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병과 사자 :: 'David Hockney' 태그의 글 목록
2020. 3. 25. 00:02 일상 이야기

잠시 딴데 정신이 팔려 있던 사이, 올해도 어김없이 봄은 왔다.  하긴, 빼앗긴 들에도 왔던 봄이었으니까.

내가 애정을 쏟아 마지않던 나의 베란다 정원은 내가 방치해둔 지난 몇 달동안 황폐해졌지만, 그 와중에 카랑코에는 꽃을 피워냈다, 역경을 이겨내고!   

내가 산 것이 아니라 누가 주셔서 받은 화초고, 그걸 집에 남아돌던 화분에 심었을 뿐이었던 것이었다. 그런데 그게 어찌나 왕성하게 성장을 하는지 몇 개월 후에는 화분 두개에 다시 나눠 심었었다. 그 중 나눠 심은 화분 하나는 올 1월, 계절 모르고 꽃을 틔우려길래 햇볕 좀 더 보라고 베란다에 내놨는데, 하필이면 그날 밤사이에 영하로 뚝 떨어지는 탓에 하루아침에 얼어죽어버렸다. 그 사고 (?) 이후, 트라우마도 있고, 큰 화분은 꽃 필 기색도 안보이길래 내버려뒀다.  한동안 베란다 내다볼 시간도 제대로 없었는데 어느날 가보니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는거 아닌가!  감격스러워서 눈물이 났다면 오버지만 한동안 작은 꽃봉오리들을 하나씩 쳐다볼만큼은 감동받았다.  그래, 어째도 봄은 오는구나~ 

여러가지 이유로 신경을 제대로 못써줬는데도 갸륵하게 봄을 알리며 귀엽고 앙증맞은 꽃들을 피워낸 카랑코에!  

 

우연히 데이비드 호크니가 트위터에 올렸다는 메시지를 읽게 되었다.  올해 84세의 노화가가 태블릿으로 그린 수선화 그림과 함께 보냈다는 메시지는 "그 누구도 봄을 앗아갈수 없다는 것을 반드시 기억하라 (Do remember they can't cancel the spring)"라고. 

현재 노르망디에서 살고 있는 그는 세계 곳곳에서 희생자들을 만들어내는 요번 전염병으로 인해서 도시가 봉쇄되고, 개최될 예정이던 전시회들이 연이어 취소되고 있는 상황 아래서, 이러한 희망의 메시지를 띄웠다.   의역으로 '앗아갈 수 없다'라고 했지만, 화가가 사용한 단어는 'cancel'인데, 아마도 전시회들이 연이어 'cancel'되는 것을 염두에 둔 어휘선정이 아니었을까?  

 

언제나 왕성한 창작열과 호기심으로 끊임없이 새로운 작품들을 창조해내면서도 미술사적인 연구도 심도깊게 꾸준히 하는 노작가의 말이라 그런지 무게가 다르다.  아닌게 아니라, 꽃이 피고 새싹이 돋는 풍경을 보면서 내가 신경쓰지 않아도 봄은 왔구나 싶었는데, 소담스럽게 피어오른 샛노란 수선화 몇 송이에 위안을 받게 된다. 

 “Do remember they can’t cancel the spring.” 

덴마크의 루이지애나 미술관의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호크니의 수선화 그림. 출전: 덴마크의 루이지애나 미술관 공식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p/B96O0DHgvmo/?utm_source=ig_web_copy_link]

David Hockney, currently resided in Normandy, sent a hopeful message to the Louisiana Museum in Denmark.  

Do Remember they can't cancel the spring.  [source: Official Instagram of the Louisiana Museum in Denmark]  

Thank you for your hopeful message, Mr. Hockney! 

This shall too pass.    

 


 

※ 이전에 올린 데이비드 호크니에 대한 포스팅은 아래를 참조하세요!

 

데이비드 호크니-팔순의 아이패드

데이비드 호크니라는 화가는 인기 작가이기도 하지만 그의 저서를 통해서 널리 알려진 화가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저서로는 Secret Knowledge 라는 책이 있다. 원제는 Secret Knowledge: Rediscovering 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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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소식 - David Hockney - Portrait of an Artist (Pool with Two Figures)

어제는 에드워드 호퍼의 "찹 수이"라는 작품의 경매소식. 내가 좋아라 하는 작가의 소식이라는 말을 남겼다. 그 글은 요기! 그리고 오늘은 데이비드 호크니 작품의 경매 소식! 데이비드 호크니 역시 나의 짧은 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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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호크니가 한국에!!!

