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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8. 14. 20:37 미술 이야기

며칠 전 제프 쿤스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그의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Playfulness' 혹은 '장난스러움'이 아닐까 하며 글을 마쳤다. 

오늘 그 꼬리를 다시 잡아, 그 장난스러움은 실은 비단 제프 쿤스 작품의 특징만은 아니라는 반전으로 이어갈까한다. 

사실 제프 쿤스의 비지니스 능력이랄까 상업적 수완은 타고 난 점도 있다. 작가가 되기도 전 아직 어린 시절 예술에 재능은 있었던 듯, 가구점을 하던 부모의 가게에 자신의 작품을 장식해두기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손님이 가구를 사갈 때 그 앞에 걸어둔 작품을 함께 팔기도 했다고 하는데, 그게 또 호평을 받았고 부모님의 상업도 성업을 이뤘다는 소문이다.  시드니에서도 전시된 바가 있고, 록펠러 센터 앞에서도 전시된 적이 있는 꽃으로 꾸며진 거대한 강아지 조각은 원래 1992년, 독일 아롤슨 지방의 작은 성 앞에 전시되었다.  일설에 따르면 자신의 작품이 경매에서는 높은 가격으로 팔리지만, 예술계에서는 그다지 평가받지 못하자, 모든 사람이 좋아하는 꽃과 강아지를 결합해서 거대한 조각을 만들기에 이르렀고, 그것을 바젤에서 도큐멘타가 열리는 해에 독일에서 전시했다고 한다. 이후 예술계에서 그에 대한 평가가 다소 우호적으로 변했다는 후문도 함께 따르고 말이다. 물론 그 조각품의 가격이 4,500배 오른 것은 안비밀! 

제프 쿤스의 거대한 강아지의 최초 버전. 1992년 독일의 아롤슨 지방의 성 앞에 세워졌다.  Jeff Koons, Puppy (1992) Stainless steel, wood, soil, geotextile fabric, internal irrigation system, live flowering plants ;  1234.4 x 1234.4 x 650.2 cm

그 조각은 여러가지 버전으로 제작되었고, 그 중 가장 유명한 것으로는 현재 빌바오 구겐하임에 전시된 작품이다. 제프 쿤스의 말에 따르면, 이 작품은 “optimism, confidence and security"를 표현하기 위한것이라고.  어쩌면 이 구호는 비단 이 작품 뿐 아니라, 그의 전 작품 속에 흐르는 정신이 아닐까 싶다. "낙천주의, 확신, 그리고 안정감." 그리고, 이는 요즘 사람들이 작품에서 갈구하는 어떤 것과 맞닿아 있는 것은 아닐까? 

빌바오 구겐하임에 전시된 제프 쿤스의 <강아지> 조각.  무려 12 meters 40 cm x 830 cm x 910 cm에 이르는 조각상을 빽빽히 채운 꽃들을 30명의 정원사가 끊임없이 관리하고 있다고 한다. 

일전의 포스팅에서 제프 쿤스로 대표되는 요새 미술의 특징이 'playfulness' 혹은 '장난스러움'이라고 밝힌 바 있는데, 그것이 결국은 제프 쿤스가 주장한 'optimism'과 맞닿아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 시대는 "대공황을 견디고, 전쟁을 겪은 후 더이상 '꽃이나 소파에 기대 누운 미녀'를 그릴 수 없는 상황"이라 토로하던 추상표현주의자 바넷 뉴먼의 대척점에 와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오늘날 우리의 삶이 반드시 전후의 상황보다 훨씬 더 즐겁고 평온한가 생각해보면 그렇지는 않지만, 적어도 관람객의 입장에서 보자면, 예술에서 더이상 작가의 치열한 실존적 투쟁을 보고자 하지 않는다는 것은 알겠다. 몇년전 한국에서도 크게 인기를 끌었던 데이비드 걸스타인의 작품, 그리고 내가 갤러리들의 홈페이지나 전시장에서 자주 발견하는 작품들의 경향은 어느쪽인가 생각해보면 큐비즘도 추상표현주의도 아닌 팝 아트 쪽이 많다. 조형에 대한 탐구도 심각한 철학적 자아탐구도 아니라는 말이다. 곰곰 생각해보면 '요새 미술'은 즉각적으로 무엇인지 알아볼 수 있고, 그 속에서 유머와 즐거움이 넘치는 작품이 훨씬 더 많고, 작법이나 주제면에서 팝아트 혹은 네오팝에 훨씬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David Gerstein, BIKING B (1998) Hand Painted Laser-Cut Metal Cutout, 3 Layers ; 137 x 56 cm, Edition of 295
David Gerstein’s “Fifth Avenue” wall sculpture, 2016
David Gerstein, United States
David Gerstein, Synergy (2013)

