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병과 사자 :: '영화 이야기' 카테고리의 글 목록 (5 Page)
2019. 5. 7. 00:30 영화 이야기

François Boucher (1703–1770), The Toilette of Venus (1751) oil on canvas ; 108.3 x 85.1 cm, Metropolitan Museum of Art

사실 영화 <<스캔들 - 조선남녀상열지사>>의 배경음악은 바로크 음악이므로 엄밀히 말해서 이 영화와 패러럴을 이루는 것은 바로크일지도 모르나, 정서는 어디까지나 로코코라는게 개인적 감상이다.  프랑소아 부셰는 로코코의 정신을 가장 잘 드러낸 작가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위의 작품은 그 중에서도 '로코코'의 시대적 특징을 가장 잘 드러내는 작품이라 볼 수 있다. 

제목은 <비너스의 화장대> 정도에 해당할텐데, 여인의 모습은 여신이라기보다는 부유한 귀족이나 왕족의 정부같은 분위기다.  발그레한 볼을 가진 곱디고운 그림 속의 앳된 여성은 '신들은 누드로 그리자'라는 회화적 관례에 따라 비너스라고 억지로 주장하기엔 그녀가 있는 공간이 너무나도 현세적이기 때문이다.  쾌락적이고 방탕하고 경박한 것이 로코코 문화의 특징이라고 비판하곤 하는데, 이 작품은 그러한 비판의 근거로 사용해도 될만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아무리 포동포동 귀여운 아기 천사, 푸토들이 있어도, 품에 새하얀 비둘기를 품고 있어도, 이 여성은 궁전이나 저택의 한 방에서 꽃 단장을 하고 있는 현세의 여인이지 천상의 비너스처럼 보이지는 않는 것이다.  

부셰의 이쁘지만 왠지 분위기 요상한 이 그림은 당시 귀족들의 방탕하고 문란한 생활의 일면을 보여줬던 <<위험한 관계>>라는 프랑스 소설, 그리고 그 프랑스 소설의 창조적인 한국화 버전인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와 일맥상통한다고 생각된다.  

Boucher, Diana Resting after Her Bath (1742)

사정은 부셰의 또다른 작품 <목욕 후 휴식을 취하는 다이애나>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초승달 모양의 티아라를 머리에 장식하고 있고, 사냥 도구와 포획물들이 옆에 놓여져 있는 것으로보아 사냥을 즐기던 달의 여신, 다이애나의 지물은 충실히 지니고 있다. 설정상, 사냥을 마친 다이애나가 자신의 수행원의 도움을 받으며 목욕을 마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다이애나로 말씀드릴 것 같으면 처녀의 신으로 자신만 처녀로 남기를 고집했을 뿐 아니라 자신의 수행원들도 처녀로 남기를 명했고, 이를 어길시엔 엄벌을 내렸던 여신이다. 오죽하면 우연히, 정말 우연히 사냥하다 다이애나가 목욕하는 장면 한 번 쳐다봤다고 악테온을 쪽쪽 찢어 죽임을 당하게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아무리 봐도 부셰의 다이애나가 그렇게 결벽증 있는 여신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자신의 모습을 보여줌에 있어서 너무 숨김이나 경계가 없어, 감상자들이 맘껏 그녀의 아름다운 누드를 감상할 수 있게 그려져있다. 위의 비너스와 마찬가지로, 앳되보이고 발그레한 볼이 어여쁜 이 아가씨 둘이 누드라는 것의 정당성은 결국 제목에서 밖에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신화라는 (얇디얇은) 외투를 입은 암묵적이지만 명백한 관능성 또한 로코코 미술의 특징이기도 하다.        

예전의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 영화평을 읽어보시고 이 영화의 로코코성에 대해서 한번 판단해보십사~

https://sleeping-gypsy.tistory.com/84

 

스캔들 - 조선남녀상열지사 (Untold Scandal, 2003)

보통 리메이크 영화는 믿고 거르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나의 경우, 소설이 원작인 영화인 경우에도 좀 신중해지는 편이다. 특히, 내가 영화화가 되는 소설을 이미 읽었던 경우에는. 책을 읽으면서 내 머리속에서..

sleeping-gypsy.tistory.com

  

 

posted by 잠자는 집시
2019. 4. 25. 18:54 영화 이야기
posted by 잠자는 집시
2019. 4. 18. 00:44 영화 이야기

이전에 올렸던 내 인생 영화 <개같은 내 인생>에 대한 단상. 

https://sleeping-gypsy.tistory.com/40

posted by 잠자는 집시
2019. 3. 24. 13:32 영화 이야기

문학성은 차치하고 일본에는 유난히 다작의 소설가들이 많은듯하다. 히가시노 게이고가 그러하고 이사카 코타로가 그러하다. 이들의 작품들은 또한 영화나 드라마화 많이 되고 있다는 공통점도 있다. 한동안 일어를 좀 재밌게 배우려고 일본 영화와 드라마를 열심히 본 적이 있다. 그리고 거기서 조금 나아가서 재밌게 본 영화나 드라마의 원작을 찾아서 읽어보기도 했는데, 이 두 작가의 작품들은 그때 알게 된 것이다. 

