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병과 사자 :: '자포니즘' 태그의 글 목록
2020. 4. 20. 18:36 미술 이야기

오늘 소개할 작품은 엄밀한 의미에서 '내 맘대로 작품 보기'에 해당하지는 않는다. 원래 '내 맘대로 작품 보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내가 사전 지식이 없이 우연히 맞닥뜨린 작품 중 맘에 드는 것을 따로 깊이 있는 조사를 하는 일 없이 내가 본 것과 직관에 기초해서 글을 써보자는 것이 취지였다.   그런데 오늘 올리는 작품은 내가 비교적 자세히 알고 있는 작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리는 이유는....

이 봄 변변하게 흐드러지게 피는 봄 꽃들을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지내는게 안타까워서 그림으로라도 상쾌한 봄 날의 공기속에 만개한 꽃을 만끽하며 그 설렘을 나눠보고자...

예전 학교 다닐 때 주변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던 중, 미술사나 미술을 업으로 삼은 사람들이나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나 공통적으로 좋아하는 화가로 빈센트 반 고흐가 '당첨'된 적이 있다. 그리고, '왜 우리 모두는 반 고흐를 사랑하는가?'라는 답없는 질문에 한동안 얘기에 열을 올리기도 했었다. 나로서도 반 고흐가 최애 작가는 아니지만, 그의 작품 중 몇 작품은 각별히 좋아해서 오늘 소개하는 그림은 한동안 스마트폰 커버로 사용하기도 했다. (꽤 거금을 주고 인터넷에 주문을 했는데, 내가 기대해 마지 않았건만, 실제로 받은 제품은  화면으로 봤던 쨍하던 청록색 하늘이 아니라 실망을 하긴 했지만! 거금 (?)을 들인게 아까워서)    

Vincent van Gogh (1853 - 1890),  <Almond Blossom> ( February 1890,  Saint-Rémy-de-Provence) oil on canvas ; 73.3 x 92.4 cm, Van Gogh Museum, Amsterdam. 반 고흐 뮤지엄에 소장 중인 이 작품은 미술관 사이트의 설명에 따르면 1890년 2월  남프랑스 지방인 생-레미-드-프랑스에서 그려진 것이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오늘 소개할 작품은 모두가 사랑해 마지않는 네덜란드의 천재 화가 빈센트 반 고흐 (Vincent van Gogh: 1853 - 1890)의 <아몬드 꽃 (Almond Blossom)>(1890)이다. 1890년 2월에 그려진 이 작품은 그해 1월 31일 동생 테오와 그의 아내 조 사이에서 태어난 조카의 탄생을 축하하기 위한 선물이었다.  동생 테오의 남달랐던 우애는 널리 알려진 바이지만, 특히나 조카의 이름을 자신의 이름을 딴 Vincent Willem van Gogh로 지었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빈센트는 각별히 더 기뻤던 모양이다. 그의 어머니께 보낸 편지에, '조카의 이름을 자신들의 아버지의 이름을 따서 지었어야 하는거 아닌가'하면서도 '그 소식을 듣자마자 위의 작품에 착수했다'고 알리고 있다.  청록색의 신선하고 청명한 하늘을 배경을 힘차게 쭉쭉 뻗은 가지 위로 아름답게 피어난 흰색 아몬드 꽃들은 새롭게 탄생한 생명에 대한 축복과 희망으로 가득차 있다.    

자연 속에 흐드러지게 핀 꽃나무는 빈센트 반 고흐가 좋아하는 주제였긴 하지만, 아몬드 꽃에 대한 사랑도 남달랐던 듯 하다. 이미 2년전 그는 아직 추운 겨울임에도 싹을 틔운 아몬드 가지가 유리병에 담아 2점이나 그리기도 했다.  