사진으로 봐서는 잘 구별되지 않지만, 데이비드 걸스타인의 작품은 준조각 혹은 부조 작품들로 '벽조각 (Wall Sculpture)'이라 불린다.  색상은 밝고, 주제는 누구라도 알아볼 수 있는 사물과 사람들이고, 그 속에서 이들은 활기차고 행복하다.  팝아트의 후예답게 그의 예술은 판화처럼 수많은 에디션이 존재하고, 따라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affordable'한 편이다. (절대적으로는 물론 아무나 살 수 있는 가격이 아니지만, 경매에서 최고가를 갱신하는 작가들이나, 유명 작가들의 '호당 얼마'하는 가격보다는 저렴하다는 뜻이다. 대략 명품백을 큰 맘먹고 살 수 있을 정도라면 살 수 있을 정도라고 하면 될까?)   

데이비드 걸스타인 스스로도 자신이 팝아티스트임을 밝히면서, 자신이 굳이 앤디 워홀의 추종자는 아니지만, 그와 같은 색상이나 대중적 이미지들을 이용하고 있음을 밝힌 바 있다. 그는 "내 철학은 예술은 삶과 맞닿아 있어야한다는 것이다. 작품이란 일년에 한 번 미술관에 가서나 보는 것이어서는 안된다."라고 말하는 그는 "(내 작품은) 관람객의 눈 높이에서 이야기한다. 내 작품은 수수께끼가 아니다. ... 나는 사람들이 내가 의도한 것을 이해하기를 바란다."라고 밝히고 있다.  즉, 어려운 미술은 안하겠다는 소리다. 그는 심지어 관람객들이 전시실에서 자신의 작품을 만지는 것도 허용하고 있다.  예술은 더 이상 심각한 철학을 논하거나, 유일무이한 작품이라거나 극소수의 지성과 교양을 갖춘 이들만 향유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팝 아트 이래 지속적 흐름이긴 하다. 물론 이 와중에 추상 작품들에서 빠진 서사를 철학적 담론으로 채워가는 작업은 계속 되고 있지만 말이다. 

그리고, 관람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내 삶이 실존인데 굳이 작품까지 심각한 걸 봐야하나 하는 심정이 작용하는 것일 수도 있다. 혹자는 넷플릭스의 성공이 바로 이러한 대중의 심리를 파악해서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즉, 명화니 예술 영화니 하는 것에 대해 논하기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정작 그런 사람도 힘든 일 끝나고 집에 가서 보는 영화는 그냥 가벼운 오락 영화이기 십상이고, 그래서 그러한 영화를 다수 제공하는 넷플릭스가 대성공을 거두었다는 것이다. 즐거운 미술들이 지배적인 요즈음, 역설적으로 사람들의 삶이 힘든것일까? 아니면 예술이라는 것이 결국 저녁 후에 가볍게 볼 수 있는 오락프로그램과 같은 역할을 자처하게 된 것일까?

아래는 내가 최근 발견한 '즐거운' 미술 작품들이다.  

고근호, 즐거운 상상 

 

김경민 , Good Morning (2012) 청동 , 우레탄 ; 220x90x420 cm
임승현, 도형을 닮아가는 사람들, 원래 도형이었던 사람들
전영근, 자작나무 숲

 

posted by 잠자는 집시
2019. 8. 13. 21:10 미술 이야기

얼마전 생존 작가의 작품으로서는 경매에서 최고가를 기록한 제프 쿤스의 작품을 소개한 적이 있다.  그리고 이전에는 제프 쿤스의 표절 사건에 대해서도 이야기한 적이 있다.  오늘은 제프 쿤스의 표절 사건에 이어 그로 대표되는 요새 미술의 특징에 대해서 논해보고자 한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최근 경매 결과와도 관련이 있으므로 오늘 이야기는 제프 쿤스 제 2편 혹은 제 3편!

