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병과 사자 :: '데이비드 호크니' 태그의 글 목록
2020. 3. 25. 00:02 일상 이야기

잠시 딴데 정신이 팔려 있던 사이, 올해도 어김없이 봄은 왔다.  하긴, 빼앗긴 들에도 왔던 봄이었으니까.

내가 애정을 쏟아 마지않던 나의 베란다 정원은 내가 방치해둔 지난 몇 달동안 황폐해졌지만, 그 와중에 카랑코에는 꽃을 피워냈다, 역경을 이겨내고!   

내가 산 것이 아니라 누가 주셔서 받은 화초고, 그걸 집에 남아돌던 화분에 심었을 뿐이었던 것이었다. 그런데 그게 어찌나 왕성하게 성장을 하는지 몇 개월 후에는 화분 두개에 다시 나눠 심었었다. 그 중 나눠 심은 화분 하나는 올 1월, 계절 모르고 꽃을 틔우려길래 햇볕 좀 더 보라고 베란다에 내놨는데, 하필이면 그날 밤사이에 영하로 뚝 떨어지는 탓에 하루아침에 얼어죽어버렸다. 그 사고 (?) 이후, 트라우마도 있고, 큰 화분은 꽃 필 기색도 안보이길래 내버려뒀다.  한동안 베란다 내다볼 시간도 제대로 없었는데 어느날 가보니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는거 아닌가!  감격스러워서 눈물이 났다면 오버지만 한동안 작은 꽃봉오리들을 하나씩 쳐다볼만큼은 감동받았다.  그래, 어째도 봄은 오는구나~ 

여러가지 이유로 신경을 제대로 못써줬는데도 갸륵하게 봄을 알리며 귀엽고 앙증맞은 꽃들을 피워낸 카랑코에!  

 

우연히 데이비드 호크니가 트위터에 올렸다는 메시지를 읽게 되었다.  올해 84세의 노화가가 태블릿으로 그린 수선화 그림과 함께 보냈다는 메시지는 "그 누구도 봄을 앗아갈수 없다는 것을 반드시 기억하라 (Do remember they can't cancel the spring)"라고. 

현재 노르망디에서 살고 있는 그는 세계 곳곳에서 희생자들을 만들어내는 요번 전염병으로 인해서 도시가 봉쇄되고, 개최될 예정이던 전시회들이 연이어 취소되고 있는 상황 아래서, 이러한 희망의 메시지를 띄웠다.   의역으로 '앗아갈 수 없다'라고 했지만, 화가가 사용한 단어는 'cancel'인데, 아마도 전시회들이 연이어 'cancel'되는 것을 염두에 둔 어휘선정이 아니었을까?  

 

언제나 왕성한 창작열과 호기심으로 끊임없이 새로운 작품들을 창조해내면서도 미술사적인 연구도 심도깊게 꾸준히 하는 노작가의 말이라 그런지 무게가 다르다.  아닌게 아니라, 꽃이 피고 새싹이 돋는 풍경을 보면서 내가 신경쓰지 않아도 봄은 왔구나 싶었는데, 소담스럽게 피어오른 샛노란 수선화 몇 송이에 위안을 받게 된다. 

 “Do remember they can’t cancel the spring.” 

덴마크의 루이지애나 미술관의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호크니의 수선화 그림. 출전: 덴마크의 루이지애나 미술관 공식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p/B96O0DHgvmo/?utm_source=ig_web_copy_link]

David Hockney, currently resided in Normandy, sent a hopeful message to the Louisiana Museum in Denmark.  

Do Remember they can't cancel the spring.  [source: Official Instagram of the Louisiana Museum in Denmark]  

Thank you for your hopeful message, Mr. Hockney! 

This shall too pass.    

 


 

※ 이전에 올린 데이비드 호크니에 대한 포스팅은 아래를 참조하세요!

 

데이비드 호크니-팔순의 아이패드

데이비드 호크니라는 화가는 인기 작가이기도 하지만 그의 저서를 통해서 널리 알려진 화가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저서로는 Secret Knowledge 라는 책이 있다. 원제는 Secret Knowledge: Rediscovering 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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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소식 - David Hockney - Portrait of an Artist (Pool with Two Figures)

어제는 에드워드 호퍼의 "찹 수이"라는 작품의 경매소식. 내가 좋아라 하는 작가의 소식이라는 말을 남겼다. 그 글은 요기! 그리고 오늘은 데이비드 호크니 작품의 경매 소식! 데이비드 호크니 역시 나의 짧은 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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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호크니가 한국에!!!

