자주 언급된다.  영화 감독들 사이에서의 호퍼의 인기는 미국에만 국한되지 않고 유럽의 감독들에게도 폭발적이라는 것이다. 물론 이젠 세계적이라고 할 수 있는 화가, 에드워드 호퍼가 영화 감독들 사이에서만 인기있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왜 호퍼의 작품이 영화 감독들에게 그토록 인기가 높은 것일까? 

Edward Hopper, Night Shadows (1921) Etching: Plate: 17.4 x 20.8 cm, Sheet: 33.5 x 36.6 cm, MET

그의 스케치나 소품의 에칭 작품 (윗 작품)만 봐도 알 수 있지만, 그의 작품은 영화 제작시의 콘티라고 부르는 '스토리보드'와 무척 유사하다. 그의 작품을 그대로 영화의 콘티로 사용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이다.  호퍼의 독특한 시각은 그대로 카메라의 각도로 적용시킬 수 있고, 그의 감성이 녹아든 화면은 영화 장면으로 그대로 옮기고 싶게 만든다. 

알프레드 히치콕의 1935년 영화 "39 Steps"의 한 장면.  에드워드 호퍼의 '밤의 그림자'라는 에칭 작품과 유사함을 알 수 있다. 알프레드 히치콕은 호퍼의 작품을 자신의 작품에 적극 활용한 감독으로 유명하다. 

 

콘티 혹은 스토리보드의 예. Robert Wise 감독, Maurice Zuberano 제작의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 (The Sound of Music)>>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이 스토리보드와 함께 쥴리 앤드류스와 7명의 아이들이 넓은 정원을 가로누비며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떠오를 것이다. 이처럼, '콘티' 혹은 '스토리보드'란 영화 제작시 일종의 가이드라인 혹은 설계도로 카메라의 프레임으로 구획되는 세계 속에 어떤 식으로 글로 된 시나리오를 이미지화할 것인지를 미리 그려두는  것이다. 일견 네모난 틀 안에 그려진 만화의 컷과도 같은 이러한 콘티를 통해 실제 영화 제작전에는 준비를, 실제 촬영시에는 배우의 동작과 동선, 카메라의 움직임과 위치를 지시하는 것이다.     

대공황에 이어 급격히 현대화의 과정을 지나온 미국의 모습을 잘 포착한 것으로 알려진 호퍼의 작품 속에는 현대인이 느끼는 군중 속의 고독감을 잘 포착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가 흑백의 대비를 통해 사회의 어두운 면을 드러내는 필름 느와르에 적합한 것이었으리라는 것은 쉽게 짐작해볼 수 있다. 

Edward Hopper (1882–1967),  Nighthawks (1942). oil on canvas, 33 1/8 × 60 in. (84.1 × 152.4 cm). The Art Institute of Chicago
영화 Abraham Polonsky 감독의 1948년 영화 Force of Evil의 한 장면. 호퍼의 <나이트 호크스>의 거리 장면과 유사하다.  동시대를 그린 동시대의 작품이니 풍경이 유사한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지만,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에서의 구도와 필름 느와르의 미장센과 유사한 것은 결코 우연은 아니다. 호퍼의 작품을 관통하는 적막감과 고독감은 필름 느와르의 분위기와 잘 맞아떨어지고, 이는 동시대 사진과 비교해보면 그 차이를 잘 알 수 있다. 

세기말 적이고도 묵시록적 <<블레이드 러너>>의 분위기도 호퍼의 <<나이트호크스>>의 적막한 분위기와 잘 맞아떨어진다. 그리고 실제로 <<블레이드 러너>>에 등장하는 야시장의 장면은 호퍼의 작품을 참고해서 만들었다고 알려져 있다.  그리고, 1997년 영화와 같은 제목의  PC 게임 <블레이드 러너>의 한 장면은 각도까지 호퍼의 작품과 유사하다.  