올해는 유난히 큰 전시회가 많이 열리는 듯하다. 작년부터 이어지는 전시회이긴 하지만, 마르셀 뒤샹 전이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고, 다른 거물급 작가들의 전시들도 줄을 서고 있다. (뒤샹전 소개 글은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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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9. 30. 08:47 미술 이야기

며칠 전 유튜브에서 10대 청소년 둘에게 다이얼식 전화기를 보고 어떻게 전화 거는지 알아내라고 했는데 주어진 시간안에 결국 전화를 거는 것을 실패하는 것을 봤다.  한편으로는 생전 써본 적 없는 기계를 못쓰는게 이상할 건 없지만, 나로서는 격세지감이 느껴지는 것도 어쩔 수 없다.  이 에피소드를 보니까, 얼마전 한국에서 최근에 대규모 회고전을 했던 데이비드 호크니가 자신의 저서에서 언급했던 것이 생각났다.  

 

https://youtu.be/oHNEzndgiFI

17세의 두 소년에게 다이얼식 전화기를 주고 4분내에 전화를 걸어보라는 미션을 줬는데 결국 실패했다.   

David Hockney, Mr. and Mrs. Clark and Percy , (1970-71) acrylic on canvas, 84×120 in.

이 작품에 관해서 설명을 하면서, 호크니는 이 그림 속에 백색 전화기를 넣은 이유가, 이 초상화의 주인공들이 당시 패션계를 주도하던 힙한 인물임을 드러내기 위한 장치였다고 했다. '하지만, 과연 후대의 사람들이 저 흰색 기계의 용도를 알기나 할까?' 호크니가 덧붙인다.  그 백색 전화가 당시로서는 첨단의 기기였다는 것을 아는 것은 고사하고 말이다.  

이것이 미술사가 필요해지는 대목이기도 하다고 생각하고, 우리가 사소한 것도 기록해 버릇해야하고, 또 지난 시절의 기억들을 소중히 여겨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역사 속에서는 우리가 소중히 여기고 기억하는 것들만 남기 때문이다.  

p.s. 요즘 집안 정리를 하면서 예전 수첩이나 메모가 눈에 띌때가 있어서 뒤적이다보면, 무슨 내용인지 전혀 모르겠는 것들이 간혹 있다. 분명히 그때는 중요했으니 메모를 남겼을 것이고, 설명을 덧붙일 필요도 없어서 그냥 약자로 간략하게 적어놓은 일들일텐데 말이다. 남의 기억도 아니고 나의 기억도 이렇게 재빨리 휘발되는 마당에... 앞으로는 좀더 기록을 잘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역사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다는 말씀.  

posted by 잠자는 집시
2019. 6. 23. 03:24 미술 이야기

'역사의 검증을 거치지 않은 작품'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오늘날 생존 작가들의 작품들 중 경매에서 고가로 거래되는 작품들을 설명할 때, 특히 그 작품이 그다지 맘에 들지 않을 때 자주 쓰는 표현 중 하나다.

2019년 5월 15일 뉴욕의 크리스티 경매에서 $92,210,000로 거래된 제프 쿤스의 <토끼>

올해 5월 15일 뉴욕의 크리스티의 경매에 제프 쿤스의 강철로 만든 <토끼 (Rabbit)> (1986)이 출품되었는데, 불과 85.1 cm에 남짓한 이 조각품의 예상 가격은 $50,000,000~70,000,000이었다. 그리고, 경매 결과는 예상 가격을 훌쩍 넘긴 $92,210,000 (약 1,073억 상당)였다. 이번 경매로 이 작품은 생존 작가의 작품 중 가장 비싼  작품이라는 기록을 세웠는데, 이는 작년 11월, 같은 경매에서 데이비드 호크니의 <예술가의 초상 (두 인물이 있는 풀장)>(1972)이 $90,300,000 (약 1,050억 상당)으로 생존 작가의 가장 비싼 작품으로 기록을 세우며 언론을 떠들썩하게 한지 불과 6개월만이다.    