올해는 유난히 큰 전시회가 많이 열리는 듯하다. 작년부터 이어지는 전시회이긴 하지만, 마르셀 뒤샹 전이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고, 다른 거물급 작가들의 전시들도 줄을 서고 있다. (뒤샹전 소개 글은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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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0. 28. 20:28 미술 이야기

미술사에 대한 관심이 있어서 문화센터 수업을 듣는 수강생이거나 혹은 특강이나 전시 가이드에서 만나는 분들에게서 미술사에 대해서 좀더 공부하고 싶은데 추천해줄 만한 책이 있냐는 질문을 종종 받고는 한다.  내가 가지고 있는 책들을 몇 권 수업시간에 들고 가서 소개를 할 때도 있긴 했는데, 매번 그럴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 책을 늘 들고 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일단 여기 글을 하나 남겨두고자 한다.  물론 관심분야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일단 미술사 분야에 처음 입문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읽었을 책들 몇 권과 개인적으로 인연이 있는 책 몇 권을 함께 소개해보고자 한다. 

먼저 가장 대표적인 책으로는 에른스트 H. 곰브리치<<서양미술사 (원제: The Story of Art)>>이다.

에른스트 H. 곰브리치는 미술사 분야에서는 인지심리학 분야의 권위자로 알려진 인물이지만, 대중들을 위한 미술사 개론서인 <<서양미술사>>, 원제대로 해석해보자면, "예술에 대한 이야기"라는 저서와 어린이들을 위해 출판한 <<세계사>>로 유명인사가 되었다.  특히 <<서양미술사>>는 미술사 개론서 분야의 성서라고도 일컬어질 정도로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 셀러이다.  제목도 'History of Art'가 아닌 'Story of Art'이다. 제목처럼 무겁고 딱딱하지 않게 이야기하듯이 깊이 있는 미술사에 대한 이야기를 평이하고도 유려한 문장으로 풀어나가고 있다.  전혀 사전 지식이 없는 사람이라면 이 책도 다소 어렵다고 느낄 수도 있을지 모르지만, 정말 미술사에 대해서 알고 싶은 맘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이 책을 읽어보기를 권해보는 바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 책은 여러차례 번역이 되었고, 문고판 양장판등 판본도 다양하다.  가장 도판도 훌륭한 최근 버전은 예경에서 나온 것이지만, 인근 도서관에서 빌려 볼 사람이라면 그 곳에 소장되어 있는 버전이라면 어떤 것이라도 크게 상관은 없을 것이다.  나도 처음 미술사에 관심을 갖게 되었을 때, 이 책을 읽고 깊은 감명을 받았음은 물론이다. 나중에 그가 미술사 분야에서도 권위자라는 것을 알고 나서는 더더욱 그가 자신의 전공 분야에 치우치지 않고 진정으로 미술을 사랑하는 따뜻한 마음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 겸허하고도 아름다운 태도에 더욱더 감동을 받았다.  그리고 어떤 분야든 경지에 오른 분들만이 내용을 쉽게 설명해줄 수 있다는 사실도 깨달았고...  

대학의 교양 수준으로 교과서로 채택되는 책들로는 예전에는 H. W. 잰슨<<서양미술사 (원제: History of Art for Young People)>>가 있다.  잰슨의 미술사 책은 한국은 물론이고 미국에서도 오랫동안 대학교의 미술사 교양과목의 교과서로 오랫도록 애용되었지만, 포스트모더니즘이 대두하면서, 서양의 백인 남성 지성인의 시선으로 씌여진 책이라는 비판을 받게 되었다. 이후 이 책 자체도 그러한 비판을 염두에 두고, 기존에 다루지 않았던 제3세계 미술이나 여성 미술 등의 분야들을 보강하여 증보판을 펴내기도 했다. 워낙 오랫동안 교과서로 군림했던 책이다보니, 한국에서도 여러차례 번역이 되기도 했다고 알고 있다.  그런데, 원 책의 내용이 원체 방대하고 크기도 장난 아니게 크다보니, 한국에 출판될 때에는 편역이라는 이름으로 요약본이 주로 출판된 듯하다. 

그리고 잰슨 책의 대안으로 교과서 류의 책들이 출판되는데, 그 대표적 예가 <<가드너의 시대를 통해 본 미술사 (Gardener's Art Through the Ages)>>와 매를린 스톡스태드 (Marilyn Stockstad)의 <<미술사 (Art History)>>가 있다.     대학 교재용으로 출판되는 책들은 매년 새로운 책을 팔아야 하기 때문에 자주 새로운 에디션을 펴내는 편인데, 가드너 책은 최근 에디션으로는 16판이 나왔다. 