영화 <<블레이드 러너>>에서의 한 장면
1997년 비디오 게임 Blade Runner의 한 장면으로 영화에서 데커드가 들렀던 야시장의 국수집을 묘사한것. 이는 다시 에드워드 호퍼의 <나이트 호크스>와 구도가 유사하다.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 특히 <나이트 호크스> (1942)와 필름 느와르의 관계에 대해서 살짝 알아보았다.  자, 그럼, 너무나도 유명한 영화 <<블레이드 러너>>와 그만큼 유명한 회화 작품, 에드워드 호퍼의 <나이트 호크스>의 콜라보로 글을 마치고자 한다.  ^^ 

Juan Cairos라는 작가의 호퍼의 <나이트 호크스>의 패러디로 화면을 영화 <<블레이드 러너>>의 등장인물로 구성했다.  이 작가에 대해서는 알아봐도 더 이상 알아낼 수가 없었다.  여기서 화룡점정은 카페안의 '매 한마리' 진짜 나이트 호크이다. 

 

 

 

 

posted by 잠자는 집시
2019. 5. 4. 00:10 미술 이야기

고대 그리스 로마 신화에 따르면, 삼미신 (Three Graces)은 비너스의 수행단원들로 젊은 여성들에게 미와 매력과 활기를 부여해주는 역할을 해준다고 알려져 있다.  세분해보자면, 아글라이아 (Aglaia), 탈리아 (Thalia), 유프로진 (Euphrosyne)으로 각각 담당분야가 아래와 같다.  

아글라이아 (Aglaia) – 우아함 혹은 총명함

탈리아 (Thalia) – 젊음과 활기

유프로진 (Euphrosyne) – 환희 혹은 즐거움 

이들은 우아함, 미, 그리고 매력이라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탐낼만한 미덕을 의인화한 것이다. ‘삼미신’은 오랫동안 많은 작품들에 자주 등장한다. 사실 여러가지 측면에서 삼미신은 이상적인 미학적 주제였다. 완벽을 상징하는 삼이라는 숫자와 아름다운 여인들이 셋이나 등장하는 그림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고대 그리스로마 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삼미신을 주제로 한 작품은 회화와 조각을 망라한다.    

삼미신이 등장한 작품 중 대표적인 것으로는 이 블로그에서도 소개한 적이 있는 산드로 보티첼리의 ‘프리마베라 (봄)’을 들 수 있다. 물질계와 정신계를 좌우로 나누고 그 둘을 통합하는 존재로서 비너스를 등장시킨 작품에서 삼미신은 당연히 신의 영역에 포함되어 있다.

Sandro Botticelli La Primavera (Spring), (1477) Ufizzi, Florence

그 밖에도 보티첼리의 작품으로 “비너스가 삼미신과 함께 젊은 여성에게 선물을 주다’라는 프레스코 작품도 있다. 이 프레스코는 플로렌스 근교 레미라는 마을에서 1873년에서야 발견된 것이다. 메디치 가문의 일원의 결혼식 선물이라 추측된다. 

Sandro Botticelli (1445–1510), Venus and the Three Graces Presenting Gifts to a Young Woman (1486/1490), fresco ; 212 x 284 cm, Louvre  왼쪽의 네여인이 비너스와 삼미신이고, 오른쪽의 여인이 신부라고 추측된다.
Raphael, The Three Grace (1504) oil on panel ; 17 × 17 cm, Musée Condé, Chantilly, France  르네상스 3대가 중 한명인 라파엘의 소품 중에서도 삼미신은 등장한다. 가장 아름다운 성모상을 그린 화가인만큼 그의 삼미신에는 그의 성모상에서 느낄 수 있는 부드럽고도 온화한 느낌이 담겨있다.

르네상스 3대가 중 한명인 라파엘의 소품 중에서도 삼미신은 등장한다. 가장 아름다운 성모상을 그린 화가인만큼 그의 삼미신에는 그의 성모상에서 느낄 수 있는 부드럽고도 온화한 느낌이 담겨있다.   