2019년 5월 15일 뉴욕의 크리스티 경매에서 $92,210,000로 거래된 제프 쿤스의 <토끼> (1986) 

1986년의 위의 작품은 비치볼처럼 바람을 불어 부풀릴 수도 뺄 수도 있는 싸구려 풍선 인형을 모델로 만든 것으로 그 원형이라고 생각되는 인형을 원형대로 만든 작품이 아래의 1979년 작품 속의 토끼 인형이다.  제프 쿤스의 작품에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지만, 인기와 유명세는 최근의 경매에서 입증된 셈이다.  (작품 가격이나 인기와 소위 말하는 '진정한 예술성'에 대한 고찰도 잠시 해본 적이 있지만 그건 그렇다 치고...)

Jeff Koons, Inflatable Flower and Bunny (Tall White, Pink Bunny) (1979) vinyl, mirrors ; 81.3 x 63.5 x 48.3 cm

초기부터 풍선 인형에 꽂힌 제프 쿤스는 아주 최근까지도 계속 그 인형을 조각품으로 만들고 있고, 그 가격 또한 경매 기록을 남긴 작품 만큼은 아니지만 상상을 뛰어넘게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다.  대부분의 경우, 기다란 풍선으로 요래조래 여러 가지 형태로 만드는 인형을 모형으로 한 것이고, 아래의 경우 강아지의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다. 보통의 경우, 아이들의 생일파티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행사에서 삐에로의 복장을 한 사람들이 아이들 앞에서 휘리릭 만들어 주는 그런 인형들 말이다.  인형이 완성되었을 때 으레 아이들은 탄성을 지르고, 완성된 인형을 건네받기라도 한 아이는 눈빛을 반짝이며 기뻐하고 말이다. 

Jeff Koons, Balloon Rabbit (Red) (2017) porcelain with chromatic coating ; 24.1 x 16.4 x 21 cm, edition of 999, 가격 $22,500.00

파티에 온 삐에로 오빠들이 그러하듯이, 제프 쿤스도 강아지 인형만 만든 것은 아니다. 꽃 모양도 만들었는데, 아래의 <푸른 풍선 꽃>의 경우, 2010년 11월 크리스티 경매에서 무려 $16,882,500 [한화로 약 204억 상당]에 판매되었는데, 이는 예상가  $12,000,000 [한화 약150억원]을 훌쩍 넘는 금액이었다. 이토록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제프 쿤스의 풍선 조각은 미국의 공공장소 곳곳에서 어렵잖게 볼 수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2010년 11월 크리스티 경매에서 예상 금액 145억을 훨씬 넘어 200억 이상의 금액으로 판매되었던 작품. Jeff Koons (b. 1955) Balloon Flower (Blue) 10 November 2010 Christie's Price realised USD 16,882,500 ; Estimate USD 12,000,000 - USD 16,000,000
월드 트레이드 센터에 전시된 제프 쿤스의 풍선 시리즈 중 꽃  Jeff Koons, Balloon Flower (Red) at 7 World Trade Center

아주 '19금'스러운 일부 작품을 제외하고는  제프 쿤스의 작품들은 대부분 이렇게 누구나 보고 즐거워할 소재를 주로 택해왔다.  몇 년전 록펠러 센터 앞 광장에 전시된 <앉아있는 발레리나>도 마찬가지였다. (20세기 초 우크라이나의 Oksana Zhnikrup라는 작가의 도자기 조각 작품의 표절로도 시끌시끌했던 작품이다) 

2017년 한시적으로 뉴욕의 록펠러 센터에 전시된 제프 쿤스의 <앉아 있는 발레리나> 이 작품은 20세기초 러시아 작가 Oksana Zhnikrup의 도자기 인형을 모델로 하여 만든 풍선 조각이다. (진짜 바람을 불어 부풀린 풍선 조각이다)

 