Gardner's Art Through the Ages: A Global History 16th Edition

그리고, 매릴린 스탁스태드의 미술사 책은 6번째 에디션이 나왔다. 

Art History (6th Edition)

위의 두 책은 내가 알기엔 한국어로 번역된 적은 없는 것 같은데, 내가 못 찾아낸 것일 수도 있기에 자신은 없다.

 

그 다음으로는 우리나라에서 이 분야의 베스트셀러라고 알려진 <<클릭! 서양미술사>>이다. 

솔직히 말하면, 미국에 있을 때에는 이 책에 대해서도 캐롤 스트릭랜드라는 작가에 대해서도 들어보지는 못했다.  그런데, 한국에 와서 몇 차례 출판 관계자들로부터 이 책이 한국에서는 서양미술에 관한 개론서 중에서는 가장 인기있는 스테디셀러라는 말을 들었다.  궁금한 맘에 몇 번 훑어보았는데, 개인적 소감으로는 이 책의 인기 비결은 '편집의 승리'라는게 개인적 소감이다.  이 책은 원본 보다 한국어판의 편집이 훨씬 더 잘되어 있다는데, 두 세 페이지 안에 각 사조의 특징과 미술사적 의의에 대한 요약이 실려 있고, 대표작가들과 그 대표작이 실려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따라서, 미술사에 대한 사전 지식이 전혀 없는 사람도 이 책 한 권만 잘 읽고 나면 어느 정도 윤곽은 잡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이 장점은 입문자가 선택하기엔 절대적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조금이라도 미술사에 대해서 아는 사람이 개론서라고 꼽기에는 요약이 지나치게 되어 있다고 할까?  대표 사조와 그 대표작가, 대표작 만으로도 그 정도의 부피는 나올 것이니 일단 내용이 너무 빈약하다. 그리고 개인적 소견으로는 그 책의 내용에 실린 내용이 소위 말하는 '카더라 통신'이 여과 없이 실린 것들도 있고, 그렇게 한정된 페이지 안에 굳이 그런 에피소드를 넣을 필요가 있나 싶은 것들도 있어서 좀 아쉬웠다.

 

그 다음으로는 개인적 인연 내지는 사견이 첨가된 추천서이다. 

1. 폴 존슨 (Paul Johnson) <<새로운 미술의 역사 (원제 : ART: A New History)>>

폴 존슨은 유명한 역사학자이지만, 예술에도 조예가 깊은 인물로 아마추어 화가이기도 하다.  노 역사학자가 평생 취미와 직업 사이에서 연구한 결과물이 이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솔직히 이 책은 내가 번역을 하지 않았다면 모르고 지나쳤을지도 모른다.  책의 두께도 두껍고, 폴 존슨의 예술에 대한 내공이 고스란히 담긴 책이라 결코 손쉽게 읽어버릴 책은 아니다.  그리고 저자가 엄밀히 말해서 '미술사학자'는 아니기 때문에, 기존의 미술사 책들과는 예술사조의 구분이나, 작품과 작가 선정에는 차이가 있다. 그리고 개인적 사견이 가감 없이 담긴 점은 곰브리치의 저서와는 대척점에 이른다 할 정도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역사학자의  식견과 예술에 대한 깊은 이해로 이전과는 전혀 다른 관점에서 미술사를 바라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책이었다.  

우연히 발견한 기사인데, 미처 언급 못한 미술사 개론서에 대한 설명도 있기에 덧붙여둔다.

[깊이읽기] 우리 눈으로 … 독특한 눈길로 … 미술사를 다시 본다 [출처: 중앙일보]  

 

2. 데이비드 호크니 (David Hockney)<<그림의 역사 (원제 : A History of Pictures)>>

이 책 역시 내가 번역을 하면서 읽은 책이다.  이 책에 대해서는 블로그의 이전 포스팅에서 "데이비드 호크니-팔순의 아이패드"라는 제목으로 올린 적이 있으므로 그 글을 참고하길 바란다.

앞으로 계속 업데이트 해나갈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이 정도가 소개할 수 있는 미술사 개론서 목록이다.  아름답고도 심오한 미술사를 공부하고 싶은 분이라면 위의 책들을 먼저 읽어보시길 권한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므로... 

posted by 잠자는 집시
2019. 9. 30. 08:47 미술 이야기

며칠 전 유튜브에서 10대 청소년 둘에게 다이얼식 전화기를 보고 어떻게 전화 거는지 알아내라고 했는데 주어진 시간안에 결국 전화를 거는 것을 실패하는 것을 봤다.  한편으로는 생전 써본 적 없는 기계를 못쓰는게 이상할 건 없지만, 나로서는 격세지감이 느껴지는 것도 어쩔 수 없다.  이 에피소드를 보니까, 얼마전 한국에서 최근에 대규모 회고전을 했던 데이비드 호크니가 자신의 저서에서 언급했던 것이 생각났다.  