Lucas Cranach the Elder, The Three Graces (1531) Musée du Louvre 북유럽 르네상스 작가 중 하나인 루카스 크라나흐 (부)도 삼미신은 빠뜨리지 않고 그렸다.

북유럽 르네상스 작가 중 하나인 루카스 크라나흐 (부)도 삼미신은 빠뜨리지 않고 그렸다.    

그 밖에도 고대부터의 회화나 조각 작품들도 많고, 아카데미에서도 즐겨다뤄지는 주제였다. 

1세기경의 삼미신, 폼페이의 프레스코

 

삼미신, 2세기 대리석 조각. 로마시대의 복제품.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Antonio Canova, The Three Graces (1813-16) marble ; 182 cm, Hermitage Museum

이 죽을놈의 인기! 삼미신의 인기는 도대체 식을줄을 모른다. 현대에 와서는 20세기를 대표하는 피카소가 그린 ‘세 무용수’는 전통적인 삼미신의 변형이라고 볼 수 있고, 니키드 상팔의 ‘삼미신’의 경우 여성작가의 해석이라는 면에서 참신하다. 

Pablo Picasso, The Three Dancers (1925) Tate Modern   피카소가 그린 ‘세 무용수’는 제목은 '무용수'이지만 전통적인 삼미신의 변형이라고 볼 수 있다.

 

Niki De Saint Phalle (1930-2002), The Three Graces, 3.7~4.6 m, National Museum of Women in the Arts, Washington D.C.  니키드 상팔의 ‘삼미신’의 경우, 기존의 삼미신 도상과 비교해봤을때, 훨씬 자유로와 보인다. 수영복 차림의 풍만한 세 여성이 마치 해변가에서 공놀이를 하거나 춤을 추는듯한  모습이다.

 

개인적으로는 ‘Male Gaze’라는 측면에서 생각해보면, 주문자나 제작자나 거의가 다 남성이었던 예술계에서 아름다운 미녀들의 앞면 측면 뒷면을 다 감상할 수 있는 삼미신은 도대체가 좋아하지 않을 이유가 하나도 없는 도상이 아니었을까 짐작해본다.

 

 

posted by 잠자는 집시
2019. 5. 2. 00:10 미술 이야기

한동안 뜸했던 '내 맘대로 작품보기'

Elena Yushina

이번에도 우연히 페북에서 발견한 그림.  사실 이 작품의 작가에 대해 알아내는데 조금 애를 먹었다. 그 페북 주인장이 작가 이름을 잘못올려서.  좀 더 검색하다가 우크라이나 작가들을 소개하는 한 웹사이트에서 그 작가의 이름이 Elena Yushina라는 것을 발견했다.  이 우크라이나 출신의 작가는 1958년생의 생존 작가이고 그 어느 웹사이트에 따르면 '인상주의자'로 분류되어 있다.  그 웹사이트에는 그녀의 다른 작품들도 게재되어 있던데, 전반적으로 멜랑콜리하다고나 할까 감상적이라고나 할까.  아름답게 채색된 작품들이긴 한데, 뭔가 호기심이 일어나는 작품들은 아니라는게 내 솔직한 감상이긴 했다. 하지만, 봄과 여름의 중간 햇살이 따사함과 따가움 사이에 있는 길목에 부합해서일까 ?  이 창 그림의 첫인상은 강렬했다.  그래서 이 작품에 대해서 내맘대로 써보기로 맘먹게 되었다. 