벽화 크기로 제작된 데이비드 호크니의 <Portrait of an Artist (Pool With Two Figures)> (1972)은 2018년 11월 크리스티 경매에서 $90,300,000로 거래되어, 세계에서 생존 작가중 작품 가격이 가장 비싼 화가로 등극했었다.  

이번 경매 결과를 두고 과연 누가 저런 장난감 같은 강철 쪼가리를 샀는가?라는 비아냥도 있었지만, 그 이전부터 제프 쿤스 (1955-)의 작품에 대해서는 끊임없는 비판이 지속되어 왔다. 그는 항상 논란의 중심에 있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작품 가격은 고공행진을 수십년째 계속 해왔던 것이다.  이렇게 그의 작품의 경박성, 천박함, 그리고 내용 없음을 비판하는 이들은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의 작품의 평가나 가치가 얼마나 부풀려져 있었는지 명백히 밝혀질 것이라 말한다. '역사의 심판'을 거치고 나면, 오늘 날 그러한 잡동사니들에 묻혀 있었던 진정성 있는 작품들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이다.   

한편, 2019년 5월 17일자 뉴욕 타임즈 기사에 "Stop Hating Jeff Koons (제프 쿤스 그만 미워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는 피카소나 데이비드 호크니도 불과 수십 년 전에는 경박하다는 평을 받거나 엄청난 비판을 받았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틀린 말은 아니다. 또 정말 그럴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는, 피카소나 데이비드 호크니는 '역사의 검증을 거친' 작가들이 되었다고 할 수 있을것이다.   

하지만, 또 정말 그렇기만 할까?  아카데미 화가 중 마지막 세대라고 할 수 있는 작가 윌리엄 부게로 (William-Adolphe Bouguereau: 1825-1905)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그는 손에 붓을 쥔 순간부터 세상을 뜨는 순간까지 인기 초절정의 화가였다. 

화실의 윌리엄-아돌프 부게로

그의 <비너스의 탄생 (The Birth of Venus)>은 1879년 파리의 살롱전에 출품되었고, 부게로는 이 작품으로 아카데미 최고상인 로마상을 수상하였다.  무려 가로 3m, 세로 2.18m에 육박하는 이 대작은 주제면에서 산드로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이나 라파엘의 <갈라테아의 승리>와 비교되며 여성의 인체를 가장 아름답게 표현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화려하게 예술계에 데뷔한 이래, 그의 작품은 너무도 인기가 높았고, 가격도 엄청났기에, 개인이 그의 작품을 구매하기란 거의 불가능해서 주로 록펠러 재단과 같은 대규모 재단에서나 주문을 할 수 있었고, 그나마도 번호표를 뽑고서는 몇년씩 기다려야 할 정도였다. 부게로는 프랑스 아카데미의 교수직 뿐 아니라, 유럽 각지에서도 초청을 받아 각국의 아카데미의 교수직을 겸임하기도 했고, 유명한 상이나 훈장은 안받은 것이 거의 없었다.

현재 파리의 오르세이 미술관 소장 중인 윌리엄-아돌프 부게로의 대표작인 <비너스의 탄생> (1879)은 아카데미 최고상 로마상을 수상하였다. 

그랬던 그의 명성과 작품의 인기는 이상하게도 그가 세상을 뜨자마자, 인기가 폭락하여, 인상주의를 위시한 모더니즘 화가들이 대두하던 20세기 초부터는 완전히 잊혀진 존재가 되었다. 그 뿐 아니었다. 그는 새롭게 부상하는 아방가르드 작가들이 '쓰러뜨려야만 하는 거인'이었던 아카데미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가 되면서, 그의 작품은 '포르노'라고까지 혹평을 받게 되었고, 한 때에는 열을 올려 그의 작품을 수집했던 세계의 유명 미술관들은 다들 앞 다투어 전시실에 걸린 부게로의 작품들을 떼내어 창고 속에 감추었고, 자신들이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쉬쉬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다들 자신들의 취향이 그렇게 시대에 뒤떨어지고 촌스럽다는 것을 보이기 싫어서였다. 한 때에는 그의 작품은 경매에서 아예 거래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어쩌다 경매에 나오는 가격도 50만원 정도까지 떨어질 정도였다고 한다. 사정이 이 쯤되면, 윌리엄-아돌프 부게로는 '역사의 검증'을 통과하지 못하는 '한 때 반짝'하던 화가로 묻히는 것이었다. 