 

https://youtu.be/oHNEzndgiFI

17세의 두 소년에게 다이얼식 전화기를 주고 4분내에 전화를 걸어보라는 미션을 줬는데 결국 실패했다.   

David Hockney, Mr. and Mrs. Clark and Percy , (1970-71) acrylic on canvas, 84×120 in.

이 작품에 관해서 설명을 하면서, 호크니는 이 그림 속에 백색 전화기를 넣은 이유가, 이 초상화의 주인공들이 당시 패션계를 주도하던 힙한 인물임을 드러내기 위한 장치였다고 했다. '하지만, 과연 후대의 사람들이 저 흰색 기계의 용도를 알기나 할까?' 호크니가 덧붙인다.  그 백색 전화가 당시로서는 첨단의 기기였다는 것을 아는 것은 고사하고 말이다.  

이것이 미술사가 필요해지는 대목이기도 하다고 생각하고, 우리가 사소한 것도 기록해 버릇해야하고, 또 지난 시절의 기억들을 소중히 여겨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역사 속에서는 우리가 소중히 여기고 기억하는 것들만 남기 때문이다.  

p.s. 요즘 집안 정리를 하면서 예전 수첩이나 메모가 눈에 띌때가 있어서 뒤적이다보면, 무슨 내용인지 전혀 모르겠는 것들이 간혹 있다. 분명히 그때는 중요했으니 메모를 남겼을 것이고, 설명을 덧붙일 필요도 없어서 그냥 약자로 간략하게 적어놓은 일들일텐데 말이다. 남의 기억도 아니고 나의 기억도 이렇게 재빨리 휘발되는 마당에... 앞으로는 좀더 기록을 잘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역사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다는 말씀.  

posted by 잠자는 집시
2019. 6. 23. 03:24 미술 이야기

'역사의 검증을 거치지 않은 작품'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오늘날 생존 작가들의 작품들 중 경매에서 고가로 거래되는 작품들을 설명할 때, 특히 그 작품이 그다지 맘에 들지 않을 때 자주 쓰는 표현 중 하나다.

2019년 5월 15일 뉴욕의 크리스티 경매에서 $92,210,000로 거래된 제프 쿤스의 <토끼>

올해 5월 15일 뉴욕의 크리스티의 경매에 제프 쿤스의 강철로 만든 <토끼 (Rabbit)> (1986)이 출품되었는데, 불과 85.1 cm에 남짓한 이 조각품의 예상 가격은 $50,000,000~70,000,000이었다. 그리고, 경매 결과는 예상 가격을 훌쩍 넘긴 $92,210,000 (약 1,073억 상당)였다. 이번 경매로 이 작품은 생존 작가의 작품 중 가장 비싼  작품이라는 기록을 세웠는데, 이는 작년 11월, 같은 경매에서 데이비드 호크니의 <예술가의 초상 (두 인물이 있는 풀장)>(1972)이 $90,300,000 (약 1,050억 상당)으로 생존 작가의 가장 비싼 작품으로 기록을 세우며 언론을 떠들썩하게 한지 불과 6개월만이다.    

벽화 크기로 제작된 데이비드 호크니의 <Portrait of an Artist (Pool With Two Figures)> (1972)은 2018년 11월 크리스티 경매에서 $90,300,000로 거래되어, 세계에서 생존 작가중 작품 가격이 가장 비싼 화가로 등극했었다.  

이번 경매 결과를 두고 과연 누가 저런 장난감 같은 강철 쪼가리를 샀는가?라는 비아냥도 있었지만, 그 이전부터 제프 쿤스 (1955-)의 작품에 대해서는 끊임없는 비판이 지속되어 왔다. 그는 항상 논란의 중심에 있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작품 가격은 고공행진을 수십년째 계속 해왔던 것이다.  이렇게 그의 작품의 경박성, 천박함, 그리고 내용 없음을 비판하는 이들은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의 작품의 평가나 가치가 얼마나 부풀려져 있었는지 명백히 밝혀질 것이라 말한다. '역사의 심판'을 거치고 나면, 오늘 날 그러한 잡동사니들에 묻혀 있었던 진정성 있는 작품들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이다.   

