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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09.24 흑과 백의 아름다움 - 조르주 쇠라
  2. 2018.09.13 니가 외로움의 맛을 알아? 에드워드 호퍼의 <나이트 호크스> (1942)
2018. 9. 24. 07:00 미술 이야기

Georges Seurat (1859-1891), A Sunday Afternoon on the Island of La Grande Jatte (1884-86)  oil on canvas ; 207.6 × 308 cm,  Art Institute of Chicago

32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뜬 조르주 쇠라 (Georges Seurat: 1859–1891)의 대표작은 단연 <그랑드 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이다.  

인증샷  ^^  혹시 직접 작품을 본 적이 없는 분은 대략 사이즈를 가늠해보세요~

만약 쇠라가 오래 살았더라면 미술의 지평이 바뀌었으리라 평하는 천재적인 화가.  그는 당시 유행하던 색채 이론을 깊이 연구하여 역작인 <그랑자트의 일요일 오후>는 그가 2년간의 연구와 다수의 습작을 통해 탄생한 것이다.  

그 전까지 사람들은 사물에 고유색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Michel-Eugène Chevreul 등의 연구로 여러가지 색채이론이 대두되었다. 시각의 인식와 대뇌의 인지 관계에 대한 차이에 대해 알게 되며, 색채 대비로 인한 착시, 보색 이론 등이 밝혀졌다.  보통 사람들은 이과적 성향과 문과적 성향으로 나뉜다고 하는데, 쇠라 같은 경우는 이과와 문과의 성향을 모두 갖춘 인물이었던듯 하다.  당시의 과학서와 이론서를 섭렵하면서 그 이론을 <그랑자트>에서 실현하고자 하였다. [심지어 최종적으로는 캔버스를 늘려 가장자리를 빙 돌아가면서 채색을 하였는데, 거기에도 보색이론을 적용하였다] 

Seurat, Child in White, 1884-85,  Conté crayon on paper.  Solomon R. Guggenheim Museum

그리고, 위의 작품은 종이 위에 콩테 크레용으로 그린 드로잉으로 <그랑자트>의 작품 속의 어린 소녀의 습작이다.  직접 보면, 과연 흑과 백 사이에 그토록 다양한 단계의 채도와 명도가 존재했었나 싶을 정도로 감탄하게 된다. 그 다채로운 흑과 백이 가슬가슬한 미샬레 종이의 표면의 질감과 조화를 이루는데, 자세히 보노라면 그 다양하고 심오한 세계에 빠져들 듯한 느낌이 든다.  

Georges Seurat, A Sunday Afternoon on the Island of La Grande Jatte 의  세부.  중앙 부분에 위치한 어린 소녀  

이 소녀로 말씀드릴 것 같으면 작품 <그랑자트>의 캔버스에서의 대각선이 만나는 중심에 자리한 인물로 관람자 쪽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서있는 중요한 인물이다.  순수한 소녀가 새하얀 원피스를 입고 이쪽으로 바라보게 그림으로써 관람객들의 관심을 끄는 역할, 그림에서의 focalizer역할을 하는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조르주 쇠라는 이과 문과를 섭렵했을 뿐 아니라, 다양한 색상에 대한 감수성만 있는 것이 아니라 흑백에 대한 안목도 탁월했음이 분명하다.  과학이면 과학, 섬세한 감수성이면 감수성, 색상이면 색상, 흑백이면 흑백 어느 하나 허투루 다루는 법이 없다. 

<그랑자트의 일요일 오후>를 위한 습작 ; Seurat, L’écho (Echo), study for Bathers at Asnières (1883–84)  Conté crayon on Michallet paper ; 31.2 x 24 cm, Yale University Art Gallery 

수 많은 드로잉들 속에는 얼마전 다뤘던 <아니에르에서의 해수욕>에 등장한 등굽은 소년도 있고, 손나팔 부는 소년도 있다.  완성작에서 볼 수 없는 적막한 고요가 아련함과 함께 전해져 온다.  

<그랑자트의 일요일 오후>를 위한 습작

그리고, 위의 여인을 보라!  눈,코,입 하나도 확인할 수 없으나, 저 여인은 분명 아름다울것만 같지 않은가!

그가 살던 19세기 말의 프랑스에도 달은 어김없이 뜨고 졌나보다.   짙은 어둠이 깔린 풍경과 휘영청 밝은 달을 쇠라는 오직 흑색의 농담 조절만으로 표현했다. 