Oksana Zhnikrup (1931-1993), Ballerina, the Kiev Experimental Ceramic-Art Factory.  제프 쿤스가 표절했다고 알려진 우크라이나 출신의 작가 옥사나 즈니크럽의 도자기 작품이다.  비교해보면 제프 쿤스의 작품이 훨씬 더 조야해보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는 '네오팝'이라고 하는 팝아트의 후예이다.  앤디 워홀의 스프 캔의 그림이 그러했듯이, 자세히 뜯어보면 그의 작품은 그다지 새로울 것도 신기할 것도 없다.  그의 작품은 어느 누구든 미리 사전 조사나 공부 없이도 바라보는 순간, 다 알아볼 수 있는 대상이 대부분이다. 어릴 때 가지고 놀던 장난감, 보통 사람들의 거실이나 벽난로 위 장식장에 놓여 있음직한 장식품, 아니면 정크 메일로 날라드는 상품들의 카탈로그에서 봄 직했던 상품들의 목록과도 같은 작품들 밖에 없다.  

창의력이 떨어지면 기술력이라도 있던지 그렇지도 않다.  그의 조각이나 평면 작품이나 조야하기 짝이 없다.  기존에 존재했던 공산품, 즉 이러한 'ready-made'의 활용은 마르셀 뒤샹이 처음 소변기를 엎어서 전시한 이래, 수많은 작가들이 따라 했던 것이고, 그다지 고급스럽지 않은, 아니 오히려 일부러 더 싸구려스럽게 표현해 내는 '키치'는 앤디 워홀의 팝 아트가 이미 선점했던 영역이다.  따라서, 어떻게 보면, 앤디 워홀이 미국 상업문화의 세례를 받은 마르셀 뒤샹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면, 제프 쿤스는 명실공히 앤디 워홀의 후계자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워홀의 성공은 당연히 제2, 제3의 제프 쿤스를 예견할 수 있었다.        

워홀이 등장하기 전까지, 진정한 예술가란 모름지기, 빈센트 반 고흐같이, 예술의 가치 따위를 모르는 세상의 몰 이해속에서 외롭고 가난하게 살다가 사후에나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이라 여겼었다. 하지만, 앤디 워홀의 등장과 성공 이후, 그는 재능과 독창성을 가진 작가라 할지라도 돈과 명예를 다 가질 수 있다는 산 증인이 되어버렸다.  (비록 해석에 따라서는 무척이나 깊이 있고, 철학적일수도 있긴 하지만, 그 깊이를 과연 워홀이 만든 것인지, 워홀을 연구한 미술사학자이나 비평가들이 만든것인지 애매하기에, 작품의 내용과 깊이에 대한 논의는 여기서 건너뛰도록 하겠다) 일견 심각함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보려고 해도 찾을 수 없는 경박하고도 흔해빠진 물건들을 소재로 한 작품들을 제작하였고, 그것이 작가의 살아 생전 높은 가격으로 팔리면서, 그 싸구려 같은 작품을 만든 작가는 헐리우드 스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유명세를 누렸다는 점. 그리고, 그의 명성은 다른 반짝 스타처럼 그의 사후에 스러지기는 커녕, 이제는 미술사의 한 챕터를 당당히 차지하며 그의 업적을 두고두고 그리는 주요 작가로 등극했다는 점.  워홀 이후의 예술가 지망생이 과연 반 고흐와 워홀 중 누구의 인생을 롤 모델로 삼고 싶겠는가?   이러한 상황에서 제프 쿤스는 국적까지 이어받은 정통적 워홀의 후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제프 쿤스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일까? 

제일 먼저 머리에 떠오르는 단어는 "Playfulness" 이다.  장난스러움, 장난기 정도로 해석이 될 테인데... 이 playfulness를 화두로 다음번 이야기를 이어가기로 기약하며 오늘의 글은 여기까지~  

P.S. 다시 읽어보니, 이 글은 생각의 전개 도중이라 다음글 "요새미술 - 즐거운 것이 좋아"까지 함께 읽어야 문맥이 맞을듯!

 

 

 

 

posted by 잠자는 집시
2019. 6. 23. 03:24 미술 이야기

'역사의 검증을 거치지 않은 작품'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오늘날 생존 작가들의 작품들 중 경매에서 고가로 거래되는 작품들을 설명할 때, 특히 그 작품이 그다지 맘에 들지 않을 때 자주 쓰는 표현 중 하나다.