영국의 문호 셰익스피어가 워낙 광범위한 주제를 다루고 있기에 혹자는 그가 한 사람이 아니라 여러사람이 셰익스피어라는 이름으로 작품들을 출판했다는 가설을 펼치기도 했다. 나는 처음에 히가시노 게이고나 이사카 코타로도 그런 맥락으로 좀 의심을 했다. 좀 읽다보니, 묵직한 몇 작품을 제외하고는 다소 가볍다는 느낌도 들고, 모르긴 몰라도 히가시노 게이고 정도 되면 자료조사를 하거나 편집의 과정에서 돕는 조수나 제자들도 많으니 여러사람이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이름으로 책을 펴내는 건 아니겠다 싶긴하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창작력이다. 다양한 분야의 관심사와 그것을 작품화 시키는 실천력은 정말 대단하고 부러운 능력이자 재능이다. 

이사카 코타로의 경우, 세상을 보는 눈이 참 특이한 작가인 것 같다. 일본 문학에 대해서는 제대로 공부해 본 적이 없고, 이들의 문단의 평가에 대해서도 난 알지 못하니, 이건 '내맘대로 작품보기-일본 문학과 영화'편 쯤 되겠다. 내가 이사카 코타로의 작품을 접한건 2006년 영화 <<명랑한 갱이 지구를 움직인다 (陽気なギャングが地球を回す ; A Cheerful Gang Turns The Earth)>>이다. 동명의 소설도 있는 이 작품은 제목부터가 어떤 내용인지 짐작조차 되지 않는 독특한 내용이다. '코메디, 범죄'로 분류되는 영화인데, 그 속의 영화배우들도 다 좋고, 극의 전개도 빨라 재밌게 본 영화다.  


독특한 주제가 재밌어서 그 원작자의 작품으로 찾아본 그 다음 영화가 2007년의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 락커 (The Foreign Duck, the Native Duck and God in a Coin Locker ; アヒルと鴨のコインロッカー)였다. 이 작품은 제목만으로는 무슨 코메디 영화인가 했는데, 내용은 생각보다 묵직하고 다소 무거운 사회문제에 대한 영화라 오랫동안 여운이 남았다.  이 영화에 대해서는 언제 기회가 되면 다시 '내맘대로 리뷰'를 해보고 싶다. 그리고 본 것이 2009년의 영화 <<중력 피에로 (重力ピエロ ; A Pierrot)>>인데, 이 역시 굉장히 무거운 주제를 다룬 영화라는 점에서는 앞의 <<집오리~코인 락커>>와 유사하지만, 동시에 따뜻한 가족애가 주제로 녹아들어 있기에 감동은 배가 되는 그런 영화였다.

이 글을 위해 검색을 해보니, 이 영화는 여러 영화제에 출품해서 상도 많이 받고, 한국에서도 상연된 적이 있는 듯하니 전문적 영화평은 다른 곳에서도 많이 실려 있을 것이라 믿고, 나만의 감상을 이어가보고자 한다. (찾아보니, 내가 읽거나 봤던 작품들은 거의다 번역이 되어있고, 영화 포스터에도 한국어 캡션이 달린 것 보니 한국에서도 유명한 작가이고 작품들임이 분명하다) 

워낙 인기 있었던 듯하고, 시간이 좀 지난 상영작이니 약간의 줄거리로 스포일러를 날려보자면, 포스터에 크게 얼굴이 찍힌 두분이 '이즈미'와 '하루'라는 형제로 이 영화 (그리고 소설)의 주인공이다. 그리고 영화나 소설 모두 화자는 형의 관점에서 진행된다. 이 두 형제의 출생의 비밀, 정확히는 동생의 출생의 비밀과 '강간'이라는 범죄, 그리고 가족애가 이 영화의 주제이다. 강간의 결과로 임신을 했음에도 출산을 결심한 엄마, 그 엄마의 결단을 존중하며 그렇게 태어난 아이까지 가족의 일원으로 보둠어 사랑이 넘치는 가족으로 만들어가는 이야기. 그리고 그 사이코패스 강간범이 다시 출현함에 따라 형제가 법의 힘을 빌리지 않고 스스로 그 범죄자를 단죄한다는 이야기이다. 