한편, 2019년 5월 17일자 뉴욕 타임즈 기사에 "Stop Hating Jeff Koons (제프 쿤스 그만 미워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는 피카소나 데이비드 호크니도 불과 수십 년 전에는 경박하다는 평을 받거나 엄청난 비판을 받았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틀린 말은 아니다. 또 정말 그럴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는, 피카소나 데이비드 호크니는 '역사의 검증을 거친' 작가들이 되었다고 할 수 있을것이다.   

하지만, 또 정말 그렇기만 할까?  아카데미 화가 중 마지막 세대라고 할 수 있는 작가 윌리엄 부게로 (William-Adolphe Bouguereau: 1825-1905)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그는 손에 붓을 쥔 순간부터 세상을 뜨는 순간까지 인기 초절정의 화가였다. 

화실의 윌리엄-아돌프 부게로

그의 <비너스의 탄생 (The Birth of Venus)>은 1879년 파리의 살롱전에 출품되었고, 부게로는 이 작품으로 아카데미 최고상인 로마상을 수상하였다.  무려 가로 3m, 세로 2.18m에 육박하는 이 대작은 주제면에서 산드로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이나 라파엘의 <갈라테아의 승리>와 비교되며 여성의 인체를 가장 아름답게 표현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화려하게 예술계에 데뷔한 이래, 그의 작품은 너무도 인기가 높았고, 가격도 엄청났기에, 개인이 그의 작품을 구매하기란 거의 불가능해서 주로 록펠러 재단과 같은 대규모 재단에서나 주문을 할 수 있었고, 그나마도 번호표를 뽑고서는 몇년씩 기다려야 할 정도였다. 부게로는 프랑스 아카데미의 교수직 뿐 아니라, 유럽 각지에서도 초청을 받아 각국의 아카데미의 교수직을 겸임하기도 했고, 유명한 상이나 훈장은 안받은 것이 거의 없었다.

현재 파리의 오르세이 미술관 소장 중인 윌리엄-아돌프 부게로의 대표작인 <비너스의 탄생> (1879)은 아카데미 최고상 로마상을 수상하였다. 

그랬던 그의 명성과 작품의 인기는 이상하게도 그가 세상을 뜨자마자, 인기가 폭락하여, 인상주의를 위시한 모더니즘 화가들이 대두하던 20세기 초부터는 완전히 잊혀진 존재가 되었다. 그 뿐 아니었다. 그는 새롭게 부상하는 아방가르드 작가들이 '쓰러뜨려야만 하는 거인'이었던 아카데미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가 되면서, 그의 작품은 '포르노'라고까지 혹평을 받게 되었고, 한 때에는 열을 올려 그의 작품을 수집했던 세계의 유명 미술관들은 다들 앞 다투어 전시실에 걸린 부게로의 작품들을 떼내어 창고 속에 감추었고, 자신들이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쉬쉬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다들 자신들의 취향이 그렇게 시대에 뒤떨어지고 촌스럽다는 것을 보이기 싫어서였다. 한 때에는 그의 작품은 경매에서 아예 거래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어쩌다 경매에 나오는 가격도 50만원 정도까지 떨어질 정도였다고 한다. 사정이 이 쯤되면, 윌리엄-아돌프 부게로는 '역사의 검증'을 통과하지 못하는 '한 때 반짝'하던 화가로 묻히는 것이었다. 

하지만, 1975년 이후로 그의 작품 가격이 다시 점차 오르게 되고, 최근 들어 그의 작품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지면서, 과거의 영광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경매에서도 종종 모습을 드러내면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1998년 <The Heart's Awakening> (심쿵 정도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이 $1,500,000에 거래되었고, 다음해 1999년에는 <The Motherland>라는 작품이 $2,600,000 에, 또 2000년에는 <Charity>라는 작품이 $3,500,000에 판매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이제까지 창고에 깊숙히 넣어두었던 그의 작품을 이제는 각국의 미술관들이 앞다투어 다시 전시관에 다시 내걸기 시작했음은 물론이다. 

 

윌리엄-아돌프 부게로의 <Charity (자선)>(1887) 2000년 경매에서 $3,500,000에 거래되었다.  

자, 그렇다면, 윌리엄-아돌프 부게로는 '역사의 검증'을 받은 작가인가 아니면 '역사의 검증'을 통과하지 못한 작가인가? 한번 인정받은 작가라고 해서 영원히 역사 속에서 기억되라는 법도 없고, 알려지지 않았던 작가들이 재평가 받지 말라는 법도 없다. 그리고 부게로처럼 인정 받았다 잊혀졌다 다시 평가받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많은 이들은 빈센트 반 고흐처럼 일생을 가난 속에 허덕이며 살다가 사후에나 인정을 받는 예술가에 대한 로망이 있다. 그리고, 그런 작가들의 작품이야 말로 '진정한 명작'이며 '역사의 검증'을 통과한 작품이라고 여긴다. 이러한 잣대는 앞서 살펴본대로 오늘 날 인기 있는 작품에 대한 미래 평가에 대한 척도로 상반되게 이용된다. 그렇다면 과연 '진정한 명작'의 기준은 어디서 찾아야할까? 작품 가격이 높은 '인기작'과 '명작'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기란 결코 불가능한 것인가?