2019년 5월 15일 뉴욕의 크리스티 경매에서 $92,210,000로 거래된 제프 쿤스의 <토끼>

올해 5월 15일 뉴욕의 크리스티의 경매에 제프 쿤스의 강철로 만든 <토끼 (Rabbit)> (1986)이 출품되었는데, 불과 85.1 cm에 남짓한 이 조각품의 예상 가격은 $50,000,000~70,000,000이었다. 그리고, 경매 결과는 예상 가격을 훌쩍 넘긴 $92,210,000 (약 1,073억 상당)였다. 이번 경매로 이 작품은 생존 작가의 작품 중 가장 비싼  작품이라는 기록을 세웠는데, 이는 작년 11월, 같은 경매에서 데이비드 호크니의 <예술가의 초상 (두 인물이 있는 풀장)>(1972)이 $90,300,000 (약 1,050억 상당)으로 생존 작가의 가장 비싼 작품으로 기록을 세우며 언론을 떠들썩하게 한지 불과 6개월만이다.    

벽화 크기로 제작된 데이비드 호크니의 <Portrait of an Artist (Pool With Two Figures)> (1972)은 2018년 11월 크리스티 경매에서 $90,300,000로 거래되어, 세계에서 생존 작가중 작품 가격이 가장 비싼 화가로 등극했었다.  

이번 경매 결과를 두고 과연 누가 저런 장난감 같은 강철 쪼가리를 샀는가?라는 비아냥도 있었지만, 그 이전부터 제프 쿤스 (1955-)의 작품에 대해서는 끊임없는 비판이 지속되어 왔다. 그는 항상 논란의 중심에 있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작품 가격은 고공행진을 수십년째 계속 해왔던 것이다.  이렇게 그의 작품의 경박성, 천박함, 그리고 내용 없음을 비판하는 이들은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의 작품의 평가나 가치가 얼마나 부풀려져 있었는지 명백히 밝혀질 것이라 말한다. '역사의 심판'을 거치고 나면, 오늘 날 그러한 잡동사니들에 묻혀 있었던 진정성 있는 작품들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이다.   

한편, 2019년 5월 17일자 뉴욕 타임즈 기사에 "Stop Hating Jeff Koons (제프 쿤스 그만 미워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는 피카소나 데이비드 호크니도 불과 수십 년 전에는 경박하다는 평을 받거나 엄청난 비판을 받았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틀린 말은 아니다. 또 정말 그럴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는, 피카소나 데이비드 호크니는 '역사의 검증을 거친' 작가들이 되었다고 할 수 있을것이다.   

하지만, 또 정말 그렇기만 할까?  아카데미 화가 중 마지막 세대라고 할 수 있는 작가 윌리엄 부게로 (William-Adolphe Bouguereau: 1825-1905)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그는 손에 붓을 쥔 순간부터 세상을 뜨는 순간까지 인기 초절정의 화가였다. 

화실의 윌리엄-아돌프 부게로

그의 <비너스의 탄생 (The Birth of Venus)>은 1879년 파리의 살롱전에 출품되었고, 부게로는 이 작품으로 아카데미 최고상인 로마상을 수상하였다.  무려 가로 3m, 세로 2.18m에 육박하는 이 대작은 주제면에서 산드로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이나 라파엘의 <갈라테아의 승리>와 비교되며 여성의 인체를 가장 아름답게 표현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화려하게 예술계에 데뷔한 이래, 그의 작품은 너무도 인기가 높았고, 가격도 엄청났기에, 개인이 그의 작품을 구매하기란 거의 불가능해서 주로 록펠러 재단과 같은 대규모 재단에서나 주문을 할 수 있었고, 그나마도 번호표를 뽑고서는 몇년씩 기다려야 할 정도였다. 부게로는 프랑스 아카데미의 교수직 뿐 아니라, 유럽 각지에서도 초청을 받아 각국의 아카데미의 교수직을 겸임하기도 했고, 유명한 상이나 훈장은 안받은 것이 거의 없었다.

현재 파리의 오르세이 미술관 소장 중인 윌리엄-아돌프 부게로의 대표작인 <비너스의 탄생> (1879)은 아카데미 최고상 로마상을 수상하였다. 