영화에서 기억나는 장면 중 하나는 어린 '하루'가 역시 아직 어린 형 '이즈미'에게 '형 '레이프 (rape)'가 뭐야?하고 묻는 장면이다. 아마도 학교에서 이지메를 당하면서 '넌 레이프로 낳은 아이야.'라는 얘기를 들었으리라. 그러자 어린 형은 한참 궁리하다가 갑자기, '레이프 레이프 환타 그레이프!'라고 외친다. 그 말을 반복하자, 어두워져 있던 동생의 표정이 환해지면서 함께 '레이프 레이프 환타 그레이프!'를 외치며 침대위에서 팡팡 뛰면서 장난을 친다. 

그리고, 소설에서의 첫 장면과 영화에서의 첫 장면이 겹쳐서 인상적인 장면은 '하루가 이층에서 뛰어내렸다'는 문구는 실제로 동생 하루가 이층에서 공중부양하듯이 뛰어내린 장면과 벚꽃잎들이 흐드러지게 내려앉는 장면이 오버랩되면서 아름답게 묘사된다. 봄을 의미하는 '하루'의 착지장면과 봄의 상징이 벚꽃잎들이 어우러지면서 말이다.  소설에서는 형으로서 동생이 태어날 때 사태의 심각성을 전혀 모르던 형은 들떠서 좋아하기만 했는데, 그 동생이 2층에서 뛰어내린 것은 그 동생이 사춘기에 접어들어서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뛰어내린 행위는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알고 방황하게 되는 동생의 심리상태를 반영하고 있기도 하다.   

[원문: 弟が生まれた時、私ははしゃいでいた。覚えているわけがないが、そのはずだ。少なくとも、親の苦悩や、周囲の人間の冷ややかな目の理由に気づいてはいなかった。

その弟が二階から落ちてきたのは、それから十七年後、つまり、彼が高校生の時のことになる。]

히가시노 게이고나 이사카 코타로의 작품이나 인기작이라는 공통점 이외에도 소설의 묘사가 굉장히 시각적이라는 점이 유사하다. 아마도 이 점이 이들의 작품들이 연이어 드라마나 영화화되는 이유가 아닐까한다. 

봄을 맞아 봄이라는 이름을 가진 청년의 아름다운 비상을 그린 이 영화를 봐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posted by 잠자는 집시
2019. 1. 23. 10:26 영화 이야기

나의 모든 취미와 관심은 시각적인 것에 집중되어 있다.

미술사 공부를 하고 있고, 영화 보는 것을 좋아하고, 시간이 날때 거의 모든 시간을 책을 보거나 요새는 인터넷을 통한 자료를 읽는데 보내고 있다. 

그래서, 음악에 대해서는 거의 모르고, 좋아하는 음악도 극히 제한되어 있고, 요새 음악도 모르고, 외국 생활이 길어서 한국의 대중 가요에도 오랫동안 노출이 안되어서 잘 모른다.  (예전에 god를 '갓'으로 읽어서 면박을 당한 일도 있다. 다행히 HOT는 알고 있었다.)

그런 내가 우연히 유튜브에서 음악을 들었는데 좋다고 느껴서 올려본다. 이 노래를 부른 가수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이 노래 제작에 대한 배경지식이 전혀 없으니, '내맘대로 음악듣기'가 되는건가?

내가 어제 첨 '발견(?)' (음악이니 발청이 되나?)한 음악은 일본 그룹인거 같은데, King Gnu라는 가수의 'Prayer X'라는 노래이다.  물론 음악과 함께 뮤직비디오라는 시각적 요소에도 맘이 끌린것도 사실이니 내 취미와 관심사와도 약간 관련이 있는지도...

 

얼마전, 그 유명하다는 '보헤미안 랩소디'를 봤다. 

그룹 퀸에 대해서는 그냥 사람들 아는 정도만 알고 있었다. 이전부터도 라디오에서 퀸의 노래는 자주 나온 터라, 딱히 음악에 관심없는 나도 그들의 노래 몇 곡은 익숙하다.  '위 윌 위 윌 락유'라던가, '위 아 더 챔피언'이라던가, '라디오 가가'라던가... 그리고 '보헤미안 랩소디'도 제목과 노래를 연결지은 것은 좀 이후였지만, 라디오에서 많이 들어봐서 익숙한 정도. 하지만, 어떤 면에서 그룹 퀸은 회화에서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같은 거다.  대중문화에서의 노출이 워낙 많아 익숙하다 느끼지만, 정작 곰곰 생각해보면 아는 것이 없는 것.  그리고 알려고 하기엔 너무 많이 보고 들어서 알기도 전에 이미 지겨워진....  