하지만, 1975년 이후로 그의 작품 가격이 다시 점차 오르게 되고, 최근 들어 그의 작품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지면서, 과거의 영광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경매에서도 종종 모습을 드러내면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1998년 <The Heart's Awakening> (심쿵 정도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이 $1,500,000에 거래되었고, 다음해 1999년에는 <The Motherland>라는 작품이 $2,600,000 에, 또 2000년에는 <Charity>라는 작품이 $3,500,000에 판매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이제까지 창고에 깊숙히 넣어두었던 그의 작품을 이제는 각국의 미술관들이 앞다투어 다시 전시관에 다시 내걸기 시작했음은 물론이다. 

 

윌리엄-아돌프 부게로의 <Charity (자선)>(1887) 2000년 경매에서 $3,500,000에 거래되었다.  

자, 그렇다면, 윌리엄-아돌프 부게로는 '역사의 검증'을 받은 작가인가 아니면 '역사의 검증'을 통과하지 못한 작가인가? 한번 인정받은 작가라고 해서 영원히 역사 속에서 기억되라는 법도 없고, 알려지지 않았던 작가들이 재평가 받지 말라는 법도 없다. 그리고 부게로처럼 인정 받았다 잊혀졌다 다시 평가받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많은 이들은 빈센트 반 고흐처럼 일생을 가난 속에 허덕이며 살다가 사후에나 인정을 받는 예술가에 대한 로망이 있다. 그리고, 그런 작가들의 작품이야 말로 '진정한 명작'이며 '역사의 검증'을 통과한 작품이라고 여긴다. 이러한 잣대는 앞서 살펴본대로 오늘 날 인기 있는 작품에 대한 미래 평가에 대한 척도로 상반되게 이용된다. 그렇다면 과연 '진정한 명작'의 기준은 어디서 찾아야할까? 작품 가격이 높은 '인기작'과 '명작'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기란 결코 불가능한 것인가?

과연 이러한 인기나 평가의 부침은 결국은 그 시대의 '취향'으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것일까?  아니면, 일부 음모론자의 이론처럼 예술가나 그의 작품의 인기란 일부 미술업계의 검은 손이 만들어내는 '은밀한 획책'의 결과인 것일까?

 

posted by 잠자는 집시
2019. 6. 11. 19:04 카테고리 없음

데이비드 호크니 전이 성황리에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전시 관련해서 데이비드 호크니에 관한 특강을 갖고 있습니다.

지난 5월 30일 현대백화점 압구정점에서 '성황리에' 특강을 마쳤구요~

이번에는 현대백화점 무역센터 점과 신촌점에서 각각 특강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관심이 있으신 분 한번 들어보세요.

  

무역센터점 현대백화점 문화센터 특강

 장소: 무역센터점 현대백화점 문화센터 (백화점 11층)

일시: 2019년 6월 13일 목요일 19:10~20:10  

수업료: 일만원 

강좌신청 바로가기

 

신촌점 현대백화점 문화센터 특강

장소: 신촌점 현대백화점 문화센터 (백화점 11층)

일시: 2019년 6월 18일 화요일 16:30~17:30 

수업료: 일만원 

강좌신청 바로가기

 

참고로, 제가 이 블로그에 올린 데이비드 호크니에 관한 글 참고해보시고, 전시보기 전이시라면 예습삼아, 보신 후라면 복습삼아 강의 들어보세요~ 

찾아보니 데이비드 호크니에 대한 글을 몇 개 올렸길래 링크를 함께 붙여둬봅니다.

경매소식 - David Hockney - Portrait of an Artist (Pool with Two Figures)  

데이비드 호크니가 한국에!!!

posted by 잠자는 집시
2019. 5. 24. 16:58 미술 이야기

공지사항) 데이비드 호크니 전시관련 특강안내

데이비드 호크니 전이 성황리에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전시 관련해서 데이비드 호크니에 관한 특강을 갖습니다. 