그랬던 그의 명성과 작품의 인기는 이상하게도 그가 세상을 뜨자마자, 인기가 폭락하여, 인상주의를 위시한 모더니즘 화가들이 대두하던 20세기 초부터는 완전히 잊혀진 존재가 되었다. 그 뿐 아니었다. 그는 새롭게 부상하는 아방가르드 작가들이 '쓰러뜨려야만 하는 거인'이었던 아카데미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가 되면서, 그의 작품은 '포르노'라고까지 혹평을 받게 되었고, 한 때에는 열을 올려 그의 작품을 수집했던 세계의 유명 미술관들은 다들 앞 다투어 전시실에 걸린 부게로의 작품들을 떼내어 창고 속에 감추었고, 자신들이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쉬쉬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다들 자신들의 취향이 그렇게 시대에 뒤떨어지고 촌스럽다는 것을 보이기 싫어서였다. 한 때에는 그의 작품은 경매에서 아예 거래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어쩌다 경매에 나오는 가격도 50만원 정도까지 떨어질 정도였다고 한다. 사정이 이 쯤되면, 윌리엄-아돌프 부게로는 '역사의 검증'을 통과하지 못하는 '한 때 반짝'하던 화가로 묻히는 것이었다. 

하지만, 1975년 이후로 그의 작품 가격이 다시 점차 오르게 되고, 최근 들어 그의 작품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지면서, 과거의 영광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경매에서도 종종 모습을 드러내면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1998년 <The Heart's Awakening> (심쿵 정도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이 $1,500,000에 거래되었고, 다음해 1999년에는 <The Motherland>라는 작품이 $2,600,000 에, 또 2000년에는 <Charity>라는 작품이 $3,500,000에 판매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이제까지 창고에 깊숙히 넣어두었던 그의 작품을 이제는 각국의 미술관들이 앞다투어 다시 전시관에 다시 내걸기 시작했음은 물론이다. 

 

윌리엄-아돌프 부게로의 <Charity (자선)>(1887) 2000년 경매에서 $3,500,000에 거래되었다.  

자, 그렇다면, 윌리엄-아돌프 부게로는 '역사의 검증'을 받은 작가인가 아니면 '역사의 검증'을 통과하지 못한 작가인가? 한번 인정받은 작가라고 해서 영원히 역사 속에서 기억되라는 법도 없고, 알려지지 않았던 작가들이 재평가 받지 말라는 법도 없다. 그리고 부게로처럼 인정 받았다 잊혀졌다 다시 평가받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많은 이들은 빈센트 반 고흐처럼 일생을 가난 속에 허덕이며 살다가 사후에나 인정을 받는 예술가에 대한 로망이 있다. 그리고, 그런 작가들의 작품이야 말로 '진정한 명작'이며 '역사의 검증'을 통과한 작품이라고 여긴다. 이러한 잣대는 앞서 살펴본대로 오늘 날 인기 있는 작품에 대한 미래 평가에 대한 척도로 상반되게 이용된다. 그렇다면 과연 '진정한 명작'의 기준은 어디서 찾아야할까? 작품 가격이 높은 '인기작'과 '명작'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기란 결코 불가능한 것인가?

과연 이러한 인기나 평가의 부침은 결국은 그 시대의 '취향'으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것일까?  아니면, 일부 음모론자의 이론처럼 예술가나 그의 작품의 인기란 일부 미술업계의 검은 손이 만들어내는 '은밀한 획책'의 결과인 것일까?

 

posted by 잠자는 집시
2019. 5. 14. 20:13 미술 이야기
posted by 잠자는 집시
2018. 11. 11. 00:30 미술 이야기

요새 미술 - 제프 쿤스의 표절 Jeff Koons's Plagiarism 

네오팝 아티스트 혹은 차용 작가로 불리는 제프 쿤스는 마르셀 뒤샹과 앤디 워홀의 미학 (그런 것이 있다면) 담론을 결합하여 극대화 시킨 작가라고 있다.  뒤샹은 철물점의 소변기를 그대로 사서 엎어 놓더라도 작가의 선택 있었다면 작품이 되도록 하면서 예술가들로 하여금 손수무엇인가를 만들지않아도 되도록 만들었다. 워홀은 배고픈 천재 작가의 신화를 벗어던지고 성공한 예술가는 헐리우드 배우만큼의 유명세와 부를 누려도 된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었다.