내 관심사가 관심사다 보니, 똑똑한 페북은 계속 '이것도 네가 좋아할 거 같아'라며 미술 관련 사이트를 권해주곤 하는데, 그런 계정들 대부분이 작품들에 대한 정보나 의견 없이 그냥 그림들만 하나씩 올리는 곳들도 많다.  덕분에 처음보는 작품들을 접하게 된다는 점에서는 순기능이라고 할 수 있고, 지금 이 글도 그 덕분에 쓸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수많은 페북과 핀터레스트 등에 수도 없이 올라오는 작품들은 대부분 다소 감상적인 주제에 인상주의와 사실주의적 화풍이 적당히 섞인, 장식적인 회화 작품들이 많아 커다란 감흥이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이 작가의 작품들도 아름답긴 한데, 다른 작품들은 그런 많은 그림들과 유사한 것 같긴하다.  이 창문 그림은 결정적으로 찻잔 옆에 그려진 나비 한마리가 감성을 더해준다고도 할 수 있고, 지나치게 감상적으로 치우치게 되는 미묘한 역할을 하고 있다. 감상적과 감성적, 결국 한끗 차이다. 

이 작품의 주제는 창인데, 사실 회화 작품과 창의 관계는 역사가 깊다. 

폼페이 유적에 그려진 창문을 그린 벽화 Example of First Style painting, House of Sallust, Pompeii, (B.C. 2nd C)

 고대에 건축기술이 아직 덜 발달되어 창을 빵빵 뚫지 못하던 시절, 그 갑갑한 심경을 달래고자 사람들은 벽에다 창을 통해 바라본 듯한 바깥 풍경을 그리기 시작했다. 원근법이 발전하면서 회화와 창의 메타포는 더욱더 발전을 하게 되었고, 낭만주의에서 인상주의 화가들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앙리 마티스 등 현대의 많은 작가들이 창을 즐겨  그리곤 했다.  

개인적으로 엘레나 유시나의 창 그림을 보고 두 작품이 뇌리에 떠올랐다.  둘 다 미국 국적의 작가들로, 하나는 에드워드 호퍼 (Edward Hopper: 1882-1967)이고 또 하나는 앤드류 와이어스 (Andrew Wyeth: 1917-2009)이다.    

Edward Hopper, Evening Wind (1921) Etching, Plate: 17.6 x 21 cm ; Sheet: 24 x 27 cm, Metropolitan Museum of Art 

먼저 에드워드 호퍼의 경우, 창을 즐겨 그린 대표적인 화가이다. 그의 소품 중에서, 엘레나 유시나라는 작가와 유사한 분위기의 '저녁 바람'이라는 에칭 작품이 있다.  자신의 침대위로 오르려던 나체의 여인이 창에서 불어들어온 바람에 문득 창쪽으로 얼굴을 돌리는 순간을 포착한 것 같은 작품이다.  여인은 창쪽으로 얼굴을 돌리고 있어 그녀의 표정을 읽을 수 없지만, 왠지 공허하고 쓸쓸한 표정일 것 같다.  감상적 혹은 감성적 작품이다. 다만 이 작품의 경우, 매체의 특성상 흑과 백만으로 표현되어 있고 그녀의 머리칼과 벽면의 검은 색을 표현한 펜의 선의 변주와 많은 것을 보여주지 않는 창 밖의 풍경의 공허함이 전체적으로 쓸쓸한 분위기의 효과를 잘 살려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Andrew Wyeth, Wind from the Sea (1947), tempera on hardboard ; overall: 47 x 70 cm, framed: 66.4 x 89.5 x 7 cm, National Gallery of Art, Washington D.C.