장소: 압구정본점 현대백화점 문화센터 (백화점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습니다. 자세한 위치는 네이버 검색을 해보심이...  압구정 장로교회와 붙어있고, 현대아파트 79동 앞쪽에 위치하고 있어요.)

일시: 2019년 5월 30일 목요일 오후 2시 40분 (약 한시간 20분 진행)

회비: 무료는 아니구요. 회비가 있는데 정확한 가격은 제가 책정한게 아니라서 잘 모르겠어요.  이후라도 확인되면 수정해서 올리겠지만, 대략 만원에서 만오천원 사이일 것이라 생각됩니다. 

참고로, 제가 이 블로그에 올린 데이비드 호크니에 관한 글 참고해보시고, 전시보기 전이시라면 예습삼아, 보신 후라면 복습삼아 강의 들어보세요~ 

찾아보니 데이비드 호크니에 대한 글을 몇 개 올렸길래 링크를 함께 붙여둬봅니다.

경매소식 - David Hockney - Portrait of an Artist (Pool with Two Figures) 

데이비드 호크니가 한국에!!!

 

David Hockney, Portrait of an Artist (Pool with Two Figures) (1972), Acrylic on canvas ; 2.1 m × 3.0 m  이 작품이 최근 경매에서 현존작가 작품으로서는 최고가를 기록한 작품.  아쉽게도 이번 전시회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posted by 잠자는 집시
2019. 3. 19. 20:31 미술 이야기

올해는 유난히 큰 전시회가 많이 열리는 듯하다. 

작년부터 이어지는 전시회이긴 하지만, 마르셀 뒤샹 전이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고, 다른 거물급 작가들의 전시들도 줄을 서고 있다. (뒤샹전 소개 글은 여기를 클릭!)

그리고 3월 두둥~  데이비드 호크니 전이 열린다. 


3월22일부터 8월4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다고 하는데, 이번에는 영국의 테이트 갤러리와의 협력하에 열린다고 하니 제대로 된 전시가 될 듯해서 기대가 된다.  

이 블로그에도 데이비드 호크니에 대해서는 여러차레 글을 올린 적이 있다. (그 글은 아래 링크를 클릭클릭~) 

데이비드 호크니-팔순의 아이패드

경매소식 - David Hockney - Portrait of an Artist (Pool with Two Figures)


데이비드 호크니는 사실 부연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화가이다. 영국 화가이면서 LA로 이주한 이후 영국과 미국을 오가며 작업을 하고 있다. 굳이 예술 사조의 범주로 구분해보자면 팝아트에 속한다고 할 수있지만, 그의 관심사는 폭넓고도 다양해서 '르네상스 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회화 작업만 해도 이전의 팩스가 등장하자마자 팩스로 작업하는 것은 물론, 팔순이 넘은 나이에 아이패드로 작업을 하기도 하는 등 '얼리 어댑터'로 다양한 기기와 기법을 활용한 작업을 해왔다. 예술 이론적인 면으로도 관심이 많아 서양미술의 원근법이 아닌 동양 산수화의 원근법에도 관심을 가져 자신의 풍경화를 동양의 원근법을 적용해서 제작하기도 했다. 

뿐 만 아니라 서양 대가들의 카메라 옵스큐라의 사용에 대한 저서 등 활발한 저술활동도 하고 있고, 그의 저서들은 한국에서도 번역이 되어 있다.  그 대표작으로는 Secret Knowledge: Rediscovering the Lost Techniques of the Old Masters.와 A History of Pictures: From the Cave to the Computer Screen이 있다.  (이 책에 대한 소개는 이 전의 글에 쓴 적이 있으니 그 글을 참고 할 것)

광고를 보아하니, 이번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데이비드 호크니》전은 아시아 지역에서의 전시로는 처음 열리는 대규모 개인전이라고 하고, 그의 초기 작품부터 최근 작품을 망라한 전시라고 한다.     

내가 누누히 얘기하는 바이지만, 특별전은 특별전 만의 이점이 있다. 혼자서는 아무리 열정이 넘쳐도 동시에 볼 수 없는 작품들을 나란히 두고 볼 수 있는 것이 무엇보다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미술의 격동기를 거쳐 온 대가가 일생에 걸쳐 생산해 온 창작물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신나는 일임이 분명하다. 