따라서, 제프 쿤스는 한편으로는 직접 제작하는 수고없이 수많은 조수들에게 일을 시켜 제작하면서 (한때 수백명에 이른 조수들의 수를 최근 수십명 해고 했었다는 것이 뉴스가 되기도 했다), 아이디어를 짜내는 고뇌 따윈 집어치고 광고나 이미 유명한 작품들의 패러디와 차용을 해서 제작하면서, 헐리우드 스타만큼이나 유명세를 톡톡히 누리며 한 시대를 풍미하고 있다.  그는 생존 화가 가장 비싼 작품을 제작하는 것으로 유명하기도 하지만, 반면에 일부러 싸구려처럼 보이게 만든 작품은 현대 미술의 수준 염려하는 진지한 미술 비평가와 애호가들에게 비판과 경멸의 대상이 되어왔다.  

 

 

Jeff Koons. Photo: Adam Berry/Getty Images. 절묘하게 잘찍은 사진. 그의 뒷쪽의 둥근 등의 모습이 마치 후광처럼 보이게 찍었다.

 

제프 쿤스는 게르하르트 리히터와 데미안 허스트와 함께 생존 작가로서는 작품 가격이 가장 높은 작가 랭킹 3위안에 드는 경제적으로 가장 성공적 작가이다그는 애당초 키치’ (고급 미술에 대응한 개념으로 저질이고 싸구려 미술) 지향하며 의도적으로  싸구려 같고 저질인 작품들을 만들어내며 이율배반적으로 경매에서는 연이어 최고 가격으로 팔아 치워왔다

초기에는 일부러 삼류 잡지의 표지와 같은 사진을 작품으로 만들어내거나포르노 배우였던 아내와의 성관계 장면을 적나라하게 묘사한 조각을 등신대로 만들어내는 식이었다. 1988년부터는 진부함 (Banailty)’ 시리즈물로 조각품들을 유사한 미감 (이것도 미감이라면) 작품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여기서 만들어내는 것은 물론그의 공방에 소속한 조수들과 함께 전문 기술자들을 고용해서 말이다

그런 제프 쿤스의 의도적 저질 미술 혹은 키치 미술은 외설 논란과 함께 종종 법정 소송에 휘말리기도 해왔다. 이번에는 그의 1988 Fait d’Hiver 프랑스 의류 나프나프 (Naf-Naf) 1985년의 광고를 표절했다는 논란끝에 최종적으로 프랑스 법정에서 표절 판결을 받았다.    

광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프랭크 다비도피치 (Franck Davidovici) 제기한 소송에 쿤스가 작권 위반으로 €300,000 (£270,000) [4억원 상당] 배상하도록 최종 판결을 받았다. 아이러니 점은 제프 쿤스의 작품은 2007 크리스티 경매에서 프라다 재단이 무려 3.7 million (£2.8m) [305천만원 상당] 구매했었다는 사실이다

 

Jeff Koons,  Fait D'Hiver (1988) CREDIT:  RALPH ORLOWSKI/GETTY IMAGES EUROPE  표절 소송에서 패배한 제프 쿤스의 1988년 작품 Fait D'Hiver

 

Franck Davidovici’s original advert for Naf Naf, which he says American artist Jeff Koons plagiarised for his work Fait d'Hiver CREDIT: TELEGRAPH  제프 쿤스가 표절한 것으로 알려진 프랑스 유명 의류 브랜드 나프나프의 광고

 

나프나프의 광고를 보면 젊은 여인이 밭에 누워 있는데, 설정상 눈사태의 희생양으로 보이고, 그녀를 구하기 위해서 마치 조난자를 구조하는 세인트 버나드와 같이 돼지가 목에 럼주가 담긴 작은 통을 매고 그녀의 곁에 다가서고 있는 모습이다. 작품은 나프나프 아기 돼지 삼형제에서 벽돌집을 지었던 막내 돼지의 이름인데서 설정이리라.