Vincent van Gogh, Blossoming Almond Branch in a Glass (1888) Van Gogh Museum, Amsterdam

빈센트 반 고흐가 좋아한 것은 꽃나무 뿐 만은 아니다. 그는 유명한 일본미술 팬이었다.  19세기 중반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유럽에서는 폭넓게 일본풍의 유행이 있었다. 이를 자포니즘 (Japonisme)이라는 명칭이 따로 있을 정도로 콜렉터와 애호가들 사이에 엄청난 인기였다. 빈센트 반 고흐도 예외는 아니어서 일본 미술을 무지 사랑했고, 실제로 일본의 목판화 (우끼요에)를 상당수 수집하기도 했다.   <아몬드 꽃>에서도 일본 목판화의 영향이 보이는데, 주제를 근거리에서 확대해서 그림으로서 강한 윤곽선으로 표현된 가지들이 화면 밖으로 잘려져 나간 듯한 구도는 우끼요에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히로시게와 같은 유명 우끼요에 작가들의 작품을 다수 모사하기도 했다. 

빈센트 반 고흐가 안도 히로시게의 우끼요에 목판화 작품을 유화로 모사한 작품. 한자를 알았을리 없던 반 고흐가 그려놓은 한자를 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 Vincent van Gogh, Japonaiserie Flowering Plum Tree (after Hiroshige) (1887) oil on canvas; 55 x 46 cm, Van Gogh Museum, Amsterdam

 
 

안도 히로시게의 에도 100경 중에서 30번째 작품인 <카메이도 매화 공원>. 판화 작품이다보니 소장처는 세계 곳곳에 산재하고 있다. Ando Hiroshige, Plum Park in Kameido (亀戸梅屋舗, Kameido Umeyashiki) number 30 in the series One Hundred Famous Views of Edo (1857), a woodblock print in the ukiyo-e ; 37 x 25 cm

 

사실 빈센트 반 고흐와 자포니즘과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많은 연구가 되어 있고, 그런 사전 지식 없이도 시각적으로도 영향이 너무 명백해서 오늘은 따로 언급하지는 않겠다. 뭐 그가 애초에 아를르 지방으로 옮긴 것도 일본과 같은 따뜻한 햇살이 항상 빛나는 곳을 찾다가 가성비가 높은 아를르 지방에 정착을 하게 된 것이고, 자신의 입으로 자신의 작품은 궁극적으로 다 '일본적'이라고까지 천명한 작가이니까 설명이 더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는 습도 높은 일본의 기후를 지중해의 태양 가득한 기후로 만들어 버린 것은 그가 이상향으로 생각했던 일본에 대한 환상의 결과물!)

이 <아몬드 꽃>이라는 작품을 오늘 선택한 것은 왠지 모르지만, 내가 이 작품을 접할 때마다 뭐라고 형언할 수 없는 '찬란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작품을 보는 내 맘까지 벅차오르는 듯하게... 물론 이와는 상반되게 역시 왠지모를 '처연함'도 함께 느끼게 되는데, 이러한 벅참과 쓸쓸함의 절묘한 조화가 나로 하여금 이 작품이 프린트된 스마트폰 커버를 사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빈센트 반 고흐가 <아몬드 꽃>을 그린 것이 1890년 2월이고, 그가 생을 마감한 것이 같은 해 7월이니까, 이 작품은 그가 세상을 뜨기 전 불과 5개월 전에 완성한 작품이다. 얼마 남지 않은 인생을 불태워서 그린 그림이라서 그런걸까? 아님 그건 그냥 남은자가 덧붙이는 쓸데없는 감상(感傷)적 감상(感賞)인건가?  

오늘의 내 맘대로 작품보기, 빈센트 반 고흐의 <아몬드 꽃>이었습니다. 

 


posted by 잠자는 집시
2018. 10. 16. 01:30 미술 이야기

며칠전 올린 세상에서 가장 비싼 작품들 랭킹 꼼꼼히 살펴보기 시간!

오늘은 인플레를 고려한 순위 18위에 당당히 자리하는 구스타프 클림트의 "아델 블로흐-바우어 의 초상 I" 을 살펴보는 시간이지만, 편의상 그의 작품을 한데 모아서 이야기 하고자 한다.  사실 클림트에 대해서는 일전에 포스팅을 한 적이 있으므로 그 글을 참조하기를 바란다.