엘레나 유시나의 창을 보고 처음 떠오른 작품은 사실 앤드류 와이어스의 <바다에서 부는 바람>이라는 작품인데, 구도나 분위기 면에서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보다 좀 더 그녀의 작품과 근접하다.  물론 아래에서 창을 올려다 본 듯한 엘레나 유시나의 그것에 비해, 이 그림은 그냥 성인 어른이 창가에 서서 바깥을 바라본 각도라는 차이는 있지만 말이다.  그녀의 창이 찻잔에 내려앉은 나비때문에도 그렇지만 좀더 몽환적이고 환상적이라면, 와이어스의 창은 지극히 사실적이면서도 다소 을씨년스럽기까지 한 모습이다.  오랫동안 쓰지 않던 다락방의 창을 환기를 위해 열었을 때의 모습을 그렸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래서이겠지만, 낡고 삭아버린 레이스 커튼이, 제목대로라면 바닷가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휘날리고 있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계산되지 않은듯 펄럭이는 거의 투명한 커튼이 화면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별 주제 없이 그려진 이 작품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도 볼 때마다 다시 보고 싶은 느낌이 든다.  바람이나 커튼이 계산을 할수 없으니 계산되지 않은 듯 보이는 것이 당연하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바라보고 있는 저 작품은 스냅 사진이 아니라, 작정하고 시간을 들여 그린 회화 작품이고, 그 어떤 순간을 포착하여 선택한 것은 화가일테니, 그렇게 계산되지 않게 보이는 것도 작가의 실력이다.  

사실 앤드류 와이어스의 대표작으로는 <크리스티나의 세계>라는 작품으로 이 작품 덕에 거의 미국 국민 화가 반열에 들게 되었지만, 개인적으로는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라는 작품이 훨씬더 감동적이다.  

Andrew Wyeth, Christina's World (1948) Egg tempera on gessoed panel, 81.9 cm × 121.3 cm, Museum of Modern Art, New York City

엘레나 유시나의 창을 바라다보면 따뜻한 봄날의 바람이 볼을 어루만지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들면서, 새로운 날들에 대한 희망이 내게 불어드는 것 같다면, 앤드류 와이어스의 낡은 레이스 커튼 사이로 바깥이 내다보이는 창은 그다지 눈부실 것도 없고 어쩌면 때로는 냉혹하게 들이닥칠 수도 있는 인생의 파고들을 담담히 받아들이는 겸허함과 의연함 같은 것이 느껴진다.  같은 창 그림인데 이렇게 다르게 느껴진다.  

 

posted by 잠자는 집시
2019. 5. 1. 00:00 미술 이야기

전시명: <대안적 언어 – 아스거 욘, 사회운동가로서의 예술가>

기간: 2019.4.12~2019.9.8 

장소: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작품수: 회화, 조각, 사진 및 아카이브 자료 90여점

 

전시회 소개를 해달라는 열화같은 (?) 요청에 힘입어 좀 신경써서 예술계 뉴스를 살펴보다 발견한 전시회. 다시 말하지만, 내 블로그가 전시소개 블로그라고 하기엔 전문성이 좀 떨어진다.  시작한지 한참 지난 전시회 소식을 전하기 일쑤고, 그것도 엄격히 선별......은 아니고 지극히 개인 취향을 반영하기 때문에.  그리고 소개하는 전시를 내가 미리 보고 올리는 것도 아니다.  적고보니 너무 내 맘대로다. 어쨌든 그러니 감안하고 읽어보시란 말씀. 

오늘 소개할 전시회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4월 14일부터 시작된 <대안적 언어 – 아스거 욘, 사회운동가로서의 예술가>이다.  (전시는 이미 시작했지만, 앞으로 한참동안 계속 하니까, 전시소개 글로서 유효한 걸로~) 

