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병과 사자 :: '차용' 태그의 글 목록
2019. 4. 15. 11:17 미술 이야기

깊은 우물 속 물 길러 올리듯, 목차가 일목요연하지 않은 내 블로그의 깊은 곳 글들 하나씩 다시 재게재하는 작업 중.

아름다움을 표현할 때에는 주로 여성의 누드로 표현되곤 하는데, 아름다운 젊은 남성의 누드가 화면 전체를 차지하도록 그린 예외적 작품, '바닷가의 젊은 청년'에 대한 글이다.  

그리고 '차용' 혹은 'appropriation'이라고 불리는 고전을 '의미없이' 복사하는 작업에 대해서도 잠시 살펴보는 시간.  

Photograph after Flandrin's study by  Wilhelm von Gloeden

https://sleeping-gypsy.tistory.com/22

 

건강과 미의 상관관계-플랭드랭의 바닷가의 젊은이

흔히 미의 여신 비너스는 아름다운 여인의 누드로 표현된다. 하지만, 이폴리트 플랑드랭은 청년의 누드로 지극히 고요한 아름다움을 표현하였다. 어떤 사연을 가지고 바닷가에 올 누드로 저런 포즈로 앉아있었어야..

sleeping-gypsy.tistory.com

 

posted by 잠자는 집시
2019. 2. 5. 22:40 미술 이야기

2019년 2월 3일 슈퍼보울 광고에 앤디워홀 (Andy Warhol: 1928-1987)이 등장했다. 그냥 등장한게 아니라 버거킹의 햄버거를 포장지에 케첩 퐁퐁 뿌려서 콕콕 찍어 냠냠 먹는 장면이 45초간 방영된다. 원래 덴마크 출신 감독 요한 레츠 (Jørgen Leth: b.1937)의 실험적인 영화 66 Scenes From America의 일부를 버거킹의 광고에 사용한 것이라고.  

2019년 2월 3일 슈퍼보울의 버거킹 광고에 등장한 앤디 워홀의 모습 

감독 요한 레츠 (Jørgen Leth: b.1937)의 실험적인 영화 66 Scenes From America에는 66 장면의 '전형적인 미국의 모습'을 담은 영화이다.  그 중 한 세그먼트에 워홀이 햄버거를 먹는 장면이 담겨있는데, 이 부분을 이번 광고에 사용한 것이다.  무미건조하게 먹고나서 '나 앤디 워홀이 햄버거를 먹었다'는 무미건조한 멘트를 하는 것이다.  이는 영화의 부분을 다시 활용한다는 면에서는 내 블로그에서 몇 번 이야기한 '차용' 기법에 해당하는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실제로 '광고'에 활용되었다는 점에서, 과연 티브이 광고를 예술 작품으로 간주하느냐 마냐에 따라 이를 '차용'이라고 명명할 수 있냐 없는가가 나뉠 수는 있다.  한편으로는 '차용' 기법이라는 것 자체가 '공허한 복제'인데 그렇게 엄격하게 정의하고 구분할 필요가 있는가 반론이 있을 수도 있다. 

요는, 팝 아트의 아이콘이라고 할 수 있는 앤디 워홀이 세상을 떠난지 30년도 훌쩍 넘은 이 시점에 광고주들이라면 모두 눈독을 들일만한 미국에서 가장 핫한 광고 시간대인 슈퍼 보울 광고 시간대에 등장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그가 등장한 것은 광고 출연이 아니라 원래는 영화의 창작에 참여했던 것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복잡한 상황이 자아내는 아이러니.   


감독 요한 레츠 (Jørgen Leth: b.1937)의 실험적인 영화 66 Scenes From America에는 66 장면의 '전형적인 미국의 모습'중 하나인 워홀이 햄버거를 먹는 장면 


사실 그래픽 디자이너로 충분히 성공한 뒤, 그는 예술가로 전향했고, 팝 아티스트로 충분히 유명해지고 부를 거머지고 나서는 영화 제작에 뛰어들었다. 그가 제작한 영화들을 다 보지는 않았지만, 그의 무성 영화들은 하나같이 엄청나게, 무지하게 지루하다. 그가 이러한 영화의 제작의 이유를 '권태감'을 표현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한다. (짐작컨데, 천재가 분명한 워홀은 분명 일상이 무지 권태롭긴 했으리라.)  

그 무성 영화라는 것인 앰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한자리에서 8시간 촬영하거나 (Empire, 1964), 한 남자가 45분간 천천히 버섯을 먹는 모습을 촬영하거나 (Eat, 1964), 한 남자가 자는 모습을 촬영하거나 (Sleep, 1963)....  

앤디 워홀의 초기 흑백, 무성영화 중 최강자는 단연 <Empire>(1964)일 것이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고정된 카메라로 무려 8시간 5분 동안 촬영한 것이다.  무려 8시간 5분 동안 한 장면이 지속되는 것이다.  사실 그런 영화를 안봐도 '권태'라는 느낌이 어떤 건지 알 수 있을 것도 같은데....  한편으로는 '멍때리기'가 우리 예상하는 것 이상으로 정신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말을 들은 것 같은데, 그 용도로 사용해보는 게 좋을 수도 있을까? 