100주년이라니....빈 모더니즘을 기념하는 2018년  

http://sleeping-gypsy.tistory.com/52

 

구스타프 클림트 (1862-1918


우리가 살펴보는 인플레를 고려했을 때 2018년 세계에서 가장 비싸게 팔린 작품 순위 20위 안에서 빈 모더니즘을 주도했던 클림트의 작품이 무려 세 작품!!!  따로 따로 이야기 하자면 중복되는 부분이 많을 것 같아 하나로 통일해서 올리도록 한다.  그 세 작품은 아래와 같다. 

인플레 고려 6위) Gustav Klimt, Wasserschlangen II (Water Serpernt II) (1904) $183.8-millions (2012 private sale)  $193.1-millions

인플레 고려 14위) Gustav Klimt, Portrait of Adele Bloch-Bauer I (1907) $135-millions (2006 Christie’s auction)   $163.9-millions

인플레 고려 18위) Gustav Klimt, Portrait of Adele Bloch-Bauer II (1912)  $150-millions (2016 private sale via Larry Gagosian)  $153.0-millions 

올해 서거 100주년이라 세계 곳곳에서 행사도 많이 진행되고 있는 구스타프 클림트 (Gustav Klimt: 1862-1918)는 구태의연한 아카데미를 박차고 나와 새로운 미술을 추구하고자 한 열혈 화가들의 모임인 비인 분리파의 초대 회장을 역임하면서, 비인 모더니즘을 주도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와 그의 동료들의 예술은 프랑스에서는 '아르 누보 Art Nouveau ('새로운 예술'이라는 의미)라는 명칭으로 통용되었고, 오스트리아와 독일에서는 '유겐트 스틸 Jugend Stil' ('젊은 스타일'이라는 뜻)이라고 불리는 독특한 예술의 주요 작가이기도 하다.  

당당히 6위를 차지한 <물뱀 II>의 경우, 클림트의 그의 '황금기'의 작품 중 하나로, 금박을 사용해서 그려진 작품이다. 이 작품은 또한 다른 그의 작품의 특징인 '여인의 관능성'의 묘사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물뱀 I>이 유화 작품이 아니라는 점도 있어 두 작품의 매제의 차이가 느껴지는 점도 흥미롭다. 

이 작품은 러시아의 재벌인 드미트리 리볼로프레프 (Dmitry Rybolovlev)가 고갱과 로댕의 작품들과 함께 스위스의 아트 딜러인 이브 부비에(Yves Bouvier)에게서 고가로 구매한 작품들 중 하나 이다. 이후 이 둘은 예술품의 위조, 예술품 도난, 자금 세탁 및 탈세 등의 문제에 연루되게 되는데, 이를 "부비에 사건"이라고 부른다.    

6) 구스타프 클림트, <물뱀 II> Gustav Klimt, "Wasserschlangen II (Water Serpernt II)" (1904) $183.8-millions (2012 private sale) 현재 가치 $193.1-millions 

구스타프 클림트, <물뱀 I> Gustav Klimt, "Wasserschlangen I (Water Serpernt I)" (1904) 


금 세공사의 아들로 태어나서 였을까?  그의 황금 빛 사랑은 남달랐는데, 찬란한 금박을 배경으로 화려하게 그려진 인물화가 그의 시그니처 스타일이다.  여성의 묘사에 있어서 혁신을 일으킨 그의 대표작 <키스>와  <아델 블로흐-바우어의 초상 I>(1907)가 그의 전성기를 대표하는 작품이다.  

Gustav Klimt, The Kiss (1907), oil on canvas ; 180 x 180 cm, Österreichische Galerie Belvedere, Vienna  이 작품에 대해서는 이미 언급한 적이 있으므로 일전에 포스팅을 참고하세요~  http://sleeping-gypsy.tistory.com/52

아델 블로흐-바우어 초상 I (Portrait of Adele Bloch-Bauer I )(1907)이 그려진 이후, 5년 후, 같은 모델을 대상으로 II를 그린 것인데, 첫번째 작품이 2006년 기록을 세우며 판매된 이후 10년 만에 두번째 작품도 나란히 기록을 세우게 된다.  아델의 경우, 구스타프가 유일하게 같은 인물을 대상으로 두번 초상화를 그린 대상이라는 점에서도 유명하다.  