미세먼지가 조금 걸리긴 하지만, 그래도 짧고 찬란한 봄 날 나들이 삼아 전시회를 하나 본다면?  난 이걸로 정했다!   

posted by 잠자는 집시
2018. 11. 18. 00:30 미술 이야기

어제는 에드워드 호퍼의 "찹 수이"라는 작품의 경매소식. 내가 좋아라 하는 작가의 소식이라는 말을 남겼다.  

그 글은 요기!

그리고 오늘은 데이비드 호크니 작품의 경매 소식!  데이비드 호크니 역시 나의 짧은 블로그 역사 내에 등장한 바 있는 분!  '개인적으로 흥미있어 하는 작가인데, 작품도 작품이지만 그의 왕성한 탐구열과 실험 정신에 있어서 경의를 표하는 바'라는 내용의 글을 올린 바 있다. 

호크니에 대한 글은 요기!

물론 데이비드 호크니 (David Hockney: 1937-)는 지난 수십년 그는 세계에서 가장 인기도 있고 유명하기도 작가의 위치를 굳건히 지켜온 작가이다.  그리고 며칠전 11월 15일 뉴욕 크리스티 전후 현대미술 작품 경매에서 $90.3-millions [약 1,022억 상당]에 판매되었다.  

흔히 경매에서 천문학적 금액으로 거래가 있었다는 것을 뉴스로 접할 때마다 '과연 작품의 가치는 무엇으로 정해지는가?' 그리고 '과연 그 작품에는 그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가?'하는 의문이 떠오르고, 종종 토론의 주제가 되기도 한다.  정확한 해답은 여기서 내릴 수 없고 의문만 가중할 뿐인지도 모르지만, 거기에 관련해서 생각할만한 정보가 있다. 

이 작품은 1972년 처음 판매될 때에는 불과 $18,000 [약2,037만원 상당]에 판매되었던 작품이었다. 이 작품은 6개월 이내에 2배 이상의 금액인 $50,000 [약5,660만원 상당]에 판매되었다. 그러던 것이, 반세기만에 가격이 무려 1800여배가 뛴 것이다.   과연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단 말인가? 새삼 궁금해진다. 


David Hockney (b. 1937), Portrait of an Artist (Pool with Two Figures)(1972). Acrylic on canvas ; 213.5 x 305 cm 

작품의 제목은 "화가의 초상 (두 인물이 있는 풀장)"(1972년 작)은 당시 미국 화가 피터 슐레진저 (Peter Schlesinger)와 수영을 하고 있는 인물 2명이 그려져 있다.  호크니는 그와 연인관계로 있던 5년간 그를 모델로 한 작품도 많이 남겼지만, 그가 회화적으로 특히 관심이 있었던 것은 물에 대한 관심, 혹은 물의 움직임과 그에 따른 빛의 굴절과 이미지의 반영에 관한 것이었던 것이었다.  

Preparatory photograph for Portrait of an Artist (Pool with Two Figures), Le Nid-du-Duc, 1972 © David Hockney


런던의 켄싱턴 가든에서 그의 당시 연인이었던 피터 슐레진저의 사진을 찍고 있다. 이 사진의 모습을 바탕으로 "화가의 초상 (두 인물이 있는 풀장)"(1972년 작)의 오른쪽 인물을 그렸다. Film still from A Bigger Splash, 1974. Photo: Jack Hazan / Buzzy Enterprises Ltd


호크니는 1963년 LA를 여행한 이래, 그곳의 태양과 풀장에 매료되어 이후 1976년 LA로 거주지를 마련하였다. 현재에는 런던과 LA를 오가며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비슷한 주제의 작품으로는 "A Bigger Splash" (1967년 작)라는 작품이 있다. ('splash'는 동사로는 '(액체 따위가) 튀기다'라는 뜻이지만, 여기서는 명사로 사용되었고, 한국어로 번역하자면 '풍덩' 혹은 '첨벙' 정도에 해당하는 의성어이다.)   