과연 이러한 인기나 평가의 부침은 결국은 그 시대의 '취향'으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것일까?  아니면, 일부 음모론자의 이론처럼 예술가나 그의 작품의 인기란 일부 미술업계의 검은 손이 만들어내는 '은밀한 획책'의 결과인 것일까?

 

posted by 잠자는 집시
2019. 6. 11. 19:04 카테고리 없음

데이비드 호크니 전이 성황리에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전시 관련해서 데이비드 호크니에 관한 특강을 갖고 있습니다.

지난 5월 30일 현대백화점 압구정점에서 '성황리에' 특강을 마쳤구요~

이번에는 현대백화점 무역센터 점과 신촌점에서 각각 특강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관심이 있으신 분 한번 들어보세요.

  

무역센터점 현대백화점 문화센터 특강

 장소: 무역센터점 현대백화점 문화센터 (백화점 11층)

일시: 2019년 6월 13일 목요일 19:10~20:10  

수업료: 일만원 

강좌신청 바로가기

 

신촌점 현대백화점 문화센터 특강

장소: 신촌점 현대백화점 문화센터 (백화점 11층)

일시: 2019년 6월 18일 화요일 16:30~17:30 

수업료: 일만원 

강좌신청 바로가기

 

참고로, 제가 이 블로그에 올린 데이비드 호크니에 관한 글 참고해보시고, 전시보기 전이시라면 예습삼아, 보신 후라면 복습삼아 강의 들어보세요~ 

찾아보니 데이비드 호크니에 대한 글을 몇 개 올렸길래 링크를 함께 붙여둬봅니다.

경매소식 - David Hockney - Portrait of an Artist (Pool with Two Figures)  

데이비드 호크니가 한국에!!!

posted by 잠자는 집시
2019. 5. 24. 16:58 미술 이야기

공지사항) 데이비드 호크니 전시관련 특강안내

데이비드 호크니 전이 성황리에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전시 관련해서 데이비드 호크니에 관한 특강을 갖습니다. 

장소: 압구정본점 현대백화점 문화센터 (백화점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습니다. 자세한 위치는 네이버 검색을 해보심이...  압구정 장로교회와 붙어있고, 현대아파트 79동 앞쪽에 위치하고 있어요.)

일시: 2019년 5월 30일 목요일 오후 2시 40분 (약 한시간 20분 진행)

회비: 무료는 아니구요. 회비가 있는데 정확한 가격은 제가 책정한게 아니라서 잘 모르겠어요.  이후라도 확인되면 수정해서 올리겠지만, 대략 만원에서 만오천원 사이일 것이라 생각됩니다. 

참고로, 제가 이 블로그에 올린 데이비드 호크니에 관한 글 참고해보시고, 전시보기 전이시라면 예습삼아, 보신 후라면 복습삼아 강의 들어보세요~ 

찾아보니 데이비드 호크니에 대한 글을 몇 개 올렸길래 링크를 함께 붙여둬봅니다.

경매소식 - David Hockney - Portrait of an Artist (Pool with Two Figures) 

데이비드 호크니가 한국에!!!

 

David Hockney, Portrait of an Artist (Pool with Two Figures) (1972), Acrylic on canvas ; 2.1 m × 3.0 m  이 작품이 최근 경매에서 현존작가 작품으로서는 최고가를 기록한 작품.  아쉽게도 이번 전시회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posted by 잠자는 집시
2019. 3. 19. 20:31 미술 이야기

올해는 유난히 큰 전시회가 많이 열리는 듯하다. 

작년부터 이어지는 전시회이긴 하지만, 마르셀 뒤샹 전이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고, 다른 거물급 작가들의 전시들도 줄을 서고 있다. (뒤샹전 소개 글은 여기를 클릭!)

그리고 3월 두둥~  데이비드 호크니 전이 열린다. 


3월22일부터 8월4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다고 하는데, 이번에는 영국의 테이트 갤러리와의 협력하에 열린다고 하니 제대로 된 전시가 될 듯해서 기대가 된다.  