첫번째 초상화는 한때 나치에 의해 몰수되었다가 전후 비인의 갤러리 벨베데어 (Galerie Belvedere) 미술관에 넘겨졌다. 이후 기나긴 법정 소송 끝에 비로소 블로흐-바우어 가문이 소유권을 회복하게 되었고, 그 길로 바로 2006년의 경매에 등장.  그 해 최고가를 기록하며  에스티 로더 화장품 회사를 소유한 재벌 Ronald S. Lauder가 구매하게 되어, 그들의 소유인 뉴욕의 노이 갤러리 (Neue Galerie)에 걸리게 되었다.   

두번째 초상화의 경우, 한때 오프라 윈프리가 소장했었으나 2016년 가고시안 갤러리를 통해 비공개 경매로 익명의 중국인에게 판매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14) 클림트, 아델 블로흐-바우어의 초상화 I  Gustav Klimt, Portrait of Adele Bloch-Bauer I (1907) $135-millions (2006 Christie’s auction)  현재 가치 $163.9-millions   판매자: Maria Altmann 구매자: Ronald Lauder

18) 클림트, 아델 블로흐-바우어의 초상화 II   Gustav Klimt, "Portrait of Adele Bloch-Bauer II" (1912)  $150-millions (2016 private sale via Larry Gagosian)  현재 가치 $153.0-millions 

이 둘의 사이에 대한 소문도 무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영화도 제작되었다고 하나, 원체 클림트는 에밀리 플뢰게 (Emilie Flöge: 1874-1952)를 위시해 수많은 여성 편력으로 유명한 화가였다. 평생 독신으로 지내면서, 모친이 사망할 때까지 그의 어머니와 함께 살았다고 알려졌는데, 일설에는 그의 사생아가 14명이 된다는 말도 있을 정도이다. 하지만 정작 그는 자신의 사생활에 대해서는 신비주의를 유지하며, 인터뷰 때 사생활에 대한 질문을 받아도, '내 인생은 내 예술만큼 재미가 없다.'며 극도로 말을 아꼈었다.  

클림트의 작품을 전체적으로 보면, 초기 작품의 주제는 불안과 회의, 그리고 여인의 관능성, 혹은 죽음과 같은 무거운 주제가 주를 이루었던데 반해, 후기에 이르면, 자연을 빛의 효과와 추상적 형상을 통해 나타낸 풍경화가 주를 이루게 된다.  1908년 그는 회장을 맡기도 했던 비인 분리파에서 탈퇴를 하면서 보다 개인적인 감성과 직관에 충실한 작품활동을 하게 되는데, 자연에 눈을 돌리게 되면서 화풍의 변화를 갖게 된다.  인물화를 그릴 때처럼 주문자의 심기를 살피지 않아도 되어서 그랬을까? 이후에는 평화롭고 아름다운 자연에 심취하여 풍경화를 위주로 그리게 된다.  그의 풍경화도 오늘 살펴보는 인물화 만큼의 고액은 아니지만, 경매에서 항상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곤 한다.   아래의 작품만 해도 2006년 크리스티 경매에서 $31,375,000 (약 351억원)이라는 높은 가격에 거래가 성사되었다.  

Klimt, Houses at Unterach on the Attersee (1916) oil/canvas,  110x110cm, Private Collection [Christie's - Price Realized $31,376,000 - 8 November 2006 (약 351억)]

온 종일 숲속을 그의 유니폼 같은 가운을 입고 어슬렁거리는 그를 보고 마을 사람들이 '숲속의 악마'라는 별명을 붙여줬다고 할 정도로 자연에 심취하여 많은 풍경화를 남겼고, 그의 풍경화는 에곤 쉴레에 많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대표적 풍경화로 알려진 아래의 작품의 경우, 빨강과 녹색의 보색 대비, 치밀하고 자잘한 원색의 붓질 등에서 인상파의 영향이 느껴지기도 한다.  