추석입니다. 달보고 소원 많이 비시라고 마지막에 달 그림 올렸네요. 즐거운 명절 보내세요~


posted by 잠자는 집시
2018. 9. 13. 08:00 미술 이야기

Edward Hopper, Nighthawks (1942)  oil on canvas ; 84.1 x 152.4 cm, Art Institute of Chicago

'도시 군중 속의 고독'을 탁월하게 묘사했다고 평가받는 에드워드의 작품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작품일 것이다.  대중들의 엄청난 사랑을 받은 이 작품은 

수많은 패러디를 양산하였고, 느와르 영화 감독들이 영화의 미장센으로 많이 차용하기도 하였다.  Nighthawks라고 불리고 있으나, 원제는 'Night Hawks'였고, 이는 직역하면, '밤의 매'라는 뜻인데, 신사들이 쓰는 모자의 모양이 매의 부리와 닮아서라는 설, 혹은 nighthawk라는 단어가 올빼미족 (밤에 잠안자고 활동하는 사람들)을 의미한다는 설 등이 있다.  

일설에 따르면, 위 작품의 배경이 된건 뉴욕의 그리니치 애비뉴와 W 11가의 교차로 선상 (70 Greenwich Avenue  at West 11th Street의)의 코너에 자리한 가게라고 한다. 호퍼는 시각적 효과를 위해 실제의 모습과는 변형된 식당의 모습으로 변모시켰지만 말이다.  

한밤 중, 뉴욕의 어느 다이너 (간단한 식사와 커피와 케익 등을 파는 카페겸 식당) 안에는 4명의 사람이 있다. 그 중 한 명은 그 카페의 점원이고, 또 한명은 홀로 카페에 들른 사람, 또 하나는 남녀 커플이다. 점원과 혼밥족은 그렇다 하더라도, 일행임이 분명한 남녀도 대화를 나누고 있지 않다. 여럿이 있어도 지극히 고독하고 외로운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이들이 어떤 사연으로 한밤중에 그 카페에 들르게 되었는지 우리는 알 수 없다.  

홀로 앉은 이는 실은 마주 앉은 커플 중 남자를 저격할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는 암살범일 수도 있다 (느와르 영화에서 있을 법한 설정).   

다음 휴가 계획을 이야기하고 있지는 않을 것 같은 남녀 커플은 어쩌면 헤어짐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슬픈 로맨스 영화에 있을 법한 설정).  

아니면, 낮밤 바꾸어 일하지만 집안에 문제가 많아 고통받는 카페 점원의 고달픈 생활에 대한 영화 (사회비판을 겸한 성장 영화에 있을 법한 설정)일 수도 있다.  

Robert Siodmak의 1946년 작 영화 <The Killers

실제로 호퍼는 이 작품을 구상할 때, 헤밍웨이의 'The Killers'라는 1927년작 단편 소설에서 영감을 얻었다 했다. 그리고, 호퍼의 작품을 미장센으로 십분 활용한 'The Killers'라는 느와르 영화가 실제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그림을 감상하는 이는 이러한 상상력을 마구 펼치며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도 있고, 아니면, 비록 한 밤 중에  그런 카페 같은 곳에 가 본 적은 없다하더라도, 분위기로 공감할 수 있는, 자신의 인생 안에서 있었던, 그런 고독의 순간에 대해 회상을 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회화에서의 서사를 최대한 절제하는 한편, 깊은 통찰을 통해 인간의 본질적 외로움을 포착해내는 것이 에드워드 호퍼의 회화의 큰 특징이자 장점이다.  보는 이들에게 그 빈 서사의 장에 각자 자신만의 이야기를 그려넣을 수 있도록, 또 볼 때마다 다른 기억과 감성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여지를 가질 수 있도록 말이다.  그래서 봐도봐도 또 보고 싶은 그림으로 만들었던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묘한 위안 같은 것을 받게 만든다.  아~ 나만 그렇게 외로운 건 아니었어......

호퍼의 <나이트 호크스>를 감상하는 이들은 그 비어 있는 서사 공간에 자신의 스토리를 채워넣으면서도 인간 본연의 조건에 대한 동질감을 공유하게 됨으로써 감동을 받게 되는 것이다.    

posted by 잠자는 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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