이 블로그에도 데이비드 호크니에 대해서는 여러차레 글을 올린 적이 있다. (그 글은 아래 링크를 클릭클릭~) 

데이비드 호크니-팔순의 아이패드

경매소식 - David Hockney - Portrait of an Artist (Pool with Two Figures)


데이비드 호크니는 사실 부연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화가이다. 영국 화가이면서 LA로 이주한 이후 영국과 미국을 오가며 작업을 하고 있다. 굳이 예술 사조의 범주로 구분해보자면 팝아트에 속한다고 할 수있지만, 그의 관심사는 폭넓고도 다양해서 '르네상스 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회화 작업만 해도 이전의 팩스가 등장하자마자 팩스로 작업하는 것은 물론, 팔순이 넘은 나이에 아이패드로 작업을 하기도 하는 등 '얼리 어댑터'로 다양한 기기와 기법을 활용한 작업을 해왔다. 예술 이론적인 면으로도 관심이 많아 서양미술의 원근법이 아닌 동양 산수화의 원근법에도 관심을 가져 자신의 풍경화를 동양의 원근법을 적용해서 제작하기도 했다. 

뿐 만 아니라 서양 대가들의 카메라 옵스큐라의 사용에 대한 저서 등 활발한 저술활동도 하고 있고, 그의 저서들은 한국에서도 번역이 되어 있다.  그 대표작으로는 Secret Knowledge: Rediscovering the Lost Techniques of the Old Masters.와 A History of Pictures: From the Cave to the Computer Screen이 있다.  (이 책에 대한 소개는 이 전의 글에 쓴 적이 있으니 그 글을 참고 할 것)

광고를 보아하니, 이번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데이비드 호크니》전은 아시아 지역에서의 전시로는 처음 열리는 대규모 개인전이라고 하고, 그의 초기 작품부터 최근 작품을 망라한 전시라고 한다.     

내가 누누히 얘기하는 바이지만, 특별전은 특별전 만의 이점이 있다. 혼자서는 아무리 열정이 넘쳐도 동시에 볼 수 없는 작품들을 나란히 두고 볼 수 있는 것이 무엇보다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미술의 격동기를 거쳐 온 대가가 일생에 걸쳐 생산해 온 창작물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신나는 일임이 분명하다. 

미세먼지가 조금 걸리긴 하지만, 그래도 짧고 찬란한 봄 날 나들이 삼아 전시회를 하나 본다면?  난 이걸로 정했다!   

posted by 잠자는 집시
2018. 11. 18. 00:30 미술 이야기

어제는 에드워드 호퍼의 "찹 수이"라는 작품의 경매소식. 내가 좋아라 하는 작가의 소식이라는 말을 남겼다.  

그 글은 요기!

그리고 오늘은 데이비드 호크니 작품의 경매 소식!  데이비드 호크니 역시 나의 짧은 블로그 역사 내에 등장한 바 있는 분!  '개인적으로 흥미있어 하는 작가인데, 작품도 작품이지만 그의 왕성한 탐구열과 실험 정신에 있어서 경의를 표하는 바'라는 내용의 글을 올린 바 있다. 

호크니에 대한 글은 요기!

물론 데이비드 호크니 (David Hockney: 1937-)는 지난 수십년 그는 세계에서 가장 인기도 있고 유명하기도 작가의 위치를 굳건히 지켜온 작가이다.  그리고 며칠전 11월 15일 뉴욕 크리스티 전후 현대미술 작품 경매에서 $90.3-millions [약 1,022억 상당]에 판매되었다.  

흔히 경매에서 천문학적 금액으로 거래가 있었다는 것을 뉴스로 접할 때마다 '과연 작품의 가치는 무엇으로 정해지는가?' 그리고 '과연 그 작품에는 그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가?'하는 의문이 떠오르고, 종종 토론의 주제가 되기도 한다.  정확한 해답은 여기서 내릴 수 없고 의문만 가중할 뿐인지도 모르지만, 거기에 관련해서 생각할만한 정보가 있다. 

이 작품은 1972년 처음 판매될 때에는 불과 $18,000 [약2,037만원 상당]에 판매되었던 작품이었다. 이 작품은 6개월 이내에 2배 이상의 금액인 $50,000 [약5,660만원 상당]에 판매되었다. 그러던 것이, 반세기만에 가격이 무려 1800여배가 뛴 것이다.   과연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단 말인가? 새삼 궁금해진다. 


David Hockney (b. 1937), Portrait of an Artist (Pool with Two Figures)(1972). Acrylic on canvas ; 213.5 x 305 cm 

작품의 제목은 "화가의 초상 (두 인물이 있는 풀장)"(1972년 작)은 당시 미국 화가 피터 슐레진저 (Peter Schlesinger)와 수영을 하고 있는 인물 2명이 그려져 있다.  호크니는 그와 연인관계로 있던 5년간 그를 모델로 한 작품도 많이 남겼지만, 그가 회화적으로 특히 관심이 있었던 것은 물에 대한 관심, 혹은 물의 움직임과 그에 따른 빛의 굴절과 이미지의 반영에 관한 것이었던 것이었다.  