Gustav Klimt (1862–1918), A Field of Poppies (1907), Österreichische Galerie Belvedere, Vienna

클림트는 상징주의 Symbolism, 아르누보 Art Nouveau, 예술공예운동 Arts and Crafts Movement, 그리고 자포니즘 Japonisme 등 20세기 초의 다양한 사조와 영향을 주고 받으며, 독특한 회화 세계를 확립함으로써 미술사에 큰 족적을 남긴 인물이다.  지나치게 높은 그의 작품 가격에 대해서는 다소 이의가 있는 이들이라 하더라도, 그 점에 대해서만은 대부분 동의할 것이다.   

  






posted by 잠자는 집시
2018. 9. 8. 05:29 미술 이야기

 

카츠시카 호쿠사이 (葛飾北: 1760-1849) 세계적으로 알려진 우키요에 화가이고 

그의 대표작으로는 넘실대는 파도가 인상적인 작품이 있다. 

 

 

 

우키요- (ukiyo-e; 浮世) 우키요- 보통사람들이 살아가는 일상 생활의 모습과 풍경을 묘사한 그림, 정확히는 목판화이다. 여기서 우키요 덧없는 세상 (浮世)’, 불교적인 사상에서 비롯한현세 의미한다. 그리고 그림이라는 한자 의 일본식 발음.   우키요에는 일본에서는 중하층민의 도락으로 여겨져 크게 인정받지 못했으나, 19세기 후반에 이르러 만국박람회, 국제 유통 등에 힘입어 유럽에 전파된 ,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며 일본풍의 유행, 자포니즘 (Japonisme) 일등공신이 되었다.

 

원체 실제로도 여러가지 기행으로도 알려지기도 했고, 무엇보다 그의 작품 자체가 유명하다보니, 이로 인해 생긴 가십이나카더라 통신들의 이야기들도 원체 많다. 대표적인 30개의 호를 지녔다는 . 그리고 평생 무려 93번의 이사를 했다는 , 그리고 식사를 챙기지 않은 인물임에도 그가 장수했던 이유로쿠와이라는 풀 꾸준히 먹어서라는데

 

 

[쿠와이: 그게 뭔지 몰라서 찾아보았다. 우리말로는벗풀이라고 하는데, 번역을 봐도 백과사전에 실린 사진을 봐도 뭔지 도통 감이 오지 않는다.  통상소귀나물이라고도 한다는데, 그건 잎사귀의 모양을 보고 만들어진 이름이리라 짐작이 뿐이다.  만약 우리나라에 소문이 널리 퍼진다면….. 어느 약품회사에서 제품화하고 홈쇼핑에서는 판매를 해서 건강장수 식품으로 불티나게 팔릴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짧지 않은 인생이기는 하지만, 사람의 호가 30개라니많아도 ~ 많지 않은가?  다양한 추측이 난무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호쿠사이가 호를 많이 가진 이면의 심리에는 작가의 자아도취적 성향도 몫하지 않았을까 조심스레 짐작해본다.  자뻑화가의 작품이 수백 지난 오늘날까지 세계 모든 이들에게 사랑받고 기억될 누가 알았겠는가?  

 

 

 

The Great Wave off Kanagawa 葛飾北斎, 『冨嶽三十六景 神奈川沖浪裏』 (1831-33) 多色刷木版画, 25.7 × 37.9 cm

 

 

 

가장 유명한 <후지산 36> 작품 카나가와의 파도라는 작품이다. 작품은 아마도 우키요에 작품 중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  하나일 것이다.

 

 

멀리 후지산이 보이고, 앞으로는 카나가와의 거대한 파도가 배들을 집어삼킬 넘실거리고 있다. 좁은 나룻배에 사람들은 사나운 파도에 배가 뒤집힐까 노심초사하며 바닥 쪽에 납작하게 몸을 붙이고 매달려 있는 모습이다.  풍진 세상에서 사는 것이 힘들다는 것을 이상 표현한 작품이 있을까?  