앤디 워홀 (Andy Warhol), 잠 (Sleep)(1964년 출시, 러닝타임 5시간 20분), 요하네스 메카스 (Jonas Mekas) 촬영, 워홀 필림즈 배포. 워홀의 친한 친구이자 시인인 존 지오르노가 잠자는 모습을 지속적으로 촬영한 것.   

Eat (1963)은 앤디 워홀 (Andy Warhol)이 제작 한 화폭 45 분짜리 언더 그라운드 영화로 1964 년 2 월 2 일 일요일 요나스 메카스(Jonas Mekas)가 팝아티스트 로버트 인디애나의 스튜디오에서 그가 버섯을 먹는 장면을 촬영한 것이다.  사운드 트랙도 없이 흑백 필름으로 촬영된 이 무성 영화에서 가장 극적인 장면은 마지막에 등장한 고양이를 로버트 인디애나가 웃으면서 안는 장면이리라.  


<엠파이어>(1964)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고정된 카메라로 무려 8시간 5분 동안 촬영한 것. 지루함의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다. 


참고로 작년부터 올해 3월까지 휘트니에서 워홀의 전시가 진행되고 있다. 관심이 있고, 그 곳에 갈 일이 있다면 방문해보면 좋을 것 같다.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홈피 참고할 것) Andy Warhol—From A to B and Back Again  (Nov 12, 2018–Mar 31, 2019)


posted by 잠자는 집시
2018. 9. 17. 07:30 미술 이야기

흔히 미의 여신 비너스는 아름다운 여인의 누드로 표현된다. 하지만, 이폴리트 플랑드랭은 청년의 누드로 지극히 고요한 아름다움을 표현하였다.  어떤 사연을 가지고 바닷가에 올 누드로 저런 포즈로 앉아있었어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인체가 표현해내는 곡선과 사색적인 포즈, 그리고 저 멀리 보이는 푸른색의 바다와 하늘. 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 고요한 아름다움을 만들어내고 있다. 


Hippolyte Flandrin (1809-1864), Young Man by the Sea (1836) oil on canvas ; 98 x 124 cm, Musée du Louvre, Paris


이 젊은이의 동그랗게 말린 등의 곡선이 아름답다고 느낀 것은 비단 나뿐은 아니었고, 그렇게 동그란 등을 가진 인물이 저 젊은이가 최초도 아니다. 


Piero della Francesca, Resurrection (c.1460) the Palazzo della Residenza, Tuscany, Italy 


초기 르네상스 화가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의 <부활>에서는 예수님이 다시 깨어나시는 역사적 순간을 놓치고 잠이 들어버린 안타까운 보초병들의 한명이 등을 동그랗게 말고 앉아있다. 


Piero della Francesca, Resurrection (c.1460) the Palazzo della Residenza, Tuscany, Italy, 세부 


그리고,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의 보초병과 플랑드랭의 청년에게서 영감을 받은 화가가 있으니 그가 바로 19세기말의 신인상주의자 조르주 쇠라 (1859-1891)이다. 


Georges Seurat  (1859-1891), Bathers in Asnières (1884, retouched 1887)  oil on canvas ; 201 x 300 cm, National Gallery   



일요일 강변에 물놀이를 하러 나온 청년들을 그린 <아니에르에서의 목욕하는 사람들>에는 플랭드르의 누드를 연상시키는 굽은 등의 청년이 등장한다. 


Georges Seurat, Bathers in Asnières (1884, retouched 1887)  세부



그리고,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의 보초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청년도 눈에 띈다. 굽은 등과 세운 무릎, 그리고 보초가 입은 외투의 주름을 연상시키는 주름진 바지에서 쇠라가 확실히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았음을 짐작해 볼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포즈는 원경의 흰색 옷을 입은 남성에게서 다시 반복되고 있다. 


Georges Seurat, Bathers in Asnières (1884, retouched 1887)  세부


그리고, 아래의 작품은 아베 코야의 프린트 작품. 플랑드랭의 작품 이미지에 우타가와 쿠니요시의 문신의 이미지를 덮어 씌운것.  플랑드랭의 작품이 서구의 미를 표현했다면, 거기에 우타가와 쿠니요시의 문신을 함께 표현하여 이를 통해 동양의 아름다움을 결합한 것이라고.... ('이레즈미'라고 하는 문신.  뜯어보면 아름답긴 한데, 저 청년은 우리나라 대중탕은 출입하기 힘들 것 같다) 


Abe Koya, Inkjet print combining Young Man Beside the Sea by Hippolyte Flandrin and Ding Desun and a Snake by Utagawa Kuniyoshi. From an edition of 10.  55.9 x 43.2 cm, reproduced by permission of the artist © The Trustees of the British Museum



한번 보면 잊기 힘들 정도로 아름다움을 지닌 플랑드랭의 청년의 등, 그러나.... 그것은 건강에는 좋지 않다.  정녕 건강과 아름다움은 함께 갈 수 없는 것인가~~  어쨌든 척추가 바로 잡혀야 건강하다는 사실!  바른 자세로 생활합시다!  



posted by 잠자는 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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