Preparatory photograph for Portrait of an Artist (Pool with Two Figures), Le Nid-du-Duc, 1972 © David Hockney


런던의 켄싱턴 가든에서 그의 당시 연인이었던 피터 슐레진저의 사진을 찍고 있다. 이 사진의 모습을 바탕으로 "화가의 초상 (두 인물이 있는 풀장)"(1972년 작)의 오른쪽 인물을 그렸다. Film still from A Bigger Splash, 1974. Photo: Jack Hazan / Buzzy Enterprises Ltd


호크니는 1963년 LA를 여행한 이래, 그곳의 태양과 풀장에 매료되어 이후 1976년 LA로 거주지를 마련하였다. 현재에는 런던과 LA를 오가며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비슷한 주제의 작품으로는 "A Bigger Splash" (1967년 작)라는 작품이 있다. ('splash'는 동사로는 '(액체 따위가) 튀기다'라는 뜻이지만, 여기서는 명사로 사용되었고, 한국어로 번역하자면 '풍덩' 혹은 '첨벙' 정도에 해당하는 의성어이다.)   


A Bigger Splash, 1967


호크니는 다작의 화가일 뿐 아니라, 글을 통해 자신의 예술관과 예술에 대한 관심사에 대해서 밝히는 활발한 저술 활동을 해오고 있고, 자신의 인생에 대해서도 기록해오고 있다.  덕분에 그의 삶과 작품에 대해서는 많은 것들이 알려져 있는데, 그 중에서도 오늘의 주인공인 "화가의 초상화 (두 인물이 있는 풀장)" 만큼 자세히 기록되어 잘 알려진 작품은 드물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작품에 대해서는 1988년 출판한 데이비드 호크니에 의한 <<데이비드 호크니: 나의 초창기 시절 David Hockney by David Hockney: My Early Years >>이라는 저서에서 밝히고 있다.  그 뿐만 아니라, 1971년부터 73년에 걸쳐 영국 감독인 잭 하잔 (Jack Hazan)의 A Bigger Splash 라는 호크니의 1967년 작품과 동명인 영화에서도 작품의 제작 과정이 잘 담겨져 있다.  (이 영화는 사실을 기반으로 한 픽션 영화로 당시 호크니의 거처이자 작업실이 있던 영국의 노팅힐을 배경으로 그의 연인이자 동료 화가였던 피터 슐레진저와의 1970년부터 1973년사이의 순탄치 못했던 연애사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담고 있다고 한다.  참고로 호크니는 1974년 Gregory Evans를 만나 1976년 LA로 이주할 때 함께 미국으로 건너온 이후 계속 함께하고 있으며 그의 동업자이기도 하다.)   


영화의 스틸 중 하나로 호크니가 작업 중인 장면을 담고 있다.  Still from the film ‘A Bigger Splash’. Photo: Jack Hazan/Buzzy Enterprises Ltd via David Hockney and Christie’s


뉴욕 크리스티 경매 프리뷰 장면, Sept. 13, 2018.


나로서는 경매에서 그토록 고가로 거래되는 작품들의 가격을 결정하는 기준은 설명할 길 없고, 엊그제의 경매의 결과 만큼의 가치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리고, 일부 비평가들이 논하듯, 위의 작품이 동성애자로서의 심리적 갈등을 잘 나타내고 있는지, 혹은 이 시대 최고의 걸작인지는 확실히 모르겠다. 하지만 산뜻한 초록 계열로 산뜻하게 그려진 LA의 풍경과 햇살 받아 일렁이는 풀장에서 느껴지는 쾌적함.  그리고 그러한 풍경과 풀장과 조화를 이루며 절묘하게 배치된 두 인물은 시각적 균형을 제공한다. 그와 동시에 정지 화면에 있는 듯한 수영하는 인물, 그리고 경직되어 서있는 듯한 뻣뻣한 인물들의 모습으로 인해 긴장감이 만들어 지고 있음은 알 수 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그 절묘한 긴장감은 두 인물 사이의 심리 상태를 반영하고 있을 수도 있으나, 오히려 전체적으로는 왠지 모르게 경쾌한 풍경과 적절한 균형을 이룬다고 생각한다. 영리하게 계산된 즐겁고 아름다운 품이다.    

  


posted by 잠자는 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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