나한테도 그랬다. 그룹 퀸은 원체 들어서 알고 있지만, 얼핏얼핏 들어서는 그닥 좋은지 모르겠고, 호기심을 갖기엔 원체 많이 들어서 알고싶다는 맘이 들지도 않았던....  락 음악이라는 자체도 시끄러운 음악이라는 편견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었고. ('락' 하면 딱 떠오르는 것은 굉음과 다소 폭력적인 퍼포먼스, 그리고 길고 고운 머리카락 휘날리는 헤드 뱅잉... ㅎㅎㅎ)

그런데 개인적으로 노래 '보헤미안 랩소디'는 수 년전에 우연한 기회에 자세히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알고 있던 것보다 한 곡 속에 담긴 음악의 깊이와 다양함에 깜짝 놀랐고 감탄하면서 좋아하게 되었다. 당시에 힘든 일을 겪을 때 나는 내 아이팟에 담긴 그 노래를 아이팟이 테이프였다면 분명히 늘어났을 정도로 많이 들었다. 감정이입이 되어서, 'Mama I just killed a man'이라는 프레드 머큐리의 목소리가 '엄마 누가 날 죽였어'라고 하는 것 같이 슬프고 애절하게 들렸고,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음 좋았어'라는 부분에서는 반드시 눈물이 났었다. 

나중에 관심있는 곡이라 조금 찾아봤더니, 혹자는 그 곡을 프레디 머큐리의 '커밍아웃'을 노래한 것이라는 해석을 하고 있었다. 말이 되긴 한다. 양성애자 혹은 동성애자로서의 성인이 된 자신이 엄마가 낳아주신 한 남자 (어릴 때의 자신)을 죽인 것이 된다. 그리고, 동성애에 대한 톨레랑스가 많이 생긴 요즘도 힘들다는데, 그 당시 그가 느꼈던 고통과 고민이 얼마나 엄청났겠는가?  차라리 태어나지 말았음 좋겠다고 느꼈을지도 모른다.  

그러한 해석이 사실인지 아닌지 난 알지 못한다. 그리고 그것이 그렇게 중요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어떤 경위에서 만들어진 곡이었든 '보헤미안 랩소디'라는 노래를 들은 나에게 프레디 머큐리의 그러한 경험과는 관계없이, 당시 겪고 있던 나름의 슬픔과 고통 고민에 공명을 일으켰고, 위안과 감동을 선사했던 것이다. 그리고 퀸의 '보헤미안 랩소디'가 대단한 이유는 그런 것 아닐까? 

사실, 난 한 바탕의 인기의 파도가 지나고 나서 영화를 봐서인지, 아니면 하도 좋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 기대치가 한껏 올라가서 인지 그렇게까지 감동적이지는 않았다.  어쩌면, 내가 '보헤미안 랩소디'에서 받을 감동은 몇년전에 이미 충분히 많이 받았기 때문이었는지도. 

하지만, 퀸의 보헤미안 랩소디가 명곡이라는 평에는 나도 추호의 이의가 없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나의 그닥 영향력없는 표라도 한표 더 던지고 싶다.  

음악은 공중에 떠도는 음들에서 그토록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어내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예술임에 분명하다.  칸딘스키를 위시한 추상화가들이 그토록 음악 같은 미술을 만들고자 했던 이유를 어렴풋이나마 짐작할 수 있다.  

이 즈음 해서 안듣고 갈 수 없겠죠?  퀸의 '보헤미안 랩소디'입니다. 듣고 가실게요~


posted by 잠자는 집시
2019. 1. 13. 00:07 영화 이야기

며칠 전 지인이 앙코르와트 여행예정이라는 말을 듣고 갑자기 떠올랐다. "화양연화 (花樣年華)"  영어판 제목으로는 In the Mood for Love.

사실 이 포스터가 요약본이라고도 할 수 있다.    여자는 남자가 다가올 여지를 주기 위해 고개를 숙이지만, 남자는 용기가 없어 다가가지 못한다. 그리고, 여자는 돌아서서 떠난다. 

유명한 영화다 보니, '화양연화'라는 단어의 의미에 대해서도 여러곳에 설명이 있다. 인생에서 꽃을 피운 가장 아름다운 시절, 춘삼월과 같은 호시절이라는 해석이다. 그리고 193-40년대 상하이에서 유행했던 '화양적연화'라는 제목의 중국 노래가 영화에 삽입되기도 한다는 깨알 지식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정작 내 생각은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꽃과 같은 시절'이 의외로 '한 때'라는 것을 강조하고자 한 것은 아닐까 하는 것이다.  

Ambrosius Bosschaert the Elder (1573-1621), Still-Life of Flowers (1614) 

서양 회화에 빗대자면 '바니타스 회화'라고나 할까?  아름다운 꽃의 그림을 보고 감탄하지만, 다음 순간, 그 꽃의 찬란한 아름다움은 곧 스러질 것이라는 아련한 안타까움.  물론 바니타스 회화에서는 따라서 영원한 아름다움과 진리를 추구해야한다는 교훈을 담고 있다고 하지만 말이다. 