이번에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소개하는 아스거 욘 (Asger Jorn: 1914-1973)이라는 작가는 대부분의 한국 미술애호가들에게 생소하리라 짐작된다. 덴마크 출신인 그는 코브라 그룹 (CoBrA)라는 그룹의 대표작가로도 꼽히지만, 이 코브라라는 그룹 역시 그렇게 대중적으로 알려진 그룹은 아니다. 여기서 ‘코브라’란 뱀이랑은 아무런 상관이 없고, 코(Co)펜하겐, 브(Br)뤼셀, 그리고 암(A)스테르담의 머리 글자를 따 명명된 명칭이다. 그래서 영어로 표기할때, 대문자와 소문자가 들쑥날쑥하게 CoBrA이다. 1948년 결성되어 1951년 해산하여 단명한 미술 운동 그룹으로 넓은 의미에서는 전후의 아르 앵포르멜에 포함된다. 이 그룹에서 가장 유명한 화가로는 아마 카렐 아펠 (Karel Appel: 1921-2006)일 것이다. 카렐 아펠이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된 계기는 1955년 뉴욕 현대 미술관(MoMA)에서 개최되었던 <<새로운 세대 (The New Decade)>>라는 전시회에 소개되면서라고 할 수 있다. 이 전시회에서는 프란시스 베이컨 (Francis Bacon), 장 뒤비페 (Jean Dubuffet), 그리고 피에르 술라주 (Pierre Soulages) 등 22명의 유럽의 화가와 조각가들의 작품들로 구성된 기념비적인 전시회였다.  전후 예술의 중심지로 급부상한 미국에서 전시회를 했던 유럽 작가들이 세계적으로 알려질 기회를 얻었던 것이다.

이에 반해 아스거 욘은 반골적이고도 혁명투사 같은 면모를 지닌 작가였고 사회참여적 작가였다. 1964년 구겐하임 어워드(현 구겐하임 펠로우십)의 수상자로 결정되었으나, 수상을 거부하는 의사를 전보로 보냄으로써 그의 예술 활동과 언행이 일치하는 인물임을 보여주었다.

 

아스거 욘이 구겐하임 어워드 수상자 선정 소식에 구겐하임측에 보낸 전보


 

아스거 욘이 구겐하임 어워드 수상자 선정 소식에 구겐하임측에 보낸 전보 내용 번역:

니 돈 가지고 지옥에나 떨어져! 빌어먹을 것들아.   

상은 거부한다.

상 달라고 한 적 없다. 

격조라곤 없이 너희들의 떠들썩한 인기나 얻으려고 원치 않는 행동을 하는 어중이떠중이 예술가가 되기를 거부한다.

나는 대중들의 동의를 원하는 것이지, 웃기지도 않는 너희들의 게임에 끼고 싶은 생각은 없다.


아스거 욘의 행보는 당시 유럽 사회의 유행하는 경향을 반영하고 있긴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제도와 권력에 반발하는 태도를 일관하였다. 기존 아카데미의 고루한 교육과 틀에 박힌 작법을 배격하며 어린아이나 정신병자들의 작품과 같은 자유롭고도 순수한 작품을 지향했다는 면에서는 아르 앵포르멜 작가들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또 국가라는 틀 속에 갇히지 않은 국제적 연대와 창의성을 중시하는 사상은 코브라 그룹 작가들과 공유하고 있다.  또한 예술이 상품으로 전락하는 상황에 반발하며 예술과 일상생활의 접목을 꾀하는 태도는 일찍이 바우하우스에서 추구된 바 있는데, 그 역시 이러한 사상을 견지하였고 이는 SI (Situationist International)라는 그룹의 설립으로 이어진다. 이후 그는 미국과 소련으로 양분된 냉전시대의 논리에 자신이 속한 북유럽 전통예술을 연구함으로서 제3의 대안적 관점을 제공하고자 하였는데, 이를 위해 스칸디나비아 반달리즘 비교 연구소 (Scandinavian Institute of Comparative Vandalism)’ 를 설립하기에 이르는 것이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그 유명한 ‘구겐하임 텔레그램’은 물론 ‘스칸디나비아 반달리즘 비교 연구소’의 방대한 북유럽 민속 예술의 도상 기록 사진이 공개된다고 한다.  매번 같은 음식만 차려진 밥상 같이 인기작가들의 전시만 계속되는 미술계에서 이렇게 덜알려졌으나 흥미로운 작가의 전시가 열린다는 것은 참 반가운 일이다.