A Bigger Splash, 1967


호크니는 다작의 화가일 뿐 아니라, 글을 통해 자신의 예술관과 예술에 대한 관심사에 대해서 밝히는 활발한 저술 활동을 해오고 있고, 자신의 인생에 대해서도 기록해오고 있다.  덕분에 그의 삶과 작품에 대해서는 많은 것들이 알려져 있는데, 그 중에서도 오늘의 주인공인 "화가의 초상화 (두 인물이 있는 풀장)" 만큼 자세히 기록되어 잘 알려진 작품은 드물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작품에 대해서는 1988년 출판한 데이비드 호크니에 의한 <<데이비드 호크니: 나의 초창기 시절 David Hockney by David Hockney: My Early Years >>이라는 저서에서 밝히고 있다.  그 뿐만 아니라, 1971년부터 73년에 걸쳐 영국 감독인 잭 하잔 (Jack Hazan)의 A Bigger Splash 라는 호크니의 1967년 작품과 동명인 영화에서도 작품의 제작 과정이 잘 담겨져 있다.  (이 영화는 사실을 기반으로 한 픽션 영화로 당시 호크니의 거처이자 작업실이 있던 영국의 노팅힐을 배경으로 그의 연인이자 동료 화가였던 피터 슐레진저와의 1970년부터 1973년사이의 순탄치 못했던 연애사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담고 있다고 한다.  참고로 호크니는 1974년 Gregory Evans를 만나 1976년 LA로 이주할 때 함께 미국으로 건너온 이후 계속 함께하고 있으며 그의 동업자이기도 하다.)   


영화의 스틸 중 하나로 호크니가 작업 중인 장면을 담고 있다.  Still from the film ‘A Bigger Splash’. Photo: Jack Hazan/Buzzy Enterprises Ltd via David Hockney and Christie’s


뉴욕 크리스티 경매 프리뷰 장면, Sept. 13, 2018.


나로서는 경매에서 그토록 고가로 거래되는 작품들의 가격을 결정하는 기준은 설명할 길 없고, 엊그제의 경매의 결과 만큼의 가치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리고, 일부 비평가들이 논하듯, 위의 작품이 동성애자로서의 심리적 갈등을 잘 나타내고 있는지, 혹은 이 시대 최고의 걸작인지는 확실히 모르겠다. 하지만 산뜻한 초록 계열로 산뜻하게 그려진 LA의 풍경과 햇살 받아 일렁이는 풀장에서 느껴지는 쾌적함.  그리고 그러한 풍경과 풀장과 조화를 이루며 절묘하게 배치된 두 인물은 시각적 균형을 제공한다. 그와 동시에 정지 화면에 있는 듯한 수영하는 인물, 그리고 경직되어 서있는 듯한 뻣뻣한 인물들의 모습으로 인해 긴장감이 만들어 지고 있음은 알 수 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그 절묘한 긴장감은 두 인물 사이의 심리 상태를 반영하고 있을 수도 있으나, 오히려 전체적으로는 왠지 모르게 경쾌한 풍경과 적절한 균형을 이룬다고 생각한다. 영리하게 계산된 즐겁고 아름다운 품이다.    

  


posted by 잠자는 집시
2018. 10. 5. 01:30 미술 이야기

데이비드 호크니라는 화가는 인기 작가이기도 하지만 그의 저서를 통해서 널리 알려진 화가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저서로는 Secret Knowledge 라는 책이 있다.  원제는 Secret Knowledge: Rediscovering the Lost Techniques of the Old Masters.

이 책은 한국어로도 번역이 된 걸로 알고 있는데, 국내에서의 인기는 모르겠지만, 해외에서는 엄청난 반향을 일으킨 책이다. 물론 호평만 있는 것은 아니고, 엄청난 논란도 일으킨 책.  

그 책에서 그는 1430년대 이후의 많은 유명 화가들이 실은 렌즈와 카메라 옵스큐라를 사용해서 그림을 그렸음을 밝혔다.  대중들은 '놀랍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이제까지 천재라고 여겨왔던 베르메르나 카라바조와 같은 대가들이 실은 그런 도구와 기구를 사용해서 그렸었던 것을 알게 된데서 오는 '배반감'에 대한 토로도 많았다. 