이 영화는 냉정히 상황만 놓고 보면, '불륜'에 관한 영화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연애 영화는 아니다. 이별에 관한 영화이다.  사실 자세히 보면 어정쩡한 불륜에, 시작은 제대로 없고 이별의 끝만 있는 영화라고 할 수도 있다. 

그리고, 사실 줄거리는 영화 도입부에 나오는 싯구에서 다 요약해주는... 스토리 자체에서는 그다지 쨍~한 것은 없는 영화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빈약한 스토리라인에도 불구하고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 것은 그 이야기를 하는 방식과 섬세하고 시각적인 연출 때문이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것은 1962년 홍콩의 한 아파트.  그 곳으로 이사온 상하이 출신 주민들. 엄청 좁은 아파트에 좁은 복도. 그 사이를 부딪치지 않고 스치는 사람들을 보면서 참 용하다 했는데...  거기로 이사오고 나서일까? (아님 사단이 나고 의도적으로 같은 집으로 이사를 온 것일까?) 여하튼 사건은 불거지는데... 

공교롭게도 그 아파트에 사는 두 커플이 어느날 한 사람은 자신의 남편이, 또 한 사람은 자신의 아내가 바람을 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그것이 알고보니 크로스 불륜.  이 둘은 머리 맞대고 상담하다가 연애감정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 줄거리이다. 그리고 이 두 사람이 영화의 주인공, 장만옥과 양조위.  그리고 이 영화를 만든 감독이 우리나라에서도 잘 알려진 왕가위 감독이다.  

이 영화는 전체 플롯이나 스토리 전개보다는 미장센이 훨씬 돋보이는 영화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별 일 아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데 있어서 미술 장치나 화려하면서도 주변과 조화를 이루고, 또 심리상태를 반영하는 주인공들의 의상, 그리고 중요한 장면에서 얼굴 대신 비추는 손의 섬세한 떨림. 때로는 얼굴보다 손이 많은 말을 한다는 것을 이 영화를 통해 알게 되었다. 

어느 드레스 사이트에서는 장만옥의 드레스만 따로 스틸을 모아서 포스팅을 했을 정도로 그녀도 그녀의 드레스도 아름답다. 그리고 그 드레스와 아파트나 사무실, 그리고 홍콩 뒷골목의 벽과 잘 조화를 이룬다. 

배우자의 불륜이라는 충격적 사건 앞에서 같은 (정말 같은) 아픔을 나누고 위로하며 사랑하는 감정을 느끼는 두 남녀는 어떻게 될 것인가?  

앞에서 요약본으로 다 밝힌듯 하지만, 굳이 한 번 더 밝히자면, 힌트는 '앙코르와트'

우리 나라식으로 하면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이다.  밝힐 수 없는 비밀이 있으면 벽의 구멍에다 대고 이야기 하고 나서, 그 구멍을 진흙으로 막아버리는 것.  눈빛만으로 10번쯤 실연한 연기를 하는 양조위가 앙코르와트에서 하는 행동이다. 

마지막 싯구처럼 어차피 과거는 '먼지 낀 창으로 들여다볼 수 있지만, 모든 것이 희미하기만 한것.'  영어 번역에서는 'glass darkly'라는 구절이 나오는 데, 고린도 전서에 나오는 구절로 인간의 지식이 불완전 한 것을 빗대는데 사용된 구문이다.  불완전한 인간의 불완전한 기억, 그리고 찰나같은 아름다운 시절.  '화양연화'는 그런 아름답지만 짧고 허무하고, 그래서 더더욱 아련한 것에 대한 영화이다.  


물론 앙코르와트 여행 갈 친구는 그럴 일 없이 행복하고 즐거운 여행을 하고 오겠지만, 그리고 내가 그곳을 여행한다고 해도 즐거운 추억 담뿍 쌓고 올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기억 속에서 앙코르와트는 영원히 '화양연화'와 함께 할 것 같다.   

그리고 좁은 복도를, 홍콩의 좁은 골목을 아름다운 치파오를 입고 누비던 장만옥의 뒷모습을 슬로우비디오로 잡으면서 흘러나오던 'Yumeji's Theme'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명장면이라고 생각한다.



작곡가 우메바야시 시게루 (梅林 茂)가 1991년 일본 영화 유메지 (夢二)를 위해 작곡한 곡을 '화양연화'에서 재사용한 것이라 한다. 시각적인 영화인 화양연화에 일본화가 타케히사 유메지 (竹久夢二)에 관한 영화에 사용되었던 곡을 사용했다는 것도 왠지 의미심장하다. 

posted by 잠자는 집시
2018. 11. 13. 00:30 영화 이야기

 