<무제(미완의 형태 파괴)> 122×97cm 캔버스에 유채 욘미술관소장 1962 /국립현대미술관
 ‘세속의 마리아’ (1960)
<무제 (데콜라쥬)> 64×49.1cm 상자에 부착된 찢어진 포스터 욘미술관소장 1964 /국립현대미술관

 

 ‘그려진 시’(파르파와의 협업) (1954)

posted by 잠자는 집시
2019. 4. 30. 00:10 미술 이야기

2018년 경매에서 가장 비싸게 팔린 작품들의 순위 마지막 시간. 오늘은 16위에서 20위까지. 

일전에는 매일매일 하나씩 역순으로 올렸는데, 이번에는 정리차원에서 다섯개씩 묶어 1위부터 올려본다. 저번에는 중복되는 작가들의 경우는 몰아서 올렸는데, 이번에는 정리차원이니 중복되더라도 다시 한번씩 올리는 걸로~ 

따라서, 이번에 모딜리아니의 작품의 경우, 10위와 16위에 각각 자리하고 있고, 그의 작품을 10위 작품 알려드릴때에도 올린바 있으나 이번에는 16위 작품에 뽀인트를 두고 감상하시면 된다는 말씀!   

 

16위

세상에서 가장 비싼 작품들 랭킹-인플레 고려 10위와 16위 모딜리아니 

 

세상에서 가장 비싼 작품들 랭킹-인플레 고려 10위와 16위 모딜리아니

세상에서 가장 비싼 작품들 랭킹 연재 계속~ 쭈욱~ 가요 순위 프로그램처럼 인플레 고려한 가격으로 세계에서 가장 비싼 작품들 순위를 20위부터 위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살펴보고 있다. 이제까지처럼 한 작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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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위

세상에서 가장 비싼 작품들 랭킹-인플레 고려 17위와 20위

 

세상에서 가장 비싼 작품들 랭킹-인플레 고려 17위와 20위

며칠전 '세상에서 가장 비싼 작품들 랭킹'에 대한 글을 올렸다. 그리고 그 때, 개별 작품에 대해서 하나씩 설명하도록 하겠다고 '공약'을 걸었다. 그 공약에 대해서 기억하는 사람이 있던 없던 일단 약속은 약속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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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위

세상에서 가장 비싼 작품들 랭킹-인플레 고려 6, 14, 18위 클림트의 작품들

 

세상에서 가장 비싼 작품들 랭킹-인플레 고려 6, 14, 18위 클림트의 작품들

며칠전 올린 세상에서 가장 비싼 작품들 랭킹 꼼꼼히 살펴보기 시간! 오늘은 인플레를 고려한 순위 18위에 당당히 자리하는 구스타프 클림트의 "아델 블로흐-바우어 의 초상 I" 을 살펴보는 시간이지만, 편의상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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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위

세상에서 가장 비싼 작품들 랭킹-인플레 고려 19위 프랜시스 베이컨의 루시앙 프로이트의 초상

 

세상에서 가장 비싼 작품들 랭킹-인플레 고려 19위 프랜시스 베이컨의 루시앙 프로이트의 초상

일전에 올렸던 글 '세상에서 가장 비싼 작품들 랭킹-2018'을 밝힌 후에 한 작품씩 살펴보기로 했다. 그리고 어제 그 첫번째 글을 올렸다. 제목하야 세상에서 가장 비싼 작품들 랭킹-2018-무려17위와 20위 오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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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위

세상에서 가장 비싼 작품들 랭킹-인플레 고려 17위와 20위

 

세상에서 가장 비싼 작품들 랭킹-인플레 고려 17위와 20위

며칠전 '세상에서 가장 비싼 작품들 랭킹'에 대한 글을 올렸다. 그리고 그 때, 개별 작품에 대해서 하나씩 설명하도록 하겠다고 '공약'을 걸었다. 그 공약에 대해서 기억하는 사람이 있던 없던 일단 약속은 약속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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