거기에 엄청난 반대들... 데이비드 호크니를 반대하는 웹사이트에 들어가보면, 자신이 미술교사인데, 학생들에게 한 몇 개월만 가르치면 베르메르나 카라바조 같이 그릴 수 있는 기술을 터득한다며 반증들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의 이러한 폭탄 발언에 대해서는 언론에서도 지대한 관심을 표하며, 인터뷰 방송과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도 했다. 

그 중에 하나가 이것이다.  

David Hockney, The Lost Secrets of the Old Masters: camera lucida obscura (이 곳의 댓글도 반대글이 엄청나다)


많은 논란과 관심을 불러 일으킨 그의 Secret Knowledge 의 후속편 아닌 후속편으로는 2016년 출판된  A History of Pictures: From the Cave to the Computer Screen 이 있다. 

그리고 이 책은 어쩌다가 내가 번역하게 되어서, 출판과 동시에 번역을 진행해서 책의 출판과 거의 동시에 국내에서도 출판된 바 있다. 그 제목하야 A History of pictures 한국어로 <그림의 역사>

국내판은 여기참조. (참고로 표지도 다 데이비드 호크니께서 직접 아이패드 사용해서 그린거라 책에서 언급하심)  


그 책의 내용에는 다음번에 기회가 있으면 가끔씩 언급할테지만, 요번에는 아이패드 관련 소식만. 

캔버스 위의 회화작품 뿐 아니라, 2차원의 모든 작품들 (사진, 드로잉, 영화의 스틸...)을 언급 하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불태우며, 제목에서도 'Painting'이 아닌 소문자 p를 사용한 'pictures'로 한 그.  그 책에서 자신은 새로운 기기가 나오면 반드시 사용해 본다고, 그래서 팩스가 나왔을 때에는 팩스를 이용해서 작품을 제작해봤고, 지금은 아이패드를 이용해서 작업을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과학기술의 발전이 예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한참을 열정적으로 이야기했다. (이 책이 대담집 형식이니까, 이야기 한 것의 기록이므로)  

그 때였다. 내가 '내가 데이비드 호크니 이름을 들은 게 언젠데, 그리고 도대체 팩스 나올때 작업을 할 정도면 나이가 어느 정도 되시나?' 하고 다시 찾아본게.  1938년 생, 만으로 해도 81세 되셨다.  그 때 대단하다 싶었다.  여하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굽히지 않는, 자신이 몰두한 연구의 결과 에 대한 신념.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 얼마나 열심히 연구했겠는가?) 

그리고, 멈추지 않는 탐구열과 성실성. 

물론 호크니는 매 번 옥션에서 고가로 작품이 거래되는 '유명' 작가임엔 분명하나, 대중적 기호에 있어서는 호불호가 있는 작가이고, 비평계 쪽에서도 그를 인기만을 추구하는 가벼운 작가라는 평도 적잖게 있는 터이다.  개인적으로는 그가 그의 원근법에 대한 관심, 동양의 산수화에서 적용된 이동하는 원근법을 적용한 풍경화가 인상적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나중에 미술사적으로는 어떻게 평가될까'라며 궁금해 하던 작가였다. 하지만, 그 때 그의 열정적인 탐구심과 노력과 성실성에 대해서는 깊은 경의를 품었었다. 

David Hockney, Garrowby Hill (1998), oil on canvas ; 152.4 x 193 cm, Museum of Fine Arts, Boston

David Hockney, Road to Thwing 제작 장면, 2006년


그런데, 오늘 기사를 하나 봤다. 팔순의 그가 아이패드로 작업해서 그 결과물인 스테인드 글래스를 웨스트민스터 대사원에 설치하기로 했다는.  (뉴스는 여기를 참고)

David Hockney and The Queen’s Window. Photo by Alan Williams.

결국, 모든 논란을 재우는 것은 성실과 끈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한번 욕하고 비난하기는 싶지만, 한 분야를 열정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끊임없이 오랫동안 연구하고 실험하고 생산물을 만들어내기란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혹자는 신념을 이야기 할 수도 있으나, 진정한 신념은 끈기와 성실한 노력과 함께 성장하고 확립된다. 안그러면 x고집.) 

posted by 잠자는 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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