보통 리메이크 영화는 믿고 거르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나의 경우, 소설이 원작인 영화인 경우에도 좀 신중해지는 편이다. 특히, 내가 영화화가 되는 소설을 이미 읽었던 경우에는.  책을 읽으면서 내 머리속에서 상상력을 무한대에 가까울 정도로 펼쳐 두었는데, 현실 속의 배우들이 제한된 예산안에서 찍은 영화를 보다 보면 그 무대의 스케일이나 주인공의 모습들에 실망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설을 영화화한 경우에는 내가 자체적으로 그 영화를 거르거나, 아니면 보고는 '역시~'하고 실망하는 일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원작 소설을 읽지 않은 경우, 소설을 바탕으로 한 영화는 탄탄한 스토리를 바탕으로 만들 수 있었던 탓일까 잘 모르겠지만, 멋진 영화들이 많다는 것도 내 개인적인 의견이다. 그리고 영화 <스캔들 - 조선남녀상열지사 (Untold Scandal, 2003)>은 후자에 속하는 작품이다. 

한국 영화 <스캔들 - 조선남녀상열지사 (Untold Scandal, 2003)>은 피에르 앙브로아즈 프랑소아 쇼데를로 드 라클로 (Pierre Ambroise François Choderlos de Laclos: 1741-1803)라는 기다란 이름을 가진 프랑스 혁명기의 군인 출신 소설가의 1782년 소설 <위험한 관계 (Les Liaisons dangereuses)>에 바탕을 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모르긴 몰라도 영화가 이 서간체 소설을 직접적으로 참조했다고 보기 보다는 이 작품에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 작품을 참고로 했을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하는 짐작한다.)  

혹자는 쇼데를로 드 라클로의 소설이 미술사에서는 로코코로 표현되는 귀족들의 향락적이고 퇴폐적인 '행태'를 고발하기 위했다는 해석도 있으나, (서간체 소설답게) 소설의 끄트머리에 마담 볼랑지가 쓴 편지에서 '원래 인생이란 것 자체가 말이 안되는 것'이라고 밝히는 것으로 보아 그렇게 교훈을 주려는 목적으로 집필 한 것 같지는 않다.  

오늘날은 워낙 충격적인 작품들이 많아서 그다지 놀랍지도 않을 이 작품은 당시 그 외설성으로 인해 큰 비판을 야기하기도 했다는데, 따라서 작가는 한동안 '외설 작가'라는 낙인이 찍히기도 했다고.  정작 작가는 자신이 죽고 나서도 오랫동안 회자되는 작품을 쓰고 싶어했다고 하는데, 그의 소원은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  그의 작품의 명성이 자신의 조국 프랑스 뿐 아니라 유럽 전역은 물론, 이백여년이 지난 한국에서도 기억되고 있기 때문이다. 

Jean-Honoré Fragonard, The Swing (ca. 1767), oil on canvas ; 81 × 64.2 cm, Wallace Collection, London  

위의 그림은 당대의 퇴폐적이고 향락적이던 귀족 문화를 잘 반영해주는 작품으로, 로코코 미술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장-오노레 프라고나르의 <그네>이다. 이 작품에서는 젊고 아름다운 아내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서 열심히 부인이 탄 그네의 줄을 당겨주고 있는데, 정작 아내는 젊은 애인과 눈을 맞추며 슬리퍼를 던져 밤의 밀회를 약속하는 장면을 담고 있다.  

당대 귀족들은 정략결혼을 하는 게 워낙 관례처럼 되어 있어 결혼 후 애인들을 만드는 것은 흉도 아닐 정도였다고 알려져 있다. '들키지만 말아줘.' '내 눈에만 띄지 말아줘~' 그런 분위기였다고.  프라고나르는 그런 로코코적 풍조를 유머를 담아 잘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다 암묵적으로 행하는 일이라고 해도, 그리 널리 알릴 일은 아니었음은 위 작품 왼쪽의 큐피드 상이 손가락을 입 위에 대고 '쉿~'하는 포즈를 취하는 것으로 표현하고 있다. 

다시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로 돌아가서 얘기를 이어가자면, 앞서 밝힌대로 한국의 영화는 프랑스 소설을 직접적으로 참조했다기 보다는 원작 소설을 영화화했던 서구의 영화를 참조하지 않았을까 생각하는데, 대표적으로는 1959년 로제르 바딤의 프랑스 동명 영화와 1988년 영국 감독 스티븐 프리어스의 영화 <Dangerous Liasons>(불어 원제의 영어 번역)가 있다.  ('리에종'이라는 이 단어는 불어의 쓰임은 확실히 알 수 없으나, 영어에서는 '연락, 연결'이라는 의미 이외에 '불륜' '간통'이라는 뜻으로 쓰인다는 점은 기억해 둘만하다.) 

1988년 작품 Stephen Frears 의 영화 <Dangerous Liasons프랑스 원제의 영어 번역이 작품인 이 작품은 고증과 시각적 효과의 조화라는 면에서 우리나라 영화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의 모델 및 창작의 원천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초기 프랑스 영화는 내가 보지 않아 모르겠지만, 영국 감독과 미국 배우들의 콜라보로 만들어진 1988년 영화 <위험한 관계>는 고증과 시각적 효과의 조화라는 측면에서 2003년 이재용 감독의 영화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의 모델, 아니 창작의 원천은 아니었을까 생각되는 작품이다.  