 

<후지산 36>이라는 원제를 아는 이는 많지 않지만, 무엇인가를 움켜지려는 듯한 손가락들과 같은 모양을 파도의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친숙할 것이다.  많은 작가들이 패러디를 만들어내는 파도의 모습은 오늘날까지도 끊임없이 재생산되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원래는 <부악36> 작품인데, 일어로 후아쿠라고 읽는 부악은 후지산의 다른 이름이다.  명승지의 풍광을 담아 시리즈로 제작된 우키요에가 유행했는데, 작품은 후지산의 풍경을 담은 46점의 작품 하나인 것이다. (판화집의 제목은 후지산 36.  36이라고 쓰고, 46점이라고 읽었다고나 할까?)

 

그의 작품의 세계적인 인기는 클로드 모네의 지베르니 저택을 위시해,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시카고의 아트 인스티튜트, 그리고 로스앤젤레스의 LA 카운티 미술관, 호주 멜버른의 내셔널 갤러리 오브 빅토리아 서구의 유명 미술관에 두루두루 소장되어 있다는 것에서 드러난다

 

호쿠사이가 타고난 재능을 지닌 화가였음은 분명하지만, 그의 인생이 시종일관 순탄한 것은 아니었고, 처음부터 완벽한 예술작품만 만들어낸 것은 아니다. 그의 시그니처 스타일인 파도의 모습도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지금의 강렬한 인상의 파도가 탄생한 것이었다.  (아래의 몇 작품들에서 그의 파도 모양의 변천사를 살펴볼 수 있다)

대목에서, 소설 <해리 포터>에서의 값진 교훈, “아무리 타고난 마법사라도 훈련을 해야만 한다 것을 되새기게 해준다.

 

  

 

斎, Spring at Enoshima (Enoshima shunbô), from the album The Threads of the WIllow (Yanagi no ito)

 

 

 

斎, 1803年 작품 賀奈川沖本』에서의 파도 

 

斎, 1805年『おしおくりはとうつうせんのづ』서양의 서적을 보고 연구한 원근법을 도입한 작품 

 

 

 

 

(아래는 호쿠사이의 <후지산 36 카나가와의 파도> 패러디, 차용하여 재창조된 작품들의  

 

Levi’s 'Live Unbuttoned 501' campaign billboard installation, 2008 

2008년도 빌보드 광고판으로 리바이스 청바지들로 재창조된 호쿠사이의 파도 

 

 

독일 설치작가 토비아스 스텐겔의 2006 작품 <파도>, 드레스덴 소재

호쿠사이의 유명한 <후지산 36> 카나가와의 파도 차용

 

 

 

비디오 작가 워커의 단편 필름에도 호쿠사이의 파도가 등장한다.

Tim Walker, Magical Thinking, 1:09, March 2012

https://www.timwalkerphotography.com/videos/mood

 

사람들 수명이 지금보다 훨씬 짧았던 일본의 에도시대, 89세까지 살았던 그의 수 많은 호 중에서는 '가쿄우진' 즉, '그림에 미친 사람'이라는 호도 있었다. 

아닌게 아니라, 그림을 처음 배우기 시작한 6세 이래, 평생 그는 엄청난 양의 그림과 판화를 제작하며 살았다. 그런 그가 노년에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나는 6세때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지만...

70세 이전에 내가 그린 모든 것은 가치가 없는 것이다. 

75세가 되어서야 비로소 나는 자연과 동물 그리고 식물의 패턴들을 조금 알게 되었다. 

80세가 되면 그림이 조금 더 발전하게 될 것이고, 90세가 되면 삶의 신비를 깊이 깨닫게 될 것이다. 

100세가 되면 훌륭한 예술가가 될 것이다. 

110세가 되면, 내가 창조한 점과 선들이 삶에 스며들게 될 것인데, 이는 이전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던 것들이 될 것이다. 

장대한 계획을 세웠던 그는 스스로 생각하기에 훌륭한 예술가가 되지도, 자신이 창조한 점과 선들이 삶에 스며드는 경지에도 이르지 못한 89세가 되던 해에 눈을 감았다. 하지만, 그의 거시적 안목은 실제로 '백세 시대'를 살아가면서도 성급하게 성과만을 바라고 요령을 구하려드는, 조급하기만 한 풍토 속에서 사는 우리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준다. 

 

#호쿠사이 #카나가와의파도 #우키요에 #자포니즘

 

 
posted by 잠자는 집시
prev 1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