 

작품 모두, 조각 작품이라는 유사점 이외에도, 프랭크 다비도비치가 주장한 바대로 소녀의 표정과 목에 통을 매단 돼지가 자신의 작품과 동일함하다. 굳이 전문가의 식견을 묻지 않더라도, 작품은 보통 사람들의 눈에도 놀랍도록 유사하다.  제프 쿤스의 경우, 추위를 강조하기 위한 것인 , 펭귄 두마리를 덧붙였다는 점, 쿤스의 돼지가 선물 포장의 리본 같은 것을 두르고 있는 것 이외에는 여인과 돼지라는 등장인물과 구도까지 동일하다. 게다가 제목까지 ‘Fait d’Hiver’라는 동일하게 달았는데, 이는 영어로 굳이 번역하자면 “The Fact of the Winter”라고 해석  있는 뜻이 명확하지는 않은 불어 단어인데, fait divers (‘짧은 뉴스라는 ) 동일한 발음에서 언어유희이다.   

 

다비도비치는 제프 쿤스의 작품의 존재를 2014 퐁피두 센터에 전시되었을 때에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고 하는데, 전시로 인해 퐁피두 센터도 2014 전시로 인해 벌금을 물게 되었다. 1988 이후 그가 유명 광고 등에서 있는 저작권이 있는 이미지들을 이용해서 제작한 쿤스의 ‘Banailty (진부함)’라는 조각 시리즈는 그의 본국인 미국에서 끊임없는 논란을 야기해왔다. 그리고 쿤스에게 프랑스에서의 소송이 처음은 아니었다. 작년에는 제프 쿤스 개인 유한회사인 Jeff Koons LLC 작고한 프랑스의 사진 작가 -프랑소아 보레 (Jean-François Bauret)에게 51백만원 (€40,000) 배상하도록 판결했다.

 

왼쪽) 프랑스 사진작가 Jean-François Bauret의 'Enfants' (1975)의 사진 작품 ; 오른쪽) 제프 쿤스, 도자기 작품  '나체 (Naked)' (1988) - 프랑스 법정은 제프 쿤스에게 장-프랑소아 보레에게 4만 유로를 지불하라는 판정을 내렸다. 

제프 쿤스의 나체 (Naked)” 1988 제작된 1미터 남짓한 도자기 조각으로 나체의 어린이가 어깨 동무를 한 채, 남자 아이의 오른손에 들려진 꽃을 여자 아이가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는 모습이다. 이는 -프랑소아의 1975 사진 작품 어린이 (Enfants)”라는 사진과 몹시 유사한데, 작품은 엽서에 사용되었다고 한다. 사진 작품에서는 어린이가 꽃을 들고 있지는 않고, 그냥 나란히 서서 어깨 동무를 하고 있는 모습이긴 하지만, 소녀의 숙인 고개의 모습 소년의 시선 등에서 유사하다.   

미국에서의 경우, 여러 논란들이 있었지만, 법정 소송으로 발전한 경우는 없는데 비해, 프랑스 법정은 차용미술 재벌 작가에 대해서 그렇게 호의적이지 않은 듯하다.

이는 순수 예술의 역사를 이끌어온 프랑스의 마지막 남은 자존심이라 이해해도 될까?

 

Art Roger, 'Strings of Puppies'   

 

Jeff Koons, Puppies   String of Puppies (1988),  polychromed wood,  106.7 x 157.5 x 94 cm  © Jeff Koons  Edition of 3 plus AP    사진 작가 아트 로저의 '줄줄이 강아지'라는 사진 작품을 쿤스가 채색 목재 조각품으로 만든 작품이다.  이 작품에 대해서는 소송까지는 가지 않고 '표절'이 의심되는 이 문제에 대해서 사진 작가와 법정 밖에서 합의로 매듭지었다 알려졌다. 

 

참고로 제프 쿤스의 다른 작품은 그의 공식 홈페이지에서 살펴볼 수 있다. 왠만한 패션 브랜드보다 잘 꾸며 놓았다.  그의 홈페이지 주소는 여기~ 

http://www.jeffkoons.com/

 

Welcome to jeffkoons.com | Jeff Koons

 

www.jeffkoons.com

 

 

 

 

posted by 잠자는 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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