1988년 미국 영화에는 글렌 클로스, 존 말코비치, 미셸 파이퍼 등 개성파 유명 배우들이 대거 출연할 뿐 아니라, 당시 화려한 프랑스 귀족들의 풍모와 생활을 보여주는 화려한 의상과 배경으로 볼거리가 풍부한 영화이다.  

이에 2003년 한국의 영화는 프랑스의 18세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조선시대로 옮겨 와서 각색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원작을 모르고서도 영화를 감상하는 데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긴 하지만, 비교해서 보면 그 재미가 배가 되는 영화이다. 그 힌트로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사극이면서도 배경음악에는 바로크 음악이 사용되고 있다. (바로크 로코코 비슷한 시기이다.)  그리고, 미국 영화가 고증에 신경을 썼다면, 한국의 영화는 고증에서 자유롭게 상상력을 더해서 시각적으로 더 풍부한 아름다움을 가진 영화이다.  조선시대를 배경이라고는 하지만, 영화내에서 사용되는 소품들이나 한복의 색상과 디테일들은 고증이라는 틀에서 자유롭게 현대적이면서도 상징적이고, 따라서 시각적 볼거리가 풍부해졌다. 

나는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가 영화의 리메이크가 성공적이 어렵다는 편견을 깨준 훌륭한 예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미술이나 시각적인 것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한번쯤 꼭 볼만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기회가 된다면, 미국의 1988년작 영화 <위험한 관계>와 비교해 보면서 말이다. 

여담이지만, 드라마의 리메이크가 성공하기 어렵다는 편견을 깨준 예로는 최근 상영된 <라이프 오브 마스>를 들고 싶다.  내가 한국인이라서 그런지 모르지만, 나는 한국 드라마 쪽이 BBC의 원작보다 훨씬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posted by 잠자는 집시
2018. 11. 10. 00:30 영화 이야기

BBC에서 100편의 외국 영화를 선정한 것을 발견하였다. 

자세한 정보는 여기를 참고! 

한국 영화에는 29위를 차지한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가 눈에 띈다.  

Fritz Lang의 작품들이 있다는 것도 인상적이다.  (13위의 'M' (1931)과 16위 'Metropolis' (1927)에 등극)  개인적으로도 좋아하는 작품들이지만, 미술사와 연관해서도 당시 미술사조들과의 관련해서도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작품들이다.  

'화양연화'와 '중경삼림' 같은 익숙한 작품도 포함되었다.  1위와 4위를 모두 쿠로자와 아키라 감독이 차지. ('7인의 사무라이'와 '라쇼몽').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이 포함되지 않은 것은 다소 의아. 외국에서 엄청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알고 있는데...  

앞으로 봤던 작품들도 한번씩 더 찾아보고, 미처 보지 못했던 작품들도 한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BBC Culture’s 100 greatest foreign-language films:

100. Landscape in the Mist (Theo Angelopoulos, 1988)

99. Ashes and Diamonds (Andrzej Wajda, 1958)

98. In the Heat of the Sun (Jiang Wen, 1994)

97. Taste of Cherry (Abbas Kiarostami, 1997)

96. Shoah (Claude Lanzmann, 1985)

95. Floating Clouds (Mikio Naruse, 1955)

94. Where Is the Friend's Home? (Abbas Kiarostami, 1987)

93. Raise the Red Lantern (Zhang Yimou, 1991)

92. Scenes from a Marriage (Ingmar Bergman, 1973)

91. Rififi (Jules Dassin, 1955)

90. Hiroshima Mon Amour (Alain Resnais, 1959)

89. Wild Strawberries (Ingmar Bergman, 1957)

88. The Story of the Last Chrysanthemum (Kenji Mizoguchi, 1939)

87. The Nights of Cabiria (Federico Fellini, 1957)

86. La Jetée (Chris Marker, 1962)

85. Umberto D (Vittorio de Sica, 1952)

84. The Discreet Charm of the Bourgeoisie (Luis Buñuel, 1972)

83. La Strada (Federico Fellini, 1954)

82. Amélie (Jean-Pierre Jeunet, 2001)

81. Celine and Julie go Boating (Jacques Rivette, 1974)

80. The Young and the Damned (Luis Buñuel, 1950)

79. Ran (Akira Kurosawa, 1985)

78. Crouching Tiger, Hidden Dragon (Ang Lee, 2000)

77. The Conformist (Bernardo Bertolucci, 1970)

76. Y Tu Mamá También (Alfonso Cuarón, 2001)

75. Belle de Jour (Luis Buñuel, 1967)

74. Pierrot Le Fou (Jean-Luc Godard, 1965)

73. Man with a Movie Camera (Dziga Vertov, 1929)

72. Ikiru (Akira Kurosawa, 1952)

71. Happy Together (Wong Kar-wai, 1997)

70. L’Eclisse (Michelangelo Antonioni, 1962)

69. Amour (Michael Haneke, 2012)

68. Ugetsu (Kenji Mizoguchi, 1953)

67. The Exterminating Angel (Luis Buñuel, 1962)

66. Ali: Fear Eats the Soul (Rainer Werner Fassbinder, 1973)

65. Ordet (Carl Theodor Dreyer, 1955)

64. Three Colours: Blue (Krzysztof Kieślowski, 1993)

63. Spring in a Small Town (Fei Mu, 1948)

62. Touki Bouki (Djibril Diop Mambéty, 1973)

61. Sansho the Bailiff (Kenji Mizoguchi, 1954)

60. Contempt (Jean-Luc Godard, 1963)

59. Come and See (Elem Klimov, 1985)

58. The Earrings of Madame de… (Max Ophüls, 1953)

57. Solaris (Andrei Tarkovsky, 1972)

56. Chungking Express (Wong Kar-wai, 1994)

55. Jules and Jim (François Truffaut, 1962)

54. Eat Drink Man Woman (Ang Lee, 1994)

53. Late Spring (Yasujirô Ozu, 1949)

52. Au Hasard Balthazar (Robert Bresson, 1966)

51. The Umbrellas of Cherbourg (Jacques Demy, 1964)

50. L’Atalante (Jean Vigo, 1934)

49. Stalker (Andrei Tarkovsky, 1979)

48. Viridiana (Luis Buñuel, 1961)

47. 4 Months, 3 Weeks and 2 Days (Cristian Mungiu, 2007)

46. Children of Paradise (Marcel Carné, 1945)

45. L’Avventura (Michelangelo Antonioni, 1960)

44. Cleo from 5 to 7 (Agnès Varda, 1962)

43. Beau Travail (Claire Denis, 1999)

42. City of God (Fernando Meirelles, Kátia Lund, 2002)

41. To Live (Zhang Yimou, 1994)

40. Andrei Rublev (Andrei Tarkovsky, 1966)

39.  Close-Up (Abbas Kiarostami, 1990)

38. A Brighter Summer Day (Edward Yang, 1991)

37. Spirited Away (Hayao Miyazaki, 2001)

36. La Grande Illusion (Jean Renoir, 1937)

35. The Leopard (Luchino Visconti, 1963)

34. Wings of Desire (Wim Wenders, 1987)

33. Playtime (Jacques Tati, 1967)

32. All About My Mother (Pedro Almodóvar, 1999)

31. The Lives of Others (Florian Henckel von Donnersmarck, 2006)

30. The Seventh Seal (Ingmar Bergman, 1957)

29. Oldboy (Park Chan-wook, 2003)

28. Fanny and Alexander (Ingmar Bergman, 1982)

27. The Spirit of the Beehive (Victor Erice, 1973)

26. Cinema Paradiso (Giuseppe Tornatore, 1988)

25. Yi Yi (Edward Yang, 2000)

24. Battleship Potemkin (Sergei M Eisenstein, 1925)

23. The Passion of Joan of Arc (Carl Theodor Dreyer, 1928)

22. Pan’s Labyrinth (Guillermo del Toro, 2006)

21. A Separation (Asghar Farhadi, 2011)

20. The Mirror (Andrei Tarkovsky, 1974)

19. The Battle of Algiers (Gillo Pontecorvo, 1966)

18. A City of Sadness (Hou Hsiao-hsien, 1989)

17. Aguirre, the Wrath of God (Werner Herzog, 1972)

16. Metropolis (Fritz Lang, 1927)

15. Pather Panchali (Satyajit Ray, 1955)

14. Jeanne Dielman, 23 Commerce Quay, 1080 Brussels (Chantal Akerman, 1975)

13. M (Fritz Lang, 1931)

12. Farewell My Concubine (Chen Kaige, 1993)

11. Breathless (Jean-Luc Godard, 1960)

10. La Dolce Vita (Federico Fellini, 1960)

9. In the Mood for Love (Wong Kar-wai, 2000)

8. The 400 Blows (François Truffaut, 1959)

7. 8 1/2 (Federico Fellini, 1963)

6. Persona (Ingmar Bergman, 1966)

5. The Rules of the Game (Jean Renoir, 1939)

4. Rashomon (Akira Kurosawa, 1950)

3. Tokyo Story (Yasujirô Ozu, 1953)

2. Bicycle Thieves (Vittorio de Sica, 1948)

1. Seven Samurai (Akira Kurosawa, 1954)

posted by 